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인터뷰>4대강 살리기 저격수 민주당 이석현 의원

“의혹의 실체 끝까지 파헤치겠다”


국감·대정부 질문서 4대강 사업 정조준 중진 저격수
4대강 턴키입찰공사 담합, 대통령 모교출신 특혜 의혹
“추가 자료 확보·조사 통해 진실 밝히겠다”

여의도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 첫 삽을 뜬 4대강 사업 앞에 험난한 의혹의 고개가 굽이굽이 펼쳐진 것. 민주당은 예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지표조사, 입찰담합의혹을 제기하며 4대강 사업에 대한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을 통해 공세의 수위를 날로 높여가면서 ‘4대강 저격수’들도 뜨고 있다. 이 중 초선 못지않은 열정과 경험에서 쌓은 연륜으로 4대강을 정조준한 중진들의 활동이 눈에 띈다. ‘4대강 저격수’로 떠오른 민주당 이석현 의원을 만나 4대강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정감사부터 대정부 질문까지….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문제점을 맹렬히 지적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국감에서 4대강 사업 턴키 입찰공사 시공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입찰사 간 담합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대정부 질문에서 경북 포항 동지상고 출신 건설업자들의 4대강 사업 특혜 의혹을 제기, 4대강 맞춤 저격수로 떠올랐다.
‘4대강’과 함께 쉴 새 없이 한 달 반을 달려온 이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 국감과 대정부 질문에서 제기한 4대강 턴키 입찰공사 담합 의혹이 이슈화됐다. 어떻게 문제 제기를 하게 된 것인가.
▲ 낙찰 결과를 보니 1위 업체와 떨어진 2위 업체 사이에 그 금액차이가 너무 적었다. 예를 들면 낙동강 18공구의 경우 3030억에 낙찰이 됐는데, 1위와 2위 업체의 입찰금액 차이가 겨우 0.01%에 불과했다. 설계내용이 다르고 업체 경쟁사가 다른데 어떻게 이렇게 귀신같이 근소한 차이를 내나, 이건 국가에서 예정한 예정가에 근접한 금액을 내기로 합의해서 ‘너 좀 더 내라, 나는 좀 덜 쓴다’ 이랬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돼 의혹을 제기하게 됐다.

- 의혹이 생겼다고 해도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 정황이 있어서 조사를 해봤다. 입찰담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나 봤더니 담합사실이 나왔다. 지난 5월과 6월이 걸쳐서 모 호텔, 그리고 삼계탕집 이런 데에서 현대건설이 주도하고 6대 대형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서 담합회의를 한 걸로 나왔다.
제보도 있었고 내가 증언을 듣기도 했다. 6월 말 7월 초에 걸쳐 서초동에 있는 한정식 집에서도 몇 차례 구성사와 주관사들이 모였다. 이렇게 모여가면서 담합을 했다. 실제 낙찰 결과를 보더라도 거의 담합한 내용대로 9월에 낙찰을 받았다.
일반 경쟁 입찰에 붙이면 예정가의 65% 정도에 보통 낙찰된다. 그런데 담합으로 평균 93.4%나 되는 높은 낙찰률을 보였다. 이번 4대강 1차 공사만 해도 예산이 4조2000억원이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한 30%의 국민혈세가 줄줄이 샌 거다.

- 턴키 입찰 방식은 경제나 사회에서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대기업 건설회사 사장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점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일이 이렇게 진행돼 간다고 보는가.
▲ 이 대통령이 마음이 바빠서 그러지 않겠나. 4대강을 속전속결로 빨리 하고 싶은 거다.
대통령의 불도저식 행정에는 턴키가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반 경쟁 입찰로 하면 먼저 설계를 공모한다. 설계 공모하는 데 한 1년 설계하고, 몇 달 심사하고… 오래 걸린다. 그러고 나서 또 설계 하나 뽑고 나면 그 설계 맞춰서 시공 회사를 선정한다. 그 입찰과정이 또 절차가 복잡하다. 그 다음에 감리를 한다. 이것도 좀 길다. 그 대신 신중하다.
그런데 턴키로 하면 설계, 시공, 감리를 일괄 입찰에 부쳐서 한 회사가 그 세 가지 다 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로서는 참 손쉽고 빠르다. 절차가 적다. 대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서 좋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라 턴키로 쉽게 가는 것이다.

