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방통위 스캔들 전말

'거사' 끝났지만 첩첩산중…도로 '최시중판'?

[일요시사=사회팀] 종편 재승인 후폭풍이 거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 사업자에 대한 재승인을 의결하면서 또 한 차례 종편을 둘러싼 고지전이 예고되고 있다. 같은 시기 조직을 비교적 무난히 이끌었던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낙마하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장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불거진다. 방통위를 둘러싼 마찰은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사업자(이하 종편)에 대한 재승인을 의결한 가운데 '봐주기 심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9일 방통위는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31일 승인유효기간이 만료되는 <TV조선>, <JTBC>와 다음달 21일 승인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채널A> 등 4개 방송사업자에 대한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유효기간은 3년이다.

종편 재승인
거센 후폭풍

이날 상임위 의결에 앞서 야당추천 인사인 김충식 부위원장과 양문석 위원은 각각 종편 선정 심사위원들이 작성한 채점표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고성이 오가던 회의는 야당 추천위원들이 심사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퇴장하면서 남은 세 위원(이경재·홍성규·김대희)의 전원 찬성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정치적 심사'였다는 방통위 안팎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회의 자리에서 양 위원은 "(종편 재승인 검토를 위한) 항목별 채점표를 방통위 사무국에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면서 의혹을 지폈다.

당시 양 위원은 "세부 채점표도 안 보고, 중간 총계도 모르고, 사무국이 만들어준 평가 문건만 보고 어떻게 심의를 하고 의결을 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정종기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5월에 백서를 만들어 공개할 내용이지만 그 사항이 공개되면 심사위원의 인적사항 등 심사위원들이 개별적으로 곤란한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논란을 없애고자 공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양 위원은 '상임위원의 적법한 권리행사'라는 취지로 채점표 공개를 촉구했다. 그는 "채점표를 보여주지 않으면 (점수) 조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압박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외부 비공개를 전제로 양 위원에게 채점표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당추천 인사인 홍성규 위원은 "만약 채점표를 공개할 경우 다음에는 아무도 종편 선정 심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의 날선 공방은 결국 채점표를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럼에도 '종편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은 불식되지 않았고 회의는 결국 파행으로 치달았다.

종편 재승인은 정부·여당이 추천한 3명의 위원만으로 우여곡절 끝에 의결됐다. 그러나 '퍼주기 채점' 의혹을 놓고 대립각을 세운 야권의 공세는 점차 격화되고 있다.

종편 재승인 의결 십자포화…봐주기 심사 있었나
친박중진 이경재 중도경질 뒷말…야당과 친해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소속 야당 측 간사인 유승희 의원(민주당)은 종편 재승인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심사 결과를 무효로 선언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또 유 의원은 종편 재승인 과정에 불거진 여러 의혹들에 대해 추후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크건 작건 국회 안에서의 진통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국회 밖에서는 법적 조치가 검토되고 있다. 양 위원은 재승인 안건이 방통위를 통과한 다음날(20일) 언론 인터뷰를 갖고 "관련 공무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과 방통위의 재승인 의결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함께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종편발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고 국회나 법원으로 옮겨 붙고 있는 셈이다.


친박 이경재
경질 배경은?

때문에 방통위는 지난 이명박정부 때처럼 또다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둘릴 공산이 커졌다. 최근까지 '이경재 체제'의 2기 방통위는 '최시중 체제'의 1기 방통위와 비교해 여야 합의에 더 적극적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3월24일 취임한 뒤 방통위를 별다른 잡음 없이 이끌어왔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오랜 기간 신뢰를 다져왔기 때문에 방통위 안팎에선 그의 연임을 유력하게 내다봤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재신임에 대한 대통령 결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이번 달 초부터 본격적인 교체설이 불거졌다.그러나 파행 운영된 마지막 회의를 끝으로 2기 방통위는 전원 물갈이를 앞두고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연임이 점쳐졌던 이 위원장이 사실상 경질되면서 오는 25일을 끝으로 물러난다는 점이다. 친박 중진으로 알려진 그는 왜 청와대 눈 밖에 난 것일까.

일정대로라면 오는 26일 3기 방통위 출범에 맞춰 청와대는 최소 20일 전까지 차기 위원장을 지명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5일에도 이 위원장을 차기 위원장으로 유임한다는 언질은 없었다. 당시 이 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대통령 인사권에 관한 문제로 얘기하는 건 옳지 않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가 이 위원장의 교체를 결심한 배경은 대외적으로 이동통신사를 컨트롤하는 문제, 구체적으로 말하면 휴대폰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과다지급 문제 개선을 꾸준히 방통위에 요구해왔다.

