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인터내셔널, 우즈벡서 '노예 노동' 도마

'워크프리' 인터넷 청원 '봇물' 국제적 망신…몇 년째지만 '마이동풍'

[일요시사=경제2팀] 고려시대 문익점은 목화씨를 들여와 온나라 백성들에게 이로움을 줬다. 오늘날 현대인들에겐 목화라는 것은 드라마 '별그대'의 여주인공처럼 모카커피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내기업이 '목화' 때문에 국제적 망신살을 뻗치고 있고, 여기에는 국내 공기업이 함께 연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해외 순위정보 사이트 리스트버스(Listverse)에 '쇼킹한 인권문제를 가진 10대 기업'에 대우인터내셔널이 7위에 올라왔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멀리 우즈베키스탄 목화농장에서 아동학대, 강제노동, 노예계약 등으로 몇년째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런데도 대우인터내셔널은 타 기업과는 달리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단체인 워크프리(Walk Free)가 국제적인 인터넷 청원사이트(petitionsite.com)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의 ‘노예노동’ 문제를 지적하며 전세계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어 국제적인 망신까지 당하고 있다.

5만명을 목표로 하는 이 청원운동에 지난 7일 현재, 참여율이 4만9500명이 넘어서고 있다.


워크프리는 우즈벡의 어린 소녀가 대우인터내셔널 유니폼을 입고 목화를 한보따리 짊어진 사진을 게재하고, "우즈벡의 목화밭에서 11명이 목화를 따다가 목숨을 잃었다. 63세의 농부 투르수날리 사디코프는 노동을 강요하는 우즈벡 공무원에게 구타당한 끝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은 대우자동차와 전자제품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우가 우즈벡에서 목화를 따는데 동원된 세계 최대의 노예노동 업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라고 지적하며, "우즈베키스탄의 목화밭에서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강제노동이 이뤄지고 있고, 대우인터내셔널은 '노예노동(slave labour)'을 통해 면화를 제조하는 세계 최대의 업체"라고 전하고 있다.

또 "엄마와 함께 목화밭에 따라온 여섯살짜리 아이는 트레일러에서 잠을 자다가 목화더미에 깔려 질식사했다"고 워크프리는 폭로하고 있다.

워크프리는 아동착취, 강제노동과 싸우는 글로벌 인권단체로 세계의 네티즌들이 서명에 참여하여 노예없는 세상을 건설하는데 도움을 줄 것을 호소했다.

세계 6대 목화 생산국이고 5대 목화 수출국인 우즈베키스탄에서 목화는 국부의 원천으로 소위 '하얀 황금'으로 불린다. 국가가 중앙에서 1/3 가격으로 목화를 독점적으로 매입해서 국가 소유의 무역회사를 통해서 수출한다.

목화를 수확하는 9월부터 3개월 동안 어른들뿐 아니라 강제로 아이들까지 목화밭에서 노동에 시달린다.

강제노동을 하는 아이들은 보통은 11살에서 17살 정도라고 하는데 어린 경우에는 7살짜리도 있다고 한다. 보고서마다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50만에서 200만명의 아동들이 강제로 동원되어 10kg에서 50kg의 목화를 따야 한다고 전했다.


아무 장비도 지급받지 못해서 농약과 살충제 등 화학 물질에 그대로 노출돼 있고, 기본적인 음식과 물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서 관개수로에 흐르는 물을 먹다가 병이 나거나 사망한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11년과 2012년에 사마르칸드(Samarkand)라는 지역에서 목화를 따다가 7명이 사망했다.

지난 1월 4일자 뉴욕타임스 사설에 "대우인터내셔널의 아동 강제노동 문제에 미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제법상 17세이하 아이들에 대한 아동노동은 강제노동이라 규정한다. 우즈벡에서는 16세로 정하고 있다해도 7~15세 아동의 노동은 불법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2010년 말, 면펄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글로벌 콤스코 대우(GKD)를 설립하고 우즈벡의 노후 면펄프 공장을 인수했다.

신설법인 GKD는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35%와 한국조폐공사가 65%의 지분 참여로 만들어진 합작회사다. 국내기업 뿐아니라 나아가 한국 정부가 연루되어 있는 것이다.

김종철 공익법센터 어필 대표 변호사는 2012년 국회 기재위원회의 한국조폐공사 국정감사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우즈벡의 인권 실태를 알렸다.

국제적 신발업체 나이키에서는 국제적 비난 여론에 따라 GKD와의 거래를 중단했고, 미국의 월마트, 영국의 테스코, 핀란드 대표 섬유회사 마리메코 등이 우즈벡 면화로 만든 직물거래를 중단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GKD 우즈벡 사업은 국제협약과 윤리강령에 위배되어 국가 이미지가 훼손되고 투자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우즈벡 정부에서 주도하는 면화 사업에 대우는 어떤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 단지 우즈벡에서 사업에 하는 외국계기업이라는 점에서 국제적 여론과 비난을 받고 있어 답답하다"며, "대우가 우즈벡 정부에 아동 강제노동 중단에 대해 지속적인 요청을 하고 있고 '2014 ILO(국제노동기구) 보고서'에서도 노동환경도 많이 개선됐다고 보고됐다"고 말했다.

또 "GKD 현장에서 아동 강제노동은 전혀 없으며, 대우가 우즈벡에서 사업을 그만두지 않는한 이 문제는 계속 제기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폐공사는 그 목화 펄프로 지폐를 만들고, 국내 대기업이 섬유를 생산해 내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돈, 우리가 입는 옷이 외국 아동의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는데서 우리도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신관식 기자 <shi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