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떵떵’과시용? 이젠 살려고 산다

전원주택의 화려한 귀환

전원주택이 화려한 귀환을 하고 있다.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장·단점이 분명한 전원주택이지만 최근에는 중소 규모의 실속형 전원주택을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수요층 50·60대 줄고 30·40대 늘어
가격 부담 적은 66〜99㎡ 중소형 선호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주거특성 분석 및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6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560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42.9%)가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 하지만 전원주택을 사거나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발업자들이 지어 놓은 전원주택을 사자니 왠지 손해를 보는 것 같고 자신이 직접 땅을 보고 집을 짓자니 번거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직접 짓거나
매매·분양 받거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수요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무작정 전원주택을 짓거나 투자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투자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원주택시장에 ‘세대교체’ 바람도 불고 있다. 주요 수요층이었던 50, 60대 장·노년층 대신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유학이나 출장 등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젊은 층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가장 크다. 가격 부담이 작은 66〜99㎡ 크기의 중소형 전원주택이 늘어나면서 문턱이 낮아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이들이 주로 찾는 지역은 용인·파주·남양주시 등 서울로 출퇴근이 편한 지역이다. 여주, 양평, 가평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접근성이 좋고 자연경관이 좋은 강원도 원주 부근의 남한강변이나 신림, 횡성 안흥·강림, 영월 수주 등 치악산자락, 평창의 스키장 주변, 홍천강변 등 계곡이 있는 산중이나 경치 좋은 강변에는 어김없이 전원주택들로 가득하다. 충청북도에서 교통 뛰어나고 자연환경 좋은 충주나 괴산, 진천, 단양 등지도 마찬가지다.
전원주택을 소유하려는 유형을 살펴보면 경제가 급성장을 하던 부흥기에는 과시형인 경우가 많았다. 남들에게 폼 한번 잡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전원주택을 짓고 별장처럼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다음 단계는 투자 개념이다. 시골의 땅값이 쌌을 때 큰 땅을 구입해 전원주택을 지어 팔면 이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며 전원주택을 대하는 생각들이 많이 변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형 전원주택도 투자를 목적으로 지었던 전원주택들은 많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실수요자들이다. 안락한 노후를 위해,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혹은 도시의 주거생활비를 줄여보겠다는 생각으로 전원주택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
이들은 남들에게 과시할 생각도 없다. 전원주택을 지어 집값이 오르면 팔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없다. 물론 살면서 땅값도 오르고 집값도 올라 재테크가 되면 좋고 이것은 단순한 희망사항이고 얼마나 편히 살 수 있는가가 우선이다. 과시할 생각도 투자도 뒷전으로 한 실수요자들은 내 몸피에 맞는 것을 찾는다. 그러다보니 요즘 전원주택들은 땅도 집도 작아진다. 작아도 충분하고 넉넉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큰 것보다 위험부담도 적고, 환금성도 좋다. 세금도 적고 관리비도 적게 든다.
작고 만만하게 투자해 즐기다 좀 더 자신이 붙으면 제대로 된 전원주택을 지을 수도 있다. 아직도 전원주택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집, 부유한 사람들의 집으로 여긴다면 생각을 바꾸어도 좋다. 생각을 바꾸면 전원주택은 훨씬 만만해진다.
전원주택을 취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직접 땅을 사서 지을 수도 있고 기존 주택을 매매할 수도 있다. 신규 전원주택단지를 분양받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고 최근에는 경매 물건으로 나오는 전원주택이 많은 만큼 이를 노려봐도 좋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전원주택을 고르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여러 가지 방법을 모두 고려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각각의 방법이 나름대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작정 전원주택을 취득하기보다는 전세 등을 통해 직접 살면서 자신이 전원생활에 적합한지, 생활방식이 어떤지를 먼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도시에 살던 사람은 시골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우선은 전셋집에 살면서 적응한 뒤 전원주택 구입을 모색할 것이다. 100㎡형 실속형 전원주택의 공사비는 1억원 남짓이다.

용인·파주·남양주 인기
경매 이용하면 절반 가격

전원주택을 마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전원주택 개발업체들이 만들어 놓은 전원주택단지를 분양받는 것이다. 실제로 전원주택과 관련한 광고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20〜50가구 정도로 이뤄진 전원주택단지와 관련된 광고다. 수도권의 경우 용인이나 김포, 여주 등 기존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 분양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도 상당히 저렴해졌다. 분양가가 3억〜4억원대가 주를 이룬다.
기존의 고립돼 있던 전원주택의 단점도 많이 없어졌다. 여러 가구가 모여 살다 보니 보안 상태가 좋고 유지관리비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하지만 직접 지을 때보다는 좀 더 비쌀 수 있고 정형화된 설계로 자신이 원하던 집에서 살기는 어렵다. 직접 땅을 사서 짓는 방법도 있다. 최근 전원주택을 전문적으로 시공하는 업체들도 많이 생겨서 일반인들도 쉽게 집을 지을 수가 있다.
공사비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자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3.3㎡당 300만원에서 600만원 정도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하지만 대체로 실속형 전원주택의 공사비는 3.3㎡당 350만〜450만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공급면적 기준 100㎡, 2층짜리 전원주택을 짓는다고 가정하면 1억원 정도의 공사비가 드는데 인허가 등 부대공사비를 포함하면 1억2000만~1억3000만원 정도다.
하지만 직접 전원주택을 짓는 것은 해당 부지를 고르기가 쉽지 않고 부지 조성 등에도 비용이 드는 데다 인허가 등도 직접 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경매로 전원주택을 취득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최근 경매 법정에 전원주택이 자주 등장하고 입찰 최저가도 상당히 낮은 물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경매시장에서는 1〜2회 유찰된 전원주택 물건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경매로 나온 전원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분양이나 신축, 매매보다 훨씬 싸게 전원주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에서 100㎡형 전원주택을 지으려면 4억원 안팎이 드는데 한두 번 유찰된 경매 물건의 경우 최초 감정가보다 절반 가까이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매 물건은 오랫동안 방치돼 있는 경우가 있어 경매가 외에 리모델링 비용 등만 고려하면 된다.

