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경찰도 모르는’ 별의별 변태업소 대해부

분명 학원 간판인데…들어가면 ‘여자 장사’

[일요시사=사회팀] 최용환 기자 = 성매매특별법이 무색할 정도로 전국의 집장촌은 여전히 성행 중이다. 불법 성매매 업소들은 경찰의 수사망을 교묘히 피하면서 사회 곳곳에 기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엉뚱한 간판을 내걸면서 생존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경찰도 물음표를 던지는 변태업소들을 파헤쳐봤다.


홍등가의 리즈시절은 갔지만 그 불빛은 여전히 남아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 실효성이 미미해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성매매는 지금도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낯선 ‘섹스아이템’으로 경찰의 단속을 교묘히 피하며 남성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신종 ‘변태업소’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성매매 시장의 판도가 서서히 바뀌는 모양새다. 다양한 변태업소의 등장은 홍등가의 새로운 트랜드를 보여준다. 

[발칙한 상상]
[  오피방   ]
 
오피스텔을 성매매 장소로 사용하는 신종 변태업소, 일명 ‘오피방’은 강남 선릉역, 강남역, 논현역 일대가 핫스팟으로 알려졌다. 유난히 강남 지역에 성매매 전단지가 많은 이유다. 강남 지역에는 오피스텔이 밀집해 있어서 오피방이 넘쳐난다.
 
오피방들은 단기간 오피스텔을 임대해 성매매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오피방은 룸살롱처럼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인터넷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오프라인 성매매 전단지로 손님을 끌고 있다.
 

오피방 주 고객은 강남지역 직장인들로 알려진다. 물론 호기심에 오피방을 찾는 대학생 등 일반 청년들도 있지만, 회식이 잦은 인근 직장인들이 주 타깃이다. 술에 취한 남성들이 길거리에 떨어진 야한 사진과 자극적인 문구를 보고 성적인 유혹을 느끼고 찾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요즘엔 인터넷으로 마음에 드는 여성을 미리 선택하고 찾는 경우가 대세라고 한다.
 
오피방의 기본가격은 13만원부터고 외모와 시간에 따라 추가 금액이 발생한다. 오피방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한다면 자연스러운 성관계다. 즉 여자친구를 자신의 집에 데려와 성관계를 하는 콘셉트. 게다가 오피방 여성들은 대부분 젊고 대학생이 많다고 알려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오피방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가격경쟁과 함께 서비스경쟁이 시작됐다.
 
넘쳐나는 수요에 오피방은 머리를 썼다. 바로 성관계를 빨리 마무리하는 교육이다. 오피녀들은 평소 포르노를 보면서 고객들을 단시간에 흥분시키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남성들은 시각적인 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T팬티를 입는 경우가 많다. 스타킹도 일반 스타킹이 아닌 다양한 문양이 들어있는 자극적인 스타킹을 선호한다.
 
오피녀들은 체력적으로 많은 소비를 하지 않기 위해 ‘빨리빨리’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그래서 테크닉 터득에 집중하는데, 남성들은 이러한 ‘교육된 여성’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오피녀들의 직업적 열정이 오히려 성매매를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할 수 있다. 

[20분이면 OK!]
[   샤워방   ]
 
샤워와 동시에 성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샤워방은 단순히 남성을 씻겨주는 차원을 넘어서 남성의 주요 부위와 성감대를 자극하게 되고 이를 통해서 남성의 흥분지수를 극도로 높인다. 업소 자체가 아주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저 그런 유사 성행위 업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신속성과 샤워 때문에 샤워방을 찾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고 전해진다. 특히 점심시간에도 샤워를 할 수 있다는 편리성 때문에 인기라고 한다. 그래서 일부 직장인들은 점심을 최대한 간단하게 먹고 샤워방에 출입한다고 알려진다.
 

사실 샤워방 서비스는 비교적 간단하다. 업소에는 좁은 방에 조그만 침대와 샤워시설이 있을 뿐. 말이 샤워방이기는 하나 다른 유사 성행위와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샤워방은 5만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20분 동안 시원하게 샤워를 받으며 유사 성행위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깔끔한 마무리’가 특징인 것이다. 물론 다른 유사 성행위 업소도 젖은 물수건으로 정성스레 뒤처리를 해주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샤워와 비교할 순 없다. 그런 점에서 샤워방은 ‘샤워’란 서비스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간단하고 깔끔하기 때문에 바쁜 생활에 익숙한 도시인들에게 샤워방은 단비 같은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샤워방 경험자들에 따르면 샤워방은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가씨들의 외모 수준이 뛰어나다. 가격대비 최고라는 것.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들도 금방 끝나고 깔끔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서로 ‘윈윈’하는 쿨한 변태업소인 것이다. 
 
샤워방은 수사망에서도 안전하다. 일단 성매매 현장을 잡기 위해서는 콘돔이 매우 유력한 증거인데, 샤워방의 겨우에는 유사 성행위 업소이기 때문에 콘돔을 사용할 일이 없다. 그런 점에서 현장급습이 유일한 방법인데, 이 타이밍을 맞추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한계가 지적되는 가운데, 지금도 샤워방은 활개를 치고 있다.
 
