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놓치면 후회할 슈퍼 빅매치 '베스트10'

5000만 붉은악마는 4년을 기다렸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지구촌의 축구축제,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4브라질월드컵에는 대륙별 예선을 통과한 32개국이 출전해 기량을 펼칠 예정이다.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이라는 새 역사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팀의 활약도 주목된다. 알아두면 재미가 배가 되는 2014 브라질월드컵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반드시 봐야할
태극호 출격전
 
이번 월드컵에서 H조에 속한 한국(55위)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만 봤을 땐 벨기에(12위), 러시아(18위), 알제리(25위)보다 뒤지지만, 16강 진출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한국은 2006 독일월드컵과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모두 1승1무1패를 거뒀다. 독일에서는 16강 진출에 미끄러졌다. 사실 한국팀은 1승2무가 현실적으로 최적의 커트라인이다. 즉 알제리전 1승, 러시아·벨기에 전 무승부 이상을 거두는 그림이 가장 이상적이다.

[한국 vs 러시아 ]
[6월18일 오전7시]
 

한국은 러시아와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치른다. 첫 경기 성적이 16강 성패를 좌우하는 바로미터인 만큼 한국은 반드시 러시아를 꺾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유럽 조별 예선을 1위로 통과할 만큼 출중한 실력을 갖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좋다는 평가다.
 
한국 축구팬들은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의 금메달을 빼앗아간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대한 대리설욕을 바라고 있기도 하다. 전력 분석을 담당자 안톤 두 샤트니에(네덜란드) 코치는 러시아 대표팀 정밀 분석 자료를 작성하는 등 첫승 다지기에 힘을 쏟아왔다. 현재 한국은 러시아전 준비에 올인했다. 

[한국 vs 알제리 ]
[6월23일 오전4시]
 
태극호는 알제리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H조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전력이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알제리는 무조건 잡아야 하는 팀이다. 알제리는 프랑스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아 개인 기량이 예상 외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결코 방심할 상대는 아니다. 

[한국 vs 벨기에 ]
[6월27일 오전5시]
 

벨기에와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벨기에는 이번 월드컵에서 4강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강호로 손꼽힌다. 벨기에는 지난해 10월 FIFA 랭킹이 5위까지 치솟은 강팀이다. 현재로선 H조 최강이다. 더 긴장되는 건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스타들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한국팀이 주의할 선수로는 마루앙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로멜루 루카쿠(에버턴), 뱅상 콩파니(맨체스터시티) 등 이 있다. 

손에 땀 쥐게 할
조별 단두대 매치
 
조별리그 48경기 가운데 한국대표팀의 3경기를 챙겨보는 것은 기본이지만 나머지 45경기를 다 챙겨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놓치면 후회할 조별리그 빅매치를 꼽아봤다. 열렬한 자국 응원도 좋지만 명승부는 반드시 챙겨서 볼만하다.

[브라질 vs 크로아]
[6월13일 오전5시 ]
 
이 경기는 브라질월드컵 개막전이므로 반드시 지켜봐야 한다. 삼바군단 브라질이 개최국이고 상대가 동유럽 최강 크로아티아라면 팬들로서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경기다. 막강한 브라질의 화력을 크로아티아가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6번째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는 브라질은 선수 이름만으로도 상대를 주눅 들게 만든다. 생애 첫 월드컵 데뷔 준비를 마친 ‘펠레의 후계자’ 네이마르 다 시우바(FC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헐크(FC 제니트), 오스카르(첼시)등이 공격을 이끈다. 티아구 시우바(파리 생제르맹), 다비드 루이스(첼시) 등이 버티는 수비진 역시 탄탄한 덕분에 약점이 없다는 평가다. 실력 문제보다는 개막전에서 개최국이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개막전 징크스’만이 브라질의 근심거리다.
 
