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①새누리당 박희태 상임고문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7 14:01:56
  • 댓글 0개

"정치는 타협, 수없이 말해도 안 들어"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 원로의 충고 한 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빛줄기처럼 반갑다. 길을 잃은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는 신년을 맞아 정치 원로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민족의 대명절 설을 앞두고 새누리당 박희태 상임고문을 만났다. 




'정치9단 박희태가 돌아왔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지난 6일 새누리당의 상임고문으로 위촉되며 당에 복귀했다.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박 고문은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장관과 한나라당 대표,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그는 MB정권의 개국공신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또 헌정 사상 최장수 대변인으로 재직하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총체적 난국' '정치9단' 등 각종 정치어록을 만들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정치9단 박희태라면 길을 잃은 대한민국 정치권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고 있진 않을까? 그래서 박 고문을 만나 정치권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물어봤다.
다음은 박 고문과의 일문일답.

- 지난 6일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당에 복귀하셨습니다. 당에 복귀한 소감과 앞으로 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실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 직함 그대로 당에서 고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다만 특별하게 당에서 자문을 요구할 때 나서는 것이지 스스로 먼저 나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에 대해 평가해주신다면?
▲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 초기와는 달리 커다란 문제점이 없기 때문에 잘 순항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명박정부 때는 임기 초 광우병 사건이 터져 정권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요동을 겪었습니다. 그에 반해 박근혜정부 초기에는 그런 일 없이 순탄하게 잘 넘어가고 있고, 국정도 잘 살필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고 봅니다.


- 올해 최대 정치이슈는 단연 지방선거입니다. 새누리당이 승리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어떻게 하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전략의 포인트입니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테니까, 그걸 지금부터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당의 몫일 것입니다.

- 올해 지방선거나 7월 재보선 출마 등 향후 제도권 복귀 계획은 없으십니까? 인물난을 겪는 새누리당에서 '선당후사'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권유한다면?
▲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출마에 대한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돌아온 정치9단, 정치권에 강한 쓴소리
기초 공천제 폐지와 개헌론엔 반대 입장

-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세지고 있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사실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해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안철수 현상과 관련해 안철수신당은 이제 막 스타트라인 서있는 것이지 아직 출발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안철수신당이 잘 뛴다, 국민들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안철수신당은 지금 한 발짝도 떼지 못했습니다.

- 안철수현상에 대해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기성 정치인들이 반성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기존 정치권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겠습니까?(웃음) 그동안 정치권이 나라 발전을 위해서 한 일도 많습니다만 한 가지 비판을 한다면 현 정치권은 타협정치에 대한 노력이 아주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정치는 타협입니다. 그런데 현 정치권은 타협을 하지 않고 너무 정쟁에만 치중해왔습니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논란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공천제 폐지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법으로 공천을 못하게 막는 것은 정당활동을 본질적으로 심대하게 침해하는 조치입니다. 헌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큽니다.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공천제를 폐지해봐야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공천제를 폐지해도 각 정당들은 공천 대신 사천을 할 것이 뻔합니다. (공천제가 폐지된 교육감 선거처럼) 우리 당에서는 기초의원 누구를 지지한다며 정치적으로 소문을 내고 후원을 해주는 것은 공천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 원칙적으로 반대하신다는 말씀이신가요?
▲ 그렇습니다. 과거 우리가 기초의원 공천제를 폐지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전부 사천을 해서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공천을 폐지한다는 것은 하나마나 혼란만 일으키는 일입니다. 또 공천제가 폐지되면 국민들은 어떤 후보가 좋은지 선택하는 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정당이 공천을 해주면 국민들이 믿고 그 후보자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그래서 공천제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정치권의 또 다른 핫이슈인 개헌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모든 개헌은 이론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어서 고친 것이 아니라 권력을 잡기 위한 개헌이었습니다. 집권과 관련이 없는 개헌은 동력을 얻기 힘듭니다. 그런데 현행 헌법 하에서는 어떤 정파든 집권도 가능하고 정권을 탈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개헌에 대한 동력이 생기지를 않습니다. 실제로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고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원포인트 개헌을 제의했지만 아무도 지지를 하지 않아 실패한 사례도 있습니다.


