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어물쩍 앉은 강병규 신임 안전행정부 장관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일요시사=사회팀] 박근혜 대통령이 강병규(59)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했다. 박 대통령은 유정복 전임 장관이 인천시장에 출마함에 따라 그 빈자리에 안전행정부 제2차관 출신인 강 장관을 후임으로 선임했다. 강 장관은 임명 과정에서 중대한 인사 기준상의 흠결이 밝혀져 여야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는 과연 건전한 지방자치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까.

지난 2일 강병규 신임 안전행정부 장관이 취임했다. 강 장관은 취임식에서 “국정운영의 중추부처로서 안전행정부는 그 어느 부처보다 각종 국정과제들을 보다 활력 있게 추진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성과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과 현장 속으로 더 가까이 더 철저하게 다가가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다음날인 3일 강 장관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신고식을 치르고 본격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강 장관은 안전행정부가 추진해야 할 역점사안으로 공정한 6·4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리, 국민안전과 재난·재해 예방 강화, 정부3.0 확산과 성과 창출, 건전한 지방자치 발전 토대 마련을 언급했다.

속전속결 인선
법 위반? 쉿!

박근혜 대통령은 새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강병규 전 행정안전부 제2차관을 앉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7일 브리핑에서 6·4 지방선거 인천시장 출마를 위해 지난달 5일 사임한 유정복 전 장관의 후임으로 강 전 제2차관이 내정됐다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인선을 위해 장고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후임 인선은 불과 이틀만에 신속히 이뤄졌다. 민 대변인은 “강 내정자는 안행부 업무 전반에 걸쳐 풍부한 식견과 경험이 있으며 부처와 국회 등 대외기관과 협조가 원활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수평적 리더십과 조직관리 능력을 갖췄고,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는 점이 발탁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 위장전입 및 농지법 위반 등을 두고 야당이 강 장관에 대한 자질문제를 지적하면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한 이후 인사청문회법에 규정된 20일 내에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음에 따라 지난 1일 보고서 채택을 재요청한 뒤 강 장관을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강 장관은 위장전입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위장전입은 고위 공직자의 인사청문회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사안이기는 하지만, 안전행정부가 주민등록법을 관장하는 주무부처라는 점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더욱 거셌다. 강 후보자는 자녀 교육문제와 연관된 위장전입으로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시종 머리를 숙였다. 강 장관의 배우자와 장남은 1997년과 2000년에 각각 이촌동과 후암동에 있는 지인의 집으로 전입했다. 강 장관은 교육 문제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어차피 이사할 것이니 미리 전입신고를 하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고 말했다. 또 2000년 두 번째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꼭 학군의 이점 때문에 특정 학교를 가야하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 사정 때문에 학교가 끝나면 그 학교 주변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강 장관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87년 2월 구입한 과천 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세 면제기간을 채우기 위해 발령지인 부산으로의 전입신고를 미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986년 4월 과천에서 부산으로 발령나 이사했음에도 이듬해 4월에야 부산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한 것 때문이다. 아파트 양도세를 면제받기 위해 주민등록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추궁이 이어졌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 “유학 후 돌아와서 2개월 만에 부산으로 발령나 2개월밖에 살지 못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투기나 세금면탈 목적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예외 없이 위장전입 문제를 파고들었고, 강 후보자는 그때마다 연거푸 사과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다른 부모들이 교육문제로 위장전입을 한다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처벌할 수 있겠느냐”면서 “국민이 그런 처벌에 수긍하겠느냐”고 따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은 “주무부처 장관이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청와대는 ‘문제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면서 “이래놓고 어떻게 비정상의 정상화, 법과 원칙을 얘기할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강 장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25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강병규 안행부 장관 후보자의 전문성 도덕성에 대해 검증이 이뤄졌다”면서 “주민등록법 위반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불법선거운동 근절에 대한 확고한 약속이 있어 무리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당은 후보자가 일부 흠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장관을 임명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청와대의 의지라며 엄호했다.

행정가 임명 이유
선거 중립 표방

하지만 야당 일부 의원들은 강 후보자에 대해 행정 전문가로서의 업무 역량을 인정하면서도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해명을 요구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몇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됐는데 그때 시점으로 봐서는 불가피했을지 모르나 지금 눈으로 보면 잘못이니 솔직하게 인정하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은 강 장관의 각종 도덕성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 인사 담당 참모들은 뭐하는 양반들이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안전행정부 장관할 사람이 법 위반한 사람 말고는 없느냐”며 “군대 안 다녀온 사람, 농지법 위반한 사람은 공직에 앉아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주무부처 장관의 위법 사실을 두고 여러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청문회서 위장전입·농지법 위반 뭇매
보고서 채택 무산…박 대통령 임명 강행

일부 의원들은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변명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그는 “제 불찰이고 죄송하다”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고 위장전입을 수차례 사과했다. 그러나 사퇴 요구에는 “후보자로서 진퇴 문제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선을 그었다.


위장전입 문제로 홍역을 치른 역대 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강 장관 외에도 2010년 취임한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있다. 당시 맹 전 장관은 언론사 기자 시절 배우자와 딸이 실제 거주지인 서울 방배동이 아닌 인천 주안동에 주민등록을 이전했다 복귀한 기록이 드러나 주민등록 주무 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는 야당의 공세에 부딪혔다. 당시 특파원 출국을 앞두고 딸이 호적에 아들로 잘못 기재돼 있어 이를 정정하기 위해 사무처리가 빠른 인천으로 일시적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강 장관은 위장전입과 함께 농지관리법을 위반한 기록도 갖고 있었다. 강 장관의 배우자인 김모씨는 2012년 8월 부친으로부터 논밭을 증여받은 후, 실제 경영을 하지도 않으면서 농업 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현행 농지법상 농지는 자신이 농업 경영에 이용하지 않으면 소유할 수 없다. 해당 논지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소재의 논 4필지와 밭 1필지 등 총 5필지(7246㎡)로, 공시지가로 4억490여만원에 달한다.

