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경찰도 모르는’ 별의별 변태업소 대해부

분명 학원 간판인데…들어가면 ‘여자 장사’

[일요시사=사회팀] 최용환 기자 = 성매매특별법이 무색할 정도로 전국의 집장촌은 여전히 성행 중이다. 불법 성매매 업소들은 경찰의 수사망을 교묘히 피하면서 사회 곳곳에 기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엉뚱한 간판을 내걸면서 생존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경찰도 물음표를 던지는 변태업소들을 파헤쳐봤다.


홍등가의 리즈시절은 갔지만 그 불빛은 여전히 남아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 실효성이 미미해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성매매는 지금도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낯선 ‘섹스아이템’으로 경찰의 단속을 교묘히 피하며 남성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신종 ‘변태업소’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성매매 시장의 판도가 서서히 바뀌는 모양새다. 다양한 변태업소의 등장은 홍등가의 새로운 트랜드를 보여준다. 

[발칙한 상상]
[  오피방   ]
 
오피스텔을 성매매 장소로 사용하는 신종 변태업소, 일명 ‘오피방’은 강남 선릉역, 강남역, 논현역 일대가 핫스팟으로 알려졌다. 유난히 강남 지역에 성매매 전단지가 많은 이유다. 강남 지역에는 오피스텔이 밀집해 있어서 오피방이 넘쳐난다.
 
오피방들은 단기간 오피스텔을 임대해 성매매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오피방은 룸살롱처럼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인터넷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오프라인 성매매 전단지로 손님을 끌고 있다.
 

오피방 주 고객은 강남지역 직장인들로 알려진다. 물론 호기심에 오피방을 찾는 대학생 등 일반 청년들도 있지만, 회식이 잦은 인근 직장인들이 주 타깃이다. 술에 취한 남성들이 길거리에 떨어진 야한 사진과 자극적인 문구를 보고 성적인 유혹을 느끼고 찾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요즘엔 인터넷으로 마음에 드는 여성을 미리 선택하고 찾는 경우가 대세라고 한다.
 
오피방의 기본가격은 13만원부터고 외모와 시간에 따라 추가 금액이 발생한다. 오피방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한다면 자연스러운 성관계다. 즉 여자친구를 자신의 집에 데려와 성관계를 하는 콘셉트. 게다가 오피방 여성들은 대부분 젊고 대학생이 많다고 알려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오피방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가격경쟁과 함께 서비스경쟁이 시작됐다.
 
넘쳐나는 수요에 오피방은 머리를 썼다. 바로 성관계를 빨리 마무리하는 교육이다. 오피녀들은 평소 포르노를 보면서 고객들을 단시간에 흥분시키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남성들은 시각적인 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T팬티를 입는 경우가 많다. 스타킹도 일반 스타킹이 아닌 다양한 문양이 들어있는 자극적인 스타킹을 선호한다.
 
오피녀들은 체력적으로 많은 소비를 하지 않기 위해 ‘빨리빨리’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그래서 테크닉 터득에 집중하는데, 남성들은 이러한 ‘교육된 여성’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오피녀들의 직업적 열정이 오히려 성매매를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할 수 있다. 

[20분이면 OK!]
[   샤워방   ]
 
샤워와 동시에 성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샤워방은 단순히 남성을 씻겨주는 차원을 넘어서 남성의 주요 부위와 성감대를 자극하게 되고 이를 통해서 남성의 흥분지수를 극도로 높인다. 업소 자체가 아주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저 그런 유사 성행위 업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신속성과 샤워 때문에 샤워방을 찾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고 전해진다. 특히 점심시간에도 샤워를 할 수 있다는 편리성 때문에 인기라고 한다. 그래서 일부 직장인들은 점심을 최대한 간단하게 먹고 샤워방에 출입한다고 알려진다.
 

사실 샤워방 서비스는 비교적 간단하다. 업소에는 좁은 방에 조그만 침대와 샤워시설이 있을 뿐. 말이 샤워방이기는 하나 다른 유사 성행위와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샤워방은 5만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20분 동안 시원하게 샤워를 받으며 유사 성행위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깔끔한 마무리’가 특징인 것이다. 물론 다른 유사 성행위 업소도 젖은 물수건으로 정성스레 뒤처리를 해주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샤워와 비교할 순 없다. 그런 점에서 샤워방은 ‘샤워’란 서비스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간단하고 깔끔하기 때문에 바쁜 생활에 익숙한 도시인들에게 샤워방은 단비 같은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샤워방 경험자들에 따르면 샤워방은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가씨들의 외모 수준이 뛰어나다. 가격대비 최고라는 것.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들도 금방 끝나고 깔끔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서로 ‘윈윈’하는 쿨한 변태업소인 것이다. 
 
샤워방은 수사망에서도 안전하다. 일단 성매매 현장을 잡기 위해서는 콘돔이 매우 유력한 증거인데, 샤워방의 겨우에는 유사 성행위 업소이기 때문에 콘돔을 사용할 일이 없다. 그런 점에서 현장급습이 유일한 방법인데, 이 타이밍을 맞추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한계가 지적되는 가운데, 지금도 샤워방은 활개를 치고 있다.
 