- 여야관계가 최악의 상황입니다. 정치가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많은데 여야관계 개선을 위한 조언을 하신다면?
▲ 한마디로 정리해 정치는 타협입니다. 타협은 정치의 본질입니다. 그것에서 벗어나는 정치는 안 됩니다. 타협은 패배가 아니라 상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목을 베이면 베였지 절대 상대방에게 굴복은 안 당하겠다' 이런 생각이 팽배한 것 같습니다. 타협을 해서 반을 얻으면 대승이고, 3을 얻어도 승리고 이득입니다. 이대로라면 정치권은 공멸하게 될 것입니다. 빨리 여야가 타협을 해서 국민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국회가 되길 바랍니다. 사실 여야가 타협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제가 그동안 수도 없이 주문해온 말인데 여야 모두 귀를 기울이지 않아 아쉽습니다. 

- 이처럼 여야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국회선진화법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 시절 직권상정을 하신 경험이 있는데 국회선진화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회선진화법은 이상론에 너무 치우친 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현실을 좀 더 직시해야 합니다. 또 민주주의 기본원리인 다수결을 포기하는 법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발도 안한 안철수신당 평가 시기상조"
"국정원 특검, 공소시효 지나 소득 없어"

- 지난해 정치권의 최대이슈였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태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 저는 지난 김영삼정부 시절 국회에서 국정원개혁특위를 만들어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국정원법을 만든 장본인입니다. 그래서 저는 현행법을 강하게 잘 집행하면 되는 것이지 (국정원 대공수사력 약화 우려 때문에) 더 이상은 못할 거라고 봅니다. 또 야당은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데 특검은 정치개입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개입에 대해 단죄를 하기 위한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가 벌써 1년이 훨씬 넘었는데 이제 와서 특검을 한다고 해도 뾰족한 혐의점이 드러나겠습니까? 드러난다 해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시끄럽기만 하고 소득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야당 쪽에서 오래 전부터 꾸준히 요구를 해왔던 사안입니다. 과거에는 국정원이 소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 광범위한 수사권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김영삼정부 시절 국정원 개혁을 통해 국정원의 수사권이 대폭 줄여 그야말로 간첩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전에는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이 '고무찬양죄'(반국가단체로 명명된 특정 집단에 대해 고무하거나 찬양하는 것)입니다. 많은 야당 정치인들이 이 고무찬양죄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김영삼정부 이후에는 단순 보안사범에 대한 국정원의 수사권을 폐지해 더 이상 국정원의 수사권을 축소할 필요성은 없다고 봅니다. 국내 간첩 사건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국정원이 수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최근 고무찬양죄와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 이석기 의원의 경우는 단순한 고무찬양이 아니라 내란음모를 꾀했다는 것이 주요 혐의입니다. 단순 고무찬양은 아닙니다. 단순 고무찬양죄는 과거에 야당 의원들을 옭아매기 위해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는데, 제 기억에는 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한 번도 고무찬양죄가 문제가 됐던 적이 없었습니다. 이석기 의원의 경우 과거의 사례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십니까?
▲ 박근혜정부는 지금도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이라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첫째도 경제고, 둘째도 경제입니다. 경제에 올인하고 박근혜정부가 신년을 맞아 새롭게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희태는 누구?

굴곡의 26년 정치인생

새누리당 박희태 상임고문은 무척 굴곡진 정치인생을 보냈다. 부산고검 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박 고문은 지난 1988년 민주정의당(민정당)에 입당해 13대 총선에서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박 고문은 정치 초년생 시절부터 당 대변인을 맡아 촌철살인 논평으로 이름을 날렸다.

박 고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든 공신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6인회의 멤버였고 대선 당시 이명박캠프 선대위 공동위원장이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토사구팽 당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일요시사>와의 인터뷰 도중 '대표적인 친이계'라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박 고문은 "내가 친이계라면 공천에서 탈락했겠느냐"며 아직도 당시의 앙금을 털어내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고문은 공천탈락에도 불구하고 그해 한나라당 당대표에 선출됐고 이듬해 경남 양산 재보선에서 승리하면서 국회에 복귀했다. 이후에는 입법부 최고의 자리인 국회의장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박 고문의 정치 굴곡은 계속됐다. 지난 2012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불거지며 정계에서 은퇴하게 된 것이다. 박 고문은 1ㆍ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으나 지난해 1월 이 전 대통령이 임기 말 단행한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특별사면을 받았다.

