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르포> 연초 물만난 ‘복 아줌마’ 따라가보니…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1.13 11: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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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끼고 가슴 부비적…대담한 미시들의 위험한 대시

[일요시사=사회팀] 길거리를 걷다보면 ‘복이 많다’며 다가오는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번화가나 지하철 입구에 특히나 많다. 과거부터 꾸준히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미시’로, 요즘에는 그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는 외모가 출중한 아가씨를 동원하기도 한다. 도대체 이들은 무엇을 위해 ‘복’을 떠드는 걸까. 그 속사정을 알기 위해 한 미시를 따라가 봤다.




지난해 30일,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서울의 한 번화가를 찾았다. 인근 지하철역 입구에 다가서자 ‘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복이 많다’며 접근하는 ‘복 전도사’ 미시들은 사냥감을 찾는데 혈안이 돼 있었다. 하이에나처럼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타깃을 찾고 있던 이들은 이내 기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익숙한 멘트가 귀를 때려 박았다. “얼굴에 복이 많으세요.”

‘복…복…복…’
그녀들의 도발

역시나 어김없이 들려온 소리. 복이 많다고 한다. 정말 얼굴에 복이 많아서 그럴까. 도대체 이들은 무엇을 위해 낯선 이들에게 연신 복을 외치는 걸까. 그 ‘복’소리의 진실을 파해치고자 미시를 따라갔다. 미시는 “얼굴에 복이 많다”며 “우리가 이렇게 만난 건 하늘이 정한 것”이라며 깊은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자신을 도인이라고 설명했다.

카페로 이동한 후 미시는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커피 값 계산을 요구하며 유유히 뒤돌아 걸어갔다. 이내 의자에 앉아 종이 한 장과 검은 펜을 꺼냈다. 본격적인 ‘복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미시는 우선 만남 자체에 크 의미를 부여했다. 미시와 기자의 만남은 하늘이 내려줬다는 것. 보통 사람이었다면 무시하며 그냥 지나쳤겠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매우 특별한 만남이라고 강조했다.

“평소였으면 그냥 갔겠죠? 그런데 왜 저를 따라왔을까요? 왜냐하면 오늘은 하늘이 내려준 날이기 때문이에요. 운명이라는 거죠.”


미시의 외모는 단정했다. 깔끔한 옷차림에 진지한 말투를 보였다. 살아있는 눈빛에서 프로페셔널한 면을 볼 수 있었다. 그저 장난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천천히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만남 자체에 대한 의미 부여를 마치고 본격적인 ‘복 분석’에 나섰다. 미시는 기자의 얼굴과 손금 등을 보며 인생을 점치고 과거, 현재, 미래를 풀어냈다.

“손금을 보니까 조상님이 생명줄을 이어줬네. 조상님께 감사해야겠어. 그리고 얼굴을 보니 돈이 많이 모이겠네. 근데 지금은 힘들어 하고 있어. 고민도 많고.”

“도 아십니까”무표정 도인들 없어지고 
“차 한잔해요”미모의 여성들 거리 활개

그녀의 펜은 쉴세 없이 움직여 어느새 흰 종이는 깜지로 변했다. 그녀의 화법이 진지했던 탓일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가슴에 와 닿았다.

“요즘 하는 일이 잘 안 되지?”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지?” “고민이 많네” 마치 기자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 감정에 호소해 무언가 설득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쉽게 흔들릴 수 있는 감정에 기대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경계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녀는 기자의 이름과 나이를 묻더니 복잡한 한자어를 종이에 휘갈기기 시작했다.


“큰 복을 타고 났어. 근데 그 복이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어. 복이 지나가는 맥이 꽉 막혀있어서 그래.”

1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하는 복을 받고 태어났다는 것. 하지만 복을 가로막는 장애물 때문에 현재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하늘에서 내려오는 복이 제대로 내려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원한 있는 ‘조상탓’이라며 조상들의 ‘한’이 복을 가리는 막이라고 했다.

