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친노잠룡 '친노 내전' 임박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06 11: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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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독주에 불만 "우리도 있다"

[일요시사=정치팀] 친노가 진격하고 있다. 진격을 넘어선 '분노의 질주'다. 친노의 광폭행보에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비노계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 진영까지 연이어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하지만 친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적이 더 늘었다. 바로 친노 내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이다.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전면에서 물러났던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차기 대권 재도전 시사를 계기로 급속하게 재결집하고 있다. 친노는 민주당 내 최대계파다. 친노 그룹은 재작년 총선에서 최대계파로 성장했고, 지난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문제 등을 거치며 세를 더욱 더 확장했다.

대선 재도전
쉽진 않을 걸?

현재 대략 40~50명 가량이 민주당 내에서 '친노' 또는 '범친노'로 분류된다. 문 의원은 지난해 1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2년 대선의 꿈이 2017년으로 미뤄졌다. 반드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면서 "제가 꼭 (대선 후보를) 해야 한다고 집착하지는 않지만 회피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대권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또 불과 열흘 뒤엔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대선회고록을 통해 "광범위한 관권 부정선거로 얼룩진 지난 대선에 대해 일말의 미안함도 표시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미국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게 된 시발은 도청사건이 아니라 거짓말"이라고 박 대통령과 날을 세우며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켰다.

대선 1주년인 지난해 12월19일에는 공교롭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변호사 활동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이 개봉하며 친노진영이 다시 한 번 정치 전면에 나서려는 분위기다. 영화 <변호인>은 현재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며 개봉 14일 만에 관객수 600만을 넘어섰다.


친노 뭉치자 커진 견제세력
지방선거 앞두고 내전 임박

영화의 흥행과 함께 그동안 잔뜩 움츠려있던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도 최근에는 강연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활동의 폭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02년 대선, 2003년 탄핵, 퇴임 후 검찰 수사 등 중요 국면마다 감성코드는 친노 지지층을 결집시켰었다.

하지만 친노의 재결집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곱지 않다. 새누리당은 공식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문 의원이) '친노의 좌장'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은 매우 안쓰럽다"며 "'세'를 잃지 않으려는 집착정치를 지양해야 한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도 등 돌려
외로운 친노

민주당 내부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계의 핵심인사인 신학용 의원은 문 의원의 행보에 대해 "국민은 떡 줄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내 대표적인 비노계인 조경태 의원은 친노의 세몰이에 대해 "본인들이 모임을 하는 건 자유지만 자기들끼리 세력화 하겠다고 한다면 자기들끼리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분당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쏟아냈다.

당 지도부도 친노의 세결집을 탐탁지 않게 보는 것은 마찬가지다. 친노가 재부상한 이후로는 중요한 시점마다 문 의원과 친노를 향한 여권의 파상공세로 대여전선이 흐트러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문 의원의 행보에 대해 "당보다 개인과 진영 이해관계만 앞세운 행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민주당 지도부의 인식을 방증하듯 지난해 12월 열린 문 의원의 북콘서트는 당 안팎의 친노계 인사들이 총출동해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지만, 당 지도부는 전병헌 원내대표를 제외하고는 전원 불참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도 견제에 나섰다. 안철수신당 소속으로 내년 전북도지사 출마를 검토 중인 조배숙 전 의원은 "지방선거나 끝나고 입장정리를 해서 (대선출마를) 얘기한다면 모를까 지금 이렇게 얘기한 것은 다분히 안철수신당이 창당됨으로써 민심이 거기에 쏠리는 것을 좀 어떻게든지 막아보자 하는 조급한 마음에서 비롯된 전략이라 생각한다"며 "안철수신당을 견제하거나 김 빼기 위한 전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을 중심으로 친노가 재결집하면서 정치권 전체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문 의원이 광폭행보를 펼쳐나가면서 최근에는 친노 내부에서조차 분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치 전면에 나설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친노 차기 대권주자들은 문 의원의 행보를 이대로 지켜보기만 한다면 '친노 차기 대권주자는 문재인'이라는 공식이 기정사실화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미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정신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잇는 장자(長子)라는 자부심이 있다. 집안을 이어나가는 맏이가 되겠다는 포부가 있다"며 사실상 차기 대권도전을 시사하고 나섰다.

이는 현재 노 전 대통령을 후광을 독차지하고 있는 문 의원에 대한 정면 도전이기도 하다. 안 지사의 '장자론'은 더 이상 "삼촌(문재인)에게 장자(안희정)가 밀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때문에 당장 두 사람이 노 전 대통령의 적통 자리를 두고 격돌할 경우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노의 분화가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특히 문 의원은 대여전선에 적극 개입하며 세 결집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안 지사는 실용 입장을 견지하며 대중적 지지를 앞세우는 방식의 행보를 펼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벌써 이를 '친노 강경파'(문재인)와 '친노 실용파'(안희정)로 분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는 문 의원이 명실상부 친노의 수장이지만 친노진영 내에서도 너무 강경한 기류에 불만을 가져온 이들이 있는 만큼 향후 안 지사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친노 성향의 잠룡은 안 지사뿐만이 아니다. 자천타천으로 송영길 인천시장, 김두관 전 경남지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꾸준히 거론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 초반에는 차기 대선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정치권의 불문율이었는데 문 의원이 그 룰을 깨고 치고 나갔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친노의 수장으로 군림하려 했다. 다른 친노 잠룡들은 위기감과 동시에 불쾌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문 의원이 현재와 같은 행보를 계속한다면 차기 대권을 꿈꾸는 친노 잠룡들도 지방선거 전에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얼마나 당선시키느냐에 따라 당내 입지가 달라지고 차기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의원이 차기 대선까지 4년이나 남아 있던 지난해 벌써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야권 공멸 위기
친노가 문제?

현재 민주당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계파는 친노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인사들은 당내 공천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친노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친노에 줄을 대려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이들이 범친노로 규합되면 문 의원의 대권플랜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야권 대권주자들의 조기등판이 야권 전체를 공멸로 몰고 갈 것이란 우려도 크다. 일각에선 친노 측 대권주자들의 조기등판이 야권 지지율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친노와 비노 간의 계파 대결로 시끄러운 민주당이 더욱 소란스러워지면서 사분오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친노 적통은 누구? 자리싸움
고립무원 문재인, 외로운 선두


민주당의 지지율이 바닥인 상황에서 잠룡들이 각자의 세 불리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국 다가오는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고, 지방선거에서 대패하게 되면 그 책임은 당장 문 의원을 비롯한 야권 잠룡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야권의 수장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대권은 결코 차지할 수 없다. 소탐대실의 전형이다.

실제로 최근 모 언론사가 발표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국민 10명 중 9명은 우리나라의 계파정치가 심각하다고 느낀다고 대답했으며 '국민과 정당에 심각한 폐해를 주는 계파'로 친노계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꾸준히 비판해온 친박계는 2위에 머물렀다. 친노계로서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문재인의 승부수
결국엔 오판?

문 의원 개인으로서도 오판을 한 것이란 지적도 있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뒤 전국을 돌며 세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겠지만 문 의원의 행보가 빨라질수록 당 안팎으로 문 의원을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 될 것이란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 문 의원과 친노는 차기 대권만을 준비한다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졌다. 이는 두고두고 문 의원과 친노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임박한 친노 내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쇄신과 이미지 변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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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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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