시간·장소 구애받지 않는 ‘맞춤 서비스’ 제공
간단 스킨십부터 깊은 관계까지 ‘원하는대로’

[상상력 자극]
[  야설방   ]
 
‘저희 업소는 성매매 및 유사 성행위 등 위법행위를 알선하거나 제공하지 않습니다’ 음담패설로 성적 자극을 일으키는 야설방의 업소홍보글이다. 야설방의 가장 큰 특징은 ‘자플’이다. 자플이란 여성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마무리’하는 행위를 뜻한다.
 
즉 야설방은 키스와 탈의 없는 스킨십은 가능하나 여성이 남성의 은밀한 부위를 애무해주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요즘 유행하는 키스방과 비슷한 콘셉트다. 그런데 왜 이 업소는 야설방이라 불리는 걸까. 그것은 바로 색다른 서비스 때문이다. 
 
야설방은 업소 여성과 손님 간 음란한 대화로 흥분을 이끌어낸다. 업소 여성이 자신의 첫경험 등 야한 농담을 나누며 음탕한 포즈로 손님의 자플을 유도하는 것. 야설방 경험자들은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이도 충분히 흥분한다고 한다. 충격적인 것은 여성의 자플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야설방의 출현은 경찰 단속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기존 키스방의 과다경쟁을 피해 약간의 시스템 변경으로 남성을 유혹하고 있는 대표적인 신종업소라 할 수 있다. 과거 ‘폰섹’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음담패설을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섹스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남성들이 호기심에 찾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야설방 여성들은 시각적 자극과 야설만 제공하기 때문에 몸이 상할 일이 없어 이 일에 만족한다고 전해진다.
 


[단속 사각지대]
[   귀청소방  ]
 
비교적 최근 생긴 ‘귀청소방’은 여성이 남성의 귀를 청소해준다는 콘셉트로 빠르게 확산되는 유사 성행위 업소 중 하나다. 귀청소방은 젊고 예쁜 20대 여성이 남성들의 귀지를 빼주고 귀를 마사지해주는 등의 서비스로 남심을 유혹한다. 초기에는 ‘여대생 귀지 청소살롱’이었지만 최근에는 ‘귀청소방’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업주들은 귀를 청소해주는 건전한 서비스만을 지향한다고 말하지만 밀폐된 공간에서의 귀청소가 건전할 리 만무하다. 
 
사실 귀청소방은 일명 ‘미미카키텐’으로 일본에서 큰 유행을 했던 업종이다. 귀청소방 여성들은 남성 손님을 자신의 무릎에 눕게 한 뒤 정성스럽게 귀지를 청소해주고 귀를 안마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에서는 주로 ‘오타쿠’로 불리던 남성들이 주 고객이었다.
 
오타쿠들은 정상적인 성관계가 쉽지 않고 실제 여성보다는 게임 속에 등장하는 미소녀들에게 푹 빠져 있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여성에 대한 동경이 생겼고 이를 상업적으로 수용한 것이 ‘미미카키텐’인 것이다.
 
특히 오타쿠들은 여성의 무릎에 누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비교적 순진한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미미카키텐 여성들은 육체적인 피로가 없었다. 그러나 미미카키텐에서 근무하던 여성이 한 남성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결국 그녀의 언니가 살해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이 사건이 일본 전역에 퍼지면서 귀청소방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국에 상륙한 귀청소방은 대전, 충주 가맹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업을 이어갔다. 그런데 일본의 미미카키텐과 한국의 귀청소방은 조금 달랐다. 일본남성들의 경우 정해진 규칙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미미카키텐이 변태화되지 않았지만 한 번 하면 끝장을 내야 하는 한국인의 특질은 미미카키텐의 성격을 바꿔놨다. 한국의 귀청소방은 단순히 귀청소만 받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귀청소 서비스를 받으면서 여성의 가슴, 엉덩이 등 신체부위를 만지는 일이 다반사다. 이 서비스는 보통 30분에 3만5000원에서 4만원 선. 추가적인 스킨십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달래기엔 저렴한 가격이라고 인식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귀청소방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는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의료계는 성매매가 이뤄지지 않아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보건복지부는 단속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잠만 잔다?]
[ 소이네야 ]
 
‘미녀 도우미 옆에서 잠만 자는 숙면 서비스’, 일본의 신종 수면방 ‘소이네야’는 일본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화제가 됐다. 소이네야는 성관계를 갖지 않고 젊은 여성과 잠만 자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이네야 관계자들은 매춘이 아닌 외로움을 달래는 서비스라고 말한다. 소이네야에서는 칸막이와 커튼으로 나뉜 어두운 큐브형 방안에서 한 시간 동안 여성과 누워 있는 데 1만엔의 요금을 받는다.
 
