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수상한 전략공천' 막전막후

'통곡의 땅' 안산은 지금 전략공천으로 '쑥대밭'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이게 새정치입니까?"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전략공천 파문을 취재하기 위해 경기도 안산을 방문한 취재기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갑작스런 전략공천 결정으로 지역은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가뜩이나 세월호 침몰 사고로 비통에 빠진 안산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새정치연합의 수상한 전략공천 막전막후를 들여다봤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광주-안산' 전략공천 파문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지난 2일과 3일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광주광역시장 후보에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 안산시장 후보에 제종길 전 국회의원을 잇달아 전략공천했다.

거세진 반발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연휴가 시작되는 날 전략공천을 발표하는 '꼼수'를 부렸지만 당 지도부의 바람과는 달리 후폭풍은 거셌다. 전략공천 사실이 발표되자 경쟁후보들은 격렬히 항의했다. 일부 후보자의 지지자들은 서울로 상경해 당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특히 야권의 안방 격인 광주시장 후보와 세월호 참사 피해지역인 안산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했다는 점에서 당 안팎의 반발은 더욱 거셌다.

안산이 지역구인 새정치연합 김영환 의원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참석한 의원총회에서 안산시장 전략공천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고, 정청래 의원은 당대표 퇴진운동까지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일부 의원들은 "잘했어!"라며 맞장구를 쳤다.

또 경쟁후보들과 그들을 따르던 당원들까지 집단 탈당하는 등 후폭풍이 더욱 거세지자 당 지도부는 결국 지난 4일 광주시장과 안산시장을 마지막으로 전략공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각 시·도당에는 경선 실시 방침을 내려 보냈다. 고육지책이었다. 이 때문에 기초단체장 7곳에서 검토되던 여성 전략공천도 전면 백지화됐다. 새정치가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를 결정하며 대신 내세웠던 개혁공천은 없던 일이 됐다.

사실 광주의 경우는 전략공천이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현재 새정치계 인물이 단 한 명도 낙점받지 못한 상황에서 최소한 광주 한 곳 정도는 민주당계가 양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광역단체장 후보를 전부 민주당계로 선출하게 되면 새정치가 '도로 민주당' 프레임에 갇히게 될 우려 때문이었다. 전략공천이 실시되기 전 지역 국회의원들이 새정치계 윤장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안산의 경우는 전략공천에 대한 미스터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우선 제종길 후보는 안철수계도 아닐뿐더러 정치신인도 아니다. 제 후보는 17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의원 임기가 끝난 뒤엔 오랫동안 정치권을 떠나있던 인물이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제 후보를 전략공천한 이유에 대해 "중소공단이 모여 있는 안산의 특성상 국회 환경노동위원을 역임하고 지역에서 노동 관련 활동을 오래 해온 제 후보가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개혁공천'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 후보는 국회의원 시절 환경노동위원을 역임했을 뿐 노동전문가는 아니다. 당 지도부의 설명은 명분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다수 지역주민 "전략공천 잘못됐다"
세월호 참사 터진 곳에서 '위험한 도박'


중앙당에서는 또 현 김철민 안산시장의 각종 의혹들을 나열하며 개혁공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물론 김 시장이 전혀 허물이 없는 후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략공천을 실시해야 할 만큼 결정적인 허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지역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지역주민은 "공산주의나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안산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하기 전에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과도 전혀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의 경우에도 전략공천은 했지만 최소한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는 먼저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역신문인 <안산시민신문>에 따르면 안산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이번 전략공천 결정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잘못한 결정(52.7%)'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잘한 결정(20.4%)'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응답은 26.9%로 집계됐다. 



게다가 안산은 세월호 사태로 많은 학생이 사망한 단원고가 소재해 있는 도시다. 안산이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전략공천으로 잡음이 생긴다면 전체적인 선거판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당 지도부가 왜 하필 안산에서 무리한 전략공천을 실시했을까?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지역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당장 안산지역 경쟁후보들은 김-안 공동대표가 세월호 참사로 고통과 절망 속에 있는 안산시민들의 민의를 유린했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뭐가 그리 급했던 것인지, 뭐가 그리 중요했던 것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공천이라는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오는 것이 '음모론'이다. 가장 먼저 김한길 대표의 지분 챙기기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제 후보는 과거 '민생모임(2007년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의 계파 모임 중 하나)'을 함께한 문병호, 정성호, 천정배 등과 같은 인사들과 가까운 사람"이라며 "그렇게 보면 신주류니까 김한길 대표와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비이락 격인지는 모르겠지만 17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 후 그동안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던 제 후보는 김한길 대표가 민주당 대표에 오른 뒤 갑자기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역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제 후보는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후에는 사실상 은퇴수순을 밟았던 인물이다. 한국해양연구소 연구원이었는데 평소 해양생태 연구하러 다니고 강연하러 다니고 늘 그렇게 다녔다. 그런데 지난 연말부터 갑자기 안산시장 출마설이 돌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출마를 앞두고 김한길 대표와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정황이다.

