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깎아주면 많이들 사고팔까

2014년 달라진 부동산 제도

지난해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이 나오면서 각종 제도가 달라졌다. 취득세 영구인하를 포함하는 지방세법과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법안 등은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 등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올해 이들 법안의 처리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정책 모기지가 하나로 통합되고 전세금 안심대출이 시행되는 등 올해 새로 도입되는 정책들도 의외로 많다. 


취득세 영구 감면·양도세 중과 폐지 시행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 등 처리 여부 변수

올해는 취득세 영구감면,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이 시행되는 첫해가 된다. 당장 올해 집이나 땅을 팔아야 하는데 과연 기존과 비교해서 세금이 얼마나 달라질까. 먼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살펴보겠다. 

비사업용 토지와
법인부동산 세율↓

양도세 중과제도는 주택을 2채 이상 가진 사람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자는 취지다. 2주택자는 양도소득(양도차익)의 50%를 3주택자 이상은 60%를 부과했다. 이번에 바뀐 세법은 중과 제도를 폐지하고 다른 소득과 마찬가지로 6?38%의 기본세율을 적용하자는 내용이다.
다만, 최고 38%의 세율을 적용하는 소득기준(과세표준)이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춰졌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 대상이 늘어난 셈이다. 집을 사고 2년 이내 매도시 양도소득세가 줄게 된다. 9억원 이하짜리 주택 1채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집을 구입한 지 2년 후에 주택을 팔면 양도소득세를 한 푼도 물지 않는다.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이면 양도차익의 50%를 1년 이상?2년 미만이면 40%를 세금으로 내야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 세율이 완화돼 1년 미만은 40%, 1년 이상?2년 미만은 기본세율(6?38%)로 낮아지게 된다.
개인의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도 완화된다. 종전에는 이런 땅을 팔면 60%의 양도세를 부과했다. 다만, 그 적용이 유예돼 왔다. 이 제도가 올해는 한시적으로 기본세율이 적용되고 10%p의 세율이 추가로 부과하게 된다.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가진 사람과 토지를 보유한 사람 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는 지적도 있다.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자는 것은 특별한 감세 혜택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세금구조로 돌아가지는 취지로 땅을 가지 사람을 역차별한다는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인 보유 부동산을 매각 시 세율도 낮아지게 된다. 작년의 경우 법인이 주택이나 비사업용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가 팔면, 정상적인 법인세(10?22%) 외에 30%p의 세율을 추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때문에 최고 52%에 달하는 세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새로 마련된 세법은 추가세율을 10%p로 대폭 낮췄다. 특히 중소기업은 올해에 한 해 10%p 추가 세율도 적용하지 않고 유예해 주기로 했다. 이러한 효과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계 기업들이 토지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취득세 영구 인하에 따른 세율 완화 =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취득세 요율이 완화됐다. 종전 취득세율은 9억원 이하 1주택 소유자의 경우 2%, 9억원 초과 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는 4%였다. 이제 6억원 이하 주택은 1%, 9억원 초과 주택은 3%다.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주택은 2%로 이전과 동일하다.

▲종합부동산세, 국세에서 지방세로 전환 = 국세였던 종합부동산세는 지방세로 전환됐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방세 3법(지방세기본법·지방세법·지방세특례제한법)과 종합부동산세 관련 법령을 개정해 2014년도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 성립분부터는 지자체에서 부과·징수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더라도 현재 납세의무자의 세 부담과 지자체 세입에는 변화가 없다. 납세의무자 입장에서는 명칭, 과세요건, 납부기간, 선택적 신고납부제도 등 모든 것이 이전과 같다.


▲주택공급 제도 상 성년 기준 만 19세로 완화 =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에 따라 주택 청약 가능 연령이 만 20세 이상에서 만 19세 이상으로 완화됐다. 연령 제한 없이 가입할 수 있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을 제외한 청약 예·부금 가입 연령이 만 20세 이상에서 만 19세 이상으로 낮아졌다. 다자녀가구나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 특별공급 운용지침상 성인 연령기준 역시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생애최초나 다자녀가구,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을 신청할 때 소득산정에 포함되는 성인이 만 19세 이상 세대원으로 대상이 늘어나게 됐다. 

▲건설사, 전월세로 운용하다 일반분양하면 선착순 분양 가능 = 건설사는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아파트 분양 물량과 시기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라 건설사가 아파트 단지를 쪼개서 공급할 수 있는 ‘입주자 분할 모집’ 단지의 기준은 현행 400가구 이상에서 200가구 이상 단지로 완화됐다. 입주자 분할 모집의 최소 단위도 기존 300가구 이상에서 50가구 이상으로 축소됐다. 또 3회까지만 가능했던 분할분양(단지 쪼개기) 횟수는 5회까지 가능해졌다. 건설사가 아파트를 다 짓고 2년 이상 전월세로 임대를 주다가 일반분양에 나설 경우 청약통장 여부에 관계없이 선착순 분양이 가능하다. 건설사들이 공급 물량의 일부를 후분양으로 전환할 경우에는 대한주택보증의 지급보증 등을 통해 금융회사로부터 연 4?5% 수준의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 지키고 
세입자도 보호