공사비 천차만별
평당 300만〜600만원

물론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경매 물건의 특성상 권리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있다. 공사금이 부족해 시공업체로부터 유치권이 설정된 물건도 적지 않다. 아울러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 경매에 붙여진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전원주택을 사기에 앞서 전원생활은 반드시 경험해 보라고 조언한다. 머릿속으로 그리던 전원생활과 직접 경험하는 전원생활은 다르기 때문이다. 1억〜2억원대 경매물건도 나오기도 하는데 유치권 등의 문제가 없는 양호한 물건도 많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원주택 부지 잘 고르려면 무엇을 봐야 할까. 전원주택을 새로 지으려는 사람이라면 가장 어려운 점이 집을 지을 땅을 정하는 일이다. 아예 집을 지을 수 없는 땅도 있고 건축규모에 제한을 받는 땅도 있다. 이런 용도별 규제는 일반인이 자세히 알기 어려우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어떤 지역, 어떤 위치에 집을 짓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기준은 마련해 두고 있어야 한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전원주택 부지를 고르는 데 필요한 5가지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수도권의 경우 교통여건에 따라 서울과 1시간 이내에 있는 지역이어야 한다. 서울에서 가까울수록 땅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미래가치도 높다. 아울러 서울의 문화시설 등을 이용하기 어렵지 않아 전원생활의 고독감도 줄일 수 있다.
둘째는 시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꼭 단독주택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시골 지역에 자주 선보이는 전원형 아파트도 전원생활을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대가 높은 곳이 좋다.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이면서 지역 주민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 마을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다. 전원주택 마을이 있는 곳도 추천할 만하다. 개발업자가 조성한 단지보다 취미나 직업이 같은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해 만든 전원주택 마을이 좋다. 이런 곳은 분양 단지보다 활성화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전원주택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은퇴자다. 나이도 중장년을 넘어 노년의 입구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렵지 않게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좋다. 대형 병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시골에서 병원이 있는 곳이 바로 읍내다. 읍내와 가까운 곳의 부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병원뿐만 아니라 생활필수품을 구하기 쉽고 행정관서의 민원 업무를 보기에도 편리하다.
덧붙여 전원주택지를 보려면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다. 여름에는 수풀이 우거져 해당 부지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겨울에는 민낯의 땅을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수도권 일대에서 분양 중인 전원주택 단지들이다.

▲여주 힐링하우스 = 고급전원주택 설계전문회사인 웰하우스는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 고급 전원주택인 ‘힐링하우스’를 분양 중이다. 총 6세대, 3770㎡ 규모의 전원주택단지로 1차분 3세대를 먼저 선착순으로 분양한다. 뒤로는 동산과 앞쪽으로는 남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여주지역에 주택지로는 가장 좋은 입지에 자리한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웰하우스 측은 전했다. 분양가는 토지 628㎡(구 190평), 건물 181㎡(구 55평)〜214㎡(구 65평) 기준으로 8억원선이다.
주변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세종대왕릉과 효종대왕릉,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는 천년고찰인 신륵사, 국보 4호인 고달사지승탑과 명성황후생가 등의 문화유적이 있으며, 네티즌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이포보가 인근에 있다. 남한강이 이접해있어 주변의 자연환경이 보전되어 자연환경이 깨끗하게 보전되어있는 도자기의 고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유명 인사들의 고급별장 및 전원주택 밀집 지역으로 이스트밸리CC, 렉스필드CC, 남촌CC, 여주CC 등 유명골프장이 5〜20분 거리에 있어 골프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수원 이목 파인힐스 = 수원 이목동에 ‘이목 파인힐스’의 분양이 한창이다. 이 단지는 전원주택인 그에 걸맞은 입지를 자랑한다. 이목동은 예부터 배나무가 많은 곳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지금도 자작나무, 메타쉐콰이어 등의 나무숲이 단지를 둘러싸고 있다. 또 몇 백 년 된 소나무들이 즐비한 노송지대도 지척이다.

서울 출퇴근 편해야
권리관계 주의해야

이곳은 원래 골프연습장으로 쓰이던 용지를 대흥건설이 사들여 총 3만5600㎡의 주택부지 위에 단독주택 45가구와 상가 4개 등 총 49필지로 쪼개 분양이 한창이다. 단독주택 공급면적은 326〜658㎡으로, 3.3㎡당 택지 분양가는 370만〜440만원이다.

▲용인 라움빌리지2차 = 부동산개발업체인 라움E&C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동 286번지 일대에서 도심형 전원주택 ‘라움빌리지2차’를 분양 중이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2012년 ‘라움빌리지1차’를 공급해 전원주택 단지로는 드물게 1년여 만에 32가구 분양을 모두 완료한 바 있다. 이번 2차분 부지는 1만6600㎡ 규모로, 434㎡, 488㎡, 549㎡씩 분할돼 29필지가 공급된다. 1차를 포함하면 총 3만5100㎡, 61가구로 구성돼 용인권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라움빌리지2차는 필지당 차이는 있지만 3.3㎡당 토지 분양가가 150만〜16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건축비는 450만〜500만원 정도로 434㎡ 토지를 분양 받아 전용면적 99㎡의 전원주택을 지을 경우 토지구입비와 건축비를 포함해 3억5000만〜4억원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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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