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스토리> 로또 1등남 '쪽박찬' 사연

"쓰다 보니 10억도 쓸게 없더라"

[일요시사=사회팀] 스물여섯, 젊은 나이에 로또에 당첨된 황모씨. 외제차를 타고, 애인과 동거할 집을 사는 등 호화로운 삶을 누리던 황씨는 불과 20개월 만에 모든 돈을 탕진하고 범법자가 됐다. 이제는 30대가 된 황씨. 붙잡힌 그의 지갑에선 로또복권이 나왔다. 하지만 요행은 그를 두 번 찾아오지 않았다.

무직인 황모(34)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피생활을 하고 있었다. 1억300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 등을 상습 절취한 혐의로 지명수배된 황씨는 1개월마다 대포폰과 대포차량을 새로 뽑으며 경찰의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운 좋은 사나이

오피스텔과 모텔 등을 근거지로 하여 은신하고 있던 황씨. 그는 만나는 사람에게 문신을 내보이며 조직폭력배 행세를 했다. 또 조직폭력배를 빙자하여 뺏은 휴대폰은 장물범에게 팔아 도피자금을 마련했다. 황씨의 범죄행각은 수배 중에도 계속됐다.

그러나 황씨의 도피행각은 3개월 만에 끝을 맺었다. 황씨의 이동경로를 끈질기게 추적한 경찰이 그를 붙잡은 것이다. 지난 5일 경남 진주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절도) 위반 혐의로 황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구속된 황씨의 지갑에선 로또복권과 스포츠토토 등 복권 10여장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황씨는 도피생활 중에도 로또 당첨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고 했다. 실제로 황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나이였다.


지난 2005년 7월 황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경남 일대를 전전하던 중 복권가게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로또복권을 구입했다. 그런데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행운이 황씨에게 찾아왔다. 6개 숫자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 것이다. 당첨금액은 17억여원, 이중 세금을 제외한 14억여원이 황씨의 몫으로 계좌에 입금됐다.

스물여섯이라는 젊은 나이, 더구나 미혼이었던 황씨는 갑자기 굴러온 횡재를 주체하지 못했다. 성실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황씨. 그에게 로또 당첨은 결국 악재가 됐다.

처음 황씨는 외제승용차를 뽑고, 애인과 동거할 집을 마련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 이 과정에서 수억원을 들여 호프집까지 열었지만 영업이 부진해 곧 문을 닫았다고 한다.

황씨는 남은 돈을 싸들고 강원랜드로 갔다. 한탕 크게 벌 생각으로 도박을 했지만 하루 동안 수억원을 날렸다. 평정심을 잃은 황씨는 노래방이나 유흥업소를 전전하며 여자를 상대로 돈을 흥청망청 뿌렸다. 황씨가 받은 당첨금은 2007년 4월께 바닥을 드러냈다. 당첨으로부터 탕진까지 불과 20개월 만의 일이다. 경찰 조사에서 황씨는 "돈을 수억원씩 잃다 보니 14억원이 쓸 게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이 다 떨어진 황씨는 2010년 4월 무렵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절도와 사기 혐의 등으로 지명수배와 복역을 반복한 것. 지인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서 사기 혐의로 피소되는가 하면 금품을 훔치다가 적발돼 철창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렇듯 2차례 수감된 황씨지만 출소 후에도 그의 못된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2일 오후 5시께 진주시 한 휴대폰 할인매장을 찾은 황씨는 최신 스마트폰 2대를 구매하는 척하며 종업원에게 접근했다. 이어 "건너편에 내 사무실이 있는데 계약서와 스마트폰을 들고 그쪽으로 가자"며 종업원을 밖으로 유인한 후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스마트폰을 가지고 도망쳤다. 이때 황씨가 훔친 스마트폰 2대의 시가는 300만원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또 황씨는 같은해 12월20일 진주시 한 등산복 매장에서 "내가 점장과 친구인데 잠시 통화를 하겠다"고 한 뒤 종업원(20)의 휴대전화를 빌려 도망치는 수법으로 휴대전화를 절취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황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영남지역 휴대전화 할인매장, 식당, 의류매장 등지에서 모두 135차례에 걸쳐 1억300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훔친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절취한 스마트폰은 대당 15만∼100만원 사이에 거래됐다. 황씨는 이렇게 챙긴 돈 대부분을 복권 구매에 사용했다고 한다. 황씨는 경찰 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로또 당첨금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픈 기억인데 이야기하지 마라. 우울증 때문에 약까지 먹는다"며 일체의 진술을 거부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거듭된 추궁이 이어지자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다면 평범하게 살았을 텐데… 로또 때문에 수배됐고 내 인생이 이렇게 됐다"고 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첨금 17억원 20개월 만에 탕진
돈 떨어지자 사기·절도로 철창행

로또 1등 당첨자의 수난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7월에는 광주 한 목욕탕 안에서 A(43)씨가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그는 2007년 초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18억여원을 수령했다가 4년도 못 가서 받은 당첨금 모두를 탕진했다.

최초 A씨는 당첨금으로 사업에 도전했으나 실패했고, 지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하는 등 벼랑 끝에 몰렸다. 빚더미에 오른 A씨는 가족과 분가해 홀로 지내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비슷한 시기 인천에서는 자신 몰래 로또 당첨금을 인출한 부인을 때린 혐의로 B(42)씨가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B씨는 2011년 10월 말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당첨금으로 19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B씨는 황씨의 경우처럼 불과 1년여 만에 당첨금을 모두 썼다. 이후 B씨는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폭행하고 담뱃불로 신체를 지지며 자살을 종용하는 등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도박·유흥에 빠져

지난해에는 로또 1등을 꿈꾸던 C(32·여)씨가 당첨을 위해 시댁에 불을 지르는 황당한 사고가 일어났다. C씨는 '로또가 되려면 아는 사람 집에 불을 질러야 한다'는 미신을 믿고 시댁에 불을 지른 뒤 곧장 로또를 구입했다. 하지만 6개의 숫자는 끝내 C씨를 외면했다.

814만5000분의 1. 벼락을 맞을 확률이지만 황씨는 또 한 번 로또 1등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고 한다. 그러나 요행은 그를 두 번 찾지 않았다. 안 되느니 못한 대박의 꿈은 씁쓸한 쪽박으로 끝을 맺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고 로또명당 어디?
1등만 무려 20번…주말 1만명 북적

서울 지하철 마들역에서 노원역 방면으로 400M를 걸어가면 전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로또명당이 있다. 1등만 무려 20번이 당첨된 이 가게는 주말이면 대박을 쫓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 로또명당에는 주말 기준 약 1만명의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 이 로또명당은 편의점이었지만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문이 난 뒤 지금은 '복권 판매 전문점(?)'으로 변신했다. 2002년부터 지금껏 해당 가게는 전국 로또복권 판매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가게 주인은 로또를 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로또 1등은 못해도 판매 1등을 했으니 그걸로 된 것"이라며 머쓱해했다.

기자가 찾은 명당은 가게 앞 횡단보도까지 사람이 몰려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최고 당첨액은 106억원(394회), 최소 당첨액은 4억원(546회), 평균 당첨액은 29억여원이라고 알려졌다. 로또를 구입한 한 시민은 "많은 사람들이 오니까 그만큼 당첨 확률도 높아지는 것 아니겠냐"며 "로또를 사기 위해 타지에서 올라온 사람도 꽤 많다"고 말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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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