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최후승부수 '친노 대학살' 플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14 1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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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이후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는다

[일요시사=정치팀] 현재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위기다.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안철수신당을 포함할 때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김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15년 5월까지지만 벌써부터 조기 전대론이 공공연히 들려온다. 벼랑 끝에 몰린 김 대표는 마지막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준비한 마지막 승부수는 과연 무엇일까?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조기 전대론에 시달리고 있다. 김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15년 5월까지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안철수신당을 포함할 때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면서 조기 전대론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방선거 전 조기전대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분위기를 쇄신해 바닥에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불거진 조기전대론
지방선거가 변환점

김한길 지도체제가 지방선거까지 유지된다고 해도 문제다.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로는 지방선거에서의 승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지방선거를 전후해 조기전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재보선 참패에 이어 오는 지방선거에서마저 패한다면 현재 당지도부는 더 이상 자리를 지킬 명분이 없다.

때문에 당내 일부 중진들은 벌써부터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듯한 인상을 풍겨 김 대표가 매우 불쾌해 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김 대표는 엄연히 민주당의 1인자지만 취임 후 연신 당내 강경파들에 휘둘리며 '무기력하다' '존재감이 없다'는 등의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일부에선 김 대표에 대해 '민주당 바지사장'이라는 치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랬던 김 대표가 새해를 맞이하면서 달라졌다. 벼랑 끝에 몰린 나머지 마지막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준비한 마지막 승부수가 '친노(친노무현) 죽이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무위원 인선서 친노 배제 물갈이 실시
친노 반발 모바일 경선폐지 밀어붙여

우선 김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노진영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모바일 투표를 폐지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친노를 직접 겨냥하고 있는 모양새다. 친노의 반발이 거세지만 모바일투표 폐지에 대한 김 대표의 뜻은 워낙 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김 대표와 함께 모바일 투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는 인물은 상향식공천제도혁신위원장인 조경태 최고위원이다. 조 최고위원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친노진영을 비판하며 친노와 마찰을 빚어왔던 대표적인 비노인사다. 당 지도부는 지난해 12월 당무위원을 비노계 인사들로 대폭 물갈이 했는데, 이는 결국 모바일투표 폐지를 위한 포석이 아니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공천개혁안에 대한 결정은 의원총회가 아닌 당무위원회에서 한다.

달라진 김한길
당무위원회 장악

김 대표로선 당무위원들을 비노계 인사들로 채워놓으면서 향후 지방선거 공천 모바일 투표 폐지안을 훨씬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추가 교체대상인 당무위원도 비노계 인사들로 채워 앞으로 당무위원회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높여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바일 투표는 친노가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부분이라 민감하다. 친노 진영으로서는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

친노 진영에서는 표면적으로 국민참여를 보장해야 경선이 흥행하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며 모바일 투표 폐지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이러한 속사정이 숨겨져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모바일 투표의 최대 피해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지난 2012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의원과 당원은 물론 일반 국민대상 모바일 투표에서도 40대 이상은 모두 이겼음에도 20~30대 모바일 투표에서 이해찬 후보에게 밀리면서 2위에 그친 바 있다.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과정에서도 모바일 투표를 놓고 후보 지지자 간 폭력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잡음이 일었었다.


모바일 투표 폐지안의 경우 이번 지방선거에 국한된 개혁안이지만 이번 개혁안의 골격이 다음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친노 진영에선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노 진영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모바일 투표가 한번 폐지되고 나면 차기 선거 공천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모바일 투표 폐지안을 밀어붙일 경우 친노와 비노 간 갈등은 순식간에 전면전으로 번질 우려도 있지만 김 대표와 당 지도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때문에 일각에선 당 지도부가 이미 친노와의 전면전도 감안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김 대표는 최근 친노 진영과 선 긋기를 하는 듯한 장면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지난 해 12월 코엑스에서 열린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의 북콘서트에는 친노 인사들이 총집결해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했지만 전병헌 원내대표 외에는 민주당 지도부가 전혀 참석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출판기념회 때는 김 대표가 충남까지 직접 찾아가 축하하기도 한 것과 비교하면 문 의원으로서는 서운할 법도 한 일이었다.

