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휴지기 '지뢰밭 특위정국' 관전포인트

사사건건 충돌 "새해에도 정치는 없다?"

[일요시사=정치팀]국회가 1월 휴지기에 들어간 가운데 한 켠에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곳이 있다. '정치개혁특위' '국정원개혁특위' '철도산업발전소위' 등이다. 이곳에서는 각각 기초단체장 선거 공천폐지,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금지 법안 마련, 민영화의 전단계로 비춰져 대규모 파업사태를 야기했던 철도산업발전 방안과 같은 민감한 사안을 놓고 여야의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해를 넘겨 세법과 예산안을 가까스로 처리한 임시국회가 종료되며 국회가 한 달간 휴식기에 들어갔다. 1월에도 임시국회를 열어 시급한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현재 국회는 특정 이슈만을 다루는 2개의 특위(정치개혁·국정원개혁특위)와 1개의 소위(철도산업발전소위)만 가동 중이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해외로, 혹은 지역구로 내려가 휴식을 취하는 와중에도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이곳에서는 어떤 논의가 진행 중일까.

'선거 룰' 놓고 격론

우선 정치개혁특위(이하 정개특위)에서 논의 중인 사안은 기초단체 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지방선거 룰' 논의다. 정개특위는 이달 말까지를 활동시한으로 잡고 오는 28일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선거 룰을 확정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논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여야 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초단체장 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공통으로 약속했지만 6·4지방선거에 임하는 각각의 셈법이 달라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는 정당공천 폐지 여부가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천이 폐지될 경우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현역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게 되는 반면, 새누리당은 후보 난립으로 승부처인 수도권·충청권 등에서 열세를 보일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은 공천폐지가 결정될 경우 최대 강점인 '안철수 후광'을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불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며 공천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대신 안 의원 측은 정당공천뿐 아니라 정당기호 순위제 폐지도 함께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송호창 의원은 "정당기호 순위제는 정부 여당과 제1야당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불리한 제도"라며 "후보의 능력과 자질에 따라 선출되도록 정당기호 순위제도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민주당 입장에서는 유리한 이 제도를 폐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제로 지난 8일 열린 정개특위 지방선거관련법 소위 첫 회의에서는 기초단체장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골자로 하는 6건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했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새누리당 소위 위원들은 정당공천 폐지 시 헌법이 보장한 '정당의 자유로운 활동'에 위배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실효성 확보 문제를 제기했고,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의 여야 공통 공약을 이행하라며 새누리당을 압박해 입장차만 확인했다.  

소위는 오는 14일 2차 회의를 열어 논의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커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새누리당 당헌·당규개정특위는 정치개혁안과 관련해 약속한 정당공천 폐지가 아닌 특별시·광역시의 기초의회(구의회) 자체를 폐지하자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초의회가 폐지되면 기초단체장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진다는 점과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야권의 반발이 거세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지난 7일 "기초의회 폐지는 풀뿌리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당리당략의 결정판이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국민 앞에 약속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못하겠다는 공약파기 선언에 다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현재 직선제로 선출되는 시·도 교육감선거 개선 방안을 놓고도 여야 위원들의 입장차가 크다. 지난 7일 정개특위 공청회에서는 '개선'이라는 총론에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각론을 놓고는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다.

새누리당 측은 폐해가 입증된 직선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로 되돌아가는 것과 기초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를 주장한 반면, 민주당 측은 직선제의 장점은 살리면서 단점을 일부 보완할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고 맞섰다.


이처럼 선거를 앞둔 여야의 입장차가 커 정개특위의 '선거 룰' 논의가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 시한인 2월4일을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국정원 개혁, 철도문제 등 논의 활발
민감한 현안 '수두룩'…여야 입장차만 확인

정개특위 못지않게 국정원개혁특위(이하 국개특위)도 분주한 1월을 보내고 있다. 국개특위가 1차로 도출한 국정원 개혁 법안이 새해 첫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여야는 국정원 개혁의 범위와 방향을 놓고 2라운드 대립에 들어갔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4자회담을 통해 국개특위의 활동 기한을 2월 말까지로 정하고, 우선 연말까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입법을 마무리한 뒤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이 때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민감한 내용은 합의를 미뤄 추가 개혁에 대한 논의는 1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문제는 여야의 본질적 국정원 개혁 방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대테러·대북능력 강화 등 정보수집 권한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수사는 검찰과 경찰로, 기획·조정 업무는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사이버테러 대응 업무는 미래창조과학부나 신설 부처로 각각 이관하는 등 권한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이 벌어진 후에도 국정원이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한 불법 정치사찰을 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은 개혁의 강도를 높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국개특위 위원들은 오는 18일부터 10일간 이스라엘의 모사드, 미국의 CIA(중앙정보국) 등을 방문해 해외 정보기관의 운영방식을 직접 시찰한 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첫 회의를 가졌던 철도산업발전소위(이하 철도소위)의 철도산업발전방안을 놓고도 1월 여야의 충돌이 예고된 상황이다. 철도소위는 13일 두 번째 회의를 열고 최연혜 코레일 사장과 여형구 국토교통부 2차관 등이 참석해 철도공사를 둘러싼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의제 선정을 놓고 여야 간 입장차가 크다.

곳곳이 지뢰밭

민주당은 파업 참가자에 대한 징계 최소화와 철도공사 민영화 방지를 논의의 주된 주제로 삼자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징계 문제는 노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고, 민영화 방지는 정부가 '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대신 새누리당은 철도공사 방만 경영 문제와 철도산업발전 방향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국회 휴지기에도 주요 이슈를 다루는 특위와 소위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지만 여야가 충돌만 거듭하며 새해에도 ‘정치권에 정치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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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