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렁술렁’ 상가 웃고 오피스텔 울고

2·26 발표 이후…수익형 부동산 희비

정부가 지난달 주택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오피스텔 등 주거용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 “반응 엇갈려”
오피스텔 선호도 하락…수익↓ 공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급과잉으로 임대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정부의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투자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 반면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은 이번 방안에 직접적인 적용을 받지 않아 풍선효과를 누리고 있다.

설상가상…
세금부담까지

실제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등은 공급과잉 현상으로 임대수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2010년 8월(6.0%) 이후 하락해 지난 2월 5.6%까지 떨어졌다. 오피스텔의 경우 올해 입주폭탄과 맞물려 수익률 저하와 공실 증가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3만2898실 입주)에 이어 올해 4만1312실이 입주하게 돼, 지난해보다 1.5배가량 공급이 늘었다. 6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설상가상으로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앞으로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임대사업자는 임대소득 노출에 세금부담까지 더해져 투자선호도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 많은 영등포구 당산동과 관악구 신림동의 부동산시장에는 벌써 냉기가 돌기 시작했다. 현재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거래가 줄면서 마이너스프리미엄까지 형성되고 있다. 거래가 급매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등포구 당산동의 T오피스텔은 지난달 입주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30%가량의 잔여분양 물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T오피스텔 인근 영등포구 당산동의 P공인중개사무실 대표는 “T오피스텔은 오피스텔 시장 침체가 계속되자 분양가를 낮춰가면서까지 고객유치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전·월세수요는 많으나 매매수요는 최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때 판교신도시와 함께 ‘로또신도시’로 불렸던 광교신도시의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광교신도시의 G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수년간 광교신도시에 오피스텔 공급이 많았으나 수요는 한정돼 있어 현재 임대수익률은 3%대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광교테크노밸리 주변에 위치한 S오피스텔과 T오피스텔은 지난해부터 입주를 시작했으나 절반가량은 불이 꺼진 상태다. 두 곳의 30㎡형 분양가는 1억7000만원 안팎이었지만 현재는 1억4000만원 이하로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도 고전 중
‘룰루랄라’상가는 풍선효과


공급 과잉으로 고전하기는 도시형 생활주택도 마찬가지다. 관악구 신림동의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관악구 신림동은 도시형 생활주택이 넘쳐나면서 급매위주로만 거래된다”면서 “불과 2년 전, 신림역 주변 도시형 생활주택은 전용 18㎡ 기준으로 최고 1억3000만원까지 분양됐으나 현재는 1억원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의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상가나 지식산업센터 등은 오히려 풍선효과를 받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에서 주를 이뤘던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의 수요가 상가나 지식산업센터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2구역의 단지 내 상가 ‘텐즈힐’ 분양 관계자는 “오피스텔에 쏠렸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가 쪽으로 옮겨 가고 있는 것 같다” 면서 “3월 이후 15일간의 계약건수가 지난 한달간의 계약건수보다 약 2배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왕십리뉴타운 2구역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계약이 늘어났다.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임대차선진화방안 발표 이후 일부 지역은 상가의 거래가 늘면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U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아파트의 거래가 주를 이뤘으나 임대차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아파트를 찾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상암지구 중심상권은 최근 대체적으로 5000만원 이상 프리미엄이 형성돼 거래됐으며 상가손님이 늘어난 편”이라고 말했다.
송도신도시 역시 개발호재와 맞물려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의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최근 송도신도시 중심상권과 그 주변으로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중심상권의 1층 상가 36㎡형은 분양 당시 분양가가 4억5000만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5억원 선에 거래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상가들이다.

 

▲서초타워 근린상가 = 서울 서초보금자리 내 첫 상가인 ‘서초타워’가 이달부터 분양을 시작했다. 지하 2층〜지상 7층, 연면적 2422㎡ 규모로 점포수는 총 22개다. 지하 2〜1층은 주차장, 지상 1〜7층은 근린상가로 구성됐다. 3.3㎡당 분양가는 평균 1000만〜4000만원 선(VAT 별도)이다. 전용률은 60% 정도다.
서초타워는 삼성 R&D센터(2015년 2월 준공 예정, 연구인력 1만명 상주), LG전자 사옥(4000여명), 서초 보금자리지구 4000여가구, 우면지구 3300여가구 등 배후 상권이 탄탄한 요지에 위치해 있다. 왕복 10차선(40m) 양재대로변 서초보금자리지구 초입에 위치한 3거리코너 상가로 가시성이 뛰어나다.

호재와 맞물려
프리미엄 형성

인근에 초등학교와 대형 유치원이 인접해 다양한 임차업종을 유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4월 준공 예정. 주차는 현재 18대가 가능하다. 현장 뒤편 농협소유 주차장 부지가 농협 하나로마트로 입점이 확정돼 추가적인 주차장 확보가 수월할 예정이다.

 

▲강남역 센트럴애비뉴 복합상가 = 서울 강남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아 대표적 상권으로 평가받는 강남역 인근에 스트리트형 상가가 등장한다.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강남역 센트럴애비뉴’다. 최근 5년간 공급된 오피스텔 중 최대 규모인 센트럴 푸르지오시티 단지에 위치한다. 상가 연면적 1만3000여㎡에 점포수는 110개다. 이 상가는 총 728실의 오피스텔 입주민이라는 고정수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신분당선을 타고 내리는 이용객이 1일 약 21만명, 주말 35만〜40만명에 달한다. 상가의 면이 모두 도로와 접하는 ‘4면 개방 스트리트형’상가다. 이밖에도 약 400대 수용 규모의 큰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다. 유지 관리비 70%를 절감할 수 있는 수축열 시스템(공기열) 적용, 야간경관에 활력을 주는 야간경관 조명 채택 등의 특화된 설계로 이용고객과 입주민의 편의를 배려했다. 2015년 3월 입점 예정.

