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떵떵’과시용? 이젠 살려고 산다

전원주택의 화려한 귀환

전원주택이 화려한 귀환을 하고 있다.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장·단점이 분명한 전원주택이지만 최근에는 중소 규모의 실속형 전원주택을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수요층 50·60대 줄고 30·40대 늘어
가격 부담 적은 66〜99㎡ 중소형 선호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주거특성 분석 및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6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560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42.9%)가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 하지만 전원주택을 사거나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발업자들이 지어 놓은 전원주택을 사자니 왠지 손해를 보는 것 같고 자신이 직접 땅을 보고 집을 짓자니 번거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직접 짓거나
매매·분양 받거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수요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무작정 전원주택을 짓거나 투자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투자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원주택시장에 ‘세대교체’ 바람도 불고 있다. 주요 수요층이었던 50, 60대 장·노년층 대신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유학이나 출장 등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젊은 층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가장 크다. 가격 부담이 작은 66〜99㎡ 크기의 중소형 전원주택이 늘어나면서 문턱이 낮아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이들이 주로 찾는 지역은 용인·파주·남양주시 등 서울로 출퇴근이 편한 지역이다. 여주, 양평, 가평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접근성이 좋고 자연경관이 좋은 강원도 원주 부근의 남한강변이나 신림, 횡성 안흥·강림, 영월 수주 등 치악산자락, 평창의 스키장 주변, 홍천강변 등 계곡이 있는 산중이나 경치 좋은 강변에는 어김없이 전원주택들로 가득하다. 충청북도에서 교통 뛰어나고 자연환경 좋은 충주나 괴산, 진천, 단양 등지도 마찬가지다.
전원주택을 소유하려는 유형을 살펴보면 경제가 급성장을 하던 부흥기에는 과시형인 경우가 많았다. 남들에게 폼 한번 잡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전원주택을 짓고 별장처럼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다음 단계는 투자 개념이다. 시골의 땅값이 쌌을 때 큰 땅을 구입해 전원주택을 지어 팔면 이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며 전원주택을 대하는 생각들이 많이 변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형 전원주택도 투자를 목적으로 지었던 전원주택들은 많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실수요자들이다. 안락한 노후를 위해,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혹은 도시의 주거생활비를 줄여보겠다는 생각으로 전원주택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
이들은 남들에게 과시할 생각도 없다. 전원주택을 지어 집값이 오르면 팔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없다. 물론 살면서 땅값도 오르고 집값도 올라 재테크가 되면 좋고 이것은 단순한 희망사항이고 얼마나 편히 살 수 있는가가 우선이다. 과시할 생각도 투자도 뒷전으로 한 실수요자들은 내 몸피에 맞는 것을 찾는다. 그러다보니 요즘 전원주택들은 땅도 집도 작아진다. 작아도 충분하고 넉넉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큰 것보다 위험부담도 적고, 환금성도 좋다. 세금도 적고 관리비도 적게 든다.
작고 만만하게 투자해 즐기다 좀 더 자신이 붙으면 제대로 된 전원주택을 지을 수도 있다. 아직도 전원주택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집, 부유한 사람들의 집으로 여긴다면 생각을 바꾸어도 좋다. 생각을 바꾸면 전원주택은 훨씬 만만해진다.
전원주택을 취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직접 땅을 사서 지을 수도 있고 기존 주택을 매매할 수도 있다. 신규 전원주택단지를 분양받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고 최근에는 경매 물건으로 나오는 전원주택이 많은 만큼 이를 노려봐도 좋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전원주택을 고르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여러 가지 방법을 모두 고려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각각의 방법이 나름대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작정 전원주택을 취득하기보다는 전세 등을 통해 직접 살면서 자신이 전원생활에 적합한지, 생활방식이 어떤지를 먼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도시에 살던 사람은 시골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우선은 전셋집에 살면서 적응한 뒤 전원주택 구입을 모색할 것이다. 100㎡형 실속형 전원주택의 공사비는 1억원 남짓이다.

용인·파주·남양주 인기
경매 이용하면 절반 가격


전원주택을 마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전원주택 개발업체들이 만들어 놓은 전원주택단지를 분양받는 것이다. 실제로 전원주택과 관련한 광고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20〜50가구 정도로 이뤄진 전원주택단지와 관련된 광고다. 수도권의 경우 용인이나 김포, 여주 등 기존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 분양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도 상당히 저렴해졌다. 분양가가 3억〜4억원대가 주를 이룬다.
기존의 고립돼 있던 전원주택의 단점도 많이 없어졌다. 여러 가구가 모여 살다 보니 보안 상태가 좋고 유지관리비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하지만 직접 지을 때보다는 좀 더 비쌀 수 있고 정형화된 설계로 자신이 원하던 집에서 살기는 어렵다. 직접 땅을 사서 짓는 방법도 있다. 최근 전원주택을 전문적으로 시공하는 업체들도 많이 생겨서 일반인들도 쉽게 집을 지을 수가 있다.
공사비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자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3.3㎡당 300만원에서 600만원 정도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하지만 대체로 실속형 전원주택의 공사비는 3.3㎡당 350만〜450만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공급면적 기준 100㎡, 2층짜리 전원주택을 짓는다고 가정하면 1억원 정도의 공사비가 드는데 인허가 등 부대공사비를 포함하면 1억2000만~1억3000만원 정도다.
하지만 직접 전원주택을 짓는 것은 해당 부지를 고르기가 쉽지 않고 부지 조성 등에도 비용이 드는 데다 인허가 등도 직접 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경매로 전원주택을 취득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최근 경매 법정에 전원주택이 자주 등장하고 입찰 최저가도 상당히 낮은 물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경매시장에서는 1〜2회 유찰된 전원주택 물건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경매로 나온 전원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분양이나 신축, 매매보다 훨씬 싸게 전원주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에서 100㎡형 전원주택을 지으려면 4억원 안팎이 드는데 한두 번 유찰된 경매 물건의 경우 최초 감정가보다 절반 가까이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매 물건은 오랫동안 방치돼 있는 경우가 있어 경매가 외에 리모델링 비용 등만 고려하면 된다.