김한길-안철수 당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당 일각의 음모라는 이야기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누군가 두 사람을 전략공천해도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당 지도부에 준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두 사람(김한길-안철수)의 판단 실수든지, 누군가의 함정에 걸려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흔들린 리더십

실제로 광주-안산 전략공천 이후엔 마치 짠 듯이 당내 반발이 이어졌고 예상됐던 전략공천은 전면 중단됐다. 그 결과 광역단체장 후보 중 광주 윤장현 후보를 제외하고는 새정치계 인물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계 한 인사는 "안철수의 사람심기라고 하지만 역대 당대표 중 선거에서 이정도도 사람을 심지 않은 경우가 있었나? 특히 새정치계 사람들은 조직과 인지도 면에서 민주당계 사람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데 무조건 경선하자고 하니까 공천학살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도왔던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이 끝난 후 친박계가 공천학살을 당하니까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했는데, 그야말로 나도 속고, 국민도 속고 안철수도 속은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빠져있던 '통곡의 땅' 안산에서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미스터리한 전략공천의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mi737@ilyosisa.co.kr



<미니 인터뷰> 김철민 안산시장 
"밀실공천 용납 못해, 끝까지 완주할 것"

- 이번 공천심사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나?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종길 후보는 지난 17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정계를 은퇴하셨던 분이다. 지역에서 별로 활동도 안 하시고 해양연구원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생업에만 열중해왔던 사람이다. 제가 진도에서 피해주민들과 슬픔을 같이 하며 다독거리는 사이에 그런 분을 갑자기 개혁공천이라며 내세웠다. 누가 보더라도 온당치가 않은 처사다.

- 이번 전략공천으로 세월호 사태 수습에는 영향은 없었나?
▲ 아무래도 상중에 상주를 바꾼 셈이니까 영향은 있지 않겠나? 세월호 사태 중 이런 잡음이 발생해 피해주민들을 만나 뵙기도 송구스럽다. 하지만 사고대책시스템은 이미 완벽하게 구축해놨고, 안산시 공직자들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큰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 전략공천 사실을 발표하면서 김철민 시장의 비리의혹도 거론됐는데.
▲ 공천심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 자격심사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쳤는데 저는 한 군데도 걸리지 않았다. 100% 법률적으로 하자가 없었다. 그런데 후보를 결정지으면서는 마치 제가 부정부패가 있는 것처럼 호도해서 그런 명분으로 저를 떨어트렸다. 그렇다면 최소한 의혹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데 소명기회도 주지 않았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떠도는 유언비어들을 마치 사실인양 취급하고, 그것을 빌미로 저를 탈락시킨 것이다.

- 그렇다면 김 시장께서 공천에서 탈락한 진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제가 당 수뇌부와 친하지 않고 당 수뇌부에 고개 숙이지 않고 이런 것 때문에 제가 공천에서 탈락되었다고 본다. 최소한 현직 단체장을 바꿀 때는 명분은 만들어 줘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정치하실 분들은 앞으로 매일 중앙당에 가서 실세들을 알현해야 미래가 보장되는 것 아니냐? 참담한 심정이다.

- 이런 항의에 대해 중앙당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
▲ 중앙당 관계자가 사석에서 일정부분 이번 공천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공당인 만큼 공천을 취소하면 지도부의 위상이 흔들리기 때문에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 야권 무소속 후보단일화 가능성은 열려있나? 이대로라면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할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대의를 위해 일단 양보할 생각은 없나?
▲ 단일화 방식은 아직 논의된 것이 없지만 검토는 하고 있다. 현재 제종길 후보와 저의 지지율을 비교하면 제가 더 앞서 나가고 있다. 제가 사퇴해 제 후보와 새누리당 후보가 1:1 구도가 된다고 해도 제 후보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 대의를 위해 양보하더라도 제 후보가 양보해야 한다.



안산=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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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