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가장 발칙한 상상> '문재인 대통령' 됐더라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30 14: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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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불통(不通)'은 없었을 것"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 관련한 논란은 오히려 점점 더 가열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지난 대선 기간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요시사>가 '발칙한 상상'을 해봤다.




'대선 불복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선후보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을 직접 거론하고 나섰다.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한술 더 떠 박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그동안 대선 불복론과 선을 그어왔던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선 무효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지난 대선 기간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선 공약에 따른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지난 대선은 중도층 공략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후보별 공약의 차별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박 대통령은 '성장'에, 문 의원은 '분배'에 좀 더 무게를 뒀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자리 공약을 살펴보면 두 사람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일자리의 질 향상보다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즉 고용률 향상에 중점을 뒀다. 당시 박 대통령의 일자리 공약은 일자리가 늘어나도 질 낮은 일자리로 취업난을 해소할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람이 먼저다" 복지 패러다임 극과 극
평화주의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 '훈풍'

실제로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면서 경력단절 여성들과 같은 계층의 취업률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야권은 박근혜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저임금, 불완전 노동의 '나쁜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반면 문 의원은 대선 당시 새로운 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존 일자리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둔 공약을 제시했었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면 저임금, 불완전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처우가 크게 개선되었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문 의원의 경우는 일자리의 질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오히려 취업시장을 더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복지 패러다임 역시 지금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소득 수준에 따른 차별적 복지를, 문 의원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는 보편적 복지를 천명했었다. 국가재정건전성의 악화는 우려되지만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확대, 기초연금 등 현재 박근혜정부가 사실상 등한시하고 있는 복지이슈에 문 의원 측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섰을 것이란 예상이다.

지역공약 희비
보수층 반발

지역공약 역시 희비가 엇갈렸을 것이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는 단체장의 당적이 새누리당이냐 민주당이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의 지역공약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연계가 되었지만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지역공약은 대선공약에서 제외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최근 장성택 처형으로 더욱 이목을 끌고 있는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북한의 입장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원칙 외교는 일부분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북한을 너무 자극해 오히려 안보불안을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반면 우선적인 대화를 강조했던 문 의원의 대북정책은 이명박정부 5년간 경색됐던 남북관계의 긴장을 크게 해소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대북정책은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시절과 마찬가지로 '너무 북한에 끌려 다닌다'는 보수층의 반발에 부딪혔을 것이란 예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국정운영 스타일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원칙과 약속을 강조했지만 문 의원은 '탈권위'를 강조했었다. 특히 박 대통령의 경우 대선 과정에서 불통 이미지가 여러 차례 지적되며 '당선된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별반 다르지 않은 불도저식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박 대통령은 현재 불통 논란에 시달리며 야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문 의원은 대선 당시 창문을 열면 국민의 삶을 볼 수 있도록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는 등 탈권위적 행보를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탈권위 정치스타일을 계승한 것이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무려 1490만여 명이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친 탈권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탈권위는 참여정부 시절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참지 못하고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발언을 했던 것처럼 오히려 갈등과 대립을 부추겨 사회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탈권위만 앞세우다 기존 질서체계를 깨트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겠다는 공약은 당시에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대통령이 외출할 때마다 광화문 일대가 마비되는 등 경호, 의전과 같은 실무적 어려움이 있다는 비판이었다.

게다가 탈권위를 고집하다 보면 국정 장악 능력이 떨어지고 국가 전반에서 이익단체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져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다. 지금도 문 의원은 당내에서 친노 강경파들에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 있는데, 집권했을 경우 박 대통령과 같은 국정 장악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사권 행사 부분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큰 차이를 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가장 큰 권한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인사 문제로 번번이 곤혹을 치렀다. 최근에는 당 안팎에서 '대선공신을 챙기라'라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면서 대대적인 낙하산 인사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경우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대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보수대연합을 이뤄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까지 적극 끌어안았다. 때문에 인사에 대한 불만과 갈등 역시 클 수밖에 없었다.

문 의원의 경우도 지난 대선에서 상대진영 인재영입에 나섰지만 박 대통령과 비교하면 그 규모는 작다. 따라서 문 의원 측이 정권을 잡게 됐다면 인사와 관련한 잡음은 박 대통령 측보다는 덜 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친노 독식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있다.

친노독식은 우려
안철수 떴을까?

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경우 후보 사퇴로 문 의원 측에 큰 힘을 실어준 만큼 이에 대한 보답으로 안 의원의 측근들이 일부 문재인정부에 기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정권 실세 지도 역시 크게 바뀌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는 평의원으로 돌아갔지만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가 문재인정권의 실세로 급부상했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반면 김한길 대표 등 비노진영은 친노에 밀려 정권 내내 비주류로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정권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친박진영 역시 대선에 패배했다면 힘이 크게 빠졌을 것이다.


탈권위 국정운영으로 국정지지도 견인
NLL대화록 논란은 국정 발목 잡았을 듯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을 경우 자신의 정치적 뿌리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 역시 활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의원의 경우는 과거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직을 맡으며 노무현 기념사업에 깊게 관여해왔다. 문 의원에게 노 전 대통령은 가장 큰 자산이다. 안정적인 정권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문재인정부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사업은 거의 확실시 됐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을 경우 언론 환경 역시 지금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의원은 지난 9일 발간한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대선 패배의 한 원인으로 '종편'을 꼽기도 했다. 문 의원 측은 대선기간에도 공공연히 당선 후 종편 선정과정에서의 불법성과 특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곧 종편채널들에 대한 대대적인 표적수사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면 종편은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종편은 위기
국정원 개편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차 정국상황은 어땠을까? 박 대통령은 현재까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의원에겐 NLL대화록 의혹이 대선기간 발목을 잡았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야당인 새누리당이 이 문제를 지금보다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와 같은 사초실종 사태가 발생했다면 그 파급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다.


대선개입 의혹을 불러일으킨 국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칼바람이 불었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취임 후 국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실시했다.

대선이 끝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됐든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다는 회의론도 있지만 실제론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불통 논란이 커져갈수록 이 같은 발칙한 상상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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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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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