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교우·호남향우·해병전우회' 힘빠진 ‘3대 조직’…왜?

대한민국 들었다 놨다…지금은 달라졌다

[일요시사=사회팀] 고려대교우회, 호남향우회, 해병대전우회는 결집력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이들의 조직력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뻗어있다.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인맥 줄기다. ‘우주에 떨어뜨려 놓아도 잘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 그런데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 새로운 피가 제대로 수혈되지 않아 전통 조직들이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이다.

해병대의 정서 공유는 자타가 공인하는 ‘단결력’이다. 힘든 시기에 함께한 고통이 평생 정서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동네마다 해병대 컨테이너를 찾을 수 있는 이유다. 고대 정서 공유의 특징은 ‘소속감의 편안함’이다. 교우회에 소속돼 있는 것만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고대 출신들의 특성이라는 것. 호남 정서 공유의 특성은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아따 형님∼’ 한 마디면 여러 뉘앙스를 전달하며 남도 특유의 정서 공유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젊은이여 오라”
그래도 안 모여

고려대교우회, 호남향우회, 해병대전우회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거대 조직으로 손꼽힌다. 이 세 조직은 중앙회와 함께 각 지역마다 지회를 두고 있다. 심지어 해외에도 지회가 있어 이들의 결집력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호남 출신, 해병대 전역, 고려대 학사를 모두 가진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 가도 절대 굶어죽지 않는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런데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 새 피가 제대로 수혈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3대 조직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해병대를 전역한 A(25)씨는 전역 후 곧바로 대학에 복학했다. 캠퍼스로 돌아온 그는 자연스럽게 해병대전우회 활동을 시작했다. 해병대 기수가 훨씬 높은 선배들의 참여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학내 행사들로 인해 해병대모임은 잦았고 개인 시간에 영향을 미쳤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광풍과도 같은 스펙 쌓기와는 거리가 먼 행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해병대 선후배 관계가 싫었던 건 아니었지만 불편함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A씨는 졸업 후 지역 전우회에 가입을 해 봉사활동을 할 생각이 없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A씨는 “해병대 빨간 명찰이 인생의 큰 힘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굳이 전우회에 가입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병대 전역자 B(23)씨는 부대에 있을 때부터 해병대전우회에 대한 많은 말을 들었다. ‘전역하면 다시 이등병으로 돌아간다’는 공포의 말이었다. 말장난으로 하는 이등병이 아닌, 계급으로서의 이등병을 뜻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B씨는 전역하자마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씨? 해병대 11XX기 맞죠? 저는 10XX기인데 ○○관으로 6시까지 오세요.” 전역하면 ‘해피콜(?)’이 온다더니, 사실이었다. 그러나 B씨는 대학 해병대전우회에 가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다시 막내 생활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이후 해병대 선배들의 전화를 피하면서 조용히 학교를 다녔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전우회 보다 중요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앞날 생각에 마음은 급했다. 해병대 자부심은 살아 있지만 선뜩 나서고 싶지는 않았다. B씨는 “스펙 쌓기도 바쁜데 어떻게 전우회 활동을 병행할 수 있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C(31)씨는 호남향우회에 가입하라는 부모님의 요구를 줄곧 받아왔었다. 그러나 C씨는 부모님과 달리 호남에서 자라지 않고 서울에서 자랐다.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것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향우회 활동을 한다는 게 썩 내키지도, 쉬운 일도 아니었다. 그에게 고향은 서울이었다. C씨는 “서울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고향을 따라 향우회에 가입해야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풍속도는 아주 최근의 일은 아니다.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시대의 자화상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결속력 하면 손가락에 꼽히는 조직이지만 젊은 세대들의 ‘오늘’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끈끈하기로 유명한 고대·호남·해병대에 새 피 수혈이 원활하지 않다. 개인주의적 성향과 경기 불황이 이러한 현실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먹고사느라…”
청년들의 외면

해병대전우회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각 지역 해병대전우회 회원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가입률이 현저히 낮아진 상황이다. 과거에는 해병대 출신 청년들이 지역 선후배들과 함께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최근에는 신입회원이 뜸해 아쉬움이 크다고 한다.


대학 해병대전우회는 어느 정도 반강제적인 면이 있어 신입회원 모집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지역 전우회는 강제성이 없어 무작정 회원을 끌어들일 수도 없다. 그래서일까. 현재 지역전우회의 막내가 40∼50대인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해병대전우회 회원의 월 회비는 1만∼2만원 선이다. 전우회 회원이 되면 월례회 참석과 지역에서 실시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다. 교통정리 및 환경정화 활동 등이다. 행사는 주로 주말에 이루어진다.

끝내주는 조직력…결집력 강하기로 유명
한국 사회 인맥 줄기 ‘패밀리’로 꼽혀

해병대전우회 관계자는 “요즘엔 젊은 친구들 찾기가 어렵다”며 “취업하랴, 직장생활하랴, 바빠서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꾸준히 활동하는 건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즉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인 것. 40대부터 70대까지의 회원이 가장 많은 게 현실이다.
 

그래도 여전히 청년들이 활동하는 곳이 있다. 인천연합회는 20∼30대 회원들의 활동이 나름대로 활발한 편이다. 물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지부에 비해서는 새로운 피가 꾸준히 수혈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약해진 모습이라고 한다. 인천연합회의 경우 1990년대 3000여명에 이르던 회비 납부자가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500여명에 불과했다고 전해진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개인주의가 겹치면서 나타나는 시대적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결속력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전해진다.