시간·장소 구애받지 않는 ‘맞춤 서비스’ 제공
간단 스킨십부터 깊은 관계까지 ‘원하는대로’

[상상력 자극]
[  야설방   ]
 
‘저희 업소는 성매매 및 유사 성행위 등 위법행위를 알선하거나 제공하지 않습니다’ 음담패설로 성적 자극을 일으키는 야설방의 업소홍보글이다. 야설방의 가장 큰 특징은 ‘자플’이다. 자플이란 여성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마무리’하는 행위를 뜻한다.
 
즉 야설방은 키스와 탈의 없는 스킨십은 가능하나 여성이 남성의 은밀한 부위를 애무해주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요즘 유행하는 키스방과 비슷한 콘셉트다. 그런데 왜 이 업소는 야설방이라 불리는 걸까. 그것은 바로 색다른 서비스 때문이다. 
 
야설방은 업소 여성과 손님 간 음란한 대화로 흥분을 이끌어낸다. 업소 여성이 자신의 첫경험 등 야한 농담을 나누며 음탕한 포즈로 손님의 자플을 유도하는 것. 야설방 경험자들은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이도 충분히 흥분한다고 한다. 충격적인 것은 여성의 자플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야설방의 출현은 경찰 단속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기존 키스방의 과다경쟁을 피해 약간의 시스템 변경으로 남성을 유혹하고 있는 대표적인 신종업소라 할 수 있다. 과거 ‘폰섹’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음담패설을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섹스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남성들이 호기심에 찾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야설방 여성들은 시각적 자극과 야설만 제공하기 때문에 몸이 상할 일이 없어 이 일에 만족한다고 전해진다.
 


[단속 사각지대]
[   귀청소방  ]
 
비교적 최근 생긴 ‘귀청소방’은 여성이 남성의 귀를 청소해준다는 콘셉트로 빠르게 확산되는 유사 성행위 업소 중 하나다. 귀청소방은 젊고 예쁜 20대 여성이 남성들의 귀지를 빼주고 귀를 마사지해주는 등의 서비스로 남심을 유혹한다. 초기에는 ‘여대생 귀지 청소살롱’이었지만 최근에는 ‘귀청소방’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업주들은 귀를 청소해주는 건전한 서비스만을 지향한다고 말하지만 밀폐된 공간에서의 귀청소가 건전할 리 만무하다. 
 
사실 귀청소방은 일명 ‘미미카키텐’으로 일본에서 큰 유행을 했던 업종이다. 귀청소방 여성들은 남성 손님을 자신의 무릎에 눕게 한 뒤 정성스럽게 귀지를 청소해주고 귀를 안마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에서는 주로 ‘오타쿠’로 불리던 남성들이 주 고객이었다.
 
오타쿠들은 정상적인 성관계가 쉽지 않고 실제 여성보다는 게임 속에 등장하는 미소녀들에게 푹 빠져 있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여성에 대한 동경이 생겼고 이를 상업적으로 수용한 것이 ‘미미카키텐’인 것이다.
 
특히 오타쿠들은 여성의 무릎에 누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비교적 순진한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미미카키텐 여성들은 육체적인 피로가 없었다. 그러나 미미카키텐에서 근무하던 여성이 한 남성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결국 그녀의 언니가 살해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이 사건이 일본 전역에 퍼지면서 귀청소방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국에 상륙한 귀청소방은 대전, 충주 가맹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업을 이어갔다. 그런데 일본의 미미카키텐과 한국의 귀청소방은 조금 달랐다. 일본남성들의 경우 정해진 규칙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미미카키텐이 변태화되지 않았지만 한 번 하면 끝장을 내야 하는 한국인의 특질은 미미카키텐의 성격을 바꿔놨다. 한국의 귀청소방은 단순히 귀청소만 받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귀청소 서비스를 받으면서 여성의 가슴, 엉덩이 등 신체부위를 만지는 일이 다반사다. 이 서비스는 보통 30분에 3만5000원에서 4만원 선. 추가적인 스킨십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달래기엔 저렴한 가격이라고 인식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귀청소방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는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의료계는 성매매가 이뤄지지 않아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보건복지부는 단속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잠만 잔다?]
[ 소이네야 ]
 
‘미녀 도우미 옆에서 잠만 자는 숙면 서비스’, 일본의 신종 수면방 ‘소이네야’는 일본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화제가 됐다. 소이네야는 성관계를 갖지 않고 젊은 여성과 잠만 자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이네야 관계자들은 매춘이 아닌 외로움을 달래는 서비스라고 말한다. 소이네야에서는 칸막이와 커튼으로 나뉜 어두운 큐브형 방안에서 한 시간 동안 여성과 누워 있는 데 1만엔의 요금을 받는다.
 