복이 뭐길래…
이렇게 붙잡나

그녀는 이내 손을 꽉 붙잡더니 “손이 차갑다”며 손이 차가운 이유가 무엇일 것 같냐고 질문했다. “겨울이니까요”라는 기자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조상 중에 동상에 걸려 죽은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다소 황당했다. 그녀의 주장은 간단했다. 조상 중에 추위에 떨다 얼어 죽은 사람의 한이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 엉뚱한 논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과거에 원한을 품고 죽은 조상의 영혼이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며 ‘복을 타고난 후손’을 ?아다닌다는 것이었다. 믿을 후손이 본인뿐이기 때문에 조상들이 혼이 들러붙는다는 것. 이런 식으로 ‘선택된 후손’임을 강조하며 억울한 조상들의 원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녀에 따르면 부모님이나 가족이 아픈 이유도 억울하게 죽은 조상의 영향이라고 한다. 즉 ‘나’ 자신을 둘러싼 모든 작용이 조상과 연관이 있다는 것. 역설적이지만 복을 타고났기 때문에 조상의 혼이 끊이지 않고 붙는다는 것이다. 믿을 후손은 하나기 때문이라고. 타고난 복은 많은데 기대려는 조상들의 혼 때문에 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복이 이렇게나 많은데, 지금 이 복을 누리지를 못하고 있어. 왠지 알아? 조상들이 이걸 막고 있어.”

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효’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지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체도 효의 일종이라고 했다. 예의바른 사람이기에 의심치 않고 자신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예의와 효에 대한 칭찬 세례는 계속됐다. 그리고 복을 받는 맥이 막혀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참 잘될 사람인데, 복이 막혀 있어서 어떡해…눈물이 나네…”

그녀는 몇 방울의 눈물까지 흘렸다. 답답했는지, 자신의 가슴을 치며 큰 한숨을 쉬었다.

“아주머니 괜찮으세요?”

“당신 복이 너무 아까워, 이 복을 뚫어줘야 되는데…”

“그럼 조상들로부터 복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그건….”

카페로 이동해 손 꽉 잡고
조상 들먹여 불안심리 조장
결국 제사 핑계로 돈 뜯어

이때부터 본론이 시작됐다. 지금까지의 말은 포장에 불과했다. 이제 내용을 소개할 차례였다. 어떻게 해야 복을 제대로 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 그녀는 환한 미소를 보이며 “역시 우리의 만남은 운명”이라며 “당신은 말 귀 알아듣는 사람이니까 끝까지 잘 들을 거라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녀가 말하는 해결책은 간단했다. 막혀있는 맥을 뚫기 위해서는 조상들께 ‘제사’를 지내야한다는 것이었다. 제사를 통해 억울한 조상들의 한을 풀어줘 막혀있는 맥이 풀려 선택된 참 복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를 따라오면 돼. 방법은 간단해. 제사 지낼 장소가 있으니까 같이 가자.” 기자의 이름과 사주를 적은 종이를 불태우고 제사를 지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 제사까지는 좋았다. 그냥 해줄 리는 없었다. 그래서 물었다.

“제사 지내는 비용이 얼만데요?” 이 질문에 미시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얼굴을 붉히며 다소 격양된 목소리를 내뱉었다.

“아니 이 사람아. 당신의 인생이 걸린 문젠데, 지금 돈이 중요해?”


“아, 그럼 공짜로 제사를 준비해주세요?”

“아니…이 답답한 양반아… 내가 지금까지 뭐라고 했나…”

그녀는 돈 이야기가 나오자 민감하게 반응하며 회피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다시 펜을 들고 설명을 이어갔다.

“오늘은 운명적인 날이야. 무조건 제사를 드려야 돼. 오늘을 놓치면 당신은 평생을 후회하게 될 거야. 제사 한 번으로 인생이 180도 변할 거야. 이렇게 중요한 날에 돈이 무슨 소용이요?”

이런 비슷한 말들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제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순 없었다. 기자도 반복적으로 비용을 물었다. 그러자 회피만 하던 그녀의 입에서 돈 이야기나 나왔다. 제사 비용으로 ‘30만원’을 달라는 것. 너무 황당했다. 그리고 ‘너무 비싸요’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때부터 그녀의 강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였다.

“오늘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니까. 그깟 30만원이 중요한가? 술 좀 덜 먹으면 될 것 아닌가? 당신 인생이 걸린 문제야.”

“30만원이 없어요.”

“그럼 25만원에 해줄게.”

그녀는 5만원 씩 5만원씩 가격을 내렸다. 절실해 보였다.

“당신 아까 커피 뭐로 샀어? 카드로 샀지? 카드도 돼.”