지난 2월 있었던 미래창조과학부 및 방통위 업무보고에서도 박 대통령은 "스마트폰 가격이 시장과 장소에 따라 몇 배씩 차이나고, 스마트폰을 싸게 사기 위해 추운 새벽에 수백 미터 줄까지 서는 일이 계속돼선 안 될 것"이라고 톤을 높였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입법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법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 상임의원들이 개점휴업 상태로 접어들면서 표류했고, 같은 시기 이동통신사 3사의 불법 보조금 경쟁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청와대가 결심을 굳혔다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코드설'이 거론된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위원장이 여당보다 야당에서 평가가 더 좋아 경질됐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 언론보도를 살펴 보면 야당추천 인사인 김 부위원장과 양 위원은 이 위원장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은 같은 <동아일보> 출신이자 선후배 관계라는 묘한 인연이 있다. 최근 간담회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김 부위원장이 자신을 추켜세우자 "야당에서 칭찬하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뼈있는 응수를 했다.

또 지난달 19일 있었던 국회 업무보고에서 이 위원장은 소신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현직 KBS 앵커출신인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임명된 것에 대해 "KBS 윤리강령에 위배됐다고 생각한다"며 원론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이 청와대의 인사에 부담을 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시각이다.

선거 앞두고
변수 급부상

이명박정부 당시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통합한 부처인 방통위는 지난 정권 핵심실세인 최시중 전 위원장이 군림하며 한때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이름 높았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미래창조과학부로 상당 업무가 이관되면서 조직의 위상과 예산은 쪼그라들었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정치권이 가장 눈여겨보는 정부기관인데 그 이유는 선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방통위는 언론장악을 염두에 둔 듯한 행보로 의심을 샀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과 관련한 상납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최 전 위원장이 힘을 받을수록 각 언론사 경영진은 최 전 위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회고했다. 또 그는 "현 정부 입장에서 이명박정권의 가장 큰 공로는 언론 환경을 권력을 쥔 편에 유리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익혀 알려진 대로 종편 재승인은 선거를 앞둔 야권 입장에서 득이 되는 부분이 거의 없다. 특히 비교적 '반야당' 성향이 뚜렷한 <TV조선>과 <채널A>의 존재는 다가올 지방선거의 중대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한 보좌관의 말을 빌면 "종편을 놔두는 한 정권 탈환은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야권이 느끼는 위기감은 크다. 그런데 여기서 종편을 감시·견제해야 할 방통위가 종편의 꼭두각시가 된다면 위기감은 곧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반대로 새누리당 입장에선 종편만큼 든든한 우군이 없다. 새누리당 한 보좌관은 "아무래도 정치인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얼굴이나 말을 오랜 시간 노출시켜주는 매체를 찾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종편을 옹호한다기보다는 이해관계가 맞는 거고, 반대로 온라인 언론 생태계에서는 진보 쪽의 주장이 더 비중 있게 실리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배경으로 정치권의 주된 관심은 '누가 방송 언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쏠린다. 방통위와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이들이 정부 통신정책을 좌우하기 때문이 아니라 언론정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최성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험난한 인사청문회가 예고되는데 종편을 내준 야권은 최 내정자를 향한 검증의 수위를 높이면서 난국을 타개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21일 최 내정자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최 의원은 "최성준 후보자가 1억2000만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관련한 사실을 공개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최 내정자는 지난 2009년 어머니의 사망으로 6억300만원에 해당하는 주택을 상속받았음에도 상속세를 낸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최 후보자 측은 후보자는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는데 증빙이 빠져있어 실상을 파악 중인 것으로 답했다.

언론장악 놓고 여야 정치공방 격화
지방선거 앞두고 돌발 변수로 부상

하지만 최 의원은 "국세청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최 후보자가 납세한 현황을 증빙하기 위해 발급한 '납세사실증명 문서'에는 상속세를 납부한 사실이 없었다"며 "상속세법에 따른 세율을 적용하면 1억2000만원의 상속세를 납부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또 "최씨가 20세이던 2005년 7000만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동안 꾸준히 예금이 증가해 현재 1억4000만원의 예금재산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세금을 납부한 사실이 없었다"며 "만약 세금 탈루가 아니라면 후보자는 최씨가 학생 또는 취업준비생 신분으로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는지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추궁했다.

최 내정자가 받고 있는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 의원은 '최 내정자 자녀의 세금 탈루 의혹'을 함께 제기하며 각을 세웠다. 최 의원은 "후보자 외동딸인 최씨의 예금재산이 1억4000만원에 이르는데도 증여세 납부사실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신임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 난항

이처럼 신임 방통위원장을 향한 검증 작업이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경우에 따라선 최 내정자가 낙마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법에는 정통하지만 방송이나 통신 영역에서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최 내정자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방통위원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방통위 안팎에서 제기된다. 종편 재승인으로 시작된 '방통위 스캔들'은 출범을 앞둔 3기 방통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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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