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온기 도는데… 정부가 찬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부동산 대책 보니…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부동산과 관련한 내용은 혼란만 가중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겨냥한 졸속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란 것. 구체적인 안이나 방안도 없이 일단 발표하고 보자는 식의 대책은 오히려 시장을 더 교란시키고 사회적인 비용만 더 유발해 살아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세시대 대비 한다더니 임대차 선진화 방안
일단 발표하고 보자?…오히려 시장혼란 지적

4년 전부터 서울 강남 논현동 영동시장에서 실내 포장마차를 운영해온 이호영(58) 씨는 작년 말 건물 주인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세 들어 있는 건물이 팔려 장사를 조만간 접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씨가 점포를 오픈하면서 실내 인테리어, 집기, 권리금에 들어간 자금은 약 1억5000만원 정도다. 하지만 장사를 시작한 지 4년 만에 갑자기 문 닫게 되면서 쏟아 부은 투자비를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이씨는 “집을 담보로 해서 대출받아 장사를 시작했는데 하루아침에 모두 잃게 됐다”고 말했다.

말 많은 권리금
양성화 & 보호

앞으로 이씨처럼 식당이나 커피전문점·치킨집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건물주의 무리한 요구나 세입자의 과도한 권리금 요구로 피해를 보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상가 권리금 보호제도 도입 방안을 밝힌 것은 권리금 법제화 논의의 첫 단추를 꿰었다는 평가다. 그동안 권리금은 용산 참사 등 숱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유발한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정부는 그동안 임차상인 간 관행으로 치부해 수수방관해 왔었다.
▲권리금 표준화 = 정부 방안은 권리금 양성화와 보호라는 ‘투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비교적 저항이 덜한 양성화 부분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우선 법적으로 권리금을 정의해 돈의 성격부터 규정할 방침이다. 권리금은 법으로 인정받지 못해 법적 정의조차 없었다.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임차상인이 건물주에게 매번 패소한 이유다. 이로써 건물주의 횡포에 대항할 법적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영세 임차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권리금 거래 표준 계약서’를 도입하고 권리금 피해를 구제해주는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점포 권리금은 상가 임대차 계약과는 별도로 점포 내 설비나 입지 여건, 기존 영업권 등 상가 운영과 관련한 유무형 이익을 환산해 임차인들 간에 주고받는 돈을 말한다. 1960년대 이후 상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새로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기존 세입자에게 웃돈 성격으로 주던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
문제는 점포 세입자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주고받는 권리금에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어 언젠가는 한 명의 세입자가 권리금 없이 장사를 접어야 하는 ‘폭탄 돌리기’와 같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임대기간이 끝나고 나서 건물주가 기존 상가와 다른 업종으로 변경해 다시 임대하거나 건물 리모델링이나 재개발, 매각 목적으로 점포를 비워달라고 요구할 경우 임차 상인은 권리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쫓겨나게 된다.
정부는 상가 임대차 시장에 만연해 있는 불합리한 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권리금 제도를 양성화하고 보호 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모든 상가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해 임대 기간 중에 건물주가 바뀌어도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제시하는 영업기간(5년)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서울의 경우 환산 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4억원 이하인 임차인만 보호하고 있다.
권리금 표준계약서 제도도 도입한다. 신규 임차인이 기존 상인에게 지급한 권리금 내역 등이 적힌 ‘권리금 거래 표준계약서’를 임대차계약서와 함께 구청이나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상가 세입자가 권리금을 떼일 경우 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근거를 남기기 위해서다. 정부는 거래를 맡은 중개사가 권리금 계약서를 활용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정부는 권리금을 떼일 위기에 놓인 임차인을 보호하는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권리금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는 조정기구도 만들 방침이다. 또 건물주의 요구로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빼앗길 경우 남은 임대 기간 동안 임차인이 벌 수 있는 영업 가치를 계산해 보상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도 마련키로 했다. 일본에서는 건물주가 상가 세입자를 내보낼 경우 단골고객 수에 따라 권리금을 보상해주며 영국에서는 건물 주인이 운영을 잘해 건물 가치를 높인 임차인을 내보낼 경우 가치 상승분에 대해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상가 권리금이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 임차인 간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상가 권리금 내용을 이면으로 계약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도 우려되며 권리금 시장이 더 음성화될 수도 있다.
건물주인 입장에서는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받는다는 분석도 있다. 시설·영업권 등으로 나뉜 권리금의 성격부터 명확히 하고 정부가 법으로 보장해줄 적절한 범위를 정해야 하는데 양성화하는 취지는 좋지만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권리금이 법적으로 인정받게 되면 금융사들은 상가담보 대출시 우선 변제가 가능한 권리금을 감안해 대출금액을 결정하게 되기 때문에 건물주가 빌릴 수 있는 돈이 예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
또 권리금 제도를 양성화하고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임차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건물주가 권리금을 근거로 임대료를 높이는 부작용도 벌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권리금은 건물은 노후되어 임대료는 낮은데 영업이 잘되는 점포에서 높게 형성되고 건물주가 권리금액을 바탕으로 가게 영업 상황을 파악, 임대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권리금은 개인 간의 거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점포 세입자나 부동산중개업소 외에는 시세를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상가 임대차 시장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권리금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지, 언제 시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임대차 선진화 = 서울과 지방에서 각각 주택을 보유 중인 이진희(55) 씨는 서울의 아파트를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려다 얼마 전 생각을 바꿨다. 3억원에 전세를 주고 있던 서울 아파트를 월세로 돌리려고 했지만 지난달 26일 정부가 발표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본 후 전세를 더 올려 받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 월세 소득에 대한 세 부담을 지고 싶지 않아서다.

