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①새누리당 박희태 상임고문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7 14: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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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타협, 수없이 말해도 안 들어"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 원로의 충고 한 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빛줄기처럼 반갑다. 길을 잃은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는 신년을 맞아 정치 원로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민족의 대명절 설을 앞두고 새누리당 박희태 상임고문을 만났다. 




'정치9단 박희태가 돌아왔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지난 6일 새누리당의 상임고문으로 위촉되며 당에 복귀했다.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박 고문은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장관과 한나라당 대표,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그는 MB정권의 개국공신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또 헌정 사상 최장수 대변인으로 재직하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총체적 난국' '정치9단' 등 각종 정치어록을 만들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정치9단 박희태라면 길을 잃은 대한민국 정치권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고 있진 않을까? 그래서 박 고문을 만나 정치권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물어봤다.
다음은 박 고문과의 일문일답.

- 지난 6일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당에 복귀하셨습니다. 당에 복귀한 소감과 앞으로 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실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 직함 그대로 당에서 고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다만 특별하게 당에서 자문을 요구할 때 나서는 것이지 스스로 먼저 나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에 대해 평가해주신다면?
▲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 초기와는 달리 커다란 문제점이 없기 때문에 잘 순항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명박정부 때는 임기 초 광우병 사건이 터져 정권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요동을 겪었습니다. 그에 반해 박근혜정부 초기에는 그런 일 없이 순탄하게 잘 넘어가고 있고, 국정도 잘 살필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고 봅니다.

- 올해 최대 정치이슈는 단연 지방선거입니다. 새누리당이 승리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어떻게 하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전략의 포인트입니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테니까, 그걸 지금부터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당의 몫일 것입니다.

- 올해 지방선거나 7월 재보선 출마 등 향후 제도권 복귀 계획은 없으십니까? 인물난을 겪는 새누리당에서 '선당후사'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권유한다면?
▲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출마에 대한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돌아온 정치9단, 정치권에 강한 쓴소리
기초 공천제 폐지와 개헌론엔 반대 입장

-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세지고 있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사실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해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안철수 현상과 관련해 안철수신당은 이제 막 스타트라인 서있는 것이지 아직 출발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안철수신당이 잘 뛴다, 국민들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안철수신당은 지금 한 발짝도 떼지 못했습니다.

- 안철수현상에 대해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기성 정치인들이 반성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기존 정치권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겠습니까?(웃음) 그동안 정치권이 나라 발전을 위해서 한 일도 많습니다만 한 가지 비판을 한다면 현 정치권은 타협정치에 대한 노력이 아주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정치는 타협입니다. 그런데 현 정치권은 타협을 하지 않고 너무 정쟁에만 치중해왔습니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논란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공천제 폐지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법으로 공천을 못하게 막는 것은 정당활동을 본질적으로 심대하게 침해하는 조치입니다. 헌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큽니다.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공천제를 폐지해봐야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공천제를 폐지해도 각 정당들은 공천 대신 사천을 할 것이 뻔합니다. (공천제가 폐지된 교육감 선거처럼) 우리 당에서는 기초의원 누구를 지지한다며 정치적으로 소문을 내고 후원을 해주는 것은 공천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 원칙적으로 반대하신다는 말씀이신가요?
▲ 그렇습니다. 과거 우리가 기초의원 공천제를 폐지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전부 사천을 해서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공천을 폐지한다는 것은 하나마나 혼란만 일으키는 일입니다. 또 공천제가 폐지되면 국민들은 어떤 후보가 좋은지 선택하는 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정당이 공천을 해주면 국민들이 믿고 그 후보자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그래서 공천제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정치권의 또 다른 핫이슈인 개헌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모든 개헌은 이론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어서 고친 것이 아니라 권력을 잡기 위한 개헌이었습니다. 집권과 관련이 없는 개헌은 동력을 얻기 힘듭니다. 그런데 현행 헌법 하에서는 어떤 정파든 집권도 가능하고 정권을 탈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개헌에 대한 동력이 생기지를 않습니다. 실제로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고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원포인트 개헌을 제의했지만 아무도 지지를 하지 않아 실패한 사례도 있습니다.

