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강남 살인사건 전말

"안잡혔으면 유영철보다 더 죽였다"

[일요시사=사회팀] "언제라도 살인을 할 수 있게 몸을 단련하고 살해 순위는 애새끼들, 계집년, 노인, 나를 화나게 하는 순이다" 올해로 21살인 이모씨가 쓴 살인계획 중 일부다. 그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롤모델로 모두 7명을 살해하겠다는 끔찍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얼마 뒤 이씨는 실제로 20대 여성을 죽였다. 집에서 발견된 이씨의 '데스노트'에는 함께 근무했던 공무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의 집에는 회칼, 손도끼, 쇠파이프가 있었다. 공익요원 이모(21)씨는 타인을 살해할 목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흉기를 구입했다. 정초부터 남몰래 살인을 준비했던 이씨. 그는 약 2달 후 20대 여성을 실제로 살해했다.

두 달 전부터 준비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조기룡)는 길 가던 2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이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11시10분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빌라 앞에서 귀가하던 김모(25)양의 얼굴과 복부 등에 수차례 흉기를 휘두르고 벽돌로 머리를 내리쳐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12년 12월 현역으로 입대했지만 정신질환을 이유로 현역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후 김포시청에서 공익근무를 시작했는데 그곳에서도 적응에 실패했다고 한다. 결국 이씨는 자신의 자택 근처인 김포의 한 주민센터로 다시 발령을 받았다.

이씨와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은 이씨를 '말수가 적고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러나 그의 잔인한 심상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이씨는 평소 살인을 위해 각종 흉기를 구입한 뒤 집 안에 보관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자신의 롤 모델로 연쇄살인범 유영철(44·복역중)을 꼽았다고 한다. 12개 행동수칙을 만들어 살인을 준비해온 것은 물론 노인과 공무원을 '데스노트'에 적어 실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노트에 이름을 올린 공무원은 얼마 전까지 이씨를 담당했던 공익 관리 공무원(32·여)으로 전해진다. 또 이씨의 노트에는 "(모두) 7명을 죽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건에 앞서 이씨는 자신의 근무지인 주민자치센터를 무단이탈한 뒤 외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집으로 귀가한 이씨는 어머니에게 심한 꾸지람을 들었고, 홧김에 흉기와 가스총을 들고 집 밖으로 나섰다고 한다. 검찰 조사에서 이씨는 가출에 필요한 돈을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진술했다.

가출한 이씨는 길가에서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물색했다. 그러던 중 심야에 혼자 귀가하던 김씨를 발견했다. 이씨는 집 앞까지 쫓아가 금품을 갈취하기 위해 김씨를 위협했다. 하지만 김씨는 저항했고, 이씨는 자신의 요구에 김씨가 응하지 않자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장소는 유동인구가 많은 빌라 1층이었다. 이씨는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뒤 벽돌로 머리를 약 20회 내리쳐 피해자를 현장에서 숨지게 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현장 인근에서 '퍽퍽'하는 소리와 함께 "살려달라"는 젊은 여자의 비명이 들렸다고 한다. 처참했던 당시 상황에 그들은 몸서리쳤다.

범행 직후 이씨는 칼을 휘두르며 강하게 저항했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겁을 먹은 것이다. 이때 일부 시민들이 설득을 시도했다. 하지만 "죽여버리겠다"는 이씨의 폭주에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귀가하던 20대 여성 잔인하게 살해
얼굴·복부 등 수차례 흉기로 찔러 
쓰러지자 벽돌로 20차례 머리 가격

왜소한 체격의 이씨. 그러나 그보다 갑절은 덩치가 큰 형사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이씨는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자살하겠다”고 말했다. 괴성도 질렀다. 경찰에 따르면 극도의 흥분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이씨는 "외롭게 살았다. 사람들이 나를 괴롭힌다. 다가오면 죽겠다"라는 등의 말로 본인의 억울함을 토로했다고 전해진다.


이씨가 자살소동을 벌이자 경찰은 인내를 갖고 설득 작업에 나섰다. 그의 요구대로 담배와 커피를 건네며 진정을 시켰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며 자수를 회유했다. 사건 발생 2시간이 지나자 이씨의 경계가 느슨해졌다. 이 틈을 탄 경찰은 이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23일 오전 1시15분께 일이다.

 찰에 따르면 체포된 이씨는 술을 마신 상태였다. 만일 이씨가 만취상태였다면 기소 후 법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이씨는 중학생 때부터 공황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단 치료용 약은 복용하지 않았다고 가족들은 증언했다.

이씨는 김씨를 살해하기 직전 인근에 있는 한 PC방에서 다른 손님의 지갑을 훔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씨는 사건 발생 하루 전(21일) 서울 한 슈퍼에서 과도를 훔친 사실도 추가로 적발됐다. 아울러 이씨는 지난 2010년 10월 경기 김포의 한 PC방에서 시비가 붙은 김모(19)씨의 허벅지와 무릎, 팔뚝을 수차례 둔기로 때리고, 김씨의 머리를 변기에 내리쳐 상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앞선 조사에서 이씨는 "PC방에서 나와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그냥 김씨가 보여서 쫓아갔고 처음부터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씨가 범행을 사전에 준비한 것은 분명했는데 경찰은 이씨의 소지품 중 마스크와 다른 흉기 1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이씨는 살해 10분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다른 20대 여성을 따라갔다가 범행에 실패한 것으로 검찰은 전했다. 이씨에겐 살인예비 혐의가 함께 적용됐다.

무서운 그의 노트

최근 공개된 그의 노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있었다.

"신이 나를 버렸음으로 나도 신을 버린다. 여성은 사회의 암적인 존재. 나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정화를 하는 것이다. 걸리지만 않는다면 여자를 강간하고 싶다. 유영철의 대범함을 본받고 싶다." 그러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한 문구가 유독 눈에 띄었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가슴 아픈 범죄는 그를 아끼는 주변인들조차 파멸로 이끌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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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