임대인도 부담
임차인도 부담

최근 부동산업계 및 시중은행에 따르면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월세 소득과 관련한 임대인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 후 소득을 신고해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유리한지, 그렇지 않으면 월세를 전세로 돌리거나 아예 처분하는 것이 더 유리한지 임대인의 손익 계산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대시장 자체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임대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은 세액공제 확대로 인한 세원 노출이 주요인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내놓으면서 2주택자 이하(월세 소득 연 2000만원 이하)에 대해 분리과세키로(14%) 했지만 기존에 세금을 전혀 안 내던 임대인 입장에서 이를 혜택으로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이번 방안 발표로 사실상 임대등록제가 실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분리과세 혜택이 있지만 소득 노출로 월세를 계속 놓을지 말지를 고민하는 임대인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고액 월세가 많은 서울 강남권에 주택을 보유한 임대인들은 고소득자가 많아 종합소득과세에 대한 두려움이 큰 상황이다. 이번 조치로 세원이 노출된 임대인의 경우 보유 주택 수와 임대소득 등에 따라 임대소득과 연봉을 합산해 최고 38%의 세율을 부담할 수 있다. 1주택자여도 9억원 초과 주택에서 2000만원이 넘는 월세 소득을 얻는다면 종합소득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월세 시대’를 대비했다는 정부 의도와 달리 전세 공급이 오히려 늘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반 전세의 경우 아예 전세로 돌리려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전세 공급 증가로 인한 가격 하락 효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전세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수익이 기대되는 월세에 대한 보상심리로 전세 가격을 높게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법의 국회통과 등 과세 관련 방침이 명확해지기까지 월세 계약을 미루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임대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큰 상황이다.
임대인이 월세를 유지하는 경우 월세를 올려 세금에 따른 손실을 보전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 경우 임차인은 세액공제에 따른 혜택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또 임대인이 세원 노출을 피하기 위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유주택자나 총급여 7000만원 이상 세입자를 가려 받는 ‘꼼수’를 부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이번 조치가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을 밝히는 등 큰 방향에선 맞지만 시장 상황을 감안해 속도를 조절하거나 추가적으로 보다 세밀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은퇴 이후 월세로 생활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선진화 방안대로 되면 이들의 투자가 위축돼 임대주택 공급이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리츠나 사업자에 의한 임대시장이 걸음마 단계인 상황에서 개인 임대인의 공급 역시 위축될 수 있고 2주택자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해주는 등 완충지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집주인 과세 강화 = 집주인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강화된다.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겉으로는 임차인에게 세액공제를 통한 혜택을 주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부족한 세금을 집주인에게서 걷어내겠다는 의미로 풀이하고 있다. 월세 부담을 줄이는 방편으로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은 임차인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실제 소득구간 3000만원 내외의 저소득층에게는 10%의 세액공제가 기존 소득공제에 비해 대략 40여만원 정도의 이익이 있어 매력적일 수 있지만, 세액공제 한도가 연 750만원의 10%인 75만원으로 정해져 있어 중산층 월세세입자들은 불과 10여만원의 이익이 있을 뿐 실제 큰 실익이 없다.
문제는 집주인들이다. 집주인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특히 그동안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월세를 주고 매달 월세 수입을 받고 있었지만 굳이 세무서에 신고를 하지 않았던 관례들이 깨지게 되면, 집주인들은 당장 월세를 놓은 집을 팔아야 할지, 아니면 다시 전세로 돌려야 할지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이번 방안 발표 이후 대책의 파장과 장단점 및 주택 매도나 전세전환 등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최근 모처럼만에 수도권 주택시장에 거래가 늘어나고 매수세가 늘면서 온기가 감돌고 있는 분위기가 금번 대책으로 인한 적지 않은 충격파로 시장에 냉기를 불어넣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이번 방안은 최근 야당에서 꾸준히 추진을 검토해온 ‘주택임대사업자 의무등록제’가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마치 이러한 법안이 실질적으로 상당부분 시행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주택시장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주택시장 정상화 의지를 통해 그동안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폐지 등을 통해 다주택자들의 징벌적 과세를 폐지한 것은 물론, 다주택자들과 잠재적 예비 다주택자들(추가로 주택을 매수하려는 유주택 수요자)로 하여금 주택 매수에 제동을 걸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었다. 하지만 이번 방안은 세입자 지원과 투명과세라는 명분은 있지만, 기존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과 엇박자가 날 수도 있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집주인들의 고민
꼼수만 늘어날 듯

전문가들은 특히 주택 한두채를 통해 월세를 받아 생활을 유지하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의 경우, 소득 감소에 따른 타격과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수심리가 상당부분 약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또 다시 주택 거래가 감소하는 부작용을 염려하고 있다. 월세 소득이 적은 집주인은 별 문제가 안 되겠지만, 월세 금액이 높은 서울·수도권 주요지역 월세 임대소득을 올리고 있는 집주인들은 이번 대책으로 상당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집주인들이 월세를 전세로 돌리거나 월세지원액만큼 월세를 올려 임차인들의 실질 혜택이 거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집주인들이 소득세 부과와 소득노출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해 주택을 매도하거나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예비 주택매수자들도 매수 심리가 약해져 시장 자체가 오랜만에 찾아온 온기가 냉기로 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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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