▲중개대상물 허위·과장 광고 규제 강화 =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 시행에 따라 부동산 중개대상물에 대한 허위·과장 광고 규제가 강화됐다. 개정·시행되는 중개 대상물의 표시·광고 규정에 따르면 중개업자가 아닌 컨설팅업자, 중개보조원 등의 중개 대상물에 대한 광고 행위가 금지됐다.
중개업자의 허위(미끼)·과장 광고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중개업자가 중개 대상물을 광고할 때 명칭과 소재지, 연락처, 성명 등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중개업자가 아닌 자의 광고 행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중개업자의 중개 대상물 표시의무 위반 때는 5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세입자, 임대보증금 보호범위 확대 = 소액 임차인의 우선변제금을 상향하고 적용대상 보증금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 및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올해부터 시행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택은 서울의 경우 우선변제 받을 임차인 범위가 전세보증금 7500만원 이하에서 9500만원 이하로 확대됐다. 수도권 지역은 65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광역시 등은 55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늘어났다. 또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경우 월세 상한은 14%에서 10%로 낮아졌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상가 세입자의 보호 범위도 커졌다. 보호법 적용 대상의 범위가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x100) 기준으로 서울은 현행 3억원에서 4억원으로,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의 과밀억제권역은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광역시 등은 1억8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넓어졌다. 최우선으로 변제하는 영세업자 범위도 전국적으로 확대해 서울은 보증금 5000만원에서 6500만원까지 늘어났다. 우선 변제 받는 보증금도 지금의 1500만원보다 700만원 늘어난 2200만원이 됐다. 

정책모기지 통합
전세금 안심대출

▲저기 주택구입 지원자금 하나로 통합 = 근로자서민·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우대형 보금자리론이 올해부터 하나로 통합됐다. 대출 문턱도 낮아졌다. 지난달 2일부터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생애최초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주는 통합된 모기지를 이용할 수 있다. 통합 정책 모기지는 소득 수준과 만기에 따라 시중은행보다 낮은 연 2.8?3.6%의 금리가 적용된다. 고정금리와 5년 단위 변동금리에서 고를 수 있다. 최대 연체 이자율도 은행 최저 수준인 10%로 인하된다.

▲전세금 안심대출 시행 = 전세금 안심대출은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은행에 넘기고 금리를 낮춰 받는 기존의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Ⅱ’(전세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와 전세계약 종료 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대한주택보증이 책임지는 ‘전세금 반환보증’을 결합한 상품이다. 이 상품은 우리은행에서 시범 판매된다. 대출을 신청하면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청구권을 넘겨받은 대한주택보증이 전세금 상환을 보증한다. 시중은행 일반 전세대출의 연 4.1% 수준보다 0.4%p 낮은 연 3.5?3.7% 금리가 적용된다. 전세계약이 끝난 뒤 집주인이 한 달 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 대한주택보증이 전세금을 대신 돌려준다. 

▲희망임대주택 리츠 면적제한 폐지 = 올해부터 하우스푸어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희망임대주택 리츠’사업이 전용면적 85㎡가 넘는 주택으로 확대됐다. 희망임대주택 리츠는 집이 있지만 대출 상환금으로 고통 받고 있는 하우스푸어가 주택을 리츠(부동산투자신탁)에 매각한 뒤 보증부월세(연 6%) 형태로 5년간 임차해 거주하는 제도다. 4·1대책에서 도입된 이 제도는 당초 매입대상을 1가구 1주택자(한시적 2주택자)가 소유한 전용 85㎡이하 중소형 아파트(9억원 이하)로 제한했었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른 주택임대관리업 등록 및 보증상품 가입 의무화 = 4·1대책에 포함된 주택임대관리업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에서는 주택임대관리업의 임대관리 방식을 크게 ‘자기관리형’과 ‘위탁관리형’으로 구분했다. 자기관리형은 주택의 공실, 임차료 미납 위험 등을 주택임대관리업자가 부담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임대인은 주택임대관리업자에게 장기간에 걸쳐 매월 일정 고정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위탁관리형은 주택임대관리회사가 임대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 집주인이 책임을 지는 형태로 매월 실제 임대료의 일정 비율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라 자기관리형 주택임대관리업은 300가구, 위탁관리형 주택임대관리업은 1000가구 이상 주택을 관리하는 경우 주택임대관리업자로 의무 등록해야 한다. 등록 요건은 자기관리형의 경우 자본금 5억원에 전문인력 3명, 위탁관리형은 자본금 2억원에 전문인력 2명을 확보하도록 했다. 여기서 전문인력은 변호사, 법무사, 회계사, 세무사, 주택관리사, 공인중개사 등이다.


정부 대책들
약발 받을까

▲경매 관련 공유자우선매수권 및 최적매각 기준 변경 = 민사집행법 개정으로 부동산 경매 제도와 절차가 대폭 개선된다. 개정안은 무제한으로 허용했던 공유자우선매수권의 행사를 1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공유자우선매수권은 공유로 된 채무자의 부동산이 경매로 나왔을 때 공유자가 제3자보다 우선해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개정안은 우선매수 신고를 한 공유자가 매각기일 종결 고지 때까지 보증을 제공하지 않거나 신고를 철회했을 때 매각 절차에서 우선 매수 신고를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 가능 = 공동주택 리모델링 때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오는 4월부터 시행된다. 지은 지 15년 이상 된 공동주택을 현재 층수에서 최대 3개 층까지 증축하고 최대 15%까지 가구 수를 늘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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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