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위장전입 뺨치는 수상한 국회의원 실태

지역구 외면하고 강남 사랑한 의원님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외면하고 있다. 본지가 <단독>으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상당수의 의원들이 지역구에 따로 주택(전세 포함)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돈이 없어서라면 이해하겠지만 정작 강남 등지에는 수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이 과정에서 위장전입 뺨치는 꼼수까지 쓰고 있었다. 그 실태를 파헤쳤다.

비례대표를 제외한 우리나라의 모든 국회의원들은 소선거구제(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제도)를 통해 선출된다. 따라서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해당 지역의 얼굴이다. 지역의 현안을 가장 잘 알고, 지역을 대표할 수 인물이 선출되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과거부터 해당 지역과 관련 없는 인물이 낙하산 공천되는 사례는 많았지만 아무리 낙하산이라고 해도 국회의원이 되고나면 해당 지역에 터를 잡고 지역과 융화되려 노력하는 것이 최소한의 의무였고 관례였다.

그런데 현재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에 따로 주택(전세 포함)조차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신 이들은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동원해 주소지만 살짝 얹어놓고 있었다. 돈이 없어서라면 이해하겠지만 정작 강남 등지에는 수억 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거의 외지인이나 다름없는 지역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낙하산?
아예 외지인

우선 경기북부 지역 재선 의원인 새누리당 K의원의 경우는 배우자 명의로 서울 송파구에 5억원가량의 전세 아파트가 있었지만 정작 지역구에는 따로 주택이 없었다. 배우자와 자녀들도 모두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K의원은 공천 당시부터 낙하산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K의원은 지역구에 살고 있는 모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부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L의원의 경우는 서울 서초구에 7억68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정작 지역구에는 따로 주택을 마련하지 않았다. L의원은 부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재선의 새누리당 P의원도 역시 지역구에는 따로 살 집을 마련하지 않고 모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P의원 측은 오랫동안 타지에서 검사 생활을 해서 고향인 지역구에 따로 주택을 마련할 기회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강남엔 수십억 아파트, 지역구엔 주소만
표심 때문에…"어쩔 수 없는 선택" 해명


P의원은 현재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성남 지역에 아파트를 두 개나 소유하고 있다. 재선인 새누리당 K의원 역시 부모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K의원의 경우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마포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남편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고 어린 두 자녀들이 서울에서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어 서울에 우선 집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경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새누리당 K의원은 부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지만 자신의 경우 가족 모두가 부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어 다른 의원들과는 다르다고 적극 항변하기도 했다.

K의원은 배우자와 자녀가 셋이나 있는데 부친이 소유하고 있는 집은 22평 정도에 불과했다. 상식적으로 22평 주택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반면 동작구에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약 34평형이었다. 또 충남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L의원은 강남에 15억 상당의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지역구에선 본가인 큰 형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나이 60이지만
아직도 부모 집에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에서는 전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K의원이 모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K의원은 본인과 배우자가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에 각각 아파트와 아파트 전세권을 가지고 있었다. 해당 의원은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전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새민련 L의원은 큰 형님 댁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L의원은 여의도에 8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지역구에서 월세로 살고 있는 의원도 있었다. 광주가 지역구인 새민련 P의원은 수도권 지역에 12억 가량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지역구에서는 월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P의원은 강남에도 배우자와 장남의 공동명의로 9억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P의원 측은 현재 광주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임기 내내 지역구에서 출퇴근하겠다고 선언해 지역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던 새민련 P의원은 현재 누님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P의원은 경기도 광주에 배우자 명의로 1억9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모 의원의 보좌관은 "지역구를 사랑하지 않는 의원이 어디 있겠나? 서울이나 수도권 의원은 국회로 출퇴근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불가능하다. 지방 의원들은 거주해야 할 곳이 두 군데 있어야 하는데 애매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보좌관의 변명이 무색하게 서울이나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도 다른 지역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의원들도 꽤 있었다.

