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도 넘은 '보수단체 편애' 실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18 09: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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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앞세워 국가기관 대선개입 덮는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정부의 보수단체 편애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법적 지원근거가 부족한 '묻지마 지원금'을 보수단체들에 퍼주는가 하면, 지난 10월엔 박근혜정부의 실세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잇따라 보수단체 대표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기도 했다. 박근혜정부의 보수단체 편애 이면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그 실태를 파헤쳐봤다.




박근혜정부의 실세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0월 잇따라 보수단체 대표들과 비공개로 회동을 가졌다. 특히 김 실장은 이들을 만나는 자리에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과 신동철 국민소통비서관까지 대동하고 나가 보수단체 대표들의 의견을 업무에 참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단체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김 실장과 남 원장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덕담 정도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파장은 컸다.

보수단체 편애
진보단체 소외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비판과 우려에는 귀를 막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왜곡해온 우파 인사들과 편향된 소통에 나선 정부가 국민을 편 가르고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르라 격려 받게 된 것은 아닌지 국민의 걱정이 태산 같다"고 비판했다.

야권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집권 초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으로 정권 기반이 흔들리자 보수단체를 통해 이를 상쇄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여름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가 주말마다 열리자 보수단체인 애국단체총협의회가 지방조직을 동원해 맞불집회를 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애국단체총협의회는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등 30여개의 보수성향 단체들을 가입되어 있다. 이중 자유총연맹은 국내 최대의 보수단체로 정부로부터 매년 10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고 있다. 자유총연맹은 맞불집회에 회원들을 참가시키고, 행사비 일부도 지원했다.

재야 시민단체 대선개입 규탄, 보수단체 부추겨 맞불
정권에 잘 보이면 지원금도 듬뿍 '관변단체 살아나나?'

이들은 맞불집회에서 의도적으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광장 방향으로 대형 확성기를 켠 채 집회를 진행하는 등 사실상 촛불집회를 방해하는 행동을 일삼았다. 당시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맞불집회의 확성기 소리가 너무 크다며 경찰에 항의했지만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박근혜정부는 이 같은 법을 사실상 무시하고 '묻지마 지원'을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안전행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정부는 577개 민간 비영리단체(NPO)에 144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올해 선정된 단체들 중 일부는 지난해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등 정치적 색을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을 어긴 것이다.

정치색 다분
관변단체 부활?

우선 '대국민 안보의식 고양 및 저변 확산' 사업을 위해 정부에서 7500만원을 지원받은 '국민생활안보협회'는 지난해 12월10일 서울 명동에서 박 후보 지지선언대회를 열었다.


'선진화시민행동'은 작년 10월24일 '대한민국 선진화 전진대회'에 박 후보를 초청한 데 이어 이른바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에 대해 '꼼수'라고 비난하는 등 정치적으로 편향적 활동을 했다. 이 단체는 '통일안보교육 및 캠페인 개최' 사업으로 3700만원을 지원받았다.

'탈북자단체 숭의동지회'와 'NK지식인연대'는 각각 통일안보 문화탐방사업 3300만원과 북한 실상 정보포럼사업 5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으나, 이들 단체는 지난해 11월 박 후보 지지연대 결성에 참여했다.

또 안전행정부는 '최근 3년 이내 불법 폭력시위를 주최·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단체, 구성원이 소속단체 명의로 불법시위에 참여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단체에서 제출한 사업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자체규정을 만들었으나 일부 보수단체는 이 같은 규정에 저촉됨에도 버젓이 지원금을 받았다.

지난 2009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를 파괴하고 시민에게 가스총을 발사해 2011년 12월 법원으로부터 위로금 80만원의 지급 판결을 받았던 '국민행동본부'가 대표적이다. 국민행동본부는 이러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2009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2억77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특히 국민행동본부의 서정갑 본부장은 지난 2004년 개최된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 운영위원장으로 당시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관을 폭행하도록 방조한 혐의로 집시법 위반 및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상이 인정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

하지만 서 본부장은 이명박정권 말 특별사면을 받았다. 당시 서 본부장은 고등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자 즉각 항소하며 최종심에서 무죄를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었다. 그런데 특별사면을 앞두고 갑자기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명박정부와 사전교감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었다.

지난 8월에는 청와대의 한 행정관과 안전행정부의 모 국장이 국내 최대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의 회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후보가 당선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야권은 청와대가 자유총연맹 회장선거에서 특정후보가 당선되도록 선거에 개입해 자유총연맹을 앞으로 있을 선거나 여론조성 등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청와대 행정관은 이에 대해 한 언론에 해명하는 과정에서 "(특정후보 지지 부탁이 아닌) 종북좌파 쪽에서 국정원 관련 촛불집회를 하니까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활동할 것인지 내용을 상의하러 갔던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청와대 관계자가 보수단체 간부와 만나 국정원 관련 촛불집회 대응책을 논의했다는 사실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야권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자유총연맹은 지난 7월 안행부의 특별검사 결과 보조금 1억3800만원을 부당하게 집행하는 등 불법 및 내부규정을 위반한 행위 36건이 적발됐으나 내년에도 13억가량의 보조금을 지급 받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아닌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고를 지원받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어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인사도 관여?
정치적 이용

한편 우리나라는 선진국들과 비교해 후원문화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정부 보조금이 비영리 민간단체의 활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지난 2000년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을 제정해, 각 단체별로 한 해에 최소 3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행정안전부 2012년 기준)을 지원하고 있다. 이 법의 목적은 시민단체의 자발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건전한 민간단체로 성장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시민단체의 공익활동 증진과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데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이 법을 악용해 정부 보조금을 정권의 성향이나 입맛에 맞는 단체에 지원해 이들을 정권 방어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치색 짙은데 '묻지마 지원' 나선 정부
과잉충성 경쟁 벌이는 극렬 보수단체들

안전행정부의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 선정 결과' 자료를 보면 지난 2011년부터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한 지원금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난 사실을 알 수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49억원을 지원해오던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비가 2011년에 들어서면서 98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더불어 매년 150개 전후였던 지원 사업 수도 220개로 늘어났다. 그런데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총사업비와 지원사업 수가 크게 늘기 시작한 2011년부터 '국가안보'라는 항목이 생겼다는 것이다.

2011년에 새로 도입된 '국가안보 증진 및 안전문화 정착' 항목은 2012년 '국가안보 및 사회통합', 2013년 '국가안보·재난안전과 사회통합'으로 조금씩 명칭을 바꿔가며 지원사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는 보수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를 거치며 보수 성향 단체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는 이유다.


물 만난 보수
커지는 목소리

한 전문가는 "사실 정부의 시민단체 편향지원은 현 정부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노무현정부 때는 반대로 진보성향단체에 지원이 집중된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성향에 맞는 단체에 보조금을 몰아주는 행위는 결국 시민단체를 정치화시킬 수밖에 없고, 정부를 비판해야 하는 시민단체를 길들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민단체가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며 "지금부터라도 공정한 지원금 지원기준을 만들어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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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