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승부수 던진 정몽준

“박원순 나와! 계급장 떼고 붙어보자” <서울시장>

[일요시사=사회팀]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MJ’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경선은 이혜훈 최고위원, 김황식 전 총리와 맞붙는 ‘빅3 매치’가 됐다. 현재로선 MJ가 여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꼽히는 상황.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연대는 악재다. 야권 강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맞대결을 펼칠 경우 뜨거운 박빙이 예상된다. 정치적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로 27년 정치생활을 마감하게 될지 아니면 차기 대권가도에 날개를 달지, 지켜봐야할 일이다.

 

 지난 2일, 백범광장 김 구 선생의 동상 앞에서 ‘MJ’가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공식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여권경선은 이혜훈 최고위원, 김황식 전 총리와의 3자 구도 윤곽이 더욱 뚜렷해졌다. 그동안 말이 많았던 그의 서울시장 출마를 둘러싼 안개가 걷히면서 대결윤곽이 분명해졌다. 사실 MJ는 올해 초부터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길어진 장고에 간만 본다는 흉까지 들었었다. 그러나 MJ는 자신의 지역구민들과 산행을 하는 등 지역구 의사를 경청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서울시장선거에 나서기 위한 명분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이제부터 6·4지방선거 서울시장 탈환을 위한 레이스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당선되면 ‘대박’
낙선하면 ‘쪽박’

앞서 MJ는 지난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 고민 끝 행복 시작”이라며 당찬 시작을 예고했다. 이어 서울 우의동의 경전철 공사현장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오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에게 “요즘 서울은 다소 침체하고 있다. 서울을 살고 싶은 도시, 사랑하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출마 배경을 강조했다.

그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주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주택정책과 같이 가야 하는 것이 교통정책”이라면서 주택문제와 교통문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울 것임을 시사했다.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MJ는 경쟁 후보로 거론되는 김황식 전 총리에 대해서는 “김 전 총리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 언급을 피했다. 이미 출마선언을 한 이혜훈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저든 이 최고위원이든 시장이 되면 서울시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 강연을 마친 뒤 귀국해 10일 이후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거론되고 있는 새누리당 후보들의 지지율은 MJ 35.4%, 김황식 전 총리 25.2%, 이혜훈 최고위원이 7.5%를 보이고 있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MJ는 만약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임기 중 대선과 겹치게 된다. 이와 관련, MJ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은 2017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임기를 마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서울시장 도전이 코앞에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원론적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MJ가 과거부터 대권도전 의지를 나타냈기 때문에 서울시장에 당선되더라도 2017년 대선이 다가오면 결국 태도를 바꾸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MJ 측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다음 대선은 포기하고 시장에 당선되면 임기를 마치는 것은 물론 연임까지 이뤄 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권 포기는) 정치인 개인 커리어로 놓고 볼 때는 손해일 수밖에 없지만 나이로 보나 현재 여당 인물군으로 보나 차기 대선 후보 1위를 달리고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MJ는 현역 의원 중 최다선인 7선 의원이다. 2002년 대선 후보였던 전력을 감안하면 서울시장에 뛰어든 것은 하향 지원인 셈이다. 그만큼 절실하다는 여당과 본인의 의지가 반영된 선택인 것으로 풀이된다. MJ 측 핵심 관계자는 “6·4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은 물론 향후 새누리당의 주도권에 중대한 분기점”이라며 “경선을 거쳐 본선인 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과의 대결에서 필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지율 상승세
“승산 있을 것”

홍준표 경남지사는 MJ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다면 박 시장과 겨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MJ가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어려운 지역구를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선이 됐기 때문에 이같이 전망했다.


그러나 박 시장에 앞서 먼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이혜훈 최고위원이다. 인물 이혜훈보다는 그의 질문이 문제다. 이 최고위원은 줄곧 “대선을 나갈 사람이 서울시장 선거를 나오면 안 된다. 나올 거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해왔다.

서울시장 출마 선언 “일단 대선은 다음에”
정치생명 건 한 수…여야 양자대결 흥미진진

이와 관련해 세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첫째,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실제로 대권 후보 경쟁에서 이탈하는 것. 둘째,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당면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후 대선이 다가왔을 때 적당한 핑계를 대고 다른 결심을 하는 것. 셋째,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는 것 등이다.

문제는 어떤 선택을 하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길을 택할 경우 유력한 차차기 대권주자가 될 수도 있지만 4년 후의 일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두 번째 길을 택할 경우 대선전에서 약점이 하나 생겨버린다. 세 번째 길을 택할 경우엔 당면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약점이 생기게 된다.

사실 MJ는 대중적 인지도와 폭넓은 인기를 자랑하지만 재벌가 출신이라는 약점이 있다. 여기에 다른 약점까지 만들게 된다면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내부 경쟁자는 이 최고위원만 있는 게 아니다. 다음 경쟁자는 김황식 전 총리다. 일각에서는 박심이 김 전 총리를 향해 있다고 본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박심은 ‘필승 인물’을 찾는 것 뿐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지방선거 결과에 가장 민감한 집단이 역설적으로 청와대인 것 같다”며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밀린다고 보고 필사적이다”라고 증언한다.

여권에서 현실적으로 서울시장 본선 경쟁력을 갖춘 사람은 이 최고위원보다는 MJ와 김 전 총리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결국 두 사람의 경선은 ‘재벌가 인사’라는 MJ의 약점과 ‘이명박 정부 사람’이라는 김 전 총리의 약점 중 어느 것이 일반 대중에게 더 악영향을 미칠지를 판별해보는 장이 될 것이다. 이 평가를 거쳐야만 고대하던 서울시장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마지막 경쟁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만만하지 않은 상대다.

