<특별대담> '국회 혁신 선언'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

국회에 불어온 신선한 바람 "정말 변할까?"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엄중한 시기에 19대 후반기 국회의장이 새롭게 선출됐다. 주인공은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이다.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은 정계 입문 후 계파와 여야를 가리지 않는 화합형 리더십으로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다. <일요시사>는 새롭게 취임한 정 의장을 만나 향후 국회운영에 관한 나름의 복안을 들어봤다.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이 재수 끝에 국회의장 도전에 성공했다.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은 지난 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에도 도전했으나 강창희 전 의장에게 패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후 정 의장은 계파를 가리지 않는 스킨십으로 이번 국회의장 선거를 준비해왔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정 의장이 경쟁자인 황우여 전 대표를 더블스코어 차로 따돌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새롭게 취임한 정 의장에 대한 정치권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우선 정 의장은 책임감이 강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2011년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한ㆍ미 FTA 국회 비준동의안 의결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렸음에도 당시 국회의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정 의장이 끝까지 의장석을 지킨 일화는 유명하다.

또 국회 부의장을 지내기도 한 정 의장은 누구보다도 국회조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취임 초부터 강력한 국회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정 의장은 여당 비주류 출신이기 때문에 청와대에 끌려 다니기만 했던 무기력한 국회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새롭게 취임한 정 의장은 정치권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 재도전 끝에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소감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 세월호 참사 등으로 지금은 무척 엄중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엄중한 시기에 국회의장직을 맡게 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후반기 국회의장이 전반기 의장 임기가 끝나기 전에 선출된 것은 국회법 관련 규정이 생긴 후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제게 온전한 2년의 시간이 주어진 것은 모두 국민의 뜻이라 생각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어렵게 국회의장직에 오르신 만큼 임기 중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실 텐데요?
▲ 매년 국민들의 국가기관 신뢰도 여론조사를 보면 국회의 신뢰도는 늘 5~6%선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저는 그게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말이 5%지 0%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제가 의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최소한 국회의 신뢰도를 20~30% 정도로 높이고 싶습니다.

국회가 100번을 잘해도 1번을 잘못하면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막말을 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할 경우엔 제가 별도로 연락을 하거나 만나서 품격 높은 국회를 만드는 데 동참할 것을 주문하겠습니다. 어느 한 두 사람의 잘못 때문에 국회 전체가 품격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임기 중에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은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국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의장 직속으로 국회개혁자문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역대 의장 산하에 대부분의 자문위원회는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 제가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개혁자문위의 임기를 2년으로 하지 않고 약 3개월 단위로 꾸려가려고 합니다.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중요한 것부터 개혁을 해나가면서 필요하면 기간을 3개월가량씩 연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국회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 방안을 만들어 오는 8월말 정기국회 전까지는 국민들께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 국회 윤리위원회는 품격 있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최후의 보루입니다. 하지만 국회 윤리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윤리위를 제대로 작동시킬 방안은 없으신지요?
▲ 아직 국민들에게 발표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구상은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가 품격 높은 국회가 되려면 윤리위가 활성화 되어야 합니다. 의원들이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키면 좀 더 엄격한 잣대로 정치인으로서 미래에 대한 보장이 어려워질 정도의 제재를 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문위원단을 국민들이 모두 다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분들로 구성해야 합니다. 현재 윤리위의 의견은 권고사항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권고 이상의 실질적인 제재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신뢰받는 국회 만드는 것이 목표"
"문제 의원은 사실상 퇴출시킬 것"

- 끊이지 않는 정쟁도 국회의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주요인입니다. 취임 후 여러 차례 국회의 화합을 강조하셨는데 화합을 도모할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입니까?
▲ 세 가지 정도의 불문율을 재임 중에 만들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의원들 간에 상호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여야 간에 상호호혜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선임자들을 존중하는 의회 분위기입니다. 이를 통해 대화하고 화합하는 국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 국회 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선진화법으로 폭력국회가 사라졌고, 오히려 법안 통과 실적도 좋아졌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선진화법을 개정하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현행 국회 선진화법은 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다수결 원칙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선진화법은 법안 의결조건으로 국회의원 60% 이상 찬성을 요구하고 있어 과거 같으면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처리됐을 법안도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원칙으로 돌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소수의 의견을 충분히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부분적으로 동의하지만 선진화법은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 구체적인 문제점은 무엇인지요?
▲ 무엇보다 선진화법이 만들어진 과정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 중요한 법을 만들면서 공청회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약 10개월 전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되기 시작했는데, 이런 중요한 사안은 공청회 등의 충분한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선진화법을 개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개정 자체도 60%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하지만 개정을 위한 법률 검토는 바로 시작할 것입니다. 가능하면 제 임기 중에 선진화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국회 선진화법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국회 내에 원로회의를 신설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원로회의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요.
▲ 원로회의에는 5선 이상의 의원과 양당 대표단, 국회 부의장단이 참여하게 됩니다. 제가 구상하고 있는 원로회의는 일종의 분쟁조정기구입니다. 국회가 쟁점법안을 두고 선진화법 때문에 서로 교착상태에 빠지면 갈등을 해소하고 의견차를 좁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원로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나 의견은 제가 여야 대표에게 말씀드려서 관철시키도록 할 것입니다.