크로아티아는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을 책임지는 루카 모드리치의 경기 운영 능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 2위(18골)를 차지한 마리오 만주키치(바이에른 뮌헨)의 한 방도 크로아티아의 강점이다.

‘원정 8강’도전하는 한국팀 활약 주목
첫 경기 러시아전 승리해야 16강 보여
 
[스페인 vs 네덜란드]

[ 6월14일 오전4시  ]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폰치 노바 경기장에서 열리는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맞대결은 다시 보는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2010 남아공월드컵 결승전에서 우승을 놓고 맞붙었던 이들이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맞붙으면서 축구 팬들의 시선이 ‘다시 보는 결승전’에 집중되고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스페인은 연장전 후반 11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FC바르셀로나)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두고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 전까지 준우승만 두 차례 차지했던 네덜란드는 다시 한 번 정상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네덜란드는 첫 경기부터 설욕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스페인전 승리를 넘어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네덜란드는 로빈 판페르시의 발 끝에 희망을 걸고 있다.
 
판페르시는 이번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부상 탓에 23경기 12골에 그쳤지만 A매치에서는 81경기 41골을 기록한 네덜란드 간판 골잡이다. 판페르시의 활약 덕분에 네덜란드는 유럽지역 최종 예선 10경기에서 9승1무로 막강한 화력을 과시하며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판페르시를 지원하는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 베슬러이 스네이더르(갈라타사라이)도 네덜란드의 핵심 전력이다.
 
스페인은 사비 에르난데스, 이니에스타 등이 버티는 미드필더진이 건재하지만 부상과 수비진 경험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끈 디에고 코스타가 스페인 국적을 택하면서 스페인은 스트라이커 고민이 줄어드는 듯했지만, 코스타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부상을 입으면서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는 것이 변수다. 대표팀을 떠난 중앙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의 공백을 메우는 것도 대회 2연패를 향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이탈리아 vs 잉글랜드]

[  6월15일 오전7시   ]
 
월드컵 조별 리그 구성이 ‘2강2약’으로 이뤄지면 ‘2강’으로 꼽히는 국가들은 서로의 맞대결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남은 경기에서 승점을 착실하게 따내면 큰 무리 없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질월드컵에서만큼은 다르다.
 
지난 대회에서 4강에 진출한 우루과이와 같은 조에 편성되면서 승점을 따낼 수 있을 때 확실하게 따내지 못하면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와 잉글랜드는 6월 15일 브라질 마나우스의 아마조니아 경기장에서 맞붙는다.
 
두 국가 모두 이번 월드컵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절실하다. 2006년 독일월드컵 챔피언 이탈리아는 지난 남아공월드컵에서 조별 리그 탈락의 수모를 맛봤다. ‘축구 종가’를 자처하는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열린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우승을 제외하곤 월드컵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안드레아 피를로, 잔루이지 부폰 등 노장과 주세페 로시, 마리오 발로텔리 등 ‘젊은 피’들의 신구 조화가 강점이다. 잉글랜드는 웨인 루니, 프랭크 램퍼드, 대니얼 스터리지 등 프리미어리그 대표 스타들의 발끝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독일 vs 포르투갈]
[6월17일 오전1시 ]
 
‘전차군단’ 독일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버티는 포르투갈이 조별 리그에서부터 정면충돌한다. 2002년 한국월드컵부터 지난 월드컵까지 3개 대회 연속 4강 무대를 밟은 독일의 탄탄한 조직력과 폭발적인 스피드를 갖춘 호날두의 맞대결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독일은 마지막 월드컵인 이번 대회에서 통산 최다골 기록에 도전하는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필두로 플레이메이커 메주트 외칠, 지난 대회 득점왕 토마스 뮐러 등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마리오 괴체, 안드레 쉬를레 등 독일 축구대표팀의 유망주들도 월드컵 개막만을 기다리고 있다. 
 
