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모 비서관 '취업사기' 혐의 피소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8 17: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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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가정파탄' 주장, 의원실은 '모르쇠' 일관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 A의원의 현역 비서관 B씨가 취업사기를 벌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포착했다. B씨가 피해자 두 명에게 받아 챙긴 돈은 모두 1억4천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사건이 발각된 이후에도 B씨는 아무렇지 않게 비서관으로 근무한 사실이 밝혀졌다.  


피해자 C씨의 악몽은 정확히 2년 전인 지난 2012년 1월 시작됐다. 민주당 A의원의 현역 비서관 B씨는 C씨의 대학동기로 오랜 친구였다. 두 사람의 만남은 B씨가 모 인사의 출판기념회 참석차 고향에 내려오면서 성사됐다.

취업 알선? 

C씨에 따르면 오랜만에 가진 술자리에서 B씨는 C씨와 또 다른 대학동기 D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현역 비서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이 두 사람을 업계 1, 2위를 다투는 모 자동차 회사의 생산직으로 취업시켜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대신 1인당 7천만원의 금액을 요구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모 자동차 회사에 입사만 된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결국 두 사람은 B씨에게 돈을 주기로 한다. 한명은 차명계좌로 다른 한명은 현금으로 B씨에게 돈을 전달했다. 대학시절 친구였고 현직 국회의원의 비서관이었다. 의심은 하지 않았다.

C씨는 B씨의 말만 믿고 14년이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딸린 식구가 있어 퇴직이 망설여졌지만 B씨는 자신만 믿으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B씨의 취업 약속은 조금씩 미뤄졌다. 조급함이 밀려왔지만 B씨는 항상 좀 더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다. 회사를 퇴직한 C씨는 경제적 어려움도 찾아왔다. 가정은 파탄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결국 10개월 남짓이 지나 지난 2012년 11월 C씨와 D씨는 B씨를 강하게 추궁하며 지급한 돈을 다시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B씨는 C씨와 D씨에게 받은 돈을 개인채무 등으로 모두 탕진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현역 비서관인 B씨에게 한 마디로 취업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취업 청탁 대가로 1억 4천만원 받아
퇴직 여부 오락가락, 거짓말로 감싸기?
  

C씨와 D씨가 원금을 받아내는 데는 그 후로도 1년이 더 걸렸다. 두 사람이 B씨를 고발하자 결국 B씨는 C씨와 D씨가 고소를 취하한다는 조건으로 원금을 모두 되돌려줬다. 일단 돈을 다시 돌려받기 위해 합의서도 써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C씨와 D씨는 직장도 잃고 가정은 파탄 지경에 이른 상황이었다.

갑작스런 퇴직과 많은 나이로 재취업도 쉽지 않았다. 원금은 받아냈지만 두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비서관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는 B씨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두 사람은 B씨를 다시 고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써준 합의서 때문에 B씨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았다. 검찰에 기소는 됐지만 불구속 기소였다. B씨는 오는 2월26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는다.

결국 두 사람은 해당 의원실에 직접 B씨를 해임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 사실을 해당의원에게 알리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해당 의원의 홈페이지 등에 이 같은 억울한 사연의 글을 올리면 글은 모두 삭제됐고 보좌관이라는 사람이 직접 C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오히려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지 말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의원은 정치개혁특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C씨는 또 다른 의문도 제기했다. 마치 다른 보좌진들이 B씨를 보호하려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같은 내용이 해당 의원에게 제대로 전달됐을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좌진들이 이 같은 내용을 실제로 의원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해도 문제고, 전달이 됐음에도 B씨를 해임시키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의원실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당사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당사자와 통화를 요청했다. 그러자 "(B씨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본인이 기자라는 점을 밝히고 사실여부를 확인하려 한다고 하자 의원실 관계자는 갑자기 "(B씨가) 얼마 전 퇴직했다"며 말을 바꿨다. 정확히 언제 퇴직했느냐는 질문엔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번엔 다른 보좌진과 통화를 했다. 이 보좌진은 "(B씨가) 몇일 전에 퇴직했다"고 말했다. 정확히 언제냐는 질문엔 역시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이 일정 때문에 자주 의원실을 비웠기 때문에 모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연결한 보좌진은 "(B씨가) 오늘 퇴직했다"고 설명했다. 의원실은 고작 9명의 보좌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료가 언제 퇴직했는지도 모른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가 없었다. 보좌진마다 대답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었다.

<일요시사>는 해당사건에 대한 A의원실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했으나 A의원실은 "해당사건에 대해 유일하게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E보좌관인데 정치개혁특위 때문에 바빠 자주 자리를 비워 전화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E보좌관의 개인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자 A의원실은 "E보좌관이 좋은 일도 아닌데 개인연락처를 알려주기는 부담스럽다며 거절했다"고 전해왔다.

 

취업 사기?

 

<일요시사>는 또 당사자인 B씨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고자 B씨의 연락처를 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A의원실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마지막으로 취재기자는 국회 사무처에 B씨의 재직여부를 조회했다. 그런데 A의원실의 설명과는 달리 해임됐다는 다음날까지도 B씨는 여전히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1억4천만원에 달하는 취업사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인물이다.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B씨를 방치하고, 또 감싸기까지 하는 A의원실의 행태는 누구라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정치개혁특위 활동으로 바쁘다는 A의원실. 가장 먼저 해야 할 정치개혁은 지위를 남용하는 구태청산이 아닐까?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알려왔습니다>


당초 취재과정에서 A의원실의 보이지 않는 비호(?) 속에 전혀 접촉할 수 없었던 B비서관은 인터넷에 기사가 게재된 이후 <일요시사>에 직접 연락을 취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구 반론권을 보장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일요시사>는 B비서관에게 반론권을 주기로 결정하고, 그의 주장을 그대로 전재한다. 

다음은 B비서관의 주장이다.

 

저는 당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여 당시 오랜 친구인 제보자에게 돈을 빌리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 친구는 회사에서 실적부진에 따른 스트레스와 명퇴 재촉을 당하고 있다며, 저에게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 수 없겠냐는 요청을 하였고, 저는 선뜻 돈을 빌려준 친구의 마음을 알기에 선의의 마음으로 일자리를 알아보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일자리는 알아보겠지만 우선은 회사에서 최대한 버티는 것이 낫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친구는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돈을 갈취할 목적이었다면, 거금을 계좌를 이용해서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후 일자리를 위해 노력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제보자는 조속한 원금상환을 요구하였으며, 저는 일시불로 상환하기 어렵기에 완전상환 시점까지 월 100만 원씩 이자를 지급하기로 서로가 약속하였습니다.

그 이후 매월 100만 원의 이자를 계좌를 통해 보내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보자의 부인이 계속해서 완전상황을 요구하며 저를 고소하였고, 저는 고소 건이 진행 중인 2013년 초에 모든 금액을 상환하였습니다.


그러나 원금과 이자를 전부다 상환해줬음에도 제보자는 이후에도 계속 일자리와 현금을 요구하였고 이 과정속에서 저는 두 차례에 걸쳐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또 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직을 표명하였고, 의원실도 사직토록 하여 출근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공무원이 재판에 회부될 경우 징계절차가 마무리 될 때까지 퇴직처리를 할 수 없다는 국회사무처의 규칙에 따라 신분상으로는 재직 중에 있으나, 실질적으로 출근을 하지 않고 있고, 근무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감사관실의 징계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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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