- 상시국회를 추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당초 올해부터 국정감사를 6월과 9월 두 차례 실시하기로 했는데 국정감사는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입니까? 아니면 이것을 대신해 상시국회를 실시하겠다는 말씀이신지요?
▲ 영국 국민들은 의회 의사당에 밤새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을 보고 발을 뻗고 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처럼 대한민국 국회도 국민행복을 위해서 24시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시국회가 필요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상시국회는 정기 국정감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세월호 참사로 6월 국정감사가 제대로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의문입니다.

- 의장 취임 후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셨습니다. 대통령께 건의하신 내용은 무엇입니까?
▲ 박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후반기 국회운영은 야당을 우선 배려하는 운영을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께서도 야당과의 소통에 신경을 써달라고 화답하셨습니다. 또 청와대와 국회의 소통강화를 위해 2015년 예산안을 제출할 때 대통령께서 직접 국회에 오셔서 시정연설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의장님을 비롯하여 정갑윤·이석현 국회부의장까지 의장단 모두가 현재 국회 개헌추진의원모임 멤버이십니다.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분석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개헌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자칫 섣부른 개헌 논의가 국정운영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헌에 대한 연구는 계속 되어야 합니다. 보통 정치권에서 이야기 하는 개헌은 분권형 대통령제, 대통령 연임제 등 권력구조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대국이 된 상황에서 교육, 문화, 사회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개헌이 되어야 합니다. 또 우리나라는 통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통일헌법에 대한 연구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 통일을 앞당기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선언도 하셨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입니까?
▲ 모든 분야에서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겠지만 특히 통일문제와 관련해서는 더더욱 정부와 적극적인 협력을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저는 빠른 시일 내에 남북 국회회담을 성사시키려 합니다.

물론 남북 국회회담은 정부 측과 우선 협의를 해야 하고 북쪽에도 메시지를 보내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남북 국회회담을 성사시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은 반드시 개정"
"상시국회로 일하는 국회 만들 것"

- 당분간은 세월호 국정조사가 국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게 될 것 같습니다. 세월호 국정조사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요.
▲ 세월호 참사는 이번 국정조사에서 철저히 규명될 것입니다. 관계된 모든 사람의 잘잘못을 철저히 규명해서 벌 줄 사람은 벌을 주고, 용서할 사람은 용서해주고 법치국가답게 처리해야 합니다. 이후에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회의장으로서 무엇보다 예의주시해서 처리할 것입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가치관이 왜곡되면서 발생한 일입니다. 우리 사회가 물질중심사회로 변하면서 생명경시풍조로 이어졌고, 생명경시풍조가 다시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것입니다. 아주 근원적인 이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수많은 제2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할 것입니다.

우선 국정조사를 철저히 한 후 이와 함께 우리 국민들의 가치관이 물질중심에서 정신적인 풍요로 바뀔 수 있도록 근원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21세기 국회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국회 개원식에서 국회 직원들도 '입피아(입법관료+마피아)'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의식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국회 구성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국민의 입장을 가장 대변하는 기관이 바로 입법부입니다. 입법부는 행정부 관료와 180도 다른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보고서 하나를 쓰더라도 국민을 위한, 국민의 입장에서 써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을 위한 입법부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 국회의 혁신적 변화를 약속하셨습니다. 앞으로 국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예정입니까?
▲ 현재 국회는 상당히 관료화 되어 있고, 과거 독재시대의 잔재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의장 재임기간 국회 내 악습과 구태를 모두 바꾸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주말에는 국민들에게 국회 잔디밭을 전면 개방하겠습니다.

또 해외에 나가보면 중요한 곳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전통적인 복장을 입히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데, 우리는 늘 전경이 서 있어 너무 딱딱합니다. 그래서 방호직원들에게도 전통복장을 입힌다거나 그런 작은 것부터 다 바꾸려고 합니다. 국민들이 국회에 굉장히 친숙한 마음이 들도록 하겠습니다.

주말이면 국회나 놀러가자고 할 수 있는, 국회 잔디밭에서 굴러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가면 볼거리가 있는 그러한 국회로 바꾸고 싶습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드시 재임 중에 계획하신 숙원사업과 목표들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 수고 많으셨습니다. <일요시사>도 정론지로 우뚝 서 국회 개혁과 선진화에 일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정의화 국회의장 프로필>

▲부산고 졸업
▲부산대 의대 졸업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15∼19대 국회의원
▲18대 국회 국회부의장·국회의장직무대행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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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