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놓치면 후회할 슈퍼 빅매치 '베스트10'

5000만 붉은악마는 4년을 기다렸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지구촌의 축구축제,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4브라질월드컵에는 대륙별 예선을 통과한 32개국이 출전해 기량을 펼칠 예정이다.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이라는 새 역사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팀의 활약도 주목된다. 알아두면 재미가 배가 되는 2014 브라질월드컵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반드시 봐야할
태극호 출격전
 
이번 월드컵에서 H조에 속한 한국(55위)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만 봤을 땐 벨기에(12위), 러시아(18위), 알제리(25위)보다 뒤지지만, 16강 진출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한국은 2006 독일월드컵과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모두 1승1무1패를 거뒀다. 독일에서는 16강 진출에 미끄러졌다. 사실 한국팀은 1승2무가 현실적으로 최적의 커트라인이다. 즉 알제리전 1승, 러시아·벨기에 전 무승부 이상을 거두는 그림이 가장 이상적이다.

[한국 vs 러시아 ]
[6월18일 오전7시]
 

한국은 러시아와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치른다. 첫 경기 성적이 16강 성패를 좌우하는 바로미터인 만큼 한국은 반드시 러시아를 꺾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유럽 조별 예선을 1위로 통과할 만큼 출중한 실력을 갖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좋다는 평가다.
 
한국 축구팬들은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의 금메달을 빼앗아간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대한 대리설욕을 바라고 있기도 하다. 전력 분석을 담당자 안톤 두 샤트니에(네덜란드) 코치는 러시아 대표팀 정밀 분석 자료를 작성하는 등 첫승 다지기에 힘을 쏟아왔다. 현재 한국은 러시아전 준비에 올인했다. 

[한국 vs 알제리 ]
[6월23일 오전4시]
 
태극호는 알제리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H조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전력이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알제리는 무조건 잡아야 하는 팀이다. 알제리는 프랑스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아 개인 기량이 예상 외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결코 방심할 상대는 아니다. 

[한국 vs 벨기에 ]
[6월27일 오전5시]
 

벨기에와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벨기에는 이번 월드컵에서 4강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강호로 손꼽힌다. 벨기에는 지난해 10월 FIFA 랭킹이 5위까지 치솟은 강팀이다. 현재로선 H조 최강이다. 더 긴장되는 건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스타들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한국팀이 주의할 선수로는 마루앙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로멜루 루카쿠(에버턴), 뱅상 콩파니(맨체스터시티) 등 이 있다. 

손에 땀 쥐게 할
조별 단두대 매치
 
조별리그 48경기 가운데 한국대표팀의 3경기를 챙겨보는 것은 기본이지만 나머지 45경기를 다 챙겨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놓치면 후회할 조별리그 빅매치를 꼽아봤다. 열렬한 자국 응원도 좋지만 명승부는 반드시 챙겨서 볼만하다.

[브라질 vs 크로아]
[6월13일 오전5시 ]
 
이 경기는 브라질월드컵 개막전이므로 반드시 지켜봐야 한다. 삼바군단 브라질이 개최국이고 상대가 동유럽 최강 크로아티아라면 팬들로서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경기다. 막강한 브라질의 화력을 크로아티아가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6번째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는 브라질은 선수 이름만으로도 상대를 주눅 들게 만든다. 생애 첫 월드컵 데뷔 준비를 마친 ‘펠레의 후계자’ 네이마르 다 시우바(FC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헐크(FC 제니트), 오스카르(첼시)등이 공격을 이끈다. 티아구 시우바(파리 생제르맹), 다비드 루이스(첼시) 등이 버티는 수비진 역시 탄탄한 덕분에 약점이 없다는 평가다. 실력 문제보다는 개막전에서 개최국이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개막전 징크스’만이 브라질의 근심거리다.
 
