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③'변방의 희망지기' 최문순 강원도지사 특별대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30 13: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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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현상은 국민들의 실망수치"

[일요시사=정치팀] 2014년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누가 뭐래도 '지방선거'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최문순 강원도지사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 지사는 지방선거가 만들어 낸 스타이기 때문이다. 최 지사는 지난 2011년 4·27 보궐선거에 깜짝 등장해 불리했던 판세를 단숨에 뒤집고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당시만 해도 정치신인에 불과했던 그의 승리는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느새 최 지사도 2014년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았다. 그동안 최 지사가 '변방'으로 취급받던 강원도에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014년 뜨는 인물이다.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은 바닥을 헤매고 있지만 민주당 소속인 최 지사는 차기 강원도지사 후보군 중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보수색채가 강한 강원도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 눈길을 끈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민주당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2014년엔 소치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관심은 자연스럽게 2018년 동계올림픽이 예정된 강원도 평창으로 옮겨갈 것이다. 이래저래 최 지사와 강원도는 2014년 이슈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2014년 최 지사가 강원도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하루 10개가 넘는 공식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하고 있는 최 지사를 만나 현 정치권의 답답한 상황과 내년 지방선거 판세 등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최 지사와의 일문일답.

 - 벌써 임기 마지막 해입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으셨습니까?
▲ 2013년 도정의 주요 성과를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우선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됐고, 레고랜드 본 협약 체결 및 스페이스캠프 개발협약 등으로 어린이 왕국이 건설됐습니다. 2014생물다양성 총회 등 대규모 국제회의 유치에 성공했으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성공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외에도 복지투자 1조원 시대 진입, 2014년 국비 5조원 달성, 기업 및 외자유치 목표 초과달성, 농산어촌의 소득증대 및 활력화 등 다양한 성과를 얻었습니다.

- 2014년 강원도정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 2014년 주요현안 과제는 본격 추진 과제와 국가 지원 과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본격 추진 과제로는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개발, 2018평창동계올림픽 준비, 평창동계올림픽 특구 개발, 2014세계생물다양성 총회 등 국제회의 성공개최로 평창인지도 제고, 레고랜드코리아 조성 등이 있습니다. 또 국가 지원 과제로는 춘천~속초 간 고속화 철도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 추진, 여주~원주 간 철도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 추진, 원주 첨단의료기기 생산단지 조성,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 폐광지역 관광자원화 사업 등입니다. 이 같은 과제를 역점 추진하여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 약 3년 정도 강원도정을 이끄셨습니다. 직접 경험한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습니까?
▲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완전한 형태가 아닌 중앙과 지방의 8대2 분권입니다. 경찰, 법원, 검찰, 대학 등 주요 조직이 다 중앙정부 산하에 있습니다. 이렇게 중앙에 예속돼 있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면 지역의 특성을 살린 적절한 정책들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지방분권이라는 말도 중앙에 예속된 것을 전제로 한 개념이므로 앞으로는 '지역주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각 지역의 특성과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세밀한 제도와 방안들이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민주당, 기득권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안철수 견제보다 국민이 바라는 것 살펴라"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는 강원도의 최대 현안이자 전 국민적인 관심사입니다.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 올림픽 개최 준비는 정상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2014년에는 1802억원을 투입해 진입도로와 경기장 및 대회관련시설의 실제 공사가 시작됩니다. 특히 동계올림픽 특구는 올림픽 기능과 관광·문화·주거·산업 기능이 융·복합된 '올림픽 명품도시'로 조성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동계올림픽을 평화와 문화올림픽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문화·관광 분야 사업 종합계획을 수립 중에 있습니다.


-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강원도에서 전국 평균보다 높은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지난 2011년 재보선에서 최문순 지사를 선택했던 강원도 민심이 변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전통적으로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도민들의 선택은 차이를 보여 왔습니다. 특별히 지사직을 잘못 해왔다든가, 민심이 변화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도민들께서 큰 틀에서 선택한 것이라 봅니다. 

- 강원도가 역대 정권에서 홀대를 받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실제로 강원도는 오랫동안 홀대를 받아 왔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서울~속초 간 고속철도는 20년이 넘은 숙원사업인데 아직도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도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최 지사의 공약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엔 포함되지 않는 등 또다시 강원도가 홀대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습니다. 강원도 홀대론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입니까?
▲ 최근 강원도는 북극항로와 시베리아, 유럽을 횡단하는 기차(TSR) 등 섬나라를 탈피하고 대륙국가로 가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을 포함한 북방경제, 대륙국가로의 진출은 성장동력을 잃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도 환동해권 경제와 대륙국가 진출에 있어서의 강원도 역할론, 혹은 전진기지화를 수용하여 새로운 플랜에 동참할 것을 당부 드립니다.         

-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소속인 최문순 지사 역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민주당원으로서 최근의 정치적 혼란과 민주당이 진보진영의 요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사과드립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민생을 챙기는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있지만, 이러한 국민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국민과 더욱 대화하고 협의하지 못하는 새누리당도 문제지만 민주당도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는 근본적인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정치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도 과거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거리와 현장에서 국민을 만나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안철수 현상'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소위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 수치라고 봅니다. 따라서 현 정치권은 '안철수'라는 특정 인물에 대한 견제보다는 국민들이 무엇을 지적하고 무엇을 바라는가 하는 점을 잘 살펴야 합니다. 

- 만약 안철수 신당의 영입제안을 받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현재 안철수 신당 측에서 저를 영입을 하려는 움직임은 없습니다.(웃음) 강원도는 상대적으로 인적 구성이 어렵기 때문인지 안철수 신당 활동이 조금 부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안철수라는 이름에 모아지는 기대에 부응하려면 조금 마음에 안 들더라도 신당을 창당하기보다는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와서 당을 개혁하고 강화해서 좋은 정당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수색채 강한 강원도서 압도적 1위
강원도 홀대론에서 강원도 역할론으로

- 현직 도지사로서 내년 지방선거의 판세는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 아직은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내년 지방선거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굉장히 다이나믹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봅니다. 어쨌든, 내년 지방선거는 국민들의 요구와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고, 세밀하게 준비해서 당략적 차원보다도 국가 전체가 화합하고 소통하는 하나의 국민 토론장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강원도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 접경지역인 강원도는 평화적인 남북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강원도는 그간 남북교류협력사업에 선도적 역할 수행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천안함 사태에 따른 정부의 5.24조치로 남북교류는 중단된 상태입니다. 향후 남북관계의 상황변화 및 정부정책을 주시하면서, 정부승인 가능 사업부터 우선 추진하는 등 탄력적인 대응을 해나갈 것입니다.

- 새해를 맞이해 도민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해주시지요.
▲ 새해 강원도는 새 발전 전략으로 '중심지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그동안 변방으로 취급받던 강원도를 극동아시아 환동해의 중심지로 만들자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강원도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것입니다. 새해에는 도민 여러분도 바라는 모든 일들을 성취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갑오년 청마의 해를 맞아 활기차고 진취적인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최문순 강원도지사 프로필>

▲MBC 기자
▲MBC 노조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 초대위원장
▲MBC 대표이사
▲제18대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강원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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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