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가장 발칙한 상상> '문재인 대통령' 됐더라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30 14: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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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불통(不通)'은 없었을 것"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 관련한 논란은 오히려 점점 더 가열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지난 대선 기간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요시사>가 '발칙한 상상'을 해봤다.




'대선 불복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선후보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을 직접 거론하고 나섰다.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한술 더 떠 박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그동안 대선 불복론과 선을 그어왔던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선 무효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지난 대선 기간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선 공약에 따른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지난 대선은 중도층 공략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후보별 공약의 차별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박 대통령은 '성장'에, 문 의원은 '분배'에 좀 더 무게를 뒀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자리 공약을 살펴보면 두 사람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일자리의 질 향상보다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즉 고용률 향상에 중점을 뒀다. 당시 박 대통령의 일자리 공약은 일자리가 늘어나도 질 낮은 일자리로 취업난을 해소할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람이 먼저다" 복지 패러다임 극과 극
평화주의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 '훈풍'

실제로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면서 경력단절 여성들과 같은 계층의 취업률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야권은 박근혜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저임금, 불완전 노동의 '나쁜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반면 문 의원은 대선 당시 새로운 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존 일자리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둔 공약을 제시했었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면 저임금, 불완전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처우가 크게 개선되었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문 의원의 경우는 일자리의 질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오히려 취업시장을 더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복지 패러다임 역시 지금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소득 수준에 따른 차별적 복지를, 문 의원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는 보편적 복지를 천명했었다. 국가재정건전성의 악화는 우려되지만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확대, 기초연금 등 현재 박근혜정부가 사실상 등한시하고 있는 복지이슈에 문 의원 측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섰을 것이란 예상이다.

지역공약 희비
보수층 반발

지역공약 역시 희비가 엇갈렸을 것이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는 단체장의 당적이 새누리당이냐 민주당이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의 지역공약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연계가 되었지만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지역공약은 대선공약에서 제외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최근 장성택 처형으로 더욱 이목을 끌고 있는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북한의 입장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원칙 외교는 일부분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북한을 너무 자극해 오히려 안보불안을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반면 우선적인 대화를 강조했던 문 의원의 대북정책은 이명박정부 5년간 경색됐던 남북관계의 긴장을 크게 해소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대북정책은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시절과 마찬가지로 '너무 북한에 끌려 다닌다'는 보수층의 반발에 부딪혔을 것이란 예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국정운영 스타일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원칙과 약속을 강조했지만 문 의원은 '탈권위'를 강조했었다. 특히 박 대통령의 경우 대선 과정에서 불통 이미지가 여러 차례 지적되며 '당선된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별반 다르지 않은 불도저식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박 대통령은 현재 불통 논란에 시달리며 야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문 의원은 대선 당시 창문을 열면 국민의 삶을 볼 수 있도록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는 등 탈권위적 행보를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탈권위 정치스타일을 계승한 것이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무려 1490만여 명이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친 탈권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탈권위는 참여정부 시절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참지 못하고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발언을 했던 것처럼 오히려 갈등과 대립을 부추겨 사회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탈권위만 앞세우다 기존 질서체계를 깨트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겠다는 공약은 당시에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대통령이 외출할 때마다 광화문 일대가 마비되는 등 경호, 의전과 같은 실무적 어려움이 있다는 비판이었다.

게다가 탈권위를 고집하다 보면 국정 장악 능력이 떨어지고 국가 전반에서 이익단체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져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다. 지금도 문 의원은 당내에서 친노 강경파들에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 있는데, 집권했을 경우 박 대통령과 같은 국정 장악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사권 행사 부분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큰 차이를 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가장 큰 권한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인사 문제로 번번이 곤혹을 치렀다. 최근에는 당 안팎에서 '대선공신을 챙기라'라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면서 대대적인 낙하산 인사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경우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대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보수대연합을 이뤄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까지 적극 끌어안았다. 때문에 인사에 대한 불만과 갈등 역시 클 수밖에 없었다.

문 의원의 경우도 지난 대선에서 상대진영 인재영입에 나섰지만 박 대통령과 비교하면 그 규모는 작다. 따라서 문 의원 측이 정권을 잡게 됐다면 인사와 관련한 잡음은 박 대통령 측보다는 덜 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친노 독식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있다.

친노독식은 우려
안철수 떴을까?

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경우 후보 사퇴로 문 의원 측에 큰 힘을 실어준 만큼 이에 대한 보답으로 안 의원의 측근들이 일부 문재인정부에 기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정권 실세 지도 역시 크게 바뀌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는 평의원으로 돌아갔지만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가 문재인정권의 실세로 급부상했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반면 김한길 대표 등 비노진영은 친노에 밀려 정권 내내 비주류로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정권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친박진영 역시 대선에 패배했다면 힘이 크게 빠졌을 것이다.


탈권위 국정운영으로 국정지지도 견인
NLL대화록 논란은 국정 발목 잡았을 듯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을 경우 자신의 정치적 뿌리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 역시 활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의원의 경우는 과거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직을 맡으며 노무현 기념사업에 깊게 관여해왔다. 문 의원에게 노 전 대통령은 가장 큰 자산이다. 안정적인 정권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문재인정부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사업은 거의 확실시 됐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을 경우 언론 환경 역시 지금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의원은 지난 9일 발간한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대선 패배의 한 원인으로 '종편'을 꼽기도 했다. 문 의원 측은 대선기간에도 공공연히 당선 후 종편 선정과정에서의 불법성과 특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곧 종편채널들에 대한 대대적인 표적수사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면 종편은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종편은 위기
국정원 개편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차 정국상황은 어땠을까? 박 대통령은 현재까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의원에겐 NLL대화록 의혹이 대선기간 발목을 잡았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야당인 새누리당이 이 문제를 지금보다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와 같은 사초실종 사태가 발생했다면 그 파급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다.


대선개입 의혹을 불러일으킨 국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칼바람이 불었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취임 후 국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실시했다.

대선이 끝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됐든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다는 회의론도 있지만 실제론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불통 논란이 커져갈수록 이 같은 발칙한 상상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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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