지난 25일 MBC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권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단일후보로 내세울 경우를 가정한 양자대결에서는 박 시장이 41.9%, MJ가 40.7%로 오차범위 내 초박빙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MJ는 박 시장을 겨냥해 “서울의 인구가 1000만 명 밑으로 떨어지는 등 활기가 떨어지면서 걱정”이라며 “(박 시장은) 말로만 서민을 이용하는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새누리당 출신으로서 (MJ의) 이런 말씀, 정말 시민들에게는 모독적으로 들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반박했다.

사실 MJ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패배할 경우 차기 대권가도와 더불어 정치인생에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백지신탁제도…
돈이냐 권력이냐


그러나 MJ가 친박 주류의 지지를 받고 경선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MJ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이다. MJ와 박 대통령은 장충초교 동창이다. 당시에는 모르고 지냈지만 둘은 1964년 2월 초등학교를 함께 졸업한 동기동창으로 알려진다.

그러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양재 테니스클럽에서의 교류였다. 사적으로는 친밀해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악연의 연속이었다. 과거 세종시 원안을 고집하던 박 대통령을 향해 미생지신(고지식함을 빗댄 표현)이란 고사성어까지 인용해 비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원안 추진이 당론이라고 공언한 MJ가 소신을 바꿨다며 판단력에 오류가 있는 것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결국 MJ와 박 대통령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는 MJ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당내 경선이 치열해질수록 둘의 관계는 더 멀어졌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MJ는 지난 2011년 8월 펴낸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에서 박 대통령과 얼굴을 붉힌 사례를 소개했다. 자서전에 따르면, 2009년 9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 취임 후 박 대통령과 국회 커피숍에서 회동한 적이 있다.

회동 후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10월 재보선에서 박 전 대표(박 대통령)가 선거를 도울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을 받았고, 이에 MJ는 “박 전 대표도 마음속으로 우리 후보들이 잘되기를 바라시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현대중공업 지분 문제 부각
‘백지신탁’그룹 지배력 상실


당시 보도가 난 후 MJ는 박 대통령의 항의 전화를 받았고, “화를 내는 박 전 대표의 전화 목소리가 하도 커서 같은 방에 있던 의원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는 바람에 민망했다”고 회고했다. 이외에도 몇 가지 일화가 더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친박 주류에서는 용꿈을 꾸고 있는 MJ가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할 경우에 발생할 조기 레임덕을 우려하고 있다. 잠룡 속성상 현직 대통령과 마찰이 잦을수록 지지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사소한 충돌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 빅매치를 앞두고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최대 주주인 MJ가 보유한 지분에 대한 백지신탁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백지신탁제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 있는 주식을 처분하거나 대리인에게 위탁하고 간섭할 수 없게 하는 제도다.

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은 717만7769주(지분율 10.15%)로 26일 종가기준 약 1조6186억원에 달한다.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공직자윤리법 주식백지신탁제도에 따라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보유주식은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해야 한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 평가액이 총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취임 1개월 내에 처분하는 것이 원칙이다. 직무 관련성은 안전행정부 산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현대중공업은 본사가 울산에 위치해 있고 선박·건설기계 제조 등 수출위주 업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서울시와의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룹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와 하이투자증권, 호텔현대 등은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MJ 측은 내심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되길 바라는 눈치다. 그는 지난달 말 방미 일정 이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과의 만남을 소개하며 “재산이 50조인 블룸버그 전 시장도 심사를 받았지만 직무 관련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만약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를 중심으로 한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도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수석부장에 대한 주식 증여도 불가능하다. 공직자 윤리법은 직계존속의 주식도 백지신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MJ가 보유 지분을 그룹 내 비영리 재단에 증여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아산나눔재단은 현대중공업의 지분 2.65%와 0.6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긴장하는 정치권
뚜껑 열어봐야…

MJ는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맞선 노무현 대통령과 단일화에 나섰다가 결국 대통령후보 경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성급한 행보 때문에 높았던 국민적 지지도가 반토막나는 시련을 겪은 바 있다.

추락한 지지율은 울산에서 서울 동작구로 지역구를 옮기고 한나라당 대표를 맡으면서 다시 정상궤도로 올렸다. 더 큰 정치적 모험을 할 수 있는 내공을 쌓았다는 평도 나온다. 그가 직접적으로 밝힌 적은 없으나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과거와 달리 진중하고 무거워 보인다.

MJ의 핵심관계자는 “서울시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 2022년에도 기회가 온다면 그때 대권에 나서는 가능성까지 닫아둘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변화는 MJ의 말에서 느껴진다. 그는 출마를 결심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서울시장으로서 일할 기회가 생기면 봉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말을 통해 시정에 대한 지론을 짐작해 볼 수 있다. “88올림픽과 월드컵 때 서울이 많이 발전했고 서울이라는 브랜드가 알려졌지만 요즘의 수도는 다소 침체되고 있다고 느낀다”며 “서울이 단지 일자리가 있어서 사는 도시가 아니라 살고 싶은 도시, 사랑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도시개조·주택환경 개선·교통정책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 서울시장에 나서는 그의 포부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정몽준 의원은?]

▲부산 출생
▲중앙고 졸업
▲서울대 경제학 학사, M.I.T경영대학원 석사, 존스홉킨스대학교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대한축구협회 회장
▲FIFA(국제축구연맹) 부회장
▲2002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FIFA 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FIFA 명예 부회장
▲제13∼19대 국회의원(7선)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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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