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당대표 놓고 문재인과 한판 붙고 싶다"

<이슈&인터뷰>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원조 친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통해 정치에 입문했고, 지난 16대 대선 당시 모두가 노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 때도 그는 끝까지 노 전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조 최고위원은 지금 친노진영과 격렬하게 대립 중이다. 친노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조 최고위원의 제명까지 건의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조 최고위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다음은 조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 지난달 20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조 최고위원님의 제명을 건의했다.
▲ 일일이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 김한길 대표는 새해 첫 일성에서 분파주의를 극복하자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의 계파갈등이 더 극심해지는 모양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 애당초 친노 패족들은 김한길 대표 체제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예가 문성근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하루 전에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건 김한길 대표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얘기다. 민주당의 현재 분포를 보면 계파주의를 극복하긴 어렵다고 본다.

- 계파주의를 극복하기 어렵다면 다른 대안은 무엇인가?
▲ 저는 계파주의보다는 특정계파의 자기들이 아니면 안 된다는 패권주의가 더 문제라고 본다. 계파는 어느 정당이든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어떤 성질의 계파냐가 문제인데, 지금 민주당은 당의 조직을 상당히 위협하고 갉아먹는 패권화된 계파, 패권화 된 문화가 우려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김한길 대표께서 고군분투를 하시고 있지만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일각에선 조 최고위원의 파격 발언도 민주당 계파갈등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중진 의원으로서 튀는 언행보단 친노 초선 그룹 의원들을 다독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지 문이 열려 있다. 언제든지 오셔서 이야기하면 될 텐데 그런 용기는 없나보다. 다들 비겁하게 뒤로 숨지 말고 저한테 와서 토론을 요청하면 된다. 사람은 때론 입장이 다를 수도 있고 같을 수도 있다. 토론을 통해 차이를 극복해야지 자기들과 다르면 무조건 안 된다니 이건 무슨 공산주의도 아니고, 그게 바로 독재다. 독선적 아집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

- 그동안 조 최고위원은 특히 친노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해왔다. 이유가 무엇인가?
▲ 저는 친노라는 표현보다는 '매노'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친노가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을 팔아먹는 매노다. 제가 오히려 '원조 친노'다. 저는 노 전 대통령과 1988년도 대학교 3학년 때 이미 자원봉사를 해드리며 인연을 맺었고, 96년부터 정당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노 전 대통령과 역사를 함께하고 있다. 당내 인사 중에 저만큼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이력을 함께한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라. 저는 그 분들을 친노라고 부르지 말고 매노 패권세력이라고 불러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친노와 매노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 친노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소주 한잔 한 것이 친노가 아니다. 제가 말하는 친노는 노무현 정신을 제대로 받드느냐 안 받드느냐는 차이다. 노무현 정신이 무엇이냐 하면, 이 분이 살아왔던 정치적 역경, 철학이 무엇이냐를 봐야 한다. 이 분은 부산에서 민주당으로 많이 출마했다. 떨어지면 또 나오고 떨어지면 또 나오면서 지역주의를 극복하려고 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께서는 정치를 10여년 하면서도 어느 계파에도 소속이 안됐다. 당신께서는 보스 밑에서 정치를 한 것이 아니고 자율성을 스스로 지키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계파주의를 청산하려고 했다. 그래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할 때 안 따라간 것 아닌가? 같이 가자고 해도 안 간 것이다. 그런데 소위 말해서 매노세력들이 그것을 실천하고 있나?

- 문 의원은 친노에 대해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만든 프레임으로 실체가 없다고 했는데.
▲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자기들이 유리하면 내세웠다가 불리하면 없다고 하는 것이 그 자체가 기회주의적인 작태다. 당당하게 자신들의 존재를 밝혀라. 그리고 당원들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 문재인 구원등판론에 대해 "친노가 드디어 당을 장악하기 위한 본색을 드러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친노진영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김한길 지도부가 패배하길 바란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이를 통해 조기전당대회를 치르고 당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시나리오다.
▲ 저도 귀동냥을 통해서 많이 들었다. 저는 그들이 김한길 대표에게 대표직을 잠시 맡겨놨다고 본다. 왜냐하면 대선패배로 인해서 자기들이 주도권을 계속 쥐고 있을 명분이 약해진 것이다. 그래서 잠시 맡겨 놨다 다시 가져가겠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시나리오대로 민주당의 당권이 친노로 넘어가게 되면 어떻게 되나?
▲ 그렇게 되면 저는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 정계개편이라면?
▲ 이합집산이다.

- 분당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 저는 뭐 여러 가지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어찌 됐든 친노는 당내 최대계파다. 차기 전당대회에서는 친노 측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데 앞으로 조 최고위원께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 왜 불이익을 당하나? 제가 대표가 되면 된다.


