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현역 국회의원 '윤장현 지지' 미스터리

심판 보라고 했더니만 특정선수에 '몰빵'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야권의 심장이자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광역시에서 다소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공천관리를 맡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 5명이 난데없이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다. 누구보다 중립을 지켜야 할 공천관리위원들의 특정후보 공개 지지는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광주시당에선 지난달 24일 당원 수백 명이 몰려와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날 강기정·임내현·장병완 의원 등이 공천관리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시당 사무실에 들어서자 미리 대기해 있던 특정후보 지지자와 당원 등이 회의장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아선 것이다.

야권의 심장

당원들은 강 의원 등이 특정후보를 지지했으니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들의 공천관리위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강 의원 등은 항의하는 당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간신히 회의에 참석했고, 사무실에 난입한 당원들을 막기 위해 경찰까지 동원됐다.

야권의 심장이자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13일 다소 황당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새민련 소속 광주지역 국회의원 5명은 이날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강기정·김동철·박혜자·임내현·장병완 등 광주지역 의원 5명은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윤 후보는) 명망이나 경력이 화려하지 않지만 지역주민을 위해서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일할 능력과 의지를 가지신 분"이라며 "새정치를 완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윤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광주의 국회의원은 모두 8명이다. 이 가운데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을 제외하면 새민련 소속 의원은 모두 7명이고, 여기서 경선 출마 당사자인 이용섭 의원을 제외하면 새정치연합의 광주지역 국회의원 가운데 박주선 의원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윤장현 후보 지지를 선언한 셈이다.

이들 5명은 모두 공천관리위원직을 맡고 있다. 누구보다 중립을 지켜야 할 공천관리위원들이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스포츠로 비유하면 심판이 특정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셈이 된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지지선언에 어떠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얼핏 보기엔 좀처럼 단서를 찾기가 어렵다. 일단 윤장현 후보의 경쟁자인 강운태 광주시장과 이용섭 후보는 이번 지지선언에 대해 지분 나누기를 위한 안철수 공동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윤 후보는 안 대표의 최측근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대부분이 자신들과 같은 민주당 출신인 강운태 시장이나 이용섭 후보가 아닌 새정치연합 출신 인사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리한 지분 나누기? 이유 있는 '윤장현 집착'
중립 의무 내던지고 이례적 공개지지 선언 눈총

또 지지선언을 한 의원들의 계파 구성에서도 그 답을 찾기가 어렵다. 강기정, 임내현, 장병완 의원은 친노로 분류되고, 김동철 의원은 손학규계, 박혜자 의원은 김한길계로 분류된다. 정작 친안으로 분류되는 박주선 의원은 이번 지지선언에서 빠졌다.

게다가 설령 지분 나누기를 하려고 했다고 해도 너무 노골적이고 부적절한 방법 자체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좀 더 조용하게 처리하는 방법은 없었냐는 것이다.

해답은 현재 광주시장 선거판세에 있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강운태, 이용섭 후보는 30%대의 지지율을 보인 데 반해 윤 후보는 고작 15%대에 머물렀다. 광주지역 시민운동가 출신인 윤 후보는 인지도와 조직력 등에서 다른 후보들과 경쟁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략공천 외에는 윤 후보를 광주시장 후보로 공천할 방법이 없다. 결국 새민련 측이 윤 후보를 전략공천하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이 같은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민련은 왜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윤 후보를 광주시장 후보로 공천하려는 것일까? 우선 새민련의 광역단체장 후보를 전부 민주당계로 선출하게 되면 새민련은 '도로 민주당'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또 안철수 공동대표를 토사구팽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일 수 있다. 



만약 안철수 효과가 사라지면 전체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안 대표 측 인사가 최소한 한두 명은 새민련 광역단체장 후보로 선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인물들 중 안철수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이석형 전남도지사 예비후보, 강봉균 전북도지사 예비후보, 김상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윤장현 광주시장 예비후보 등이다.

이중 이석형 후보와 강봉균 후보는 기존 민주당 사람이었고, 김상곤 후보는 공천된다 해도 본선 승리가 불투명하다. 결국 윤장현 카드만 남게 되는데 새정치를 상징하는 안철수라는 브랜드는 친노를 비롯한 구 민주계 인사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계파를 초월해 힘을 모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역풍 불까?


한편 이들 의원 5명이 의견을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공천관리위원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공천 과정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나서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윤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의원은 강하게 반발하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동철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파장을 예상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파장을 예상했지만) 한 달 가까이 고민하고 고민해 상대 후보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이런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당 지도부가 이들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차기 공천 보장 등의 뭔가 파격적인 회유책을 썼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새정치를 표방하고 출범했지만 공천 과정에서 내홍을 겪으면서 새민련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가 광주시민들에게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 것인지는 이번 지방선거 전체를 아우를 변곡점이 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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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