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서 나온 '남재준 제물론' 실체 추적

"다 된 밥에 재 뿌릴 수 없다…국정원장 목 날려라"

[일요시사=정치팀] "청와대가 남재준(국가정보원장) 목 날릴 시기만 조율하고 있다" 최근 여권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취임하자마자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 주요 정치이슈에 휘말리며 야권으로부터 거센 사퇴압력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남 원장을 지켜준 것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이번에도 과연 지켜줄 수 있을까? 대답은 회의적이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여권이 남 원장의 경질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 들려오는 '남재준 제물론'의 실체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각별한(?) '남재준 사랑'은 이미 유명하다. 박 대통령과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였던 박 대통령은 자신의 국방안보특보로 남 원장을 임명했다. 비록 경선에서는 패했지만 남 원장은 이후 국방안보 분야에서 박 대통령의 절대적인 멘토로 자리매김했다.

국방안보 멘토
'남재준 사랑'

지난해 3월 남 원장이 박근혜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으로 임명된 것은 박 대통령의 남재준 사랑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정원장은 보통 대통령의 최측근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인사가 임명되는 자리다. 국내외 모든 정보를 다루는 부서이다 보니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 과거에는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정기적으로 독대보고를 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져 있었다. 당연히 정권의 실세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도 하다.

남 원장이 취임 후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으로 사퇴 압력을 받자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셀프개혁’을 주문하며 남 원장에 대한 무한한 지지를 보냈다. 야권이 수 개월간 장외투쟁을 벌이며 남 원장의 사퇴를 촉구할 때 남 원장을 지켜내는 일은 박 대통령으로서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이번 서울시공무원 간첩증거조작사건(이하 간첩증거조작사건)이 터졌을 때도 박 대통령은 남 원장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국정원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당부하는 선에서 그쳤다.

6월 지방선거는 '박근혜의 선거'
남재준 그냥두면 '수도권 빅3' 위험


하지만 간첩증거조작사건의 파문이 점점 더 확산되면서 청와대의 기류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 수사 결과 간첩증거조작사건이 국정원 직원들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이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검찰은 지난달 31일 국정원 대공수사팀 소속 김모 과장(일명 '김 사장')과 협조자 김모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이 법원에 낸 공소장을 보면 국정원이 간첩증거조작사건에서 번번이 거짓 해명을 내놓으며 증거를 조작해왔다는 사실이 적시되어 있다.

국정원은 지난 2월14일 "국정원과 검찰이 법원에 낸 중국 공문서 3건이 모두 위조됐다"는 중국 정부의 회신이 공개되자 "중국 선양 주재 총영사관을 통해 입수했다. 사실에 부합하는 문서로, 위조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이 문서는 국정원이 협조자를 시켜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국정원이 공문을 가로채고 팩스 발신번호까지 조작 해가며 위조문서를 진짜인 것처럼 속이려 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국정원의 민낯
국민들 '충격'


지난 2월28일에는 대검찰청이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세관) 발급 문서를 감정한 결과, 중국 정부가 진본이라고 밝힌 변호인 쪽 문서와 국정원·검찰 쪽 제출 문서에 찍힌 도장이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국정원은 "중국은 한 관공서 안에서도 복수의 인장을 사용한다"며 반박했다. 그러나 공소장에는 국정원 직원 김 과장이 협조자 김씨가 위조를 주저하자 '걱정 말라'고 안심을 시키면서 위조문서에 넣을 문구까지 적어준 사실이 적시되어 있었다. 



협조자 김씨가 위조비용으로 중국돈 4만위안(약 740만원)이 필요하다고 하자 이 돈을 국정원 측이 지급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의 공소장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충격적인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해 "이는 (정권에 찍히면) 누구라도 간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섬뜩한 이야기다"라며 "9시 뉴스에서 한 시간 내내 떠들어도 모자라지 않을 사건"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 내부에서는 남 원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국정원의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은 가히 충격적이며, 국정원의 신뢰는 다시 한 번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국정원의 신뢰 재건을 위해서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철저히 파헤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서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수사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없었다면 국정원의 '국' 자도 꺼내지 않았을 사람이다. 그런 최 원내대표가 국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는 것은 청와대도 (남 원장을 경질하기로) 어느 정도 마음을 굳힌 것이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이 남 원장의 경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기류 변화는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야권에선 봐주기 수사라고 하는데 정말 봐주기 수사라면 검찰이 공소장에 저런 내용들을 담았을까? 어설픈 봐주기 수사는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차라리 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여주며 선을 긋는 편이 여권의 입장에선 더 낫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미 검찰의 공소장에서 국정원의 증거조작 혐의가 대부분 드러난 상황에서 청와대가 언제까지 남 원장의 경질을 미룰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는 달리 간첩증거조작사건은 남 원장의 임기 내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청와대가 무작정 선을 긋고 남 원장을 옹호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청와대의 기류가 변한 이유는 더 있다. 새누리당 친이계에서는 간첩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남 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같은 갈등은 곪고 곪아 최근에는 남 원장의 거취문제가 여권 내 계파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었다. 남 원장의 거취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친이계가 이를 계기로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 야권에 이어 친이계까지 남재준 경질론에 가세한다면 박 대통령과 친박진영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질 우려도 있다.

친이계 결집
사면초가 친박

게다가 지금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이 사안을 오래 끌 경우 아무리 콘크리트 지지율을 가진 박 대통령이라도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지율의 하락은 국정운영동력 상실로 이어진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버티기 전략을 쓰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청와대도 잠잠해지는 것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남 원장의 경질론에 무게가 실리는 가장 큰 원인은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결국 지방선거가 남 원장의 목을 날리는 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정원이 내놓은 오류투성이 해명들
"경질은 기정사실…문제는 시기?"


박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현재 전국적으로 야당 소속 시도지사가 많아 현 정부의 국정철학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은 야권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의혹 등을 이유로 현정권의 정통성에 문제를 제기해온 상황에서 이번 선거를 정권에 대한 '재신임'과 연결시키며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해왔다. 때문에 남 원장이 지방선거 승리에 걸림돌이 된다면 박 대통령은 얼마든지 남 원장을 쳐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남 원장의 경질은 이미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빅3로 불리는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인천시장 선거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자리수 경합이 벌어지고 있다. 만약 남 원장을 경질하지 않고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빅3를 야당에 모두 내주자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에는 특히 진보성향을 가진 20~40대의 유권자들이 많은데 남 원장을 경질하지 않고는 결코 이들의 표심을 움직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수도권 표심
박근혜 고심

현재 지방선거와 관련해 이른바 '박심'이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나온다. 박심이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장관의 인천시장 출마선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유 전 장관은 당초 인천시장직에 출마할 생각이 없었다. 당에서 현직 장관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장관을 지방선거에 차출하자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 박심이 작용한 것이다. 정황상 그렇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이 지방선거에 올인하고 있는 만큼 남 원장의 경질은 기정사실이고 다만 문제는 '시기'일 뿐"이라며 "너무 일찍 남 원장을 경질하면 결집된 보수층을 오히려 와해시킬 수 있고, 너무 늦으면 여권이 책임론에 시달릴 수 있다. 지금 청와대에서는 남 원장을 언제 어떤 식으로 경질하는 것이 지방선거 표심에 가장 도움이 되는지 한창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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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