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박근혜 '쉐도우 캐비닛' 대예측

2인자 없는 절대권력…벌써 레임덕 조짐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진도발 핵폭풍이 청와대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박근혜정부는 무능력한 관료집단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정홍원 국무총리는 사의 표명이란 승부수를 던졌지만 청와대의 반려로 민심은 오히려 악화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빠른 레임덕이 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코너에 몰린 박근혜정부는 일대 개각이란 마지막 카드를 남겨 놓고 있다. 그들에게 퇴로란 없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 대한 불신 여론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근혜정부가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것에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에서는 "어느 정도 사태가 수습되면 내각이 총사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올 초부터 무성했던 개각설이 구체화된 모습이다.

무능한 정부
총사퇴 예고

박근혜정부 1기는 사실상 실패한 내각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간 윤창중 성추문 사태,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 등 공직자들의 윤리·준법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이번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위기대응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내며 무능력한 정부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성난 민심은 청와대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대통령 빼고 다 바꾸라"는 주문이 나올 정도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스펙을 위주로 한 박사·고시 출신들이 장악한 관료집단의 한계가 이번 사고를 통해 명확해졌다"며 "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장관급 모두가 BH(청와대)에 사표를 던지고 그중 일부를 수리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 출입 중인 한 정치부 기자 역시 당직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에서 필패할 거라는 위기감이 새누리당 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악화된 여론을 반전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퇴를 내다봤다. 실제로 정 총리는 지난 27일 오전 10시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사고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제 때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국민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 총리의 사표 수리를 사고 수습 이후로 미뤘다. 급한 대로 시한부 총리직을 유지토록 한 것이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떠나기로 한 마당에 영이 서겠냐”며 “본인(정 총리)도 무척 답답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힘 없는 총리
독이 든 성배

정 총리는 지난 1년여를 박근혜정부의 공식 2인자로 자리했다. 하지만 그가 이번 정부의 진짜 2인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돌이켜보면 정 총리는 국무총리라는 막중한 지위에도 존재감이 미미했다.

청와대 지근에서는 "VIP(박근혜 대통령)가 워낙 권력을 틀어쥐고 흔드는 스타일이다 보니 정 총리의 판단으로 행정 처리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변명도 들린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독단을 제어하거나 국정운영을 조정해야 할 지위에 있는 정 총리가 제구실을 했었는지는 의문이다.

정 총리가 정국에 미친 영향력은 협소했다. 때문인지 그의 사의 표명은 여파가 크지 않았다. 도리어 책임질 사람은 따로 있는데 총리를 볼모로 내세웠다는 비난 여론이 가중됐다. 청와대 의도와 달리 정 총리의 사표는 '대통령 책임론'의 불쏘시개가 됐다. 타오르는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걷잡을 수 없이 논란이 확대되자 박근혜 대통령은 이틀 만에 본인의 입으로 직접 사과했다. 지난 29일 오전 박 대통령은 자신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며 공식 사과했다. 사고 발생 14일 만의 일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충정으로 최선을 다한 후 그 직에서 물러날 경우에도 후회 없는 국무위원들이 되길 바란다"며 개각 가능성을 열어 놨다. 사실상 국무총리를 포함한 장관급 다수가 교체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각료 교체 시기는 사고 수습이 일정 부분 마무리된 시점인 이달 중순에서 말 사이로 추정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어느 정도 수습이 되고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고 하면 사과를 포함한 대국민 입장발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입장발표를 전후로 한 큰 폭의 개각이 가시화된 가운데 정치권의 관심은 교체 1순위인 차기 국무총리 후보군에 쏠리고 있다.

그런데 정가 안팎에선 '포스트 정홍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왜일까. 지난 28일 국회에서 만난 새정치민주연합 한 보좌관은 "차라리 (대통령이) 사과를 안 했으면 좋겠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말뿐인 사과도 그렇고, 개각도 그렇고, BH가 국정지지율을 염두에 두는 것 아니겠냐"며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건 진심에서 우러난 사과인데 박 대통령은 지지층을 의식해서 그런지 '나는 잘못이 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보좌관은 정 총리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서도 "이번 정부는 대통령과 정부를 별개로 보는 희한한 습성이 있다”며 "정부가 못하면 '박근혜는 잘하고 있는데 정부가 못한다'고 하고, 정부가 좀 잘하면 '박근혜가 잘하니까 정부도 잘한다'고 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앞으로도 정부의 잘못은 총리가 쭉 책임지는 게 맞지 않겠냐"고 비꼬았다. 즉 권리는 없고 책임만 많은 총리를 누가 하겠냐는 얘기다.

능력보다 충성
'2인자는 없다'

여권도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입술이 바짝바짝 타는 눈치다. 이들은 다가올 '청문회 정국'을 우려하고 있다. 자칫 검증되지 않은 후보를 발탁할 경우 정권 초기 있었던  '인사청문회 트라우마'가 재현될 수 있는 까닭이다. 선거를 앞두고 고위공직자 후보의 윤리 문제나 도덕성 문제가 점화된다면 남은 부담은 고스란히 새누리당이 짊어지게 된다.

따라서 여권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점진적 개각 또는 정치권 인사 중용을 청와대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정치권 인사 중용은 청문회에서 야권의 공세를 어느 정도 예봉할 수 있고, 천거된 인물 역시 관료 출신보다는 정무적 감각이 더 나을 것이기 때문에 불안정한 정국을 추스르는데 적합하다는 평이다.

