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이슈&인터뷰>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7 13: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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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대통령 개인의 나라가 아니다"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은 지난해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항의하며 가장 뜨거운 여름을 천막당사에서 보냈고, 4월과 10월 재보선에서 참패하며 지지율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어느새 2014년 새해가 밝았지만 아직도 민주당의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민족의 대명절 설날을 맞아 절치부심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를 만나 민주당의 새해 계획을 들어봤다.




"정치가 꼬일 대로 꼬였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 10명 중 9명이 '국회가 잘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정치혐오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회는 정기국회 3개월간 법안통과 '0건'이라는 전무후무한 수치스러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때문에 여야 모두 새해에는 달라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뼈를 깎는 쇄신을 공언하기도 했다. 과연 민주당이 계획하고 있는 새해 계획은 무엇일까? 지난해 원내대표에 취임하자마자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정부여당과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를 만나 민주당의 새해 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전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아 중점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현안은 무엇인가?
▲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개헌이다.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대통령에게 권력집중현상이 너무 심해 행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입법부, 사법부까지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어 정작 국민에게 필요한 일관성 있는 제대로 된 정책을 시행하기가 어렵다. 또한 박근혜정권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이 개헌을 논의하기 딱 좋은 시점이다. 더 늦게 되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자의 이해와 셈법에 따라 개헌논의를 이용하게 되는 측면이 생길 수가 있다.

- 또 다른 현안은?
▲ 지난 연말국회 때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들도 있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민생 회복을 위한 법안들을 처리하는 것이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이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국정원개혁의 경우 개혁입법을 해내어 국정원개혁의 단초를 마련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들이 많다. 또한 남양유업방지법, 임대차보호법 등 민생입법을 완수하는 데 목표를 둘 것이다.




- 민주당이 지난해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
▲ 오만과 독선, 독주로 일관하는 대통령과 과반이 넘는 거대의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통령바라기’만 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맞서 국민을 위하는 국회를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지난 정권에서 해왔던 부자감세 철회의 물꼬를 터서 부의 재분배를 하게 되었다는 점,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복지예산을 확대 편성해 민주당이 주장해왔던 국민복지를 하게 되었다는 점, 쌀 직불금 인상으로 농민지원정책을 펼치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학교비정규직 지원의 기반을 마련한 것 등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 박근혜정부의 지난 1년은 어떻게 평가하나?
▲ 거짓말과 약속파기의 1년이었다. 노인연금 공약파기, 무상보육 공약파기에 이어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공약까지 파기하려고 하고 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의 전모를 밝히자는 야당과 국민의 요구 역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엇하나 시원한 것이 없다. 대통령은 묵묵부답이고 정부여당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다. 또 역사 교과서 논란으로 촉발된 역사 우경화 움직임은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 0%로 국민들이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도 역사왜곡을 하고 있으니 국내외적으로 역사가 몸살이 날 지경이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고하고 싶은 점은?
▲ 대한민국은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나라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아직도 아버지 시대를 꿈꾸는 것 같은데 대한민국은 그리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 국민의 주권의식은 크게 신장됐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일궈냈다. 1970년대의 올드한 사고방식으로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새해에는 반드시 개헌, 1순위 목표" 
"발목잡기? 견제는 야당이 원래 할일"

- 대선개입 의혹에서부터 촉발된 국정원 개혁이 우여곡절 끝에 여야의 합의로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이번 개혁 법안 통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 절반의 성공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그냥 땅 속에 묻어두려고 했던 아주 악질적인 민주주의 위기 사건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것을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지표 위로 드러내고, 국정원에 대한 국회통제권을 강화하고 정치개입을 근절시킬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 남은 과제는 수사권 조정,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총리실 산하에 두는 등 국정원이 정보수집기관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위상을 조정하는 일이다. 정부여당의 반대가 매우 극렬하지만, 이미 국민들은 국정원의 역할 조정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2014년엔 지방선거와 대규모 재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어떤 선거전략을 구상하고 있나?
▲ 분명한 것은 여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야권이 하나가 되어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분열은 어떠한 해결책도 될 수 없다. 새누리당 정권 6년의 교훈을 야권은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새누리당 정권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거짓과 약속파기, 국민기만을 밥 먹듯이 하는 새누리당 정권에 대해 국민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박근혜 정권 1년 동안 새누리당이 무엇을 했는지 자세히 보셨으면 한다.

- 민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 입법부는 대통령을 견제하는 것이 기본적인 속성이고 역할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대통령 견제의 역할을 한 것이 있는가? 역할과 책임을 방기하고 방어막 치기에 급급한 1년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입법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 지난해 국회가 정쟁에 빠져 민생을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갑오년 새해에는 국회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 정치혐오의 원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국회는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다. 여당은 대통령 2중대 역할만 하고 있고, 대통령의 오더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식물정당이 되어 버렸다. 이것을 1년간 반복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수많은 회동도 하고 전화도 하고 했지만, 결국은 대통령에게 막혀 버렸다. 대통령이 OK하지 않는 이상 새누리당도 OK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야가 이견이 있어 정국이 꼬여 있을 때는 대통령이 영수회담 등을 통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 민주당도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 야당이 맨날 발목잡기 한다고 하는데 야당이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일은 원래 하는 일이다. 정부여당을 견제하지 않고 같이 웃으면서 사진 찍고 밥 먹고 한다면 그것이 책임과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설을 맞이해 국민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 2014년은 청마의 해라고 한다. 푸른 말의 기운처럼 힘차고 박력 넘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정치를 불신의 눈으로만 보기보다는 왜 의견이 부딪히는지, 대립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내용을 봐 주셨으면 한다. 국가기관이 대선개입을 했다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지고 있는데도 국회가 아무 일 없는 듯이 평상시처럼 지낼 수는 없다. 야당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야당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앞으로도 국민만을 바라보고 나아갈 것이다. 끝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 당초 <일요시사>는 여야의 균형 있는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에게도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최 원내대표 측의 거부로 인해 부득이하게 민주당 측의 입장만 전하게 됐음을 알립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전병헌 원내대표 프로필>

▲ 1998 대통령 정무비서관
▲ 2002 국정홍보처 차장
▲ 2005 열린우리당 대변인
▲ 한국정학연구소 이사장
▲ 제5대 한국e스포츠협회 협회장
▲ 17~19대 국회의원
▲ 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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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