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동산은 여자들이 주무른다

‘여심’을 잡아라!

여성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소득이 높아지는 등 사회적 지위가 상승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지위 상승하면서 시장 주체로 우뚝
파워 소비계층으로 부상…1인 가구도 급증

여성들이 단순 소비 주체를 넘어 부동산 시장에서 파워 소비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타지로 나와 생활하는 여성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여성 임대수요가 풍부한 지역의 수익형 부동산은 틈새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구매 과정에서 여성의 한마디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택 구매 결정권이 남성보다 주로 여성에게 있기 때문이다.

전용 주차장
이벤트 진행

여성 싱글족의 주택구입율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어 ‘여심(女心)’을 모르고선 집을 팔기 어려워졌다. 사실상 주택 매매 결정권을 쥐고 있는 여성 고객들은 평면이나 인테리어의 작은 부분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분양사들은 세심한 부분까지 설계에 반영하지 않으면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심 마케팅’을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의 시선을 끄는 인테리어와 맞춤형 특화 설계로 공간 활용과 생활편의를 높이고 있다. 여성을 위한 전용 주차장과 입주 여성을 위한 첨단보안시설 등을 갖추는가 하면 견본주택을 찾는 여성 방문객들을 위해 명품 가방, 화장품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그 방법도 다양하다.
투자에서 거주로 주택에 대한 인식이 옮겨가면서 집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긴 여성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분양 상담사들을 주로 여성으로 배치하는 이유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편안하게 대화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주택 시장뿐 아니라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 주자인 상가 시장에도 구매력이 탄탄한 여심 공략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조성되는 상가들을 보면 여성 고객들의 주 소비 업종을 입점시키고 있다. 층별로 차별화된 테마를 적용하거나 이국적인 분위기의 테라스 상가 등 다양하게 여심을 자극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지방에도 여성 특수로 기대를 모으는 상가들의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원마운트 상가 = 일산에 들어선 ‘원마운트’상가는 국내 최초로 여성들을 위한 여자 놀이터를 만들었다. 화장품샵, 드럭스토어, 성형외과, 에스테틱, 네일아트 매장 등을 한자리에 모아둔 ‘뷰티 클러스터 아이디’를 3300㎡ 규모 부지에 조성했다. 그 결과 일산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가 관계자는 “상가 집객효과에 있어 여성 공략은 친구, 연인, 가족에 이르기까지 수요층 저변확대에 효과가 크다”며 “쇼핑뿐 아니라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고 이용 편의와 만족도를 높여 상가 수익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 센투몰 = 포스코건설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선보인 센트럴파크 Ⅱ 상업시설인 ‘센투몰’에는 여성 고객들의 주 소비 업종인 커피숍, 헤어샵 등이 입점해 성업 중이다. 유명 커피전문점은 물론 뷰티 살롱 라뷰티 코아도 오픈했다. 상가 일대 약 300m 구간에 ‘빛의 거리’를 조성해 여성 고객들의 감성을 사로잡고 있다. 지상 1〜3층, 3개 동, 총 200개 점포로 구성된다. 

▲와이즈 플레이스 상가 = 강남역 인근에선 신세계건설이 시공하고 AM플러스자산개발이 시행하는 ‘강남역 와이즈 플레이스’의 단지 내 상가도 있다. 이 상가는 여성 고객의 집객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하 1층 ‘CINING&ENTER ZONE’, 지상 1층 ‘LIVING ZONE’, 지상 2층 ‘BEAUTY&
DINING ZONE’등 층별로 테마를 적용했다. 지하 1층〜지상 2층으로 총 29실로 구성된다. 

▲이노시티 상가 = 현대엠코는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서 ‘상봉동 이노시티’상가를 선보인다. 왕십리역사 등에 입점해 있는 테마파크형 쇼핑몰 엔터식스가 향후 10년간 임대가 확정돼 운영 중이다. 대형마트와 최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미키키즈 테마파크가 입점했다. 이에 따라 여성고객의 집객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자동 카페거리, 신사동 가로수길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대륙별 테마 음식거리 및 한국 전통 먹자거리도 조성된다.