"원조 친노는 나, 그들은 친노가 아닌 '매노'"
"이석기 의원 제명안 처리 민주당이 적극 나서야"

- 차기 당 대표에 도전할 생각인가?
▲ 제가 다음에 대표가 돼서 민주당의 정통성을 되찾아야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되찾아서 수권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국회의원들은 매노세력들이 좀 있다. 하지만 일반 당원들은 생각이 다르다. 많은 분들은 제가 당대표가 되기를 바란다. 정청래 의원이 문재인 의원 나서라고 했지 않나? 지방선거 이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문재인 의원하고 한판 붙어도 좋다. 제대로 된 평가를 한 번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는 김한길 대표의 임기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노세력들은 자꾸 흔들어가지고 자기들이 뭘 하고 싶어 한다. 그러면 한판 붙자는 거다. 저는 당대표 후보로 나갈 거다.

 

 

- 최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무죄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와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 검찰이 불성실한 공소권 유지라든지 이런 여러 가지 부분에서 다소 아쉬운 판결이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재판부의 판결을 깡그리 무시하고 이건 무효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직까지 재심도 남아있고 삼심도 남아있다. 좀 더 겸허한 자세로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더 잘 준비를 해서 대응을 해나가면 된다. 최근 부림사건의 경우 무죄판결이 나지 않았나? 그리고 쌍용자동차의 경우도 무죄 판결이 나지 않았나? 이게 과거정부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고 현정부에서 판결한 것이다. 그러면 이 부분에 대해서 상대 쪽에서 무효라고 하면 우리 쪽이 받아들일 수 있나? 그렇다면 재판부가 왜 필요한가? 우리가 삼권분리가 된 나라인데 이것을 정면으로 부정한다면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말씀 드린 것이다.

- 이석기 제명안 처리도 민주당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너무 당론과 배치된 주장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 민주당은 지난번 이석기 체포동의안을 당론으로 정해서 찬성했다. 왜 당론까지 정해서 체포에 찬성했나? 새누리당은 당시 당론으로 정하진 않았었다. 그때 김 대표가 국가를 부정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때는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에 찬성을 해놓고 유죄판결도 나왔는데 이제 와서는 제명안 처리에는 미적거린다? 이게 앞뒤가 맞는가? 그렇다면 처음부터 체포동의안에 동의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재심, 삼심 하면 임기 끝날 때까지 세비가 나오는 것 아닌가? 뻔히 잘못된 것을 알면서 국회의원직을 계속 유지시켜 준다? 저는 그게 참 안타깝다. 확실한 국가관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국회의원 자격을 유지시켜 줄 필요가 없다.

- 제명안을 처리하는 것이 지방선거에서 더 유리할 것 같은데 민주당이 제명안을 처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 그래서 민주당을 (종북)숙주정당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민주당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가 그것이다. 종북의 이미지, 종북의 꼬리표를 계속 달고 가는 것 아닌가? 그래서 제가 "너희가 종북 추종세력이 아니라면은 이번에 이석기 문제를 새누리당보다도 훨씬 더 단호하게 앞장서서 처리해야 한다"하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들은 종북세력이 아니란다. 그런데 왜 처리를 못하나? 이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된다.

-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위원장이 지난 2일에 통합신당 창당을 전격 선언했다.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던데, 내용은 알고 계셨나?
▲ 알고 있었다. 어쨌든 야권이 하나로 뭉친 것은 잘된 결정이다고 본다.

- 지난달 28일 최고위원회에서 이같은 이야기가 처음 나왔다고 들었다. 그전에는 논의가 전혀 없었나?
▲ 그렇다. 상당히 급박하고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기초단체장 공천제 폐지부분이 합당을 하는데 결정적 매개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 국회 내 126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과 고작 2석을 가진 새정치연합이  5:5의 지분으로 합쳐서 신당을 만들기로 했다. 통합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 민주당이 의석수가 많다고 해서 그런 부분을 고집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기득권을 가졌더라도 필요에 따라 내려놓을 수 있으면 내려놓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원만한 통합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5:5 정도의 통합은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고 본다. 일례로 지난번 혁신과통합과의 합당 때도 5:5로 했다. 당시 혁신과통합은 단 한석도 없었다.

-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발은 없었는지?
▲ 큰 반발은 없었다. 신경민 의원 정도만 다소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있었을 뿐이다. 전체적인 합당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발이 없었다.

- 이번 합당과정이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 이번 합당은 지방선거 뿐만 아니라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야당이 쥘 수 있는 좋은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하고 싶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조경태 최고위원 프로필>


▲ 노무현 대통령 후보 정책보좌역
▲ 제17, 18, 19대 국회의원 (부산 사하구을)
▲ 열린우리당 원내 부대표
▲ 민주당 최고위원
▲ 민주당 상향식공천제도혁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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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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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