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인터뷰>4대강 살리기 저격수 민주당 이석현 의원

“의혹의 실체 끝까지 파헤치겠다”


국감·대정부 질문서 4대강 사업 정조준 중진 저격수
4대강 턴키입찰공사 담합, 대통령 모교출신 특혜 의혹
“추가 자료 확보·조사 통해 진실 밝히겠다”

여의도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 첫 삽을 뜬 4대강 사업 앞에 험난한 의혹의 고개가 굽이굽이 펼쳐진 것. 민주당은 예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지표조사, 입찰담합의혹을 제기하며 4대강 사업에 대한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을 통해 공세의 수위를 날로 높여가면서 ‘4대강 저격수’들도 뜨고 있다. 이 중 초선 못지않은 열정과 경험에서 쌓은 연륜으로 4대강을 정조준한 중진들의 활동이 눈에 띈다. ‘4대강 저격수’로 떠오른 민주당 이석현 의원을 만나 4대강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정감사부터 대정부 질문까지….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문제점을 맹렬히 지적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국감에서 4대강 사업 턴키 입찰공사 시공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입찰사 간 담합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대정부 질문에서 경북 포항 동지상고 출신 건설업자들의 4대강 사업 특혜 의혹을 제기, 4대강 맞춤 저격수로 떠올랐다.
‘4대강’과 함께 쉴 새 없이 한 달 반을 달려온 이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 국감과 대정부 질문에서 제기한 4대강 턴키 입찰공사 담합 의혹이 이슈화됐다. 어떻게 문제 제기를 하게 된 것인가.
▲ 낙찰 결과를 보니 1위 업체와 떨어진 2위 업체 사이에 그 금액차이가 너무 적었다. 예를 들면 낙동강 18공구의 경우 3030억에 낙찰이 됐는데, 1위와 2위 업체의 입찰금액 차이가 겨우 0.01%에 불과했다. 설계내용이 다르고 업체 경쟁사가 다른데 어떻게 이렇게 귀신같이 근소한 차이를 내나, 이건 국가에서 예정한 예정가에 근접한 금액을 내기로 합의해서 ‘너 좀 더 내라, 나는 좀 덜 쓴다’ 이랬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돼 의혹을 제기하게 됐다.

- 의혹이 생겼다고 해도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 정황이 있어서 조사를 해봤다. 입찰담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나 봤더니 담합사실이 나왔다. 지난 5월과 6월이 걸쳐서 모 호텔, 그리고 삼계탕집 이런 데에서 현대건설이 주도하고 6대 대형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서 담합회의를 한 걸로 나왔다.
제보도 있었고 내가 증언을 듣기도 했다. 6월 말 7월 초에 걸쳐 서초동에 있는 한정식 집에서도 몇 차례 구성사와 주관사들이 모였다. 이렇게 모여가면서 담합을 했다. 실제 낙찰 결과를 보더라도 거의 담합한 내용대로 9월에 낙찰을 받았다.
일반 경쟁 입찰에 붙이면 예정가의 65% 정도에 보통 낙찰된다. 그런데 담합으로 평균 93.4%나 되는 높은 낙찰률을 보였다. 이번 4대강 1차 공사만 해도 예산이 4조2000억원이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한 30%의 국민혈세가 줄줄이 샌 거다.

- 턴키 입찰 방식은 경제나 사회에서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대기업 건설회사 사장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점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일이 이렇게 진행돼 간다고 보는가.
▲ 이 대통령이 마음이 바빠서 그러지 않겠나. 4대강을 속전속결로 빨리 하고 싶은 거다.
대통령의 불도저식 행정에는 턴키가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반 경쟁 입찰로 하면 먼저 설계를 공모한다. 설계 공모하는 데 한 1년 설계하고, 몇 달 심사하고… 오래 걸린다. 그러고 나서 또 설계 하나 뽑고 나면 그 설계 맞춰서 시공 회사를 선정한다. 그 입찰과정이 또 절차가 복잡하다. 그 다음에 감리를 한다. 이것도 좀 길다. 그 대신 신중하다.
그런데 턴키로 하면 설계, 시공, 감리를 일괄 입찰에 부쳐서 한 회사가 그 세 가지 다 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로서는 참 손쉽고 빠르다. 절차가 적다. 대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서 좋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라 턴키로 쉽게 가는 것이다.