소이네야 여성들의 나이는 17∼25세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숙면 비용은 시간에 따라 높아진다. 20분 잠을 자면 3000엔(4만3000원), 1시간 동안 잠을 자면 6000엔(8만6000원), 깊은 잠 5시간은 2만5000엔(35만원)을 내야 한다. 이외에도 가벼운 신체접촉은 3분에 1000엔(1만4000원) 정도다. 이 가벼운 신체접촉이란 머리 쓰다듬기, 등 두들겨주기, 팔베개 등이 있으며 1분 동안의 짧은 서비스로는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기’가 있다.
 
소이네야 여성들은 고객과 잠자리에 들 때 파자마나 특수 의상을 입는다. 의상의 종류는 교복이나 항해사부터 일본의 유명 만화 영화인 세일러문 복장까지 다양하다. 고객은 추가요금을 내면 여성의 옷을 다른 의상으로 바꿔 입게 할 수도 있다. 여기서 돈을 더 내면 무릎베개, 팔베개 등 다양한 자세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황당한 옵션이 있는데 다름 아닌 여성에게 뺨 맞기다. 이 업소의 경우 나이제한이 있다. 고등학생부터 30대 남성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사실 한국인에게 소이네야 서비스는 낯설 수밖에 없다. 소이네야는 아직 한국에 상륙하지는 않았지만 머지않아 간판을 드러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후죽순’ 자고나면 신종업 등장 
유사 변종업소 세분·다양화 추세

[ 음침한 서비스]
[물다방·입사방]
 
한동안 사양길을 걷던 다방이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티켓다방이라는 이름으로 출장 성매매를 해왔던 다방이 이제는 유사 성행위 업소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물다방 혹은 입싸방으로 불리는 음침한 다방들은 현재 남성들 사이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변태다방은 남성이 입장하면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내놓고 여성 종업원과 대화를 나누도록 한다.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본격 행위가 이뤄진다. 단순히 손으로 자위를 해주는 ‘대딸방’과 달리 입까지 동원해 황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입사’가 가능하다고 알려지면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해진다. 
 
변태다방 여성들의 나이는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인데 단시간에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많이 몰린다고 한다. 이러한 여성들을 찾는 ‘다방 마니아’들은 저렴한 가격에 자극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장점에 매료돼 자발적 홍보를 이어갔다.
 
그런데 변태다방은 단속에 당당하다. 성매매범 검거의 기본은 증거와 현장 급습인데, 변태다방의 경우 유사 성행위라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옷을 벗지 않고 모든 ‘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처벌이 애매하다.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남자는 간단히 옷을 올리고 지퍼를 채우면 끝이다. 문제는 경찰이 사실을 인지한다고 해도 남녀가 발뺌하면 그만이다. 변태다방은 향후 성행위 업소 중 최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진다. 

[가슴으로 해결]
[  ○치기방   ]
 
경기도 성남 일대에 퍼진 것으로 알려진 ○치기방은 변태남성들의 로망 중 하나인 ‘○치기’를 특화시킨 유사 성행위 업소다. 속된 말로 ‘탱크’라 불리는 ○치기를 원하는 변태적인 남성들이 ○치기방 골목을 기웃거린다. ○치기방이 탄생하게 된 원인은 유사 성행위 업소 간 과열 경쟁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타 업소보다 조금이라도 더 차별성을 둬야 안정적으로 손님을 확보할 수 있기에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한 것이다.
 
○치기방은 다른 업소들과 오로지 가슴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딸방’과 비슷한 성격이지만 여성의 손이 아닌 가슴으로 자극을 주는 것이다. 이를 ‘파이즈리(가슴 사이로 성기를 끼우고 문지르는 자극 행위)’라 한다. 남성들이 파이즈리에 대한 로망이 있는 건 아무 여성과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슴 사이즈가 최소 C컵은 돼야 파이즈리가 가능하다고 알려진다. 그렇기 때문에 ○치기방은 거유천국이라고도 불린다.
 
○치기방에서 이뤄지는 파이즈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일단 여성이 누우면 남성은 여성의 배 위에 살짝 올라탄 뒤 풍만한 가슴 사이에 푹 파인 가슴골에 성기를 끼운다. 마찰을 방지하기 위한 러브젤은 필수. 그리고 여성은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모아준다.
 
성기가 끼워졌다는 느낌이 들면 서서히 펌프질을 시작하며 차츰 속도를 높여간다. 이때 여성의 가슴이 자연스럽게 흔들리게 되는데 시각적인 자극이 매우 높다고 전해진다. 즉 ○치기방은 시각적 자극을 극대화한 유사 성행위 업소다. 현재 ○치기방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cyh@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레슬링 기술’ 걸어주는 변태업소
 
지난달 일본의 한 매체는 엽기적인 유사 성행위 업소의 실태를 고발했다. 일본에는 독특한 변태 업소가 많은데, 이번에 적발된 업소는 다소 엽기적이었다. 단속에 걸린 이 업소는 ‘프로레슬링 기술’을 걸어주는 곳으로 확인됐다. 이곳에서는 18세 미만의 어린 여학생들이 남성들에게 암바, 길로틴쵸크 등 ‘미소녀 레슬링 기술’ 서비스를 제공해 5초에 2000엔(3만원)을 받아왔다. 주 고객은 변태적인 성향을 가진 오타쿠로 알려진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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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