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미친 '사이코 아빠' 풀스토리

아들 사체 썩는데…PC방서 밤새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A(21·여)씨는 남편 정모(22)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다. 정씨는 20일 넘게 잠적 중이었다. 어렵게 통화가 된 정씨. 그는 두 살 된 아들의 안부를 묻는 A씨에게 "동대구역에서 노숙을 하던 중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놀란 A씨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러나 실종되었다던 아들은 구미의 한 쓰레기장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들을 살해한 범인은 바로 정씨. 그는 아들을 죽인 날, PC방에 있었다.

자신의 2살 난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비정한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3일 대구 동부경찰서는 아들 정모(2)군을 살해하고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아버지 정씨를 긴급 체포했다고 알렸다. 경찰 조사에서 정씨는 절도 등 전과 3범인 것으로 확인됐다.

비정한 부정

조사과정에서 정씨는 범행 사실을 감추기 위해 수차례 말을 바꿨다. 그는 최초 "동대구역 부근에서 노숙을 하던 중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들이 사라졌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동대구역 인근 CCTV를 살핀 경찰은 정씨와 아들이 찍힌 영상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를 신문하자 정씨는 "구미대교에서 아들과 함께 투신했는데 나만 헤엄쳐서 빠져나왔다"고 하는 등 횡설수설했다. 정씨의 진술을 수상쩍게 여긴 경찰은 강도 높은 추궁으로 정씨의 자백을 받았다.

그는 "아기를 오랫동안 보살피지 못했고, 굶어 죽은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정씨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씨의 자백은 거짓이었다. 부검 결과 숨진 아기의 위에서는 소량의 음식물이 발견됐다. 부검의는 "아이가 음식물을 섭취한 지 5시간 이내 숨졌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했다. 즉 누군가 음식을 아이에게 먹인 뒤 살해했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마침내 정씨가 입을 열었다. 그는 "내가 아들을 때린 후 손으로 코와 입을 막아 죽였다"고 실토했다. 게임에 미친 비정한 아버지는 뒤늦게야 자신의 범행을 후회했다. 그는 "PC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게임중독 20대 2세 아들 입코 막아 살인
1달 넘게 방치…쓰레기봉투 담아 유기

지난 2011년 12월 정씨는 PC방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A씨와 가까워진 후 아이를 낳았다. 이들은 다음해 혼인신고를 하고 경북 구미에서 함께 살았다. 그러나 정씨는 아이가 생긴 뒤에도 PC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가정일은 뒷전이었다. 한 유명 온라인 게임에 빠진 정씨는 하루 종일 PC방에서 레벨을 올리는 게 일과의 전부였다.

남편의 무책임함과 생활고에 지친 아내는 별거를 요구했다. 둘이 낳은 아들을 정씨와 그의 부모가 키우는 조건이었다. 이들 부부는 지난 2월24일 별거를 하기로 합의했다. 정씨가 아이를 맡자 A씨는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 취직했고, 기숙사로 들어갔다. 그럼에도 정씨의 무기력한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

별거가 시작된 당일, 정씨는 집을 비우고 PC방에서 게임으로 밤을 샜다. 잠은 찜질방에서 잤다. 이제 만 26개월에 불과한 아이는 아버지도 조부모도 없는 텅 빈 방에 방치됐다. 정씨는 이날부터 3일간 집을 비웠다.
28일 오전 귀가한 정씨는 아이에게 육개장을 먹이고, 다음날인 3월1일 다시 집을 나갔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정씨는 일주일 동안 단 한 번도 집을 찾지 않았다.

3월7일 오후 1시께 집으로 돌아온 정씨는 아들에게 된장찌개를 먹이고 잠을 잤다. 일어난 정씨는 아들이 라면 부스러기 등을 흘려 놓은 것에 화가 났다. 그는 저녁을 억지로 먹여 아이를 재우려 했다. 아이가 잠들면 PC방에 가려 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좀처럼 잠들지 않았고 울음소리는 심해졌다. 악마가 된 정씨는 이날 오후 11시께 아이의 배를 3차례 때려 실신시킨 뒤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했다.

아이의 죽음을 확인한 정씨는 또 다시 PC방에 갔다. 정씨가 집으로 돌아온 날은 사건으로부터 24일이 지난 31일이었다. 귀가한 정씨는 아들의 시신이 부패하여 냄새가 가득함에도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아들의 시신을 담요로 감싸 베란다에 뒀다. 집을 나온 정씨는 밤거리를 활보했다.

그러던 중 정씨는 문득 부동산중개소에 자신이 살던 전셋집을 내놨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정씨는 지난 11일 저녁 집으로 돌아와 시신을 유기할 계획을 짰다. 같은 날 밤 10시, 정씨는 담요로 감싼 아이의 주검을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가방에 시신이 담긴 봉투를 구겨 넣었다.


집 밖으로 나온 정씨는 엘리베이터에서 자신의 얼굴이 비친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돈했다. 또 이웃과 마주친 현관에서도 가방을 흔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의 시신은 정씨의 집에서 불과 1.5㎞ 떨어진 한 빌라 앞 쓰레기장에 유기됐다.

정씨는 범행 직후 부인 A씨에게 전화를 받았다. 아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였다. 정씨는 "(아이를) 아는 누나 집에 맡겼다"는 등 거짓말로 둘러댔다. 그러나 계속된 질문에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털어놨다. 놀란 A씨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를 불러 정확한 사건 경위를 물었다. 이 과정에서 정씨의 범행이 탄로 났다. 범행 일체를 자백한 정씨에게는 지난 16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앞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던 정씨는 현재 심경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죄책감 없어

이번 사건의 원인을 놓고 복수 언론은 정씨가 살인을 하게 된 이유를 '게임중독'으로 보도했다. 정씨가 폭력적인 게임에 노출됐기 때문에 살인까지 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달랐다.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은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정씨가) 아들을 살해한 직접적인 살해 동기를 게임 중독으로 볼 수 없다"며 "많은 사례를 연구해 봤지만 게임 중독이 범죄를 일으키거나 살인을 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직까지 확인된 적 없다"고 밝혔다.

또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 역시 "게임 하나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생활고나 양육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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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