- 그렇다면 턴키 입찰 방식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통상 턴키로 입찰을 하면 업계에서는 담합이 이뤄진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 있다. 담합의 유혹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큰 공사 같은 것은 설계비용만 해도 100억, 200억, 몇 백억씩 나온다. 그런데 너나없이 설계에 지원했다가 떨어져버리면 그 회사가 기우뚱할 정도로 위험 부담이 크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설계·시공·감리를 한꺼번에 하는데 설계비용만 해도 많이 나오니까 떨어져버리면 큰일 나는 거다. 그래서 서로 모여 앉아서 ‘어느 구역은 네가 먹어라’ ‘어느 구역은 네가 먹어라’ ‘이번엔 네가 양보 좀 해. 다른 건 너한테 플러스 요인을 줄게’ 이런 식으로 짜 맞추기 해서 누이 좋고 매우 좋은 걸로 해놓는 거다.
이렇게 담합을 하니 제대로 된 경쟁이 되겠나. 낙찰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턴키 입찰을 하면 일반 경쟁 입찰보다 보통 몇 십 퍼센트가 높게 나온다. 이는 결국 나라의 세금이 새는 것으로 이어진다.

- 이런 입찰 담합에서 건설업체가 어느 정도의 이익을 봤다고 생각하나.
▲ 이번 4대강 턴키 입찰 평균 낙찰율은 93.4%이다. 일반 경쟁 입찰을 하는 경우 보통 낙찰율이 65% 정도 나온다. 턴키는 보통 80% 이상 나오는데 이번엔 특히 높게 나온 것이다. 크게는 30% 차이가 난다고 본다.
4대강 1차 사업만 하더라고 4조 2000억원 규모다. 여기서 30%면 1조 2000억원이라는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 것이다. ‘터진 자루에 쌀 새듯이’ 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담합으로 인해서, 또 턴키로 인해서.
 
- 턴키 입찰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예산 낭비는 피할 수 없다는 소린데.
▲ 왜 4대강 사업을 이렇게 도망 다니듯이 서둘러서 해야 하나. 신중하게 천천히 해서 일반 경쟁 입찰로 하면 이번 1차 공사만 해도 1조 2000억이 절약이 된다. 2차, 3차 계속 있어서 약 30조 투입된다고 하는데, 큰돈이 절약될 수 있는 거다.
 
- 경북 포항 동지상고 출신 건설업자들의 4대강 사업 특혜 의혹도 제기했다. 어떤 내용인가.
▲ 낙동강에 8개의 공구가 있는데, 그중 지역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참여했다. 그런데 컨소시엄 구성 현황을 우연히 한두 개 봤더니 포항에 오너가 동지상고 출신이더라. 그래서 본격적으로 낙동강 공구에 선정된 컨소시엄 구성 업체들 조사해봤더니 포항과 동지상고가 많이 휩쓸고 있었다.
거기에 포항 6개 기업이 9개 공구에 걸쳐서 선정됐다. 포항기업 하나가 두세 개 공구에 다 선정된 것이다. 또 9개 중에 8개 이 대통령과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졸업한 동지상고 출신이 대표나 오너로 있는 기업으로 밝혀졌다.
지금 경상도에 수백 개의 중소 건설회사들이 있다. 공구에 하나도 못 들어가서 걱정인데 이렇게 휩쓸어도 되는가, 이게 어떻게 우연일 수 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정부 질문 때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낙동강은 경상남북도 전역을 흐르고 있고 경상도에는 43개 시군이 있지 않냐. 그런데 왜 유독 포항기업만 선정이 된거냐. 또 고등학교도 경상도에 알아보니 374개나 있었다. 왜 하필 동지상고 동문들이 이 낙동강 사업을 휩쓰냐, 이런 얘기를 했다.


- 제기된 의혹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고 있나.
▲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담합 의혹을 조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유력 대기업들에 대해 컨소시엄 선정과정에서 권력 실세의 개입이 있었나 없었나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 같다. 정운찬 국무총리도 ‘예, 그렇게 파악하겠다’고 했다.
공정위하고 검찰에 담합조사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유력 대기업들에 대해서 컨소시엄 선정과정에 권력실세 개입이 있었나 없었나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할 것 같다.