새누리당 재선 K의원의 경우는 서울에 지역구를 두고 있었지만 지역구에는 아무런 주택도 소유하지 않고 있었다. 해당 의원은 서울 다른 지역에는 7억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해당 의원은 바쁘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해명조차 거부했다. 또 새민련 Y의원은 서울 모 지역구 국회의원이지만 다른 구에 본인과 배우자가 각각 다세대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서울 모 지역에서 구청장을 역임하고 해당 지역에서 국회의원이 된 새누리당 S의원은 강남구 논현동에 7억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정작 지역구에서는 아파트 전세권만 설정해 놓고 있었다. 또 새민련 P의원은 서울 모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하고도 지역구에는 오피스텔 전세권만 설정해놓고 서울 모처에 7억4000만원 상당의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거의 위장전입에 버금가는 더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경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새누리당 K의원은 해당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했다. K의원은 지역구에서 자신이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모 학교 관사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관사에 대해 "관사는 지역주민 민요교실로도 사용하고 학생들 예절 교실로도 사용하고 있다. K의원님이 이 지역에 내려오시면 한 번씩 이용하시는 거지 계속 이용하시는 건 아니다. 주목적이 K의원님 숙소로 이용되는 건 아니다. 생활은 못하고 가끔씩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의 관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K의원 측은 "학교 측이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의 예절 교실로 사용하는 관사는 옛날 관사고 바로 옆에 신축 관사가 있다. 해당 관사에 K의원의 개인 침대도 있고 짐도 다 있다.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곳이 맞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구는 특히 K의원 형제가 지역구를 대물림해가며 도합 7선을 한 곳인데 K의원의 친형인 K 전 의원 역시 현역 의원 시절 해당 관사를 지역구 주소지로 이용해왔다. K의원은 현재 서초구 방배동에 5억5000만 원 상당의 연립주택 전세권을 가지고 있다.

지역 공천
외지인 손에

경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새누리당 Y의원의 경우는 동생이 소유하고 있는 본가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Y의원 측은 "사실 지역구에 가족들도 주소지를 두는 게 상례지만 주민등록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있어 의원님만 주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위장전입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또 경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재선인 새누리당 J의원의 경우는 친형이 사망한 후 형수님이 혼자 살고 있는 아파트에 방 한 칸을 얻어 월세를 내며 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형수님 혼자 사는 집에 함께 사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고 묻자 70이 넘은 형수님이라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의원은 서초구 방배동에 5억3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최근 비례대표 의원들을 대거 지역 조직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있는데 현재 임명된 비례대표 출신 조직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 6명 중 절반이 해당지역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경기도 모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P의원의 경우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은 지가 벌써 1년이 넘었지만 해당 지역구로 주소지를 옮기지 않고 있었다.

형수 혼자 사는 집에 함께 산다?
모 학교 관사에 주소지 두기도


P의원은 당협위원장을 맡은 이후 각종 지역구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일부 주민들은 P의원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까지 있었다. 물론 당협위원장의 경우 주소지를 꼭 지역구에 두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지역구에 살지도 않는 사람에게 당협위원장을 맡기는 것은 지역주민들을 무시하는 행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지역주민은 "토박이는 바라지도 않고 낙하산까지도 이해했지만 1년 넘게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지역에 살지 않는 것은 너무 한 것 같다"며 "당협위원장은 지역 공천 등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인데 사실상 외지인이 지역을 좌지우지 한다면 지역주민으로서는 기분이 나쁘다"고 일갈했다.

해당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외지인에게 지역 공천을 맡긴 셈이다. 나머지 의원들도 대부분 임명을 받은 후 최근에야 부랴부랴 주소지를 이전했다.

호남 몫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J의원은 서초구에 6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호남 지역에는 따로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고 있었다. 다만 호남에 살고 있는 아들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J의원의 아들은 지난 재산공개 당시 재산고지를 거부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신고기준일 이전 6개월간 거주를 달리한 자녀에게만 고지거부를 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따라서 J의원과 같은 주소지에 살고 있는 J의원의 아들이 재산고지를 거부한 것은 법을 위반한 것이다.

불법 의혹
꼼수 어디까지?

이에 대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J의원의 경우 다른 사유가 있어 아들의 재산고지 거부를 허락했다고 밝혔다. 어떤 사유인지는 개인정보에 해당돼 알려줄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본지가 4급 이상 고위 공무원들의 재산공개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6개월간 거주를 달리하지 않은 자녀의 경우 고지거부를 택할 수 없다. 예외사항은 없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국회의원과 4급 이상 공직자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이다. 왜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법 해석이 다른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인사는 이 같은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대해 "아무래도 지역구와 서울에 각각 집을 마련하고 살면 돈이 많이 든다. 그러다보니 가족 집 등에 주소지만 올려놓는 꼼수를 부리는 의원이 많은 것"이라며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지역에 내려갈 때마다 들르기는 미안해서 지역에 내려갔다가도 행사가 끝나면 바로 서울로 올라오거나 너무 시간이 늦으면 차라리 숙박업소에서 잠을 자고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출신 토박이만 찍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지역구 의원이라 하면 주 생활권이 지역에 형성되어 있고 회기 때 서울에 올라간다는 개념이어야 하는데 앞뒤가 거꾸로 됐다"며 "(지역 국회의원들은)사실상 외지인이나 다름없다. 지역구 제도가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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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