정치권 인사 중 총리 후보군은 여럿 있다. 아직 구체화된 얘기가 나오진 않지만 강창희 국회의장이 눈길을 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강 의장은 박 대통령의 원로그룹 '7인회'의 주요 멤버다. 앞서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등으로 집권 1년차 위기를 맞자 7인회 멤버인 김기춘 현 청와대 비서실장을 전격 발탁한 바 있다. 때문에 비슷한 난맥상에 직면한 이번에도 본인이 가장 신뢰하는 그룹인 7인회에 요직을 맡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강 의장 입장에서도 국회의장 임기가 오는 29일로 끝나기 때문에 국무총리 제의가 들어온다면 거절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의 전략적인 판단에서도 강 의장은 범충청권으로 분류되고 있어 캐스팅보트인 충청권 표심 공략에 적격이라는 분석이다.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영전 가능성도 있다. 현 부의장은 강 의장, 김 실장과 함께 7인회의 '살아있는 권력'으로 꼽힌다. 현 부의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초대 비서실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으나 고사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공직인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임명된데다 정 총리를 천거한 인물이 현 부의장으로 전해지면서 '올드보이'의 귀환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더불어 박 대통령이 지난해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연설로 국가적인 아젠다를 던진 것과 관련, 국정드라이브를 건다면 자연스레 역할론도 부각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계 일각에선 7인회의 위력이 옛날 같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어디까지나 자문그룹일 뿐이지 과거처럼 인사에 개입한다든가 국정 방향을 좌우한다든가 할 힘을 잃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적을 했다. 그는 '2인자'를 두지 않는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 때문에 그때그때마다 파워그룹이 부침을 겪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인수위 시절 배후설이 나온  7인회에 이어 집권 초기에는 문고리권력을 포함한 십상시가 뗬었고, 지금은 뉴 파워그룹으로 부상한 젊은 7인회가 나오는 실정"이라며 "이는 과거 MB정권 때 6인회 대부분이 끝까지 MB와 운명을 같이 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변화무쌍한 '박심'이 누구를 향하냐에 따라 결과가 180도 바뀔 것이란 예측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비박' 이미지가 강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나 이한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의 청와대행이 거론되고 있다. 정무적인 기대를 충족시키면서도 권력의 분산을 꾀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카드'란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박 대통령과 이른바 '코드' 맞는 인사라 볼 수 없어 인선 가능성이 낮게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황 대표는 얼마 전 박 대통령에게 독대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소문이 도는 등 청와대와 거리감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청와대가 정무 감각보다 풍부한 행정경험을 중요시한다면 내리 3선을 한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와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도 후보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 탕평인사 차원에서 호남 출신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 진념 전 경제부총리 등도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박 대통령이 탕평인사는 고사하고 늘 기대 밖의 인선을 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혀 의외의 인물이 부름을 받을 것이라는 일종의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청와대 밖에서는 '관리형총리'가 아닌 '책임총리'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총리에게 일정 정도 재량권을 부여해 주도적인 국정 개혁을 펼칠 수 있도록 대통령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 안에선 "후임 총리의 후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익명의 관계자는 "장관은 물론 총리까지 사실상 '바지'라는 걸 아는데 이 판국에 누가 줄을 잡겠나. 청와대가 책임총리 하겠다고 해도 못 믿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가령 청와대에서 제안이 들어가도 당사자가 거부할 확률을 봐야 한다는 말이다. 

현 상황에서 '포스트 정홍원'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지목된 안대희 전 대법관은 경력과 연륜, 지명도까지 갖춰 정국을 안정시킬 적임자로 꼽힌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은 지난해 숱한 하마평에도 언제나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다"라며 고사했다. 과거에 비해 상황이 악화된 지금은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딸각발이'란 별명의 조무제 전 대법관도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힌다. 청빈함과 강직함이 강점인 그는 앞서 초대 총리로 제안을 받았으나 끝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그가 '독이 든 성배'를 받아 들지는 미지수다.

그간 고위 공직이 공석일 때마다 늘 후보로 등장했던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박근혜정부를 만든 개국공신 중 1명인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총리직에 모자람이 없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권한이 없는 '바지' 총리직을 이들이 수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장관 신상털기?
여전한 구태정치

복수 정치권 관계자는 개각의 성패를 가름하는 열쇠로 '국민에게 인정받는 총리'를 꼽았다. 한 야권 관계자는 "만약 청와대가 다음 수를 잘못두면 여론 흐름상 식물정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느끼는 위기감은 의외로 크지 않아 보인다. 최근 복수 사정기관 관계자는 "(정권 차원의) 물타기가 기가 막히다"는 푸념까지 했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모든 공직자, 기업을 샅샅이 털고 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슈를 덮을 출구전략을 미리 세운 것으로 추측된다. 검찰은 해운업계와 관련한 정치권 로비 규명에 주력하고 있으며, 경찰은 장·차관급 인사들의 비리·비위 첩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월호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등은 이미 사정권에 들었으며, 유관기관인 교육부 역시 관계당국이 특별감사에 들어가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포착된다. 사실상 스스로 죄를 고하거나 옷을 벗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국가 개조'까지 거론하며 사회 전반적인 쇄신을 강권하고 있다. 양손에 검찰과 경찰이라는 매를 들고 여기저기 채찍질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의 통치스타일을 쇄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코너에 몰린 박근혜정부 2기 출범이 불안한 이유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