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사설탐정 24시' 비하인드 스토리

"500만원만 주면 뭐든지 합니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담배 파이프를 문 날렵한 사내가 살인자를 뒤쫓는다. 유달리 명석한 이 탐정은 채집한 증거들을 모아 탁월한 추리로 범죄자의 숨통을 조인다. 영국을 대표하는 명탐정 셜록홈즈는 소설 속 가상의 인물이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한 사립탐정은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설탐정 제도가 활성화된 영·미권 국가와 달리 한국은 탐정을 공인하지 않고 있다. 주변엔 셜록홈즈 운운하며 사고만 치는 흥신소 직원이 더 많이 보인다. 이제 갓 양성화 단계에 있는 사립탐정, 그 어두운 이면을 조명했다.

차가운 바람이 여민 코트 사이를 파고들었다. 넥타이를 맨 사람들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서류가방을 들고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서울 모처에 있는 한 대형빌딩, A씨는 이곳 지하 1층에서 의뢰인과 만나기로 했다. 잠시 후 전화벨이 울릴 터였다.

셜록홈즈 상상
"소설일 뿐"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건물 로비를 메웠다. 로비를 가로지른 그들은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 들었다. 엘리베이터가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하이힐 소리는 잦아들었다. 탑승객도 눈에 띄게 줄었다. 출근 시간은 거의 끝난 듯했다. 기다리던 전화벨이 울렸다.

A씨는 건물 지하로 내려갔다. 그의 눈앞에 5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다가왔다. 의뢰인이었다. 테이블에 앉은 그들은 서로를 탐색했다. 용무를 나누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의뢰인의 입에서 "무역회사에 있는 유승준(가명)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봐 달라"는 말이 나왔다. 의뢰인은 유승준이 낮 시간에 누구와 만나는지도 알아봐 달라 했다.

A씨는 의뢰인으로부터 유승준이 다니는 무역회사의 이름을 들었다. 작업에 착수한 A씨는 법인 등기부등본을 열람하여 유승준이 다니는 회사와 주소지, 운행하는 차량을 확인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조력자들과 함께 유승준의 차량이 주차돼 있는 서울 한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조력자는 사람들이 오는지를 살폈고 또 다른 조력자는 GPS 위치추적장치를 차량에 부착했다. 이들은 불법을 저지르고 있었다.

A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유승준의 차량을 미행하면서 카메라 셔터를 연이어 눌렀다. 촬영된 사진은 의뢰인에게 전송됐다. 사진 한 장 가격은 100만원을 상회했다. 의뢰인은 계속 유승준을 감시해달라고 했다. A씨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었다.

위치추적 기본
대부분 불륜

사무실로 돌아온 A씨는 또 다른 의뢰인으로부터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다. 익명의 의뢰인은 "김동규(가명)가 외근을 핑계로 서울 외곽에 있는 오피스텔을 찾고 있다"며 "사실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A씨는 낮은 수임료 등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의뢰인의 요청을 묵살했다. 당분간 A씨는 유승준을 미행하는 일에 전념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특정인의 소재나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금융거래 등 상거래관계 외에 사생활을 조사하는 일은 불법이다. 그럼에도 A씨는 그간 민간조사업자로 소개됐다. '셜록홈즈'란 이름도 사용됐다. 그렇지만 실상은 탐정을 빙자한 심부름센터 직원이었다.

수탁 받은 사건도 그렇고 근사한 탐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A씨가 받은 의뢰는 며칠 전 아내가 집을 나갔으니 찾아달라는 의뢰, 아내에게 애인이 생긴 것 같으니 뒤를 밟아달라는 의뢰, 특정 주소지에 내연녀가 아직 살고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의뢰, 자신의 동거남이 실제로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 등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A씨는 같은 기간 한 여성 의뢰인으로부터 "남편이 강원도에 있는 한 리조트로 세미나를 갔다고 하는데 정말로 세미나를 간 게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A씨가 한 일이라고는 리조트로 차를 끌고 가서 세미나가 열렸는지를 보고 오는 게 끝이었다. 산업 스파이를 추적하고 지명 수배자를 뒤쫓는 일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부산을 거점으로 암약한 한 사립탐정은 '불륜 원스톱 서비스'로 유명했다. 그는 남편이나 아내의 외도 증거를 잡아달라는 청탁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며 수익을 올렸다.

업무 특성상 미행을 하게 된 경우가 많았는데 배우자의 차종을 물어본 뒤 대형차는 500만원, 중형차는 300만원 하는 식으로 가격을 붙였다고 했다.

사립탐정 공인 초읽기…이르면 내년 통과
"아직 멀었다?" 흥신소 직원들이 물 흐려

또 불륜 포착 과정에는 위치추적기를 필두로 키홀더형 카메라, 볼펜형 녹음기 등이 동원됐다. 당사자 몰래 채증을 했음은 물론이다.

한 유명 연예인은 흥신소(심부름센터) 직원을 붙여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도 했다. 해당 흥신소는 아내의 과거 행적과 관련한 뒷조사도 병행했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한 중견기업 오너는 아내로부터 집안내력 등과 관련한 뒷조사를 당했다고 한다. 대학교 학적부를 들추고 고등학교 졸업 앨범을 뒤지는 식이다.