고려대교우회는 매해 6000여명의 졸업생들에게 신규회원 자격을 준다. 때문에 자연스레 회원 수는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회비를 납부하는 동문은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고대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무려 3만여명의 동문들이 회비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2만6000여명만 회비를 냈다. 고대 동문은 30만여명으로 알려진다.

고대 교우회 관계자는 “동문들에게 지속적으로 우편물을 보내고 있다”며 “호소문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원을 늘려서라도 회비를 납부하는 동문을 늘릴 생각이라고”밝혔다. 고대 교우회는 별다른 수입 없이 동문들의 회비와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평생회비를 내는 회원에게는 몇 가지 혜택이 제공되지만, 회비 액수가 크기 때문에 이 회비를 내는 사람은 소수다.

호남향우회는 해병대전우회와 고대교우회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청년층의 무관심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국에 5800여개의 광역회와 지회를 두고 있는 호남향우회도 신규회원이 줄고 있어 고민이다. 한때 호남 출신 인구 1150만명 중 30% 가까이 차지했던 향우회 회원이 현재는 10% 이하로 줄었다고 전해진다.

3대 조직 향한
불편한 시선들

호남향우회 관계자는 “향우회 행사를 하면 대부분 노인들이 참석한다”며 “신규회원 수가 예전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는 호남인데, 본인은 서울에서 태어났다며 서울이 고향이라고 말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전했다. 호남향우회는 회원제와 비회원제로 나뉜다. 회원제를 실시하는 곳은 경기도 의왕시 호남향우회로 알려진다. 이곳은 연회비를 내지만, 대부분은 비회원제로 운영되며 별도의 회비는 없다. 회비 없이 운영하는 것이 가능한가 싶지만 임원들의 쾌척하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한국의 대표적인 3대 조직으로 손꼽히던 ‘고대·호남·해병대’가 고령화와 개인주의라는 시대적 변화에 부딪히며 위축을 겪고 있다. 불황 속 경쟁주의 일색인 현실도 한몫하고 있다. 또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정서 차이도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조직들의 앞날을 위협하고 있다.

회원 감소로 젊은피 절실
강해지는 개인주의에 흔들
독특한 조직 문화도 변화


이러한 현상은 고대·호남·해병대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일반 기업은 물론 공직사회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합리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학연, 지연 등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끌어주고 밀어주기 관행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의 대표적인 정통 조직들의 문화가 주춤한 반면 새로운 인맥 라인이 부상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광진구에 위치한 대원외고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 학교의 동문회의 경우 고교 동문회로는 이례적으로 20∼30대가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번 모이면 300여명 이상이 모인다고 전해진다. 매년 참가자가 늘고 있는 모양새다.

외국어고 동문회가 부상하는 것은 기존 조직보다 위계질서가 느슨하고, 사회 각계의 우수한 인재들과 인맥을 쌓기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연예인들의 팬클럽 모임 등이 기존 3대 모임에 뒤지지 않는다고 알려진다. 자발적으로 똘똘 뭉친 이들은 규모도 규모지만 각종 봉사활동 참여와 더불어 취미 이상의 소속감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이렇지만, 한때 고대교우회·호남향우회·해병대전우회는 한국의 ‘3대 패밀리’와 함께 ‘3대 마피아’로 불렸다. ‘패밀리’는 혈연을 연상케 하는 응집력을 표현한 명칭이었고, ‘마피아’는 거기에 더해 구성원이 공유하는 사적 이익과 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강한 집행력에 초점을 맞춘 호칭이었다. 하지만 이 세 집단은 비슷하면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고대교우회는 ‘고대생답다’ ‘투박하고 촌스럽다’ ‘끈끈하고 질기다’ ‘한국적 인간관계의 화신들이다’ 이런 학풍을 어떤 사람은 지방출신 비중이 높고 여학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적 구성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도심에서 상대적으로 멀어 자기들끼리 어울리는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지정학적 분석도 있다.

호남향우회는 정치, 경제적으로 소외됐던 특정 지역주민들의 ‘생존전략’이라는 측면이 매우 강하다. 그들을 둘러싼 상황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향우회를 올바로 볼 수 없다. 과거 박정희 정권 때부터 시작된 편견과 여러 가지 제약에 시달렸던 사람들이 전두환 정권 시기 탱크와 대치하면서 죽음의 냄새를 함께 맡았던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집단적 기풍이라고 볼 수 있다. 전남도청 건물에 아직도 남아있는 총탄 자국이 호남인들의 가슴 속 상처를 전해준다.


그래도…
뭉쳐야 산다?

해병대전우회는 특정한 체험을 공유하는 공동체다. 결집력의 근거는 ‘군생활’이다. 비슷한 고통을 경험했다는 이유로 하나가 된다. 이들의 자부심은 개인 차량이나 지역 행사장 등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순진무구함도 느껴지는 순정마초이기도 하다.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부를 매개로 연결된 이익집단과는 거리가 멀다.

결속이라는 측면에서 고대교우회와 비견될 수 있는 패밀리는 ‘TK’가 유일하다. 뚜렷한 실체는 없지만 TK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대구, 경북 사람들 모두를 TK라는 인적 네트워크 범주에 뭉뚱그려 집어넣을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호남향우회, 고대교우회, 해병대전우회 일원이 될 수 있지만 이를 낯뜨거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집단주의라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공동체 구성 원리를 일깨워준다는 점에서는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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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