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검찰 폭풍전야 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1.07 15:24:58
  • 댓글 0개

공안 vs 특수 '칼자루 전쟁' 터진다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2012년 사상 초유의 '검란' 사태로 위기를 맞았던 검찰은 2013년에도 '정치권력의 시녀'란 오명을 끝내 벗지 못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터지면서 순항 중이던 검찰은 태풍 속에 놓였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 논란, 윤석렬 여주지청장의 정직 징계 등 봉합되지 않은 조직내부의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제 관심은 조직의 명운을 짊어진 김진태 검찰총장과 청와대의 칼자루가 어디로 향할지다.




박근혜정부 1년 동안 검찰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겨냥한 미납 추징금 수사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검찰은 조직의 수장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에 휩싸이며 격랑의 한 가운데 섰다.

앞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검찰총장 찍어내기'와 '수사 외압 시비'에 휘말리며 내홍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케 했다.

채동욱 떠난 검찰
정치검사 부활하나

박근혜정부는 지난 1년 동안 국정원, 경찰, 국세청, 감사원을 차례로 접수했다. 그리고 5대 권력기관의 중추인 검찰도 종국엔 박근혜정부의 수중에 놓였다. 역대 정권마다 반복된 '검찰 길들이기' 관행은 이번 정권에서 똑같이 되풀이됐다.

민주화 이후 검찰의 칼자루를 쥔 진영은 늘 역사의 승리자가 됐다. 이 같은 배경으로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에는 검찰권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정치권은 새해 벽두부터 검찰 개혁을 화두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예고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상설특검·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위한 법안심사소위를 수차례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기도 한 상설특검·특별감찰관제 도입은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맞물려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여야는 검찰 개혁의 상징인 상설특검·특별감찰관법 연내 처리에 실패했다. 대신 이들은 진통 끝에 한 장의 합의서를 마련했다. 합의서에는 "올 2월 임시국회에서 상설특검 및 특별감찰관제 입법과 관련해 진정성을 갖고 합의·처리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따라서 검찰 개혁의 향배는 다가올 2월이 돼야 명확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GH 권력기관 차례로 장악…'길들이기'성공
베일 벗은 상설특검·특별감찰관 두고 정쟁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검찰 개혁은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었다. 상설특검·특별감찰관제 도입은 검찰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풀이됐다. '정치권력의 시녀'란 오명 속에 있던 검찰을 '독립된 수사기구'로 견제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1급 고위공직자가 상시 감찰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감찰의 주체인 특별감찰관은 살아있는 권력의 목줄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입법화를 위한 논의 과정에서 정치권은 슬그머니 개혁의 꼬리를 내렸다.

먼저 새누리당은 "대통령(행정부) 소속인 특별감찰관이 국회의원(입법부)과 법조인(사법부)을 감찰하는 것은 삼권분립 정신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폈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국회의원과 법조인을 감찰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약 후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당은 얼마 전까지 새누리당의 주장에 동조했다가 뒤늦게 국회의원도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특별감찰관의 권한을 놓고 계좌추적, 통신내역 조회, 현장조사 권한 등 실질적인 조사권을 모두 빠뜨림으로써 입법 취지를 약화시켰다.


공안정국 조성
검찰이 앞장서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할 것으로 기대됐던 상설특검제 역시 기존 특검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어 '무늬만 특검'이란 비난을 듣고 있다.

원래 상설특검제는 ▲특별감찰관이 고위공직자의 위법행위를 적발하면 ▲특별검사가 검사에 준하는 권한을 갖고 ▲권력의 외압 없이 수사에 착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여야는 특별검사가 별도의 조직과 인력을 거느리고 있는 '기구특검안'을 폐기했다. 대신 필요할 때만 소집되는 '제도특검안'으로 잠정 합의했다. 입법 취지인 '상설'이란 말이 무색해진 셈이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특검 발동의 요건으로 법무부장관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검찰권에서 분리되지 않은 형태의 특검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보면 상설특검제는 결국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정권 고강도 사정작업 전망
주가조작·불법대출·자원외교 도마

정치권이 매스를 잘못 댄 사이 검찰은 '채동욱 색깔'을 지우고, 청와대가 보기에 흡족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달 박 대통령은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면서 "헌법을 무시하거나 자유민주주의까지 부인하는 것, 이것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서 그런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김 총장은 자신의 취임식에서 "공동체의 안녕질서를 위협하는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화답했다. 또 최근 있었던 신년사에서는 "법과 원칙은 집단적 위력이나 불법 앞에서 굴복하거나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되며, 어떠한 주장이든 법의 테두리 내에서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총장은 철도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중요한 시험대에 놓였다"는 표현도 썼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기조와 묘하게 일치하는 대목이다.

지난달 19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이런 검찰 안팎의 분위기를 십분 드러냈다. 검찰 서열 '넘버2'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는 김수남(사법연수원 16기) 전 수원지검장이 낙점됐다.

김 지검장은 지난해 7월 수원지검장으로 취임한 후 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연루된 통칭 'RO사건'을 지휘하며 청와대의 마음을 샀다. 김 지검장은 대검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낸 특수통이지만 광주지검 공안부장 등을 역임하며 공안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김 지검장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미네르바(박대성씨) 사건'을 지휘한 경력으로 시민단체가 선정한 '검찰권 오·남용 검사'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때문에 공안수사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박근혜정부와 합이 맞을 것이란 평가다.

