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박근혜 발목 잡는 'MB 그림자' 막후

세월호 살생부에 MB도 올랐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관계는 누가 뭐래도 악연이고 정치적 앙숙이다. 정권 교체 이후 해소된 듯 보였던 두 사람의 질긴 악연은 최근 세월호 사태로 새삼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주변엔 어른거리던 이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악연이다. 지난 2007년 대선 후보경선에서는 숙명의 라이벌전을 벌였고, 이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는 세종시 문제 등으로 사사건건 대립했다.

18대 총선에서는 친이계가 이른바 '친박 학살' 공천을 실시했고, 다음 총선에서는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박 대통령이 '친이 학살'로 되갚았다. 지난 대선에서 이 전 대통령이 자당 후보인 박 대통령의 당선을 막기 위해 안철수 후보를 지원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질긴 악연
숙명의 라이벌

하지만 정권교체와 함께 두 사람의 질긴 악연도 드디어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의 그림자는 지금까지도 박 대통령을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주변엔 이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여전히 어른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권 출범과 거의 동시에 박 대통령을 괴롭혀온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대표적이다. 대선개입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행정1부시장을 지내며 청계천 복원과 뉴타운, 대중교통 개편 등 굵직한 사업을 함께 이뤄냈고, 이명박정부의 첫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1998년 안전기획부(안기부)가 국정원으로 개칭한 이래 최장수 국정원장이다. 그만큼 이 전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웠던 인물이다.

점점 커지는 '세월호 MB 원죄론'
불 지피는 배후에 '친박'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취임 후 1년간은 그야말로 아무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국정원 의혹과 관련 제1야당인 민주당은 천막당사를 짓고 100일 넘게 장외투쟁을 이어갔다. 게다가 이명박정부 시절 통과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은 야당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박근혜정부의 각종 법안과 예산은 사사건건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했다. 과반의석을 점유하고도 새누리당은 법안과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많은 양보를 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진짜 힘 있는 여당은 민주당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친박 진영에선 이 전 대통령이 벌여놓은 일들이 현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명박정부가 실시했던 감세정책도 현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지난 2008년 세제개편에서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일괄 인하했다. 현재 세수가 예상보다 적게 걷히는 현상은 경기부진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현 정권 안팎에서는 경제가 평균 2%대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세수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이명박정부가 시행한 감세정책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세수 부족
경기 침체

이명박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지난 5년간 세수 감소분은 적게는 20조원에서 많게는 10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세수 부족으로 대선공약의 상당부분을 뒤엎어야 했고, 그 결과로 야권의 집요한 공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이명박정권이 했던 부자감세만 철회해도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대부분을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한번 감세하기는 쉬워도 이를 원상회복하는 데는 엄청난 조세저항이 따른다.

특히 현재 감세대상이 새누리당의 주요 지지층이라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경기가 크게 회복되지 않는 한 세수 부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명박정부가 실시했던 감세정책은 현재 박 대통령이 내세운 모든 공약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명박정부가 추진했던 경인아라뱃길사업이나 4대강사업도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인아라뱃길사업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4대강사업은 건설사들에게 약이 아니라 독이 됐다. 건설사들은 공사를 하면서 적지 않은 손해를 봤고 담합 혐의로 관급공사 입찰 제한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이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며 해외 공사 수주까지 어려워졌다. 건설 분야가 침체되면서 파장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복지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은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도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명박정부가 있다. 과거 이명박정부는 꾸준히 기초연금수급자수를 수를 줄여나갔다. 복지사각지대 해소보다 부정수급자 발굴에 몰두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 결과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도미노 자살이 이어졌다.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은 사회의 큰 파장을 일으키며 박 대통령은 유감까지 표시해야 했다. 

이외에도 이명박정부에서 추진된 역사교과서 개정 문제는 박근혜정부에서 곪아 터졌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했다.

박 대통령이 차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새누리당 김황식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스스로 '박심' 논란에 불을 지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박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좀처럼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정몽준 후보를 이기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는 이명박정부에서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최근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세월호 사태 이면에 이명박정부의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삼 박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악연은 새삼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지난 2008년과 2009년 각각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여객선의 제한 선령을 20년에서 25년으로, 다시 30년까지 늘려줬다. 그 결과 5년 만에 20년 이상의 선박비중이 7%에서 31%까지 높아졌다.

만약 이 같은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청해진해운이 18년이나 운행한 일본선박을 매입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세월호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참사에 이명박정부의 규제완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명박정부는 이외에도 각종 해운법을 사업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대폭 완화했다. 압류된 내항 여객선의 운항을 허용하고 변경 등록 미이행 시 처벌조항을 1년 이하의 징역에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낮췄다.

세월호 사태
MB가 범인?

지난 2012년에는 선원의 편익 증진을 위해 업무정지(1∼3개월) 등의 징계에 대해 일정 교육을 이수할 경우 징계를 대신하는 징계집행 유예제도를 도입했다. 이 같은 각종 규제 완화는 해양사고 급증으로 이어졌다. 해양사고는 지난 2005년 658건에서 2008년 480건으로 점차 감소하다가 2009년부터 723건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946건으로 2008년에 비해 2배가량이나 늘어났다.

게다가 세월호 사태의 한 원인으로 이명박정부가 시행했던 각종 규제완화가 거론되면서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규제개혁 행보는 모두 중단됐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 전 대통령이 내심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이명박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가 폐지되고, 해체 수준으로 격하되면서 이번 사태를 더 키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류희인 전 NSC 사무차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당선자 인수위원회 안보분과에 보고를 들어가 사무처와 위기관리센터의 존속을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사무처가 폐지되면서 청와대에는 재난관리 컨트롤타워 기능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MB정부 감세정책에 세입 펑크
사사건건 발목 잡는 이명박 그림자


때문에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세월호 MB원죄론'이다. 야권에서 먼저 나온 주장이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MB원죄론에 불을 지피는 게 친박계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세월호 사태의 책임을 전 정부에 떠넘김으로써 출구전략으로 삼으려 한다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세월호 살생부'에 이 전 대통령도 올라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직접 구속한다거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른바 물타기 전략이다. 박근혜정부는 가만히 있다 뒤통수를 맞은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해 세월호 사태를 촉발시켰고 야권이 발목을 잡는 통에 해운관련 안전법도 통과시킬 수 없었다는 프레임으로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변신하려는 전략이다.

프레임 변화
출구전략

지난 대선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쳤고, 정권교체의 여론은 높았지만 박 대통령은 승리했다. 이러한 선긋기 전략은 두 사람의 특수성 때문에 여전히 유효하다. 이는 특히 현재 지방선거에서 약진하고 있는 친이계들을 견제하는 1석2조의 효과도 가져온다.

만약 약진하고 있는 친이계가 대거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당장은 새누리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들이 세력화하면서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수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쯤 내사에 들어가면 지방선거가 끝난 후쯤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18대 국회를 주도했던 친이계들은 결코 세월호 원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월호 사태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여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MB원죄론은 과연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박 대통령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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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