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친노잠룡 '친노 내전' 임박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06 11: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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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독주에 불만 "우리도 있다"

[일요시사=정치팀] 친노가 진격하고 있다. 진격을 넘어선 '분노의 질주'다. 친노의 광폭행보에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비노계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 진영까지 연이어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하지만 친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적이 더 늘었다. 바로 친노 내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이다.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전면에서 물러났던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차기 대권 재도전 시사를 계기로 급속하게 재결집하고 있다. 친노는 민주당 내 최대계파다. 친노 그룹은 재작년 총선에서 최대계파로 성장했고, 지난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문제 등을 거치며 세를 더욱 더 확장했다.

대선 재도전
쉽진 않을 걸?

현재 대략 40~50명 가량이 민주당 내에서 '친노' 또는 '범친노'로 분류된다. 문 의원은 지난해 1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2년 대선의 꿈이 2017년으로 미뤄졌다. 반드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면서 "제가 꼭 (대선 후보를) 해야 한다고 집착하지는 않지만 회피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대권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또 불과 열흘 뒤엔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대선회고록을 통해 "광범위한 관권 부정선거로 얼룩진 지난 대선에 대해 일말의 미안함도 표시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미국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게 된 시발은 도청사건이 아니라 거짓말"이라고 박 대통령과 날을 세우며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켰다.

대선 1주년인 지난해 12월19일에는 공교롭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변호사 활동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이 개봉하며 친노진영이 다시 한 번 정치 전면에 나서려는 분위기다. 영화 <변호인>은 현재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며 개봉 14일 만에 관객수 600만을 넘어섰다.


친노 뭉치자 커진 견제세력
지방선거 앞두고 내전 임박

영화의 흥행과 함께 그동안 잔뜩 움츠려있던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도 최근에는 강연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활동의 폭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02년 대선, 2003년 탄핵, 퇴임 후 검찰 수사 등 중요 국면마다 감성코드는 친노 지지층을 결집시켰었다.

하지만 친노의 재결집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곱지 않다. 새누리당은 공식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문 의원이) '친노의 좌장'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은 매우 안쓰럽다"며 "'세'를 잃지 않으려는 집착정치를 지양해야 한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도 등 돌려
외로운 친노

민주당 내부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계의 핵심인사인 신학용 의원은 문 의원의 행보에 대해 "국민은 떡 줄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내 대표적인 비노계인 조경태 의원은 친노의 세몰이에 대해 "본인들이 모임을 하는 건 자유지만 자기들끼리 세력화 하겠다고 한다면 자기들끼리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분당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쏟아냈다.

당 지도부도 친노의 세결집을 탐탁지 않게 보는 것은 마찬가지다. 친노가 재부상한 이후로는 중요한 시점마다 문 의원과 친노를 향한 여권의 파상공세로 대여전선이 흐트러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문 의원의 행보에 대해 "당보다 개인과 진영 이해관계만 앞세운 행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민주당 지도부의 인식을 방증하듯 지난해 12월 열린 문 의원의 북콘서트는 당 안팎의 친노계 인사들이 총출동해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지만, 당 지도부는 전병헌 원내대표를 제외하고는 전원 불참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도 견제에 나섰다. 안철수신당 소속으로 내년 전북도지사 출마를 검토 중인 조배숙 전 의원은 "지방선거나 끝나고 입장정리를 해서 (대선출마를) 얘기한다면 모를까 지금 이렇게 얘기한 것은 다분히 안철수신당이 창당됨으로써 민심이 거기에 쏠리는 것을 좀 어떻게든지 막아보자 하는 조급한 마음에서 비롯된 전략이라 생각한다"며 "안철수신당을 견제하거나 김 빼기 위한 전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을 중심으로 친노가 재결집하면서 정치권 전체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문 의원이 광폭행보를 펼쳐나가면서 최근에는 친노 내부에서조차 분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치 전면에 나설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친노 차기 대권주자들은 문 의원의 행보를 이대로 지켜보기만 한다면 '친노 차기 대권주자는 문재인'이라는 공식이 기정사실화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미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정신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잇는 장자(長子)라는 자부심이 있다. 집안을 이어나가는 맏이가 되겠다는 포부가 있다"며 사실상 차기 대권도전을 시사하고 나섰다.

이는 현재 노 전 대통령을 후광을 독차지하고 있는 문 의원에 대한 정면 도전이기도 하다. 안 지사의 '장자론'은 더 이상 "삼촌(문재인)에게 장자(안희정)가 밀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때문에 당장 두 사람이 노 전 대통령의 적통 자리를 두고 격돌할 경우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노의 분화가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특히 문 의원은 대여전선에 적극 개입하며 세 결집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안 지사는 실용 입장을 견지하며 대중적 지지를 앞세우는 방식의 행보를 펼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벌써 이를 '친노 강경파'(문재인)와 '친노 실용파'(안희정)로 분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는 문 의원이 명실상부 친노의 수장이지만 친노진영 내에서도 너무 강경한 기류에 불만을 가져온 이들이 있는 만큼 향후 안 지사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친노 성향의 잠룡은 안 지사뿐만이 아니다. 자천타천으로 송영길 인천시장, 김두관 전 경남지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꾸준히 거론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 초반에는 차기 대선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정치권의 불문율이었는데 문 의원이 그 룰을 깨고 치고 나갔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친노의 수장으로 군림하려 했다. 다른 친노 잠룡들은 위기감과 동시에 불쾌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문 의원이 현재와 같은 행보를 계속한다면 차기 대권을 꿈꾸는 친노 잠룡들도 지방선거 전에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얼마나 당선시키느냐에 따라 당내 입지가 달라지고 차기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의원이 차기 대선까지 4년이나 남아 있던 지난해 벌써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야권 공멸 위기
친노가 문제?

현재 민주당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계파는 친노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인사들은 당내 공천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친노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친노에 줄을 대려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이들이 범친노로 규합되면 문 의원의 대권플랜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야권 대권주자들의 조기등판이 야권 전체를 공멸로 몰고 갈 것이란 우려도 크다. 일각에선 친노 측 대권주자들의 조기등판이 야권 지지율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친노와 비노 간의 계파 대결로 시끄러운 민주당이 더욱 소란스러워지면서 사분오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친노 적통은 누구? 자리싸움
고립무원 문재인, 외로운 선두


민주당의 지지율이 바닥인 상황에서 잠룡들이 각자의 세 불리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국 다가오는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고, 지방선거에서 대패하게 되면 그 책임은 당장 문 의원을 비롯한 야권 잠룡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야권의 수장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대권은 결코 차지할 수 없다. 소탐대실의 전형이다.

실제로 최근 모 언론사가 발표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국민 10명 중 9명은 우리나라의 계파정치가 심각하다고 느낀다고 대답했으며 '국민과 정당에 심각한 폐해를 주는 계파'로 친노계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꾸준히 비판해온 친박계는 2위에 머물렀다. 친노계로서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문재인의 승부수
결국엔 오판?

문 의원 개인으로서도 오판을 한 것이란 지적도 있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뒤 전국을 돌며 세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겠지만 문 의원의 행보가 빨라질수록 당 안팎으로 문 의원을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 될 것이란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 문 의원과 친노는 차기 대권만을 준비한다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졌다. 이는 두고두고 문 의원과 친노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임박한 친노 내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쇄신과 이미지 변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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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