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도 넘은 '보수단체 편애' 실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18 09: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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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앞세워 국가기관 대선개입 덮는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정부의 보수단체 편애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법적 지원근거가 부족한 '묻지마 지원금'을 보수단체들에 퍼주는가 하면, 지난 10월엔 박근혜정부의 실세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잇따라 보수단체 대표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기도 했다. 박근혜정부의 보수단체 편애 이면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그 실태를 파헤쳐봤다.




박근혜정부의 실세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0월 잇따라 보수단체 대표들과 비공개로 회동을 가졌다. 특히 김 실장은 이들을 만나는 자리에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과 신동철 국민소통비서관까지 대동하고 나가 보수단체 대표들의 의견을 업무에 참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단체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김 실장과 남 원장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덕담 정도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파장은 컸다.

보수단체 편애
진보단체 소외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비판과 우려에는 귀를 막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왜곡해온 우파 인사들과 편향된 소통에 나선 정부가 국민을 편 가르고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르라 격려 받게 된 것은 아닌지 국민의 걱정이 태산 같다"고 비판했다.

야권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집권 초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으로 정권 기반이 흔들리자 보수단체를 통해 이를 상쇄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여름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가 주말마다 열리자 보수단체인 애국단체총협의회가 지방조직을 동원해 맞불집회를 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애국단체총협의회는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등 30여개의 보수성향 단체들을 가입되어 있다. 이중 자유총연맹은 국내 최대의 보수단체로 정부로부터 매년 10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고 있다. 자유총연맹은 맞불집회에 회원들을 참가시키고, 행사비 일부도 지원했다.

재야 시민단체 대선개입 규탄, 보수단체 부추겨 맞불
정권에 잘 보이면 지원금도 듬뿍 '관변단체 살아나나?'

이들은 맞불집회에서 의도적으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광장 방향으로 대형 확성기를 켠 채 집회를 진행하는 등 사실상 촛불집회를 방해하는 행동을 일삼았다. 당시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맞불집회의 확성기 소리가 너무 크다며 경찰에 항의했지만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박근혜정부는 이 같은 법을 사실상 무시하고 '묻지마 지원'을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안전행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정부는 577개 민간 비영리단체(NPO)에 144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올해 선정된 단체들 중 일부는 지난해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등 정치적 색을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을 어긴 것이다.

정치색 다분
관변단체 부활?

우선 '대국민 안보의식 고양 및 저변 확산' 사업을 위해 정부에서 7500만원을 지원받은 '국민생활안보협회'는 지난해 12월10일 서울 명동에서 박 후보 지지선언대회를 열었다.

'선진화시민행동'은 작년 10월24일 '대한민국 선진화 전진대회'에 박 후보를 초청한 데 이어 이른바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에 대해 '꼼수'라고 비난하는 등 정치적으로 편향적 활동을 했다. 이 단체는 '통일안보교육 및 캠페인 개최' 사업으로 3700만원을 지원받았다.

'탈북자단체 숭의동지회'와 'NK지식인연대'는 각각 통일안보 문화탐방사업 3300만원과 북한 실상 정보포럼사업 5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으나, 이들 단체는 지난해 11월 박 후보 지지연대 결성에 참여했다.

또 안전행정부는 '최근 3년 이내 불법 폭력시위를 주최·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단체, 구성원이 소속단체 명의로 불법시위에 참여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단체에서 제출한 사업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자체규정을 만들었으나 일부 보수단체는 이 같은 규정에 저촉됨에도 버젓이 지원금을 받았다.

지난 2009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를 파괴하고 시민에게 가스총을 발사해 2011년 12월 법원으로부터 위로금 80만원의 지급 판결을 받았던 '국민행동본부'가 대표적이다. 국민행동본부는 이러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2009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2억77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특히 국민행동본부의 서정갑 본부장은 지난 2004년 개최된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 운영위원장으로 당시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관을 폭행하도록 방조한 혐의로 집시법 위반 및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상이 인정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

하지만 서 본부장은 이명박정권 말 특별사면을 받았다. 당시 서 본부장은 고등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자 즉각 항소하며 최종심에서 무죄를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었다. 그런데 특별사면을 앞두고 갑자기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명박정부와 사전교감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었다.

지난 8월에는 청와대의 한 행정관과 안전행정부의 모 국장이 국내 최대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의 회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후보가 당선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야권은 청와대가 자유총연맹 회장선거에서 특정후보가 당선되도록 선거에 개입해 자유총연맹을 앞으로 있을 선거나 여론조성 등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청와대 행정관은 이에 대해 한 언론에 해명하는 과정에서 "(특정후보 지지 부탁이 아닌) 종북좌파 쪽에서 국정원 관련 촛불집회를 하니까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활동할 것인지 내용을 상의하러 갔던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청와대 관계자가 보수단체 간부와 만나 국정원 관련 촛불집회 대응책을 논의했다는 사실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야권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자유총연맹은 지난 7월 안행부의 특별검사 결과 보조금 1억3800만원을 부당하게 집행하는 등 불법 및 내부규정을 위반한 행위 36건이 적발됐으나 내년에도 13억가량의 보조금을 지급 받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아닌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고를 지원받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어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인사도 관여?
정치적 이용

한편 우리나라는 선진국들과 비교해 후원문화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정부 보조금이 비영리 민간단체의 활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지난 2000년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을 제정해, 각 단체별로 한 해에 최소 3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행정안전부 2012년 기준)을 지원하고 있다. 이 법의 목적은 시민단체의 자발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건전한 민간단체로 성장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시민단체의 공익활동 증진과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데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이 법을 악용해 정부 보조금을 정권의 성향이나 입맛에 맞는 단체에 지원해 이들을 정권 방어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치색 짙은데 '묻지마 지원' 나선 정부
과잉충성 경쟁 벌이는 극렬 보수단체들

안전행정부의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 선정 결과' 자료를 보면 지난 2011년부터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한 지원금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난 사실을 알 수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49억원을 지원해오던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비가 2011년에 들어서면서 98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더불어 매년 150개 전후였던 지원 사업 수도 220개로 늘어났다. 그런데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총사업비와 지원사업 수가 크게 늘기 시작한 2011년부터 '국가안보'라는 항목이 생겼다는 것이다.

2011년에 새로 도입된 '국가안보 증진 및 안전문화 정착' 항목은 2012년 '국가안보 및 사회통합', 2013년 '국가안보·재난안전과 사회통합'으로 조금씩 명칭을 바꿔가며 지원사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는 보수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를 거치며 보수 성향 단체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는 이유다.

물 만난 보수
커지는 목소리

한 전문가는 "사실 정부의 시민단체 편향지원은 현 정부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노무현정부 때는 반대로 진보성향단체에 지원이 집중된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성향에 맞는 단체에 보조금을 몰아주는 행위는 결국 시민단체를 정치화시킬 수밖에 없고, 정부를 비판해야 하는 시민단체를 길들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민단체가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며 "지금부터라도 공정한 지원금 지원기준을 만들어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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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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