여성특수 공략
상가들 선보여

▲자이언츠 파크 = 이국적인 분위기로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테라스형 상가도 인기다. 부동산개발업체인 ㈜미래랜드는 부산 동래구 사직구에 지하 4층, 지상 11층에 연면적 2만3195㎡ 규모의 테라스형 상가인 ‘자이언츠 파크’를 선보인다. 모든 층에 최대 6.8m의 광폭 테라스가 설치된다. 층마다 갖춰진 테라스는 야외에서 휴식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독특한 형태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눈에 띄는 불황 극복용 테마는 여성 전문 상가다. 여성 전문직종 종사자가 늘고 사회적 지위가 커지면서 여성을 타깃으로 한 테마상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 위치한 A상가는 성형외과·피부과·비만클리닉 등과 함께 여성전용 스포츠마사지센터·찜질방·미용실이 입점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인근 아파트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고객을 겨냥한 여성전용상가로, 여성에게 필요한 의료적인 부분부터 미용적인 부분까지 모두 한곳으로 집중시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부동산 관련 세금신고면에서도 여성이 강세다. 양도소득세 신고건수 58만3000건 가운데 여성의 신고는 22만6000건(38.8%)으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성의 양도 신고건수와 점유비 증가는 재산 거래에 있어서 여성의 주도권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늘어나는 독신 여성들을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회사원 한수진씨(30)는 올해 초 보안 기능이 강화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여성전용 원룸으로 이사했다. 이 원룸은 방 침대 옆에 사설경비업체와 연결된 비상벨이 달려 있다.
1층 공용 출입문은 이중으로 설치돼 있다. 두 문 모두 각각 다른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린다. 첫 번째 문은 각 방에 설치된 인터폰으로도 열 수 있지만, 두 번째 문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한 열 수 없다. 비밀번호는 석 달에 한 번씩 바뀐다. 택배기사나 음식배달원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시킨 사람이 1층으로 내려가서 직접 받아야 한다.
폐쇄회로(CCTV)가 각 층 복도마다 설치된 것은 기본. CCTV를 포함한 보안시스템은 사설경비업체에서 관리한다. 입주자가 내는 집세와 관리비에 이 비용이 다 포함된 셈이다. 원룸 소유자는 계약할 때 ‘가족이라도 남자가 방문할 때는 미리 알리겠다’는 약속까지 받는다.
한씨는 “주변보다 월세가 5만〜10만원 비싸고, 배달음식을 시킬 때마다 일일이 내려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안전이 최고”
보안시설 강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여성 대상 강력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보안시설이 강화된 주거지를 찾는 여성도 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부근 등 여성 인구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철통보안’을 내세운 여성전용 원룸과 오피스텔이 새로 들어서는 추세다.
이 일대는 원래 여성전용 주거시설이 많았지만 기존의 ‘여성전용’만으로는 오히려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씨 집 바로 옆의 또 다른 신축 원룸 역시 철통같은 보안시스템을 갖췄다.
인근의 여성전용 도시형 생활주택은 여기에 더해 현관 옆에 무인택배 시스템을 설치했다. 택배기사는 물건을 보관함에 넣은 뒤 확인증을 발급받고 받는 사람은 지정된 비밀번호를 누르고 보관함에서 물건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의 여성전용 P오피스텔에는 경비원이 24시간 상주하면서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 사이 남성 출입을 전면 통제한다. 거주자의 가족이라도 남성이 찾아오려면 전날 미리 경비실에 알려야 한다. 이 오피스텔의 엘리베이터는 내부에 설치된 카드꽂이에 거주자용 보안카드를 꽂아야 층별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돼 있다.
최근 2년 사이 보안시설을 강화한 여성전용 원룸과 오피스텔은 20〜30% 늘었다. 새 건물에 보안 기능까지 강화하다 보니 주변 시세보다 10% 정도 비싸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성신여대 근처인 서울 성북구 동선동의 한 여성전용 원룸은 공용 출입문에 지문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불안한 여심을 다독이는 보안서비스는 대형 건설사와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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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