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조작 출구전략 '액션플랜'

권 과장 살리고 유우성 날린다?

[일요시사=사회팀] '국정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윗선'을 밝히지 못한 가운데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안팎에선 “국정원과 검찰이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구전략을 가동한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특검론'까지 불거지는 등 적잖은 후폭풍이 감지되고 있다.

'국정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수사가 동력을 잃은 채 어느덧 수사결과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14일 중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는데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발표 왜 미뤘나

앞서 검찰은 지난 8일을 전후로 증거조작 사건 최종수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사 대상에 오른 주요 피의자 권모 과장(4급)의 자살기도 및 건강악화에 따른 후유증(기억상실 증세)으로 수사 진행에 공백이 생겼고, 조사 대상인 국정원이 초지일관 비협조적인 태도로 '윗선' 추적을 방해하면서 결과 발표를 늦추게 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증거조작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이달 초 관련자 소환조사를 대부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늦어도 이번 주 안으로는 수사결과를 정리해 발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검찰은 지난주 금요일인 11일에 수사결과를 브리핑하기로 준비했다가 평일 발표로 일정을 틀었다고 한다. 박근혜정부 들어 검찰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 발표를 금요일에 했다. 금요일 발표는 다음날이 주말이라 여론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을뿐더러 일요일을 거치면서 여론의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소위 '맞을 매를 덜 맞는' 안전한 선택지인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기소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감찰 결과 발표 등을 모두 금요일에 했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안팎으로 강한 비판여론에 직면했는데 특히 검찰을 출입처로 둔 각 일간지의 반발이 거셌다는 후문이다. 또 거듭된 금요일 발표에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게 되면서 검찰 역시 이번만큼은 ‘정공법’을 선택할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이 미심쩍다는 것에 있다. 검찰은 증거조작을 지시한 윗선을 들추기 위해 추가 수사를 벌였지만 혐의 입증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국정원의 증거조작 시도를 검찰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축소 수사' 논란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검찰은 윗선 중 1명인 최모 대공수사국 단장(2급)을 소환조사하는 등 막판 수사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반발 등 난맥상에 부딪히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 단장은 대공수사국 요원들이 사용한 전문, 공작비 지출 등에 관한 결재권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 단장은 검찰 조사에서 "보고 내용은 자동 결재돼 증거조작 시도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검찰은 최 단장의 직속상관인 이모 대공수사국장(1급)을 소환조사하는 데도 실패했다.

최 단장은 상관의 개입 여부와 관련해 혐의 사실을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전해진다. 기대를 모았던 서천호 국정원 2차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은 아예 조사 대상에서조차 배제됐다. 사실상 동력을 상실한 수사라는 것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남 원장은 논외로 하더라도 수사 책임자인 이 국장마저 강제수사하지 못한 탓에 검찰의 수사의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정원 업무 특성상 수뇌부 지시 없이 부하 직원들이 독단적으로 증거조작을 총괄·기획했을 개연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식을 뒤엎는 국정원의 '기상천외한 일탈'은 핵심 피의자의 기소마저 가로막고 있다.

앞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권 과장은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알려졌다. 복수 정신과 전문의에게 문의한 결과 "연탄가스 중독을 통한 자살기도로 기억상실증에 걸릴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는 소견을 얻었다. 이들 중 한 전문의는 "간단한 테스트만으로 권 과장이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뇌손상으로 인한 지각 능력 장애나 기억상실증 등으로 병세가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수사팀 '국정원 윗선' 개입 여부 확인 실패
일각서 '특검론' 불거지는 등 후폭풍 적잖아

권 과장은 지난달 19∼21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22일 자살을 기도했으며 그동안 병원에서 안정을 취해왔다. 이로부터 3주가 흐른 지난 10일 검찰은 권 과장이 입원한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병원 측으로부터 진료기록 등을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국정원과 사정기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권 과장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검찰은 권 과장에 대한 대면조사나 소환조사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기소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알렸다.

일각에선 검찰의 병원 방문이 권 과장의 사법처리를 미루기 위한 출구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검찰 입장에선 '피의자 조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국정원 입장에선 검찰이 국정원의 주장(기억상실 증세)을 확인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다. 복수 법조계 관계자는 "권 과장에게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앞서 권 과장은 서울 내곡동 국정원 사무실에서 김모(48·구속기소) 과장 등과 함께 증거조작과 관련한 내부 회의를 갖고, 허룽시 공안국이 주선양총영사관에 공문을 전송한 것처럼 인터넷팩스 발신번호를 조작했다.

또 그는 주선양총영사관에 파견된 이인철(48·국정원 4급) 영사에게 출입경기록발급 확인서 등에 대한 허위 공증을 지시하고, 외교전문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권 과장에게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진다면 검찰의 위신을 땅에 떨어질 공산이 크다.  

엉뚱한데 화풀이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는 11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흥준) 심리로 열린 유우성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영상과 녹취록 등을 포함한 대규모 프리젠테이션(PT)을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사건을 맡은 검사들은 각각 역할을 나눠 유씨의 과거행적, 범죄전력, 공소과정 등을 상세히 PT했다.

특히 검찰은 1심에서 문제 삼지 않았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시하고, 유씨의 이름을 중국식(리우지아강)으로 바꿔 표기하는 등 "유씨가 의심스러운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소장에 사기 혐의를 추가할 정도로 사법처벌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대공수사 파트너인 국정원에게는 그토록 너그러웠던 검찰. 그러나 유씨에 대해서만큼은 '특수수사' 못지않은 총력전으로 눈총을 사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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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