공사비 천차만별
평당 300만〜600만원

물론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경매 물건의 특성상 권리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있다. 공사금이 부족해 시공업체로부터 유치권이 설정된 물건도 적지 않다. 아울러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 경매에 붙여진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전원주택을 사기에 앞서 전원생활은 반드시 경험해 보라고 조언한다. 머릿속으로 그리던 전원생활과 직접 경험하는 전원생활은 다르기 때문이다. 1억〜2억원대 경매물건도 나오기도 하는데 유치권 등의 문제가 없는 양호한 물건도 많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원주택 부지 잘 고르려면 무엇을 봐야 할까. 전원주택을 새로 지으려는 사람이라면 가장 어려운 점이 집을 지을 땅을 정하는 일이다. 아예 집을 지을 수 없는 땅도 있고 건축규모에 제한을 받는 땅도 있다. 이런 용도별 규제는 일반인이 자세히 알기 어려우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어떤 지역, 어떤 위치에 집을 짓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기준은 마련해 두고 있어야 한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전원주택 부지를 고르는 데 필요한 5가지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수도권의 경우 교통여건에 따라 서울과 1시간 이내에 있는 지역이어야 한다. 서울에서 가까울수록 땅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미래가치도 높다. 아울러 서울의 문화시설 등을 이용하기 어렵지 않아 전원생활의 고독감도 줄일 수 있다.
둘째는 시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꼭 단독주택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시골 지역에 자주 선보이는 전원형 아파트도 전원생활을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대가 높은 곳이 좋다.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이면서 지역 주민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 마을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다. 전원주택 마을이 있는 곳도 추천할 만하다. 개발업자가 조성한 단지보다 취미나 직업이 같은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해 만든 전원주택 마을이 좋다. 이런 곳은 분양 단지보다 활성화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전원주택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은퇴자다. 나이도 중장년을 넘어 노년의 입구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렵지 않게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좋다. 대형 병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시골에서 병원이 있는 곳이 바로 읍내다. 읍내와 가까운 곳의 부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병원뿐만 아니라 생활필수품을 구하기 쉽고 행정관서의 민원 업무를 보기에도 편리하다.
덧붙여 전원주택지를 보려면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다. 여름에는 수풀이 우거져 해당 부지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겨울에는 민낯의 땅을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수도권 일대에서 분양 중인 전원주택 단지들이다.

▲여주 힐링하우스 = 고급전원주택 설계전문회사인 웰하우스는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 고급 전원주택인 ‘힐링하우스’를 분양 중이다. 총 6세대, 3770㎡ 규모의 전원주택단지로 1차분 3세대를 먼저 선착순으로 분양한다. 뒤로는 동산과 앞쪽으로는 남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여주지역에 주택지로는 가장 좋은 입지에 자리한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웰하우스 측은 전했다. 분양가는 토지 628㎡(구 190평), 건물 181㎡(구 55평)〜214㎡(구 65평) 기준으로 8억원선이다.
주변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세종대왕릉과 효종대왕릉,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는 천년고찰인 신륵사, 국보 4호인 고달사지승탑과 명성황후생가 등의 문화유적이 있으며, 네티즌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이포보가 인근에 있다. 남한강이 이접해있어 주변의 자연환경이 보전되어 자연환경이 깨끗하게 보전되어있는 도자기의 고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유명 인사들의 고급별장 및 전원주택 밀집 지역으로 이스트밸리CC, 렉스필드CC, 남촌CC, 여주CC 등 유명골프장이 5〜20분 거리에 있어 골프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수원 이목 파인힐스 = 수원 이목동에 ‘이목 파인힐스’의 분양이 한창이다. 이 단지는 전원주택인 그에 걸맞은 입지를 자랑한다. 이목동은 예부터 배나무가 많은 곳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지금도 자작나무, 메타쉐콰이어 등의 나무숲이 단지를 둘러싸고 있다. 또 몇 백 년 된 소나무들이 즐비한 노송지대도 지척이다.

서울 출퇴근 편해야
권리관계 주의해야

이곳은 원래 골프연습장으로 쓰이던 용지를 대흥건설이 사들여 총 3만5600㎡의 주택부지 위에 단독주택 45가구와 상가 4개 등 총 49필지로 쪼개 분양이 한창이다. 단독주택 공급면적은 326〜658㎡으로, 3.3㎡당 택지 분양가는 370만〜440만원이다.

▲용인 라움빌리지2차 = 부동산개발업체인 라움E&C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동 286번지 일대에서 도심형 전원주택 ‘라움빌리지2차’를 분양 중이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2012년 ‘라움빌리지1차’를 공급해 전원주택 단지로는 드물게 1년여 만에 32가구 분양을 모두 완료한 바 있다. 이번 2차분 부지는 1만6600㎡ 규모로, 434㎡, 488㎡, 549㎡씩 분할돼 29필지가 공급된다. 1차를 포함하면 총 3만5100㎡, 61가구로 구성돼 용인권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라움빌리지2차는 필지당 차이는 있지만 3.3㎡당 토지 분양가가 150만〜16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건축비는 450만〜500만원 정도로 434㎡ 토지를 분양 받아 전용면적 99㎡의 전원주택을 지을 경우 토지구입비와 건축비를 포함해 3억5000만〜4억원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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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