크로아티아는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을 책임지는 루카 모드리치의 경기 운영 능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 2위(18골)를 차지한 마리오 만주키치(바이에른 뮌헨)의 한 방도 크로아티아의 강점이다.

‘원정 8강’도전하는 한국팀 활약 주목
첫 경기 러시아전 승리해야 16강 보여
 
[스페인 vs 네덜란드]

[ 6월14일 오전4시  ]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폰치 노바 경기장에서 열리는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맞대결은 다시 보는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2010 남아공월드컵 결승전에서 우승을 놓고 맞붙었던 이들이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맞붙으면서 축구 팬들의 시선이 ‘다시 보는 결승전’에 집중되고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스페인은 연장전 후반 11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FC바르셀로나)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두고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 전까지 준우승만 두 차례 차지했던 네덜란드는 다시 한 번 정상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네덜란드는 첫 경기부터 설욕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스페인전 승리를 넘어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네덜란드는 로빈 판페르시의 발 끝에 희망을 걸고 있다.
 
판페르시는 이번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부상 탓에 23경기 12골에 그쳤지만 A매치에서는 81경기 41골을 기록한 네덜란드 간판 골잡이다. 판페르시의 활약 덕분에 네덜란드는 유럽지역 최종 예선 10경기에서 9승1무로 막강한 화력을 과시하며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판페르시를 지원하는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 베슬러이 스네이더르(갈라타사라이)도 네덜란드의 핵심 전력이다.
 
스페인은 사비 에르난데스, 이니에스타 등이 버티는 미드필더진이 건재하지만 부상과 수비진 경험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끈 디에고 코스타가 스페인 국적을 택하면서 스페인은 스트라이커 고민이 줄어드는 듯했지만, 코스타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부상을 입으면서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는 것이 변수다. 대표팀을 떠난 중앙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의 공백을 메우는 것도 대회 2연패를 향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이탈리아 vs 잉글랜드]

[  6월15일 오전7시   ]
 
월드컵 조별 리그 구성이 ‘2강2약’으로 이뤄지면 ‘2강’으로 꼽히는 국가들은 서로의 맞대결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남은 경기에서 승점을 착실하게 따내면 큰 무리 없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질월드컵에서만큼은 다르다.
 
지난 대회에서 4강에 진출한 우루과이와 같은 조에 편성되면서 승점을 따낼 수 있을 때 확실하게 따내지 못하면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와 잉글랜드는 6월 15일 브라질 마나우스의 아마조니아 경기장에서 맞붙는다.
 
두 국가 모두 이번 월드컵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절실하다. 2006년 독일월드컵 챔피언 이탈리아는 지난 남아공월드컵에서 조별 리그 탈락의 수모를 맛봤다. ‘축구 종가’를 자처하는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열린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우승을 제외하곤 월드컵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안드레아 피를로, 잔루이지 부폰 등 노장과 주세페 로시, 마리오 발로텔리 등 ‘젊은 피’들의 신구 조화가 강점이다. 잉글랜드는 웨인 루니, 프랭크 램퍼드, 대니얼 스터리지 등 프리미어리그 대표 스타들의 발끝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독일 vs 포르투갈]
[6월17일 오전1시 ]
 
‘전차군단’ 독일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버티는 포르투갈이 조별 리그에서부터 정면충돌한다. 2002년 한국월드컵부터 지난 월드컵까지 3개 대회 연속 4강 무대를 밟은 독일의 탄탄한 조직력과 폭발적인 스피드를 갖춘 호날두의 맞대결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독일은 마지막 월드컵인 이번 대회에서 통산 최다골 기록에 도전하는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필두로 플레이메이커 메주트 외칠, 지난 대회 득점왕 토마스 뮐러 등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마리오 괴체, 안드레 쉬를레 등 독일 축구대표팀의 유망주들도 월드컵 개막만을 기다리고 있다. 
 