공안통 약진
국보법 만지작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장 정도의 인사면 청와대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 인사에서 마지막까지 김 지검장과 경합한 최재경(사법연수원 17기) 인천지검장은 능력은 좋지만 과거 한상대 전 총장과 각을 세운 게 마이너스가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지검장은 현직 최고 특수통으로 채 전 총장과 함께 범MB인사로 분류된다. 때문에 청와대 입장에서 요직을 맡기기에 부담스러웠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최 지검장은 이번 검찰 인사에서 고검장 승진이 좌절됐다.

특수통은 된서리를 맞았지만 공안통들은 대거 약진했다. 대전고검장으로 승진한 김희관(사법연수원 17기) 전 부산지검장은 검찰 내 손꼽히는 공안통이다. 그는 대검 공안기획관과 서울중앙지검 내 공안 부서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을 역임했다.

또 울산지검 공안부장을 지낸 조성욱(사법연수원 17기) 서울서부지검장은 광주고검장으로, 대검 공안부장을 지낸 임정혁(사법연수원 16기) 전 서울고검장은 신임 대검차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대검 공안기획관 시절 '전교조 시국선언' 수사를 했던 오세인(사법연수원 18기) 대검 공안부장은 반부패부 초대 부장으로 임명된 지 2주일 만에 영전한 케이스다. 오 부장은 중앙지검 2차장, 중앙지검 공안1부장, 대검 공안2과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이처럼 공안통들이 검찰 내 요직을 꿰차면서 공안사건의 비중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대법원 통계도 있다.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모두 102명이다. 이는 10년 동안 가장 많은 수치다. 연도별로 보면 2004년 71명이었던 기소 인원은 이듬해 36명으로 줄었다가 2009년까지 3∼40명 안팎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0년 60명으로 증가한 후 2011년 74명, 지난해 98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또 지난해 국가보안법 사건 중 무죄가 선고된 사람은 모두 4명으로 2006년 참여정부의 0명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하지만 검찰이 공안사건만 주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검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14년 검찰수사는 투트랙이 가동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 공안사건을 축으로 특수부가 주도하는 이명박정권에 대한 사정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란 설명이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대표적인 특수사건으로는 효성그룹의 탈세 사건,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사건, 이석채 전 KT 회장의 배임 사건 등을 꼽을 수 있다.

'날개 단' 공안
'절치부심' 특수
투트랙 가동된다

사안 별로 보면 효성그룹의 탈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조석래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되자 불구속 기소로 사건을 전환, 법리검토를 고심하고 있다. 또 검찰은 조현준 사장과 조현문 전 부사장, 이상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처벌 여부를 놓고 적절한 수위를 검토 중이다.

동양그룹의 사기성 CP 발행 및 판매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현재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사팀은 동양그룹 사건이 대규모의 투자자 피해를 양산하고 사안이 중대한 점 등을 고려해 현 회장에 대한 구속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배임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도 1월 내에 수사를 종결한다는 방침이다. 앞선 이 전 회장을 4차례 소환조사한 수사팀은 1월 중순께 구속영장을 청구해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 등을 입증할 계획이다. 특히 이 전 회장의 이번 배임 사건은 야권의 유력 정치인과 연결된 비자금 수사로 확대될 수 있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고위층 및 거물 정치인이 연루된 주가조작 의혹, CNK 주가조작 수사, 국민은행 도쿄지점 불법대출 수사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더불어 검찰은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와 관련한 내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위 사건들은 모두 지난 정권의 실세들과 연결돼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제사건 수두룩
MB 사냥 나설까

비교적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운 특수수사와 달리 공안수사는 정국의 또 다른 블랙홀이 될 전망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열람·유출 의혹 사건, 국정원 여직원 감금 의혹 사건 등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새롭게 부임한 김 지검장의 판단에 따라 해당 사건들은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검찰 안팎의 분위기는 "청와대의 기대를 저버릴 수 있겠냐"는 쪽으로 쏠린다. 즉 야당에게 유리한 수사결과는 아닐 것이란 예측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했다. "진보진영을 상대로 한 대형 공안사건이 올 지방선거 전 반드시 터질 것"이란 전언이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첩보 형태로 나돌았던 진보진영 유력 정치인의 정치자금 수사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내사가 종결됐다는 얘기도 조심스레 나온다. 죄가 있으면 따지는 게 검찰의 역할이라지만 '정치권력의 시녀'란 오명을 벗기엔 풀어야 할 오해가 너무 많아 보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셀프 개혁' 어디까지?

'바꾸긴 바꿔야 하는데…' 반부패부 특수4부 신설

정치권 안팎에서 검찰에 대한 개혁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검찰이 자구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쇄신을 진행 중이다.

먼저 지난 4월 간판을 내린 대검찰청 중수부는 '반부패부'로 조직의 명칭이 변경됐다. 반부패부는 중수부와 달리 직접적인 수사 기능이 없는 부서로 일선 검찰의 특별수사를 지휘·감독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직접 수사 기능이 없는 만큼 수사기획관 직제는 폐지됐다. 원래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기획관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작은 정부' 기조에 맞춰달라는 안전행정부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한다.

반부패부에는 특별수사지휘과와 특별수사지원과 등 2개 과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특별수사지원과는 기존 중수부 산하 첨단범죄수사과 업무에 범죄수익 환수 역할도 맡아 책임이 막중하다.

특히 계좌추적과 회계분석 전문 인력을 갖춘 반부패부는 미납된 추징금과 은닉된 범죄 수익을 찾아내 국고로 환수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중수부 폐지에 따른 부정부패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4부를 올 2월쯤 신설할 계획이다. 관심을 끌었던 대검 감찰본부 확대 개편안은 보류됐다.

앞서 법무부는 감찰기능 강화를 위해 대검 산하 감찰기획관과 특별감찰과를 신설하고 고검에도 감찰부를 설치하는 등의 조직 개편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석>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