- 그렇다면 턴키 입찰 방식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통상 턴키로 입찰을 하면 업계에서는 담합이 이뤄진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 있다. 담합의 유혹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큰 공사 같은 것은 설계비용만 해도 100억, 200억, 몇 백억씩 나온다. 그런데 너나없이 설계에 지원했다가 떨어져버리면 그 회사가 기우뚱할 정도로 위험 부담이 크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설계·시공·감리를 한꺼번에 하는데 설계비용만 해도 많이 나오니까 떨어져버리면 큰일 나는 거다. 그래서 서로 모여 앉아서 ‘어느 구역은 네가 먹어라’ ‘어느 구역은 네가 먹어라’ ‘이번엔 네가 양보 좀 해. 다른 건 너한테 플러스 요인을 줄게’ 이런 식으로 짜 맞추기 해서 누이 좋고 매우 좋은 걸로 해놓는 거다.
이렇게 담합을 하니 제대로 된 경쟁이 되겠나. 낙찰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턴키 입찰을 하면 일반 경쟁 입찰보다 보통 몇 십 퍼센트가 높게 나온다. 이는 결국 나라의 세금이 새는 것으로 이어진다.

- 이런 입찰 담합에서 건설업체가 어느 정도의 이익을 봤다고 생각하나.
▲ 이번 4대강 턴키 입찰 평균 낙찰율은 93.4%이다. 일반 경쟁 입찰을 하는 경우 보통 낙찰율이 65% 정도 나온다. 턴키는 보통 80% 이상 나오는데 이번엔 특히 높게 나온 것이다. 크게는 30% 차이가 난다고 본다.
4대강 1차 사업만 하더라고 4조 2000억원 규모다. 여기서 30%면 1조 2000억원이라는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 것이다. ‘터진 자루에 쌀 새듯이’ 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담합으로 인해서, 또 턴키로 인해서.
 
- 턴키 입찰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예산 낭비는 피할 수 없다는 소린데.
▲ 왜 4대강 사업을 이렇게 도망 다니듯이 서둘러서 해야 하나. 신중하게 천천히 해서 일반 경쟁 입찰로 하면 이번 1차 공사만 해도 1조 2000억이 절약이 된다. 2차, 3차 계속 있어서 약 30조 투입된다고 하는데, 큰돈이 절약될 수 있는 거다.
 
- 경북 포항 동지상고 출신 건설업자들의 4대강 사업 특혜 의혹도 제기했다. 어떤 내용인가.
▲ 낙동강에 8개의 공구가 있는데, 그중 지역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참여했다. 그런데 컨소시엄 구성 현황을 우연히 한두 개 봤더니 포항에 오너가 동지상고 출신이더라. 그래서 본격적으로 낙동강 공구에 선정된 컨소시엄 구성 업체들 조사해봤더니 포항과 동지상고가 많이 휩쓸고 있었다.
거기에 포항 6개 기업이 9개 공구에 걸쳐서 선정됐다. 포항기업 하나가 두세 개 공구에 다 선정된 것이다. 또 9개 중에 8개 이 대통령과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졸업한 동지상고 출신이 대표나 오너로 있는 기업으로 밝혀졌다.
지금 경상도에 수백 개의 중소 건설회사들이 있다. 공구에 하나도 못 들어가서 걱정인데 이렇게 휩쓸어도 되는가, 이게 어떻게 우연일 수 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정부 질문 때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낙동강은 경상남북도 전역을 흐르고 있고 경상도에는 43개 시군이 있지 않냐. 그런데 왜 유독 포항기업만 선정이 된거냐. 또 고등학교도 경상도에 알아보니 374개나 있었다. 왜 하필 동지상고 동문들이 이 낙동강 사업을 휩쓰냐, 이런 얘기를 했다.


- 제기된 의혹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고 있나.
▲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담합 의혹을 조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유력 대기업들에 대해 컨소시엄 선정과정에서 권력 실세의 개입이 있었나 없었나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 같다. 정운찬 국무총리도 ‘예, 그렇게 파악하겠다’고 했다.
공정위하고 검찰에 담합조사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유력 대기업들에 대해서 컨소시엄 선정과정에 권력실세 개입이 있었나 없었나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할 것 같다.