- 여야관계가 최악의 상황입니다. 정치가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많은데 여야관계 개선을 위한 조언을 하신다면?
▲ 한마디로 정리해 정치는 타협입니다. 타협은 정치의 본질입니다. 그것에서 벗어나는 정치는 안 됩니다. 타협은 패배가 아니라 상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목을 베이면 베였지 절대 상대방에게 굴복은 안 당하겠다' 이런 생각이 팽배한 것 같습니다. 타협을 해서 반을 얻으면 대승이고, 3을 얻어도 승리고 이득입니다. 이대로라면 정치권은 공멸하게 될 것입니다. 빨리 여야가 타협을 해서 국민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국회가 되길 바랍니다. 사실 여야가 타협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제가 그동안 수도 없이 주문해온 말인데 여야 모두 귀를 기울이지 않아 아쉽습니다. 

- 이처럼 여야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국회선진화법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 시절 직권상정을 하신 경험이 있는데 국회선진화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회선진화법은 이상론에 너무 치우친 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현실을 좀 더 직시해야 합니다. 또 민주주의 기본원리인 다수결을 포기하는 법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발도 안한 안철수신당 평가 시기상조"
"국정원 특검, 공소시효 지나 소득 없어"

- 지난해 정치권의 최대이슈였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태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 저는 지난 김영삼정부 시절 국회에서 국정원개혁특위를 만들어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국정원법을 만든 장본인입니다. 그래서 저는 현행법을 강하게 잘 집행하면 되는 것이지 (국정원 대공수사력 약화 우려 때문에) 더 이상은 못할 거라고 봅니다. 또 야당은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데 특검은 정치개입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개입에 대해 단죄를 하기 위한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가 벌써 1년이 훨씬 넘었는데 이제 와서 특검을 한다고 해도 뾰족한 혐의점이 드러나겠습니까? 드러난다 해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시끄럽기만 하고 소득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야당 쪽에서 오래 전부터 꾸준히 요구를 해왔던 사안입니다. 과거에는 국정원이 소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 광범위한 수사권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김영삼정부 시절 국정원 개혁을 통해 국정원의 수사권이 대폭 줄여 그야말로 간첩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전에는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이 '고무찬양죄'(반국가단체로 명명된 특정 집단에 대해 고무하거나 찬양하는 것)입니다. 많은 야당 정치인들이 이 고무찬양죄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김영삼정부 이후에는 단순 보안사범에 대한 국정원의 수사권을 폐지해 더 이상 국정원의 수사권을 축소할 필요성은 없다고 봅니다. 국내 간첩 사건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국정원이 수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최근 고무찬양죄와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 이석기 의원의 경우는 단순한 고무찬양이 아니라 내란음모를 꾀했다는 것이 주요 혐의입니다. 단순 고무찬양은 아닙니다. 단순 고무찬양죄는 과거에 야당 의원들을 옭아매기 위해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는데, 제 기억에는 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한 번도 고무찬양죄가 문제가 됐던 적이 없었습니다. 이석기 의원의 경우 과거의 사례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십니까?
▲ 박근혜정부는 지금도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이라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첫째도 경제고, 둘째도 경제입니다. 경제에 올인하고 박근혜정부가 신년을 맞아 새롭게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희태는 누구?

굴곡의 26년 정치인생

새누리당 박희태 상임고문은 무척 굴곡진 정치인생을 보냈다. 부산고검 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박 고문은 지난 1988년 민주정의당(민정당)에 입당해 13대 총선에서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박 고문은 정치 초년생 시절부터 당 대변인을 맡아 촌철살인 논평으로 이름을 날렸다.

박 고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든 공신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6인회의 멤버였고 대선 당시 이명박캠프 선대위 공동위원장이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토사구팽 당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일요시사>와의 인터뷰 도중 '대표적인 친이계'라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박 고문은 "내가 친이계라면 공천에서 탈락했겠느냐"며 아직도 당시의 앙금을 털어내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고문은 공천탈락에도 불구하고 그해 한나라당 당대표에 선출됐고 이듬해 경남 양산 재보선에서 승리하면서 국회에 복귀했다. 이후에는 입법부 최고의 자리인 국회의장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박 고문의 정치 굴곡은 계속됐다. 지난 2012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불거지며 정계에서 은퇴하게 된 것이다. 박 고문은 1ㆍ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으나 지난해 1월 이 전 대통령이 임기 말 단행한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특별사면을 받았다.

특별사면을 받은 후 지난 해 2월부터는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지난 6일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당에 복귀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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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