특별사면을 받은 후 지난 해 2월부터는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지난 6일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당에 복귀했다. <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팬티 추태’ 윤석열 드러누운 노림수

‘팬티 추태’ 윤석열 드러누운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무작정 버티기’에 나섰다. 내란 특검의 조사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불출석하는 것과 더불어 김건희 특검의 소환 조사와 체포 집행에도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인으로서 부끄럽다’는 의견과 ‘어차피 실익이 없으니 다른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조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김건희 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결국 조사하지 못했다. 조사에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로 이도저도 못하게 됐다. 드러누운 법꾸라지 김건희 특검팀은 ▲통일교 청탁 의혹 ▲집사 게이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재판 청탁 의혹 ▲공천개입 등 ‘명태균 게이트’ ▲양평고속도로·양평공흥지구 특혜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 여사와 이들 의혹의 직접적인 연관고리를 밝혀내기 위해 ‘키맨’이라 불리는 여러 핵심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한 뒤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당초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윤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소환에 불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전반적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를 거론하며 지난달 재구속된 이후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의 소환 조사에도 줄곧 불응해왔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 재판에도 같은 이유로 3주 연속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예상대로 윤 전 대통령은 해당 소환 조사에 불응했다. 특검 측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소환 요구 시한인 오전 10시까지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았고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의 지병인 당뇨가 악화하고 간 수치가 상승하는 등 건강이 나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주치의로부터 실명 위험 소견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상관없이 김건희 특검팀은 언론 공지를 내고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늘 오전 10시에 출석하도록 통보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내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는 수사협조요청서를 서울구치소장에게 재차 송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 소환 조사에도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 수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상 이유로 모두 불응 속옷 차림에 부상 주장까지 그러면서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아직 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한 어떠한 소식도 전해 들은 바 없다”며 “내란 특검에서 소환했을 때도 건강에 큰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특검팀의 엄포에도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0일 예정된 2차 소환조사에도 불응했다. 김건희 특검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늘 오전 10시에 출석하도록 통보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향후 조치에 관하여는 오후 브리핑 때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결국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오후 2시12분경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반드시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게 됐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가 영장 집행을 위해 구치소로 오면 구치소 직원들을 지휘해 영장을 집행하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며 “검사가 지휘하면 따라야 한다. 이는 강제조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현장에 투입된 실무자들이 집행을 거부할 우려도 있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는 세 차례 구치소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구치소 측이 “물리력 행사가 어렵다”고 호소하면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관련 혐의로 구속돼 있어 내란 특검은 별도의 체포영장 없이도 강제구인할 수 있다. 실제로 김건희 특검팀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구인을 2차례나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저항 때문에 중단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 김건희 특검팀의 문홍주 특검보는 검사와 수사관과 함께 서울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했다. 특검팀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윤 전 대통령을 찾았을 당시 그는 팬티와 메리야스(민소매 속옷 상의)만 입고 수용소 바닥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체포 집행 점입가경 특검팀은 20~30분 간격으로 총 4회에 걸쳐 체포영장 집행에 따를 것을 요구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특검팀이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수차례 말을 끊으면서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이날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게 2시간여 동안의 대치는 빈손으로 끝났다. 당초 문 특검보가 서울구치소를 직접 방문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건 교도관을 지휘해 어떻게든 조사실로 데려오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속옷 차림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에 대해 “옷을 다 갖춰 입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적인 접촉을 하면 강하게 대응할 것이 예상돼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인을 위해선 옷을 입도록 해야 하는데 강제로 옷을 입히는 과정에선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오 특검보는 “피의자(윤 전 대통령)에게 다음번엔 물리력 행사를 포함해 체포를 집행할 것임을 고지했다”며 “피의자는 평소 법과 원칙 및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왔다. 