소이네야 여성들의 나이는 17∼25세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숙면 비용은 시간에 따라 높아진다. 20분 잠을 자면 3000엔(4만3000원), 1시간 동안 잠을 자면 6000엔(8만6000원), 깊은 잠 5시간은 2만5000엔(35만원)을 내야 한다. 이외에도 가벼운 신체접촉은 3분에 1000엔(1만4000원) 정도다. 이 가벼운 신체접촉이란 머리 쓰다듬기, 등 두들겨주기, 팔베개 등이 있으며 1분 동안의 짧은 서비스로는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기’가 있다.
 
소이네야 여성들은 고객과 잠자리에 들 때 파자마나 특수 의상을 입는다. 의상의 종류는 교복이나 항해사부터 일본의 유명 만화 영화인 세일러문 복장까지 다양하다. 고객은 추가요금을 내면 여성의 옷을 다른 의상으로 바꿔 입게 할 수도 있다. 여기서 돈을 더 내면 무릎베개, 팔베개 등 다양한 자세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황당한 옵션이 있는데 다름 아닌 여성에게 뺨 맞기다. 이 업소의 경우 나이제한이 있다. 고등학생부터 30대 남성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사실 한국인에게 소이네야 서비스는 낯설 수밖에 없다. 소이네야는 아직 한국에 상륙하지는 않았지만 머지않아 간판을 드러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후죽순’ 자고나면 신종업 등장 
유사 변종업소 세분·다양화 추세

[ 음침한 서비스]
[물다방·입사방]
 
한동안 사양길을 걷던 다방이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티켓다방이라는 이름으로 출장 성매매를 해왔던 다방이 이제는 유사 성행위 업소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물다방 혹은 입싸방으로 불리는 음침한 다방들은 현재 남성들 사이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변태다방은 남성이 입장하면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내놓고 여성 종업원과 대화를 나누도록 한다.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본격 행위가 이뤄진다. 단순히 손으로 자위를 해주는 ‘대딸방’과 달리 입까지 동원해 황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입사’가 가능하다고 알려지면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해진다. 
 
변태다방 여성들의 나이는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인데 단시간에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많이 몰린다고 한다. 이러한 여성들을 찾는 ‘다방 마니아’들은 저렴한 가격에 자극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장점에 매료돼 자발적 홍보를 이어갔다.
 
그런데 변태다방은 단속에 당당하다. 성매매범 검거의 기본은 증거와 현장 급습인데, 변태다방의 경우 유사 성행위라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옷을 벗지 않고 모든 ‘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처벌이 애매하다.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남자는 간단히 옷을 올리고 지퍼를 채우면 끝이다. 문제는 경찰이 사실을 인지한다고 해도 남녀가 발뺌하면 그만이다. 변태다방은 향후 성행위 업소 중 최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진다. 

[가슴으로 해결]
[  ○치기방   ]
 
경기도 성남 일대에 퍼진 것으로 알려진 ○치기방은 변태남성들의 로망 중 하나인 ‘○치기’를 특화시킨 유사 성행위 업소다. 속된 말로 ‘탱크’라 불리는 ○치기를 원하는 변태적인 남성들이 ○치기방 골목을 기웃거린다. ○치기방이 탄생하게 된 원인은 유사 성행위 업소 간 과열 경쟁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타 업소보다 조금이라도 더 차별성을 둬야 안정적으로 손님을 확보할 수 있기에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한 것이다.
 
○치기방은 다른 업소들과 오로지 가슴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딸방’과 비슷한 성격이지만 여성의 손이 아닌 가슴으로 자극을 주는 것이다. 이를 ‘파이즈리(가슴 사이로 성기를 끼우고 문지르는 자극 행위)’라 한다. 남성들이 파이즈리에 대한 로망이 있는 건 아무 여성과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슴 사이즈가 최소 C컵은 돼야 파이즈리가 가능하다고 알려진다. 그렇기 때문에 ○치기방은 거유천국이라고도 불린다.
 
○치기방에서 이뤄지는 파이즈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일단 여성이 누우면 남성은 여성의 배 위에 살짝 올라탄 뒤 풍만한 가슴 사이에 푹 파인 가슴골에 성기를 끼운다. 마찰을 방지하기 위한 러브젤은 필수. 그리고 여성은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모아준다.
 
성기가 끼워졌다는 느낌이 들면 서서히 펌프질을 시작하며 차츰 속도를 높여간다. 이때 여성의 가슴이 자연스럽게 흔들리게 되는데 시각적인 자극이 매우 높다고 전해진다. 즉 ○치기방은 시각적 자극을 극대화한 유사 성행위 업소다. 현재 ○치기방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cyh@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레슬링 기술’ 걸어주는 변태업소
 
지난달 일본의 한 매체는 엽기적인 유사 성행위 업소의 실태를 고발했다. 일본에는 독특한 변태 업소가 많은데, 이번에 적발된 업소는 다소 엽기적이었다. 단속에 걸린 이 업소는 ‘프로레슬링 기술’을 걸어주는 곳으로 확인됐다. 이곳에서는 18세 미만의 어린 여학생들이 남성들에게 암바, 길로틴쵸크 등 ‘미소녀 레슬링 기술’ 서비스를 제공해 5초에 2000엔(3만원)을 받아왔다. 주 고객은 변태적인 성향을 가진 오타쿠로 알려진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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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