강 장관은 “장인으로부터 30년간 위탁경작한 분의 권리를 지켜달라는 부탁이 있었다”며 “법에 저촉된 부분이 없게 했어야 하는데 법무사에게 일임하다보니 챙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토지 처분 여부에 대해 “아직 용인 백안면으로부터 해당 농지를 처분하라는 공문은 받지 못했으나 민간 매각이나 농어촌공사에 위탁매매 의뢰, 혹은 위탁 경장을 의뢰하는 등 위반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강 장관의 이러한 불법·탈법 사실을 미리 알고서도 내정한 것으로 드러나 뒷말이 무성하다. 강 장관은 청와대의 사전 질문서에 ‘위장전입 여부’ ‘농지 불법 취득 여부’ ‘자녀 이중국적 취득 여부’ 등을 물었고 여기에 모두 ‘그렇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민기 의원은 청문회에서 “청와대가 사전에 검증하기 위해 사전 질문서를 주는 것인데, 사실상 액세서리 아니냐”며 “사전질문서에 후보자가 거짓으로 썼으면 몰라도, 제대로 썼는데도 이렇다면 제대로 인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중앙·지방 잇는
내무행정전문가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강 장관이 한국지방세연구원장 재직 시절에 업무추진비를 개인적 용도로 지출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강 장관은 지방세연구원장으로 재직한 2011년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경조사비 용도로 업무추진비 3230만원(321건)을 지출했다.

이는 강 장관이 지난 3년간 쓴 전체 업무추진비 내역 694건 1억5700만원과 비교할 때 집행 횟수 기준으로 46.1%, 집행 금액 기준 30%에 해당한다. 강 장관은 재직기간 경조사비에 연평균 107건 1000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집행했다. 과도한 경조사비 지출을 두고 개인적 용도로 업무추진비를 집행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진 의원실은 지방세연구원에 경조사비가 지출된 대상에 관한 상세 자료를 요구했으나 지방세연구원은 이에 불응했다.

강 장관의 재산은 17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9월24일 공직자 퇴직 재산신고에서 강 내정자는 본인 소유의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아파트 7억2000만원 상당과 제주도의 과수원 3306㎡ 2324만원 상당을 신고했다.
 

강 내정자는 또 본인 소유의 2003년식 SM5 743만원 상당과 배우자 소유의 2004년식 뉴EF소나타 932만원 상당 등 자동차 2대를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퇴직 당시 강 내정자 예금은 외환은행 3614만원, 국민은행 2631만원, 배우자 예금은 삼성생명 3577만원 등이다. 강 내정자의 재산은 퇴직 때 그 전년 말 기준 재산신고액과 비교할 때 1401만원 늘어났었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은 그동안 공직후보자를 내정할 때마다 논란을 샀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이러한 부분을 묵인하는 경향이 짙다는 평가다. 현 정권의 인사 철학과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말에도 청와대는 부실한 인사시스템이 드러나면서 거센 비난을 산 바 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는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일자 “검증할 때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즉 기존 공직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 때는 ‘불법’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강 후보자의 경우, 사전에 해당 탈법에 대해 알고서도 임명을 강행한 것이어서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권, 사람이 그렇게 없나”
‘먹통’청와대 인사시스템 또 도마

강 장관은 내무부 시절부터 잔뼈가 굵은 행정 전문가로 알려진다. 1977년 행정고시 21회 합격 이후 78년 5월 사무관 시보로 임용됐다. 이어 79년 6월 이등병으로 입대 후 전두환 보안사령관 당시 보안사에서 근무하다 81년 9월28일 육군 병장으로 제대했다.

그는 제대와 동시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수행비서로 발령받았다. 공직에 입문한 강 장관은 91년 내무부 행정관리담당관을 시작으로 장관 비서관, 행정자치부 감사관, 정책홍보관리실장, 지방행정본부장,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장을 거쳐 2009년부터 1년간 제2차관을 역임했다. 차관 재직 시절 지방자치단체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돌리는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를 신설했다.

구사일생 일화
독특한 이력도


그는 부산시를 거쳐 경산시 부시장, 대구시 행정부시장을 지내는 등 현장 지방행정 경험도 풍부하다. 5공과 김대중정부 등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이때 ‘아웅산 테러’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위기를 넘긴 일화도 있다. 대통령비서실장실에서 일하던 83년 10월9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 때 북한의 폭탄테러가 일어난 아웅산 묘지 현장에서 수행 중이었으나 화를 면했다. 당시 사고로 강 내정자의 상관이던 함병춘 비서실장 등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명박정부 시절 행정안전부 2차관을 지낸 뒤에는 한국지방세연구원 초대 원장에 취임, 신생 조직의 초석을 다지는 중이었다. 경북 의성 출신에 고려대를 졸업, 대표적인 TK 행정관료로 분류되지만 경기중·고를 거치는 등 학창시절부터 주로 서울에서 생활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에 평소 격이 없고 소탈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족으로는 부인 김수미씨와 두 아들을 뒀다. 첫째 아들은 2010년 병장으로 군 복무를 마쳤고 둘째 아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입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강병규 장관은?]

▲경북 의성 출생
▲경기고 졸업
▲고려대 법학과 학사, 성균관대 대학원 박사
▲행정고시 21회
▲내무부
▲경산시 부시장
▲행정안전부 감사관
▲행정안전부 자치행정국 국장
▲대구광역시 행정부시장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행정안전부 제2차관
▲한국지방세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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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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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