전직 검사·검찰총장·대통령으로서 특검의 법 집행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이 중지된 지 1시간 만에 변호인단을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견 이후 변호인단은 “4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 협소한 공간에서의 수용자 복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설명하며 논평하는 건 인신 모욕”이라며 “윤 전 대통령은 심장혈관 및 경동맥 협착의 문제, 자율신경계 손상으로 인한 체온조절 장애까지 우려돼 수사와 재판에 응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건희 특검팀은 체포영장 만료 시일인 지난 7일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저항으로 또다시 불발됐다. 이날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서울구치소 기동순찰팀(CRPT) 요원을 포함한 교도관 10여 명이 윤 전 대통령을 붙잡고 끌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물리력을 동원한 2차 체포 집행으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특검팀은 또다시 갈등을 빚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두고 이날 오전 9시에 변호인 접견을 신청했다. 특검팀은 이보다 이른 오전 7시50분쯤 서울구치소에 도착했고, 윤 전 대통령 측 김홍일·배보윤·송진호 변호사도 오전 8시를 약간 넘은 시각 구치소에 도착했다. 특검 측과 변호인단은 오전 8시쯤 사랑방(휴게공간)에서 마주쳤고, 변호인단은 특검 측에 동행을 요구했으나 특검 측이 거절했다고 한다. 버티는 이유가⋯ 김건희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이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양측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는 “오전 8시20분쯤 특검 측과 교도관들이 윤 전 대통령 측에 ‘이야기 좀 하자’고 요청했고, 윤 전 대통령은 ‘변호사를 불러준다면 가겠다’며 응했다”고 전했다. 이에 수의를 입은 윤 전 대통령이 면담을 위해 별도 건물에 있는 출정과장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특검 측이 주차돼 있던 차에 윤 전 대통령을 태우려 했다는 게 변호인단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 반발로 양측은 출정과장실에서 마주앉았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특검 측이 윤 전 대통령의 팔짱을 끼고 데려가려 하고, 이에 실패하자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있던 윤 전 대통령의 팔과 다리를 잡은 채 의자를 밀어서 데리고 가려 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과 문홍주 특검보 사이 통화가 이뤄졌다고도 전했다. 문 특검보는 “자발적으로 오실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고, 윤 전 대통령은 “불법에는 응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양측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바닥에 떨어졌다고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의자가 확 빠지며 윤 전 대통령이 땅에 철썩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허리를 의자 다리에 부딪혔고 팔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팔이 빠질 것 같다, 제발 좀 놔달라’고 해서 강제력에서 겨우 벗어났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50분쯤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했으나, 피의자의 완강한 거부로 부상 등의 우려가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전 9시40분 집행을 중단했다”고 공지했다. 강제 집행 이후에도 김건희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 측의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 관계자 고발을 예고했다. 변호인단은 “형사적으로 강요죄이며 그 자체로 가혹행위”라며 “변호인들은 수차례 걸쳐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하더라도 물리력과 강제력을 행사해서 인치하는 건 불법이라고 주장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리 검토를 마친 뒤 집행에 참여한 사람들을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오 특검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을 피의자가 수감된 상황까지 고려해서 집행한 상황”이라며 “적법하게 영장을 집행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오늘 변호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에 변호인 들어와 있어 그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만료 기한인 7일에도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하지 못하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기 바밨고, 법조계에서는 조사가 성립되더라도 혐의를 부인할테니 다른 키맨 수사에 몰두해 확실한 증거를 잡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한 만료까지 강제 구인 못해 “어차피 진술거부권 행사할 듯”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것을 두고 “특검은 물러서지 말라”고 촉구했다. 전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속옷 저항으로 버티던 윤석열의 완강한 거부에 이어 부상 우려가 있다며 또다시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최고위원은 “국민에 총칼을 겨눴던 자에게 부상 우려가 웬 말인가”라며 “윤석열은 대한민국 공권력이 그리 만만한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당장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고 특검에 출두하라”며 “국민과 법을 기만하는 자에게 한 치의 관용도 베풀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검찰총장을 지낸 전직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누워서 버티고, 특검의 체포영장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국민이 뭘 배우겠나”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 개인의 인격 수준이나 이런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수준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7년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에 소속됐던 한 변호사는 “체포영장 집행 기간이 7일까지지만, 이미 집행에는 착수한 것이고 그 이후 중지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또한 국정농단 특검 당시에도 최순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아 강제 구인도 쉽지 않았지만 체포영장을 다시 받아서 결국에 강제 구인에 성공했다. 이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당시 수사 팀장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김건희 특검팀이 강제구인에 성공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을) 사무실까지 끌고 올 수 있어도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과거와 같이 조서에 날인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진술을 안 하거나 거짓말을 할 거라 꼭 조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주변인 조사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형사전문 변호사도 “재판도 안 나오는 사람을 강제로 끌고 간다고 입을 열진 않을 것”이라며 “인권 측면에서 보더라도 조사받기 싫다는 사람을 수사기관에 강제로 데려간다는 것 자체가 좋은 선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한편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2차 체포 집행이 진행되는 날에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김 여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3가지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