독일보다 다소 기량이 떨어지는 포르투갈은 호날두가 스웨덴과의 유럽지역 최종예선 플레이오프에서 펼쳤던 ‘원맨쇼’를 다시 한 번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페페, 파비우 코엔트랑 등 수비수들은 유럽 축구 강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브라질 ‘개막전 징크스’ 넘을까
‘죽음의 조’ 세 경기 모두 결승급

[우루과이 vs 잉글랜드]
[  6월20일 오전4시   ]
 
이 경기는 ‘리버풀 대 리버풀’ 양상이다. 잉글랜드의 예상 베스트11 가운데 잉글랜드리그 준우승팀 리버풀 소속이 5명이나 된다. 오른쪽 수비수 글렌 존슨과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조던 헨더슨, 오른쪽 공격수 라힘 스털링에 원톱 대니얼 스터리지가 그들. 리버풀의 앙숙 맨유 출신 폴 스콜스가 “잉글랜드는 리버풀처럼 경기하면 이긴다”고 조언할 정도다.
 
문제는 리버풀 공격의 핵심인 루이스 수아레스가 우루과이 대표팀이라는 점. 그는 지난 시즌 31골 12도움으로 잉글랜드리그 득점왕, 도움 2위에 올랐다. 무릎 부상도 회복세가 빠르다. 1966년 우승 뒤 4강(1990년)이 최고 성적인 종가 잉글랜드는 월드컵에서 한 번도 우루과이를 이기지 못했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우루과이는 노쇠한 수비진이 아킬레스건이다. 

[콜롬비아 vs 코트디]
[  6월20일 오전1시 ]
 
라다멜 팔카오(AS모나코)와 디디에 드로그바(전 갈라타사라이)의 ‘해결사’대결이 펼쳐진다. 팔카오는 최근 5시즌 동안 소속팀에서 150골을 넘게 넣었고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도 9골을 뽑았다. 다만 1월 무릎 부상 뒤 재활 중이라 브라질에서 정상 컨디션으로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트디부아르는 2006년 월드컵과 2010년 대회에서 연속으로 ‘죽음의 조’를 피하지 못했다. 2006년에는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에 밀렸고 지난 대회에서는 브라질과 포르투갈에 16강행 티켓을 내줬다.
 
‘드록신’드로그바의 마지막 월드컵인 이번마저 16강에 오르지 못하면 할 말이 없다. 미드필더 야야 투레(맨체스터 시티)가 공격을 지휘하고 제르비노(AS로마)가 드로그바를 돕는다. 

[아르헨 vs 나이지리아]
[   6월26일 오전1시  ]
 
‘기록의 사나이’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와 6월 26일 오전 1시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맞붙는다.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이란 등과 함께 F조에 편성됐다. 아르헨티나의 16강 진출이 유력하고 나이지리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16강 진출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팬들은 메시가 조별 리그에서부터 얼마나 많은 골을 터뜨릴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시즌 부상 탓에 바르셀로나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한 메시는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다는 각오다. 
 
여기에 이들의 맞대결은 16강 진출팀이 가려지는 F조 최종전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악연’도 화제다. 1994 미국월드컵, 2002 한ㆍ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조별 리그에서 같은 조에 편성된 두 국가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서로를 피해가지 못했다. 세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한 나이지리아는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쭉빵’미녀들 출격
최고의 월드컵녀는? 
 
월드컵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월드컵녀’가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어떤 모습을 하고 나타날까.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에는 ‘상암동 응원녀’ 김하율, ‘그리스전 응원녀’ 이외에도 최주미, 정보라 등이 월드컵 기념 음반 ‘런 코리아’ 홍보모델로 나서면서 ‘월드컵녀’에 이름을 올렸다.
 
월드컵 인기를 등에 업고 이들은 종종 연예계에 입성했다. 2002년 한국월드컵에 등장한 미나와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엘프녀’로 화제를 모은 한 장희가 대표적이다. 월드컵 열풍에 따라 뜨고 지는 이들이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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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