-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대형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의혹은 지난 국감에서도 제기했지만 공정위의 조사에서 난항을 겪었던 부분이다. 구체적인 정황증거 제시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10월 정무위 국감 때 공정위에 ‘여러 가지 정황을 보니 담합의 개연성이 있다. 낙동강 18공구 낙찰이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각 공구별로 두세 개 회사씩 안배되는 등 골고루 선정됐다. 이러한 정황상 담합 가능성이 높으니 조사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공정위원장도 내 주장에 공감하면서 조사하겠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15개 대형 건설사를 방문해 서류들을 가져갔다. 그런데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 공정위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또 담합이라는 게 서로 좋았던 일이라 말들을 안 한다. 거기서 소외됐던 소외 세력들도 있지만 그들도 말을 안 한다. 앞으로 2차 공사, 3차 공사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누가 고자질을 했다가 알려지면 업계에서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다. 다음에 담합할 때 또 소외시킬 것 아니겠냐. 그러니 말들을 안 하려고 한다. 내가 이만큼 조사해서 입찰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나름대로는 엄청 고생한 거다.

-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 이 입찰 담합사건을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 수사권이 없는 공정위 조사는 빨라야 6개월 걸리고, 결과 나오는 데도 보통 2~3년 걸린다. 그 사이에 증거 인멸 다 해버린다. 버스 지나간 뒤에 손 흔드는 결과가 되고 만다.
담합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다. 공정위가 고발을 해야만 검찰이 조사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가 10년 전에 이런 경우를 위해 공정거래법 71조 3항에 새로 하나를 신설했다. 검찰총장이 공정위에게 고발을 요청할 수 있고 그러면 고발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공정위로서는 결과가 나와야 고발을 하니까, 검찰총장이 먼저 공정위에 ‘그거 우리가 할 테니까 고발해주시오’라고 요청을 하면 검찰로 사건이 넘어갈 수 있다.

- 4대강 사업이 지난 10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우선 환경영향 평가가 4개월 만에 끝났다. 정말 초능력이다. 4대강이 얼마나 긴가. 2천리 물길이다. 2천리 물길이면 둑방을 따라서 걸어가더라도 사드락 사드락 걸으면 4개월이 걸린다. 그런데 2천리 물길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를 그 사이에 뚝딱 했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4계절 조사를 해야 하는 건데 그것도 안 했다. 그래서 우리가 걱정이 많다.
당에서는 지금 ‘공사 중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야 하지 않겠느냐’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모르겠지마는 국민의 힘으로 싸워 나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당의 의석이 부족하니까, 국민, 시민단체 그리고 야당들이 단합을 하고 연대를 해서 싸워나가야지, 잘못하면 환경에 큰 재앙이 올 것이다.
예산 낭비도 큰 문제지만 4대강 사업이 환경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그 내용도 모르면서 돈부터 30조 투자하면 나중에 뜯어 고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네덜란드나 독일 같은 데에서 그런 전례가 많이 있다. 강 치수사업 했다가 나중에 도로 뜯어고친다고 생돈 들어가고 환경을 망쳤던 경우들이 있다.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바쁘게 활동한 만큼 좋은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번 국감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2009년 국회 국정감사 평가 결과’에서 국감 스타로 뽑혔는데.
▲ 4선 의원을 하는 동안 여러 차례 시민단체로부터 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 이번에도 경실련으로부터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니 기분이 좋다. 지난 여름부터 자료를 챙기며 열심히 준비했던 것이 좋은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그러나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이번 수상을 계기 삼아 앞으로 더욱 열심히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 우수의원 선정을 칭찬이라기보다는 격려로 여기고, 시민단체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 향후 활동계획이 있다면.
▲ 우선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을 통해 제기했던 의혹의 실체를 끝까지 파헤칠 생각이다. 4대강 사업에서의 담합과 권력 실세 개입, 효성 일가의 해외 부동산 투자 및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에 대해 앞으로도 추가적인 자료 확보 및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겠다.
아울러 남은 정기국회 기간 동안 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중단, 미디어법의 재논의 등을 위해서도 같이 싸워나가겠다.

▲1951년 전북 익산 출생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
▲1984년 민주화추진협의회 기획위원,의장비서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1996년 환경운동연합 국정정책위원
▲2001~2003년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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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