제법 이름 있는 흥신소의 경우는 자신들의 정보원을 가동해 특정인물의 개인정보 조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기자가 공식적으로 접촉한 한 흥신소 직원은 부산으로 출장 중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누구로부터 의뢰를 받았으며 어떤 사건을 수임했는지 밝히기를 꺼려했다.

만나기 어려우면 전화라도 하자고 했다. 그러자 이 직원은 "전화는 아니다"라며 "예의는 갖다 버렸냐"고 훈계했다. 앞뒤 안 가리고 여기저기 다 물어보는 것이 특기인 이 조사관은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전국 곳곳을 헤집고 있다.

또 다른 흥신소 직원은 대전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소위 말해 경찰과 끈이 닿는 능력자다.

자칭 조폭 출신 자산가 등과도 친하다. 잠시 흥신소 업계를 떠났던 그는 얼마 전 현업에 복귀했다. 그와 의뢰인으로 만나 호형호제하게 된 한 사업가는 "해결사라기보다는 브로커에 가까웠다"며 "경찰을 소개시켜주고 이득을 챙겼는데 나중에 내가 직접 경찰을 뚫으니 만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업가처럼 누구나 경찰과 끈이 닿을 수는 없는 일. 때로는 "공권력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범죄자가 '사립탐정'을 찾기도 한다.

해결사 자처
"도장 찍으시오"

탐정 B씨는 지방에 있는 한 교도소를 찾았다. 강간치상죄로 수감 중인 고영진(가명)을 면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고영진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한 직원과 만난 뒤 사건을 수임하기로 하고 면회 절차를 밟았다.

면회실 유리벽 틈으로 고영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사 관계자와 미리 입을 맞춘 B씨는 "재판에 필요한 단서를 찾고 사건을 해결해 주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B씨는 "(당신의 무죄를 입증할) 유리한 증인을 찾아 녹음해 증거로 제출하겠다"며 "경비는 나중에 받을 테니 계약서에 도장부터 찍어 달라"고 했다.

B씨의 행동은 변호사가 아니면서도 송사에 관여해 법률사무를 취급한 범죄행위였다. 그는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동행한 직원으로부터 계약비 명목으로 30만원을 받았다. 이어 그는 녹취록 작성비, 교통비, 식비 등의 실비 명목으로 모두 1300만원을 받았다.

앞서 B씨는 "내가 몇몇 사건의 목격자나 증인을 찾아 판결을 뒤집었다"며 "검사의 잘못을 밝히는 능력이 있으니 조사과정의 잘못을 짚어 (의뢰인의) 무죄를 받아주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믿은 고영진은 500만원씩 두 차례에 나눠 B씨가 지목한 녹취전문 흥신소로 현금을 송금했다. 그러나 1000만원을 입금 받은 흥신소는 B씨의 가족이 운영하는 흥신소였다.

연예인에 회장님·사모님도 '기웃기웃'
"뒷조사 해달라" 심부름센터에 사건 의뢰

더구나 B씨의 일처리는 미덥지 못했는데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의 대화를 무차별 녹음하는가 하면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녹취록을 작성하는 등 의뢰인의 기대를 저버렸다. 결과적으로 B씨는 의뢰인에 의해 본인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굴욕을 맛봤다.

그나마 B씨는 셜록홈즈처럼 사건을 조사하는 흉내라도 냈지만 남의 사생활을 캐던 A씨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유승준을 쫓던 A씨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A씨는 유승준 미행을 위해 운전업무 종사자를 한 명을 섭외했다. 그는 A씨의 지시를 받아 유승준의 차량이 출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건물과 연결된 지하주차장으로 유승준의 차량이 들어갔고, A씨의 차량이 뒤를 따랐다.

그런데 백미러로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유승준이었다. 유승준은 주차를 중단하고 A씨의 차량에 따라 붙었다. 당시 유승준은 뒤편의 차가 자신을 따라오는 이유를 물어보려 했다. 미행이 발각된 것이다.

긴급 상황에 운전자는 당황했다. 유승준은 차문을 열고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운전자는 가속 페달을 밟아 현장을 벗어나려 했다. A씨의 차량이 급발진하자 유승준은 이를 피하다가 주차장 벽기둥에 부딪혔다. 이 사고로 유승준은 허리 부상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주차장을 빠져 나가던 A씨의 차량은 당시 정차 중이던 또 다른 차량을 들이박았다. 해당 차량의 운전자도 부상을 당했다. 이 장면은 주차장 CCTV 및 피해자 차량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그러나 운전자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했다. A씨 일당은 모조리 경찰에 붙잡혔다.

범죄자도 의뢰
유명인도 의뢰

조사 결과 A씨에게 미행을 사주한 의뢰인은 한 법인기업의 회장이었다. 그는 기업 대표이사로 있는 자신의 아들과 유승준의 딸이 교제한다는 사실을 알고 유승준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회장님은 셜록홈즈를 고용해야 했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본인 역시 '범털' 신세를 면치 못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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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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