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박근혜 '쉐도우 캐비닛' 대예측

2인자 없는 절대권력…벌써 레임덕 조짐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진도발 핵폭풍이 청와대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박근혜정부는 무능력한 관료집단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정홍원 국무총리는 사의 표명이란 승부수를 던졌지만 청와대의 반려로 민심은 오히려 악화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빠른 레임덕이 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코너에 몰린 박근혜정부는 일대 개각이란 마지막 카드를 남겨 놓고 있다. 그들에게 퇴로란 없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 대한 불신 여론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근혜정부가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것에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에서는 "어느 정도 사태가 수습되면 내각이 총사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올 초부터 무성했던 개각설이 구체화된 모습이다.

무능한 정부
총사퇴 예고

박근혜정부 1기는 사실상 실패한 내각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간 윤창중 성추문 사태,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 등 공직자들의 윤리·준법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이번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위기대응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내며 무능력한 정부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성난 민심은 청와대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대통령 빼고 다 바꾸라"는 주문이 나올 정도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스펙을 위주로 한 박사·고시 출신들이 장악한 관료집단의 한계가 이번 사고를 통해 명확해졌다"며 "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장관급 모두가 BH(청와대)에 사표를 던지고 그중 일부를 수리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 출입 중인 한 정치부 기자 역시 당직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에서 필패할 거라는 위기감이 새누리당 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악화된 여론을 반전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퇴를 내다봤다. 실제로 정 총리는 지난 27일 오전 10시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사고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제 때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국민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 총리의 사표 수리를 사고 수습 이후로 미뤘다. 급한 대로 시한부 총리직을 유지토록 한 것이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떠나기로 한 마당에 영이 서겠냐”며 “본인(정 총리)도 무척 답답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힘 없는 총리
독이 든 성배

정 총리는 지난 1년여를 박근혜정부의 공식 2인자로 자리했다. 하지만 그가 이번 정부의 진짜 2인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돌이켜보면 정 총리는 국무총리라는 막중한 지위에도 존재감이 미미했다.

청와대 지근에서는 "VIP(박근혜 대통령)가 워낙 권력을 틀어쥐고 흔드는 스타일이다 보니 정 총리의 판단으로 행정 처리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변명도 들린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독단을 제어하거나 국정운영을 조정해야 할 지위에 있는 정 총리가 제구실을 했었는지는 의문이다.

정 총리가 정국에 미친 영향력은 협소했다. 때문인지 그의 사의 표명은 여파가 크지 않았다. 도리어 책임질 사람은 따로 있는데 총리를 볼모로 내세웠다는 비난 여론이 가중됐다. 청와대 의도와 달리 정 총리의 사표는 '대통령 책임론'의 불쏘시개가 됐다. 타오르는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걷잡을 수 없이 논란이 확대되자 박근혜 대통령은 이틀 만에 본인의 입으로 직접 사과했다. 지난 29일 오전 박 대통령은 자신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며 공식 사과했다. 사고 발생 14일 만의 일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충정으로 최선을 다한 후 그 직에서 물러날 경우에도 후회 없는 국무위원들이 되길 바란다"며 개각 가능성을 열어 놨다. 사실상 국무총리를 포함한 장관급 다수가 교체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각료 교체 시기는 사고 수습이 일정 부분 마무리된 시점인 이달 중순에서 말 사이로 추정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어느 정도 수습이 되고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고 하면 사과를 포함한 대국민 입장발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입장발표를 전후로 한 큰 폭의 개각이 가시화된 가운데 정치권의 관심은 교체 1순위인 차기 국무총리 후보군에 쏠리고 있다.

그런데 정가 안팎에선 '포스트 정홍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왜일까. 지난 28일 국회에서 만난 새정치민주연합 한 보좌관은 "차라리 (대통령이) 사과를 안 했으면 좋겠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말뿐인 사과도 그렇고, 개각도 그렇고, BH가 국정지지율을 염두에 두는 것 아니겠냐"며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건 진심에서 우러난 사과인데 박 대통령은 지지층을 의식해서 그런지 '나는 잘못이 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보좌관은 정 총리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서도 "이번 정부는 대통령과 정부를 별개로 보는 희한한 습성이 있다”며 "정부가 못하면 '박근혜는 잘하고 있는데 정부가 못한다'고 하고, 정부가 좀 잘하면 '박근혜가 잘하니까 정부도 잘한다'고 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앞으로도 정부의 잘못은 총리가 쭉 책임지는 게 맞지 않겠냐"고 비꼬았다. 즉 권리는 없고 책임만 많은 총리를 누가 하겠냐는 얘기다.

능력보다 충성
'2인자는 없다'

여권도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입술이 바짝바짝 타는 눈치다. 이들은 다가올 '청문회 정국'을 우려하고 있다. 자칫 검증되지 않은 후보를 발탁할 경우 정권 초기 있었던  '인사청문회 트라우마'가 재현될 수 있는 까닭이다. 선거를 앞두고 고위공직자 후보의 윤리 문제나 도덕성 문제가 점화된다면 남은 부담은 고스란히 새누리당이 짊어지게 된다.

따라서 여권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점진적 개각 또는 정치권 인사 중용을 청와대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정치권 인사 중용은 청문회에서 야권의 공세를 어느 정도 예봉할 수 있고, 천거된 인물 역시 관료 출신보다는 정무적 감각이 더 나을 것이기 때문에 불안정한 정국을 추스르는데 적합하다는 평이다.