막힌 복 뚫어주는
“제사 지내세요”

구린내가 팍팍 났다. 끝끝내 거절하고 나가려고 하자 또 한 번 ‘오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자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리고 번호를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그럼 언제 시간 돼? 시간 될 때 제사 지내줄게.”

‘오늘’이 아니면 안 된다고 했던 그녀. 굳이 오늘이 아니어도 다른 날에 제사를 지내도 된다며 말을 바꿨다. 바뀐 태도를 지적하자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뒤돌아서서 카페를 나왔다. 그녀는 종이와 펜을 들고 기자를 쫓아왔다. 그리고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가자며 애원했다.

“정말 너무 아까워서 그래. 당신 얼굴에 복이 이렇게나 많은데, 복이 피질 못하고 있다고….”

무시하고 돌아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역시나 역 주변에는 그녀와 같이 영업(?)을 하는 미시들이 줄지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미시들의 손길을 외면했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건수 하나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순진한 사람 하나만 제대로 잡으면 수 십 만원 버는 건 일도 아닌 것이다.

“손이 왜이리 찬지 알아?”

“겨울이니까요”

“아냐, 얼어 죽은 조상이 있어서 그래”

이처럼 ‘복 장사’를 하는 미시들은 전국적으로 퍼져있다. 조직적으로 뭉쳐 다니며 타깃을 ‘복’으로 유혹한다. 간단한 스킨십은 영업의 시작으로 보인다. 이들이 이렇게 양성적으로 번화가를 돌며 활동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장사’가 잘 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만큼 순진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순진한 사람의 감정을 흔들어 결국 제사까지 이르게 하는 것. 이렇게 돈벌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사기’라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낯선 미시들이 ‘복’짜만 꺼내도 바로 거절한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그 수법이 조금 변했다.

조상으로 영업하는
거리의 사기꾼들

직장인 A씨는 퇴근길에 뒤에서 ‘복∼’하며 다가오는 여성들을 마주했다. A씨는 순간 짜증났다. 그런데 다시 뒤를 돌아보니 평소에 부딪혔던 미시들이 아닌, 아가씨들이었던 것이다. 그는 순간 설레임을 느꼈다. 낯선 여성이지만 젊고 예쁜 아가씨들이었기 때문이다. 사기라는 걸 의식하면서도 아가씨들과의 대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A씨는 그녀들과 함께 카페로 이동해 긴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아가씨들은 제사비용 50만원을 요구했다. 이처럼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까지 거리로 나서 ‘복 사기’를 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얼마나 예쁘길래…

40대 꽃뱀 아줌마가 20대 명문대생 유혹

중국 베이징의 한 중년 여성이 나이와 학력 등을 속이고 17살 연하의 명문대생을 유혹해 사기결혼에 성공한 드라마 같은 사건이 있다. 일명 ‘꽃뱀 아줌마’로 통하는 올해 나이 41세의 쉬샤오윈씨는 지난 2월 지인을 통해 자신보다 17살이나 어린 26세의 칭화대학 대학원생 리모씨를 소개 받았다.

당시 쉬씨는 자신의 나이는 26세로 칭화대 박사과정을 밝고 있으며, 아버지는 전 중국UN대사, 오빠는 국제경찰로 소개했다. 나이완 다르게 늙어보이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는 갑자기 10kg 이상 살이 찌는 바람에 외모가 조숙해졌다고 둘러대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때문에 리씨는 쉬씨를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나누며 호감을 갖게 됐고, 결국 이들은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후에도 쉬씨는 리씨에게 미국 명문대로의 유학을 제안하는 등 자신의 재산과 가문을 자랑하면서 이씨에게 환심을 샀고 둘의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급기야 이들은 결혼을 약속하게됐다. 하지만 쉬씨는 이씨에게 여러 차례 돈을 요구했고 그렇게 5만위안(850만원)을 뜯어냈다. 

이 같은 쉬씨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이씨는 그녀의 학적을 확인하고 주변조사를 하면서 자신이 속은 것을 알게됐다. 결국 이씨는 쉬씨를 공안(경찰)에 신고했다. 공안은 쉬씨는 푸단대학을 나온 명문대생이었지만 이미 2번의 사기죄로 복역한 전과가 있다고 전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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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