새해를 맞아 노무현재단이 지난 1일 주최한 노무현 전 대통령 신년참배식에도 친노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며 친노계 세를 드러냈지만 당 지도부는 이튿날인 2일 따로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했다.

친노계와 선 긋기
심상찮은 폭풍전야

김 대표의 새해 첫 일성도 입방아에 올랐다. 김 대표는 '뼈를 깎는 쇄신'을 강조했는데 일각에선 김 대표의 새해 첫 일성이 '친노'를 겨냥한 선전포고가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최근 틀어진 당 지도부와 친노 간 관계 때문이다. 또 현재 민주당 내 기득권을 가장 많이 가진 세력은 친노다. 당연히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가장 많이 내려놓아야 할 집단 역시 친노이기 때문이다. 친노는 대선 패배 이후 급속도로 약화됐지만 여전히 민주당 내 최대계파다.

그렇다면 김 대표는 왜 친노 죽이기에 나선 것일까?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조경태 의원이 그동안 친노를 자주 공격해 친노의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는데, 한편으론 조 의원의 주장에 공감이 되는 부분도 많았다"며 "친노는 조 의원이 해당행위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동안 돌발행동으로 민주당을 궁지에 몰아놓고 현재까지도 민주당을 죽이고 있는, 진짜 해당행위를 하고 있는 세력이 누구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달라진 김한길, 친노와 전면전 선포?
안철수신당과 연대 시 '친노 학살' 예고

한 비노계 의원의 보좌진은 "과거에는 의원들이 지도부의 지휘 하에 움직였는데 최근에는 친노 강경파 의원들이 새누리당에 항의하다 본회의 도중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뒷자리에 앉아있던 당 지도부가 깜짝깜짝 놀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지도부가 퇴청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친노계 의원들이 예고 없이 퇴청하고 나면 그제서야 지도부가 나서서 뒤처리를 하는 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뒷자리에 있던 전병헌 원내대표가 퇴장을 말리는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퇴장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새누리당과 비교해 개개인의 의견을 더 중요시 여기는 민주당의 조직적 특성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또 친노 강경파 의원들의 움직임은 너무나 일사분란하다. 때문에 친노를 움직이는 진짜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도 나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부 친노 인사는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길 바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해야만 현재 비노 중심의 민주당 지도부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인데 친노 입장에선 지방선거의 패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친노 쪽에서 지나치게 안철수신당을 견제하며 판 깨기에 나서는 것도 결국 그러한 이유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한길 흔들기
김한길의 역습

김 대표 역시 그동안 일부 친노 강경파의 돌출행동이 결국 김 대표를 흔들기 위한 것이 아니었냐는 의심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노 죽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조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해 당내 친노세력을 비롯한 강경파를 향해 "김한길 대표의 리더십을 흔드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친노계가 급격하게 세를 불리며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김 대표의 승부수를 친노 죽이기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 대표가 쇄신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그 중 대대적 물갈이(친노 진영은 기존 친노계 단체장 물갈이 우려), 안철수신당과의 연대(문재인 의원의 잠정적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의 영향력 확대 우려), 민생 우선 노선(친노 진영은 '민주주의 회복 우선' 노선) 등은 필연적으로 친노 진영과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결국 김 대표가 의도적으로 친노 죽이기에 나선다는 것은 소설이고, 다만 개혁안과 친노의 이익이 서로 충돌하면서 잡음이 생기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친노의 반발에도 김 대표가 강경하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하는 등 과거와는 달라진 점이 눈에 띄지만 이는 리더십 부재라는 그동안의 비판을 극복하기 위한 행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 전문가는 "고의성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지만 김 대표가 빼든 개혁의 칼날이 친노를 향한 것만큼은 분명하다"며 "지방선거에서의 승패여부가 결국 당 지도부와 친노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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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