정치권 인사 중 총리 후보군은 여럿 있다. 아직 구체화된 얘기가 나오진 않지만 강창희 국회의장이 눈길을 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강 의장은 박 대통령의 원로그룹 '7인회'의 주요 멤버다. 앞서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등으로 집권 1년차 위기를 맞자 7인회 멤버인 김기춘 현 청와대 비서실장을 전격 발탁한 바 있다. 때문에 비슷한 난맥상에 직면한 이번에도 본인이 가장 신뢰하는 그룹인 7인회에 요직을 맡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강 의장 입장에서도 국회의장 임기가 오는 29일로 끝나기 때문에 국무총리 제의가 들어온다면 거절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의 전략적인 판단에서도 강 의장은 범충청권으로 분류되고 있어 캐스팅보트인 충청권 표심 공략에 적격이라는 분석이다.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영전 가능성도 있다. 현 부의장은 강 의장, 김 실장과 함께 7인회의 '살아있는 권력'으로 꼽힌다. 현 부의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초대 비서실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으나 고사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공직인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임명된데다 정 총리를 천거한 인물이 현 부의장으로 전해지면서 '올드보이'의 귀환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더불어 박 대통령이 지난해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연설로 국가적인 아젠다를 던진 것과 관련, 국정드라이브를 건다면 자연스레 역할론도 부각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계 일각에선 7인회의 위력이 옛날 같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어디까지나 자문그룹일 뿐이지 과거처럼 인사에 개입한다든가 국정 방향을 좌우한다든가 할 힘을 잃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적을 했다. 그는 '2인자'를 두지 않는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 때문에 그때그때마다 파워그룹이 부침을 겪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인수위 시절 배후설이 나온  7인회에 이어 집권 초기에는 문고리권력을 포함한 십상시가 뗬었고, 지금은 뉴 파워그룹으로 부상한 젊은 7인회가 나오는 실정"이라며 "이는 과거 MB정권 때 6인회 대부분이 끝까지 MB와 운명을 같이 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변화무쌍한 '박심'이 누구를 향하냐에 따라 결과가 180도 바뀔 것이란 예측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비박' 이미지가 강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나 이한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의 청와대행이 거론되고 있다. 정무적인 기대를 충족시키면서도 권력의 분산을 꾀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카드'란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박 대통령과 이른바 '코드' 맞는 인사라 볼 수 없어 인선 가능성이 낮게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황 대표는 얼마 전 박 대통령에게 독대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소문이 도는 등 청와대와 거리감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청와대가 정무 감각보다 풍부한 행정경험을 중요시한다면 내리 3선을 한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와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도 후보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 탕평인사 차원에서 호남 출신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 진념 전 경제부총리 등도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박 대통령이 탕평인사는 고사하고 늘 기대 밖의 인선을 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혀 의외의 인물이 부름을 받을 것이라는 일종의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청와대 밖에서는 '관리형총리'가 아닌 '책임총리'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총리에게 일정 정도 재량권을 부여해 주도적인 국정 개혁을 펼칠 수 있도록 대통령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 안에선 "후임 총리의 후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익명의 관계자는 "장관은 물론 총리까지 사실상 '바지'라는 걸 아는데 이 판국에 누가 줄을 잡겠나. 청와대가 책임총리 하겠다고 해도 못 믿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가령 청와대에서 제안이 들어가도 당사자가 거부할 확률을 봐야 한다는 말이다. 

현 상황에서 '포스트 정홍원'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지목된 안대희 전 대법관은 경력과 연륜, 지명도까지 갖춰 정국을 안정시킬 적임자로 꼽힌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은 지난해 숱한 하마평에도 언제나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다"라며 고사했다. 과거에 비해 상황이 악화된 지금은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딸각발이'란 별명의 조무제 전 대법관도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힌다. 청빈함과 강직함이 강점인 그는 앞서 초대 총리로 제안을 받았으나 끝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그가 '독이 든 성배'를 받아 들지는 미지수다.

그간 고위 공직이 공석일 때마다 늘 후보로 등장했던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박근혜정부를 만든 개국공신 중 1명인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총리직에 모자람이 없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권한이 없는 '바지' 총리직을 이들이 수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장관 신상털기?
여전한 구태정치

복수 정치권 관계자는 개각의 성패를 가름하는 열쇠로 '국민에게 인정받는 총리'를 꼽았다. 한 야권 관계자는 "만약 청와대가 다음 수를 잘못두면 여론 흐름상 식물정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느끼는 위기감은 의외로 크지 않아 보인다. 최근 복수 사정기관 관계자는 "(정권 차원의) 물타기가 기가 막히다"는 푸념까지 했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모든 공직자, 기업을 샅샅이 털고 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슈를 덮을 출구전략을 미리 세운 것으로 추측된다. 검찰은 해운업계와 관련한 정치권 로비 규명에 주력하고 있으며, 경찰은 장·차관급 인사들의 비리·비위 첩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월호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등은 이미 사정권에 들었으며, 유관기관인 교육부 역시 관계당국이 특별감사에 들어가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포착된다. 사실상 스스로 죄를 고하거나 옷을 벗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국가 개조'까지 거론하며 사회 전반적인 쇄신을 강권하고 있다. 양손에 검찰과 경찰이라는 매를 들고 여기저기 채찍질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의 통치스타일을 쇄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코너에 몰린 박근혜정부 2기 출범이 불안한 이유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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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