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③'변방의 희망지기' 최문순 강원도지사 특별대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30 13: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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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현상은 국민들의 실망수치"

[일요시사=정치팀] 2014년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누가 뭐래도 '지방선거'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최문순 강원도지사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 지사는 지방선거가 만들어 낸 스타이기 때문이다. 최 지사는 지난 2011년 4·27 보궐선거에 깜짝 등장해 불리했던 판세를 단숨에 뒤집고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당시만 해도 정치신인에 불과했던 그의 승리는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느새 최 지사도 2014년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았다. 그동안 최 지사가 '변방'으로 취급받던 강원도에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014년 뜨는 인물이다.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은 바닥을 헤매고 있지만 민주당 소속인 최 지사는 차기 강원도지사 후보군 중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보수색채가 강한 강원도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 눈길을 끈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민주당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2014년엔 소치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관심은 자연스럽게 2018년 동계올림픽이 예정된 강원도 평창으로 옮겨갈 것이다. 이래저래 최 지사와 강원도는 2014년 이슈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2014년 최 지사가 강원도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하루 10개가 넘는 공식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하고 있는 최 지사를 만나 현 정치권의 답답한 상황과 내년 지방선거 판세 등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최 지사와의 일문일답.

 - 벌써 임기 마지막 해입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으셨습니까?
▲ 2013년 도정의 주요 성과를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우선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됐고, 레고랜드 본 협약 체결 및 스페이스캠프 개발협약 등으로 어린이 왕국이 건설됐습니다. 2014생물다양성 총회 등 대규모 국제회의 유치에 성공했으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성공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외에도 복지투자 1조원 시대 진입, 2014년 국비 5조원 달성, 기업 및 외자유치 목표 초과달성, 농산어촌의 소득증대 및 활력화 등 다양한 성과를 얻었습니다.

- 2014년 강원도정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 2014년 주요현안 과제는 본격 추진 과제와 국가 지원 과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본격 추진 과제로는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개발, 2018평창동계올림픽 준비, 평창동계올림픽 특구 개발, 2014세계생물다양성 총회 등 국제회의 성공개최로 평창인지도 제고, 레고랜드코리아 조성 등이 있습니다. 또 국가 지원 과제로는 춘천~속초 간 고속화 철도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 추진, 여주~원주 간 철도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 추진, 원주 첨단의료기기 생산단지 조성,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 폐광지역 관광자원화 사업 등입니다. 이 같은 과제를 역점 추진하여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 약 3년 정도 강원도정을 이끄셨습니다. 직접 경험한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습니까?
▲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완전한 형태가 아닌 중앙과 지방의 8대2 분권입니다. 경찰, 법원, 검찰, 대학 등 주요 조직이 다 중앙정부 산하에 있습니다. 이렇게 중앙에 예속돼 있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면 지역의 특성을 살린 적절한 정책들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지방분권이라는 말도 중앙에 예속된 것을 전제로 한 개념이므로 앞으로는 '지역주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각 지역의 특성과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세밀한 제도와 방안들이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민주당, 기득권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안철수 견제보다 국민이 바라는 것 살펴라"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는 강원도의 최대 현안이자 전 국민적인 관심사입니다.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 올림픽 개최 준비는 정상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2014년에는 1802억원을 투입해 진입도로와 경기장 및 대회관련시설의 실제 공사가 시작됩니다. 특히 동계올림픽 특구는 올림픽 기능과 관광·문화·주거·산업 기능이 융·복합된 '올림픽 명품도시'로 조성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동계올림픽을 평화와 문화올림픽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문화·관광 분야 사업 종합계획을 수립 중에 있습니다.


-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강원도에서 전국 평균보다 높은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지난 2011년 재보선에서 최문순 지사를 선택했던 강원도 민심이 변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전통적으로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도민들의 선택은 차이를 보여 왔습니다. 특별히 지사직을 잘못 해왔다든가, 민심이 변화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도민들께서 큰 틀에서 선택한 것이라 봅니다. 

- 강원도가 역대 정권에서 홀대를 받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실제로 강원도는 오랫동안 홀대를 받아 왔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서울~속초 간 고속철도는 20년이 넘은 숙원사업인데 아직도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도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최 지사의 공약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엔 포함되지 않는 등 또다시 강원도가 홀대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습니다. 강원도 홀대론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입니까?
▲ 최근 강원도는 북극항로와 시베리아, 유럽을 횡단하는 기차(TSR) 등 섬나라를 탈피하고 대륙국가로 가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을 포함한 북방경제, 대륙국가로의 진출은 성장동력을 잃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도 환동해권 경제와 대륙국가 진출에 있어서의 강원도 역할론, 혹은 전진기지화를 수용하여 새로운 플랜에 동참할 것을 당부 드립니다.         

-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소속인 최문순 지사 역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민주당원으로서 최근의 정치적 혼란과 민주당이 진보진영의 요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사과드립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민생을 챙기는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있지만, 이러한 국민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국민과 더욱 대화하고 협의하지 못하는 새누리당도 문제지만 민주당도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는 근본적인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정치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도 과거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거리와 현장에서 국민을 만나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안철수 현상'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소위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 수치라고 봅니다. 따라서 현 정치권은 '안철수'라는 특정 인물에 대한 견제보다는 국민들이 무엇을 지적하고 무엇을 바라는가 하는 점을 잘 살펴야 합니다. 

- 만약 안철수 신당의 영입제안을 받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현재 안철수 신당 측에서 저를 영입을 하려는 움직임은 없습니다.(웃음) 강원도는 상대적으로 인적 구성이 어렵기 때문인지 안철수 신당 활동이 조금 부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안철수라는 이름에 모아지는 기대에 부응하려면 조금 마음에 안 들더라도 신당을 창당하기보다는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와서 당을 개혁하고 강화해서 좋은 정당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수색채 강한 강원도서 압도적 1위
강원도 홀대론에서 강원도 역할론으로

- 현직 도지사로서 내년 지방선거의 판세는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 아직은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내년 지방선거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굉장히 다이나믹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봅니다. 어쨌든, 내년 지방선거는 국민들의 요구와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고, 세밀하게 준비해서 당략적 차원보다도 국가 전체가 화합하고 소통하는 하나의 국민 토론장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강원도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 접경지역인 강원도는 평화적인 남북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강원도는 그간 남북교류협력사업에 선도적 역할 수행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천안함 사태에 따른 정부의 5.24조치로 남북교류는 중단된 상태입니다. 향후 남북관계의 상황변화 및 정부정책을 주시하면서, 정부승인 가능 사업부터 우선 추진하는 등 탄력적인 대응을 해나갈 것입니다.

- 새해를 맞이해 도민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해주시지요.
▲ 새해 강원도는 새 발전 전략으로 '중심지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그동안 변방으로 취급받던 강원도를 극동아시아 환동해의 중심지로 만들자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강원도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것입니다. 새해에는 도민 여러분도 바라는 모든 일들을 성취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갑오년 청마의 해를 맞아 활기차고 진취적인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최문순 강원도지사 프로필>

▲MBC 기자
▲MBC 노조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 초대위원장
▲MBC 대표이사
▲제18대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강원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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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