 

▲하남 수산물복합단지 테마상가 = 경기 하남시 풍산동 245-3번지 일대에 들어서는 대규모 수산물 복합상가 ‘하남수산물복합단지’가 오는 4월 입점을 앞두고 있다. 2월 말 현재 총 분양률은 60% 이상으로 1층 92개 점포는 사실상 임대분양이 마감돼 상인들이 입주를 원해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이 단지는 대지면적 1만8156㎡, 연면적 2만7273㎡ 부지에 지상 3〜4층 5개 단지, 건물 15개동으로 건립된다. 206개 점포와 28세대의 공동주택으로 구성된다.
상가 건물에는 수산물 도·소매점, 일반음식점, 편의점, 스크린골프장, 커피전문점, 노래방, 냉동창고, 업무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국 최대 규모의 수산물 특화 복합단지로, 한곳에서 모든 것(먹을거리·공연·문화)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복합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후세대 또한 풍부하다. 고덕·풍산·강일지구 3만6000여가구, 하남지식산업센터(6000여명 상주) 등과 하남 미사·고덕강일 보금자리 4만7000여가구, 강동 첨단업무단지 등이 조성되면 4만여명의 추가 수요가 예상된다. 주차수용 능력은 500대 규모다.

 

▲광명 행운드림프라자 근린상가 =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1380번지 일대 ‘광명 행운드림프라자’가 공급 예정에 있다. 건축면적 845㎡, 연면적 7005㎡,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다. 지하 3층〜지하 2층은 주차장, 지하 1층〜지상 4층은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다. 주차대수는 자주식으로 54대(법정:35대). 층별 추천업종은 지하 1층 대형마트, 지상 1층은 약국, 편의점, 문구점, 이동통신대리점, 은행CD기, 부동산중개업소,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등 2층은 금융기관, 전문식당가, 미용실 등 3〜4층은 병의원, 학원 등이다.
사업대상지는 역세권 휴먼시아택지지구 약 4500세대 초입길에 위치해 있으며 4거리 코너입지다. 지구 내 유일한 상업용지로 희소성이 있으며 타 상권으로 배후수요가 이탈하지 않는 전형적인 항아리 상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근에 초, 중, 고 4개 학교가 있어 학원 등 업종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 사업부지 옆에 종교시설인 대형 교회가 있어 다양한 연령층의 유동인구에게 자연스러운 상가 노출과 함께 종교시설 내 어린이집으로 인해 학부모 유동인구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주 7일제 상권이다. 2014년 10월 준공 예정.

 

▲송파 와이즈 더샵 복합상가 =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은 송파 위례신도시 트랜짓몰 내 C1-4블록에 ‘송파 와이즈 더샵’상업시설이 3월 말 공급을 앞두고 있다. 위례신도시 핵심상권으로 개발되는 트랜짓몰과 바로 인접하며 유럽형 스트리트형 상가로 개발된다. 상업시설 내에는 또 하나의 소규모 스트리트 거리가 조성될 예정이어서 ‘트랜짓몰 안의 미니 트랜짓몰’로 주목 받을 전망이다. 이 상업시설은 연면적 9767㎡ 지상 1〜2층 총 130여개 점포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위례중앙역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지식산업센터도 상가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서 분양 중인 ‘에이스 하이엔트 타워10’ 분양 관계자는 “올해 지식산업센터의 임대제한규제가 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객층이 더욱 두터워졌다”면서 “이 지식산업센터는 올해 3월11일 분양을 시작 후 일주일 만에 계약률이 40%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문정지구 지식산업센터 = 개발이 집중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문정지구의 지식산업센터에도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문정지구의 경우 첨단업무지구와 문정법조타운이 들어서는 데다 ‘주택임대차 선진화방안’이 발표되면서 지식산업센터뿐만 아니라 상가 분양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정지구에서는 현재 문정역 현대엠코 지식산업센터, 엠스테이트, 현대지식산업센터 등이 분양 중이다.

발표 이후 계약
2배가량 늘어

준주택으로 분류돼 이번 대책에서 제외된 고시원이나 고시텔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시원이나 고시텔 등은 개별등기보다는 층 전체를 고시텔로 개조하는 형태를 띠는데 이 역시 초기 비용이 소액은 아니지만 일단 보증금이 확보되면 자금 부담이 적다. 입지 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충분히 접근해볼 만 하다는 것이다.
오피스텔이나 다가구·다세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단기적으로는 줄겠지만 저렴한 대체상품이 없다는 점에서 잠시 주춤한 뒤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수도 있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은 다른 수익형 부동산과 달리 소액투자가 가능한 상품으로 예전만큼 투자가 활발하지는 않겠지만 임대사업의 큰 줄기는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금력이 적은 투자자들은 3억원 이하 금액으로 투자할 만한 게 주거용 부동산밖에 없기 때문에 과도기로 당분간 위축되겠지만 여전히 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투자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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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