-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대형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의혹은 지난 국감에서도 제기했지만 공정위의 조사에서 난항을 겪었던 부분이다. 구체적인 정황증거 제시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10월 정무위 국감 때 공정위에 ‘여러 가지 정황을 보니 담합의 개연성이 있다. 낙동강 18공구 낙찰이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각 공구별로 두세 개 회사씩 안배되는 등 골고루 선정됐다. 이러한 정황상 담합 가능성이 높으니 조사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공정위원장도 내 주장에 공감하면서 조사하겠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15개 대형 건설사를 방문해 서류들을 가져갔다. 그런데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 공정위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또 담합이라는 게 서로 좋았던 일이라 말들을 안 한다. 거기서 소외됐던 소외 세력들도 있지만 그들도 말을 안 한다. 앞으로 2차 공사, 3차 공사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누가 고자질을 했다가 알려지면 업계에서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다. 다음에 담합할 때 또 소외시킬 것 아니겠냐. 그러니 말들을 안 하려고 한다. 내가 이만큼 조사해서 입찰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나름대로는 엄청 고생한 거다.

-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 이 입찰 담합사건을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 수사권이 없는 공정위 조사는 빨라야 6개월 걸리고, 결과 나오는 데도 보통 2~3년 걸린다. 그 사이에 증거 인멸 다 해버린다. 버스 지나간 뒤에 손 흔드는 결과가 되고 만다.
담합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다. 공정위가 고발을 해야만 검찰이 조사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가 10년 전에 이런 경우를 위해 공정거래법 71조 3항에 새로 하나를 신설했다. 검찰총장이 공정위에게 고발을 요청할 수 있고 그러면 고발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공정위로서는 결과가 나와야 고발을 하니까, 검찰총장이 먼저 공정위에 ‘그거 우리가 할 테니까 고발해주시오’라고 요청을 하면 검찰로 사건이 넘어갈 수 있다.

- 4대강 사업이 지난 10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우선 환경영향 평가가 4개월 만에 끝났다. 정말 초능력이다. 4대강이 얼마나 긴가. 2천리 물길이다. 2천리 물길이면 둑방을 따라서 걸어가더라도 사드락 사드락 걸으면 4개월이 걸린다. 그런데 2천리 물길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를 그 사이에 뚝딱 했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4계절 조사를 해야 하는 건데 그것도 안 했다. 그래서 우리가 걱정이 많다.
당에서는 지금 ‘공사 중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야 하지 않겠느냐’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모르겠지마는 국민의 힘으로 싸워 나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당의 의석이 부족하니까, 국민, 시민단체 그리고 야당들이 단합을 하고 연대를 해서 싸워나가야지, 잘못하면 환경에 큰 재앙이 올 것이다.
예산 낭비도 큰 문제지만 4대강 사업이 환경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그 내용도 모르면서 돈부터 30조 투자하면 나중에 뜯어 고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네덜란드나 독일 같은 데에서 그런 전례가 많이 있다. 강 치수사업 했다가 나중에 도로 뜯어고친다고 생돈 들어가고 환경을 망쳤던 경우들이 있다.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바쁘게 활동한 만큼 좋은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번 국감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2009년 국회 국정감사 평가 결과’에서 국감 스타로 뽑혔는데.
▲ 4선 의원을 하는 동안 여러 차례 시민단체로부터 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 이번에도 경실련으로부터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니 기분이 좋다. 지난 여름부터 자료를 챙기며 열심히 준비했던 것이 좋은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그러나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이번 수상을 계기 삼아 앞으로 더욱 열심히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 우수의원 선정을 칭찬이라기보다는 격려로 여기고, 시민단체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 향후 활동계획이 있다면.
▲ 우선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을 통해 제기했던 의혹의 실체를 끝까지 파헤칠 생각이다. 4대강 사업에서의 담합과 권력 실세 개입, 효성 일가의 해외 부동산 투자 및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에 대해 앞으로도 추가적인 자료 확보 및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겠다.
아울러 남은 정기국회 기간 동안 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중단, 미디어법의 재논의 등을 위해서도 같이 싸워나가겠다.

▲1951년 전북 익산 출생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
▲1984년 민주화추진협의회 기획위원,의장비서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1996년 환경운동연합 국정정책위원
▲2001~2003년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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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