독일보다 다소 기량이 떨어지는 포르투갈은 호날두가 스웨덴과의 유럽지역 최종예선 플레이오프에서 펼쳤던 ‘원맨쇼’를 다시 한 번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페페, 파비우 코엔트랑 등 수비수들은 유럽 축구 강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브라질 ‘개막전 징크스’ 넘을까
‘죽음의 조’ 세 경기 모두 결승급

[우루과이 vs 잉글랜드]
[  6월20일 오전4시   ]
 
이 경기는 ‘리버풀 대 리버풀’ 양상이다. 잉글랜드의 예상 베스트11 가운데 잉글랜드리그 준우승팀 리버풀 소속이 5명이나 된다. 오른쪽 수비수 글렌 존슨과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조던 헨더슨, 오른쪽 공격수 라힘 스털링에 원톱 대니얼 스터리지가 그들. 리버풀의 앙숙 맨유 출신 폴 스콜스가 “잉글랜드는 리버풀처럼 경기하면 이긴다”고 조언할 정도다.
 
문제는 리버풀 공격의 핵심인 루이스 수아레스가 우루과이 대표팀이라는 점. 그는 지난 시즌 31골 12도움으로 잉글랜드리그 득점왕, 도움 2위에 올랐다. 무릎 부상도 회복세가 빠르다. 1966년 우승 뒤 4강(1990년)이 최고 성적인 종가 잉글랜드는 월드컵에서 한 번도 우루과이를 이기지 못했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우루과이는 노쇠한 수비진이 아킬레스건이다. 

[콜롬비아 vs 코트디]
[  6월20일 오전1시 ]
 
라다멜 팔카오(AS모나코)와 디디에 드로그바(전 갈라타사라이)의 ‘해결사’대결이 펼쳐진다. 팔카오는 최근 5시즌 동안 소속팀에서 150골을 넘게 넣었고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도 9골을 뽑았다. 다만 1월 무릎 부상 뒤 재활 중이라 브라질에서 정상 컨디션으로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트디부아르는 2006년 월드컵과 2010년 대회에서 연속으로 ‘죽음의 조’를 피하지 못했다. 2006년에는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에 밀렸고 지난 대회에서는 브라질과 포르투갈에 16강행 티켓을 내줬다.
 
‘드록신’드로그바의 마지막 월드컵인 이번마저 16강에 오르지 못하면 할 말이 없다. 미드필더 야야 투레(맨체스터 시티)가 공격을 지휘하고 제르비노(AS로마)가 드로그바를 돕는다. 

[아르헨 vs 나이지리아]
[   6월26일 오전1시  ]
 
‘기록의 사나이’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와 6월 26일 오전 1시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맞붙는다.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이란 등과 함께 F조에 편성됐다. 아르헨티나의 16강 진출이 유력하고 나이지리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16강 진출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팬들은 메시가 조별 리그에서부터 얼마나 많은 골을 터뜨릴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시즌 부상 탓에 바르셀로나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한 메시는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다는 각오다. 
 
여기에 이들의 맞대결은 16강 진출팀이 가려지는 F조 최종전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악연’도 화제다. 1994 미국월드컵, 2002 한ㆍ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조별 리그에서 같은 조에 편성된 두 국가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서로를 피해가지 못했다. 세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한 나이지리아는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쭉빵’미녀들 출격
최고의 월드컵녀는? 
 
월드컵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월드컵녀’가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어떤 모습을 하고 나타날까.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에는 ‘상암동 응원녀’ 김하율, ‘그리스전 응원녀’ 이외에도 최주미, 정보라 등이 월드컵 기념 음반 ‘런 코리아’ 홍보모델로 나서면서 ‘월드컵녀’에 이름을 올렸다.
 
월드컵 인기를 등에 업고 이들은 종종 연예계에 입성했다. 2002년 한국월드컵에 등장한 미나와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엘프녀’로 화제를 모은 한 장희가 대표적이다. 월드컵 열풍에 따라 뜨고 지는 이들이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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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