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도 넘은 '보수단체 편애' 실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18 09: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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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앞세워 국가기관 대선개입 덮는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정부의 보수단체 편애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법적 지원근거가 부족한 '묻지마 지원금'을 보수단체들에 퍼주는가 하면, 지난 10월엔 박근혜정부의 실세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잇따라 보수단체 대표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기도 했다. 박근혜정부의 보수단체 편애 이면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그 실태를 파헤쳐봤다.




박근혜정부의 실세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0월 잇따라 보수단체 대표들과 비공개로 회동을 가졌다. 특히 김 실장은 이들을 만나는 자리에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과 신동철 국민소통비서관까지 대동하고 나가 보수단체 대표들의 의견을 업무에 참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단체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김 실장과 남 원장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덕담 정도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파장은 컸다.

보수단체 편애
진보단체 소외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비판과 우려에는 귀를 막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왜곡해온 우파 인사들과 편향된 소통에 나선 정부가 국민을 편 가르고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르라 격려 받게 된 것은 아닌지 국민의 걱정이 태산 같다"고 비판했다.

야권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집권 초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으로 정권 기반이 흔들리자 보수단체를 통해 이를 상쇄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여름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가 주말마다 열리자 보수단체인 애국단체총협의회가 지방조직을 동원해 맞불집회를 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애국단체총협의회는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등 30여개의 보수성향 단체들을 가입되어 있다. 이중 자유총연맹은 국내 최대의 보수단체로 정부로부터 매년 10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고 있다. 자유총연맹은 맞불집회에 회원들을 참가시키고, 행사비 일부도 지원했다.

재야 시민단체 대선개입 규탄, 보수단체 부추겨 맞불
정권에 잘 보이면 지원금도 듬뿍 '관변단체 살아나나?'

이들은 맞불집회에서 의도적으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광장 방향으로 대형 확성기를 켠 채 집회를 진행하는 등 사실상 촛불집회를 방해하는 행동을 일삼았다. 당시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맞불집회의 확성기 소리가 너무 크다며 경찰에 항의했지만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박근혜정부는 이 같은 법을 사실상 무시하고 '묻지마 지원'을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안전행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정부는 577개 민간 비영리단체(NPO)에 144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올해 선정된 단체들 중 일부는 지난해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등 정치적 색을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을 어긴 것이다.

정치색 다분
관변단체 부활?

우선 '대국민 안보의식 고양 및 저변 확산' 사업을 위해 정부에서 7500만원을 지원받은 '국민생활안보협회'는 지난해 12월10일 서울 명동에서 박 후보 지지선언대회를 열었다.


'선진화시민행동'은 작년 10월24일 '대한민국 선진화 전진대회'에 박 후보를 초청한 데 이어 이른바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에 대해 '꼼수'라고 비난하는 등 정치적으로 편향적 활동을 했다. 이 단체는 '통일안보교육 및 캠페인 개최' 사업으로 3700만원을 지원받았다.

'탈북자단체 숭의동지회'와 'NK지식인연대'는 각각 통일안보 문화탐방사업 3300만원과 북한 실상 정보포럼사업 5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으나, 이들 단체는 지난해 11월 박 후보 지지연대 결성에 참여했다.

또 안전행정부는 '최근 3년 이내 불법 폭력시위를 주최·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단체, 구성원이 소속단체 명의로 불법시위에 참여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단체에서 제출한 사업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자체규정을 만들었으나 일부 보수단체는 이 같은 규정에 저촉됨에도 버젓이 지원금을 받았다.

지난 2009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를 파괴하고 시민에게 가스총을 발사해 2011년 12월 법원으로부터 위로금 80만원의 지급 판결을 받았던 '국민행동본부'가 대표적이다. 국민행동본부는 이러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2009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2억77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특히 국민행동본부의 서정갑 본부장은 지난 2004년 개최된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 운영위원장으로 당시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관을 폭행하도록 방조한 혐의로 집시법 위반 및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상이 인정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

하지만 서 본부장은 이명박정권 말 특별사면을 받았다. 당시 서 본부장은 고등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자 즉각 항소하며 최종심에서 무죄를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었다. 그런데 특별사면을 앞두고 갑자기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명박정부와 사전교감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었다.

지난 8월에는 청와대의 한 행정관과 안전행정부의 모 국장이 국내 최대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의 회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후보가 당선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야권은 청와대가 자유총연맹 회장선거에서 특정후보가 당선되도록 선거에 개입해 자유총연맹을 앞으로 있을 선거나 여론조성 등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청와대 행정관은 이에 대해 한 언론에 해명하는 과정에서 "(특정후보 지지 부탁이 아닌) 종북좌파 쪽에서 국정원 관련 촛불집회를 하니까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활동할 것인지 내용을 상의하러 갔던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청와대 관계자가 보수단체 간부와 만나 국정원 관련 촛불집회 대응책을 논의했다는 사실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야권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자유총연맹은 지난 7월 안행부의 특별검사 결과 보조금 1억3800만원을 부당하게 집행하는 등 불법 및 내부규정을 위반한 행위 36건이 적발됐으나 내년에도 13억가량의 보조금을 지급 받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아닌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고를 지원받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어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인사도 관여?
정치적 이용

한편 우리나라는 선진국들과 비교해 후원문화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정부 보조금이 비영리 민간단체의 활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지난 2000년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을 제정해, 각 단체별로 한 해에 최소 3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행정안전부 2012년 기준)을 지원하고 있다. 이 법의 목적은 시민단체의 자발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건전한 민간단체로 성장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시민단체의 공익활동 증진과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데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이 법을 악용해 정부 보조금을 정권의 성향이나 입맛에 맞는 단체에 지원해 이들을 정권 방어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치색 짙은데 '묻지마 지원' 나선 정부
과잉충성 경쟁 벌이는 극렬 보수단체들

안전행정부의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 선정 결과' 자료를 보면 지난 2011년부터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한 지원금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난 사실을 알 수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49억원을 지원해오던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비가 2011년에 들어서면서 98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더불어 매년 150개 전후였던 지원 사업 수도 220개로 늘어났다. 그런데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총사업비와 지원사업 수가 크게 늘기 시작한 2011년부터 '국가안보'라는 항목이 생겼다는 것이다.

2011년에 새로 도입된 '국가안보 증진 및 안전문화 정착' 항목은 2012년 '국가안보 및 사회통합', 2013년 '국가안보·재난안전과 사회통합'으로 조금씩 명칭을 바꿔가며 지원사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는 보수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를 거치며 보수 성향 단체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는 이유다.


물 만난 보수
커지는 목소리

한 전문가는 "사실 정부의 시민단체 편향지원은 현 정부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노무현정부 때는 반대로 진보성향단체에 지원이 집중된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성향에 맞는 단체에 보조금을 몰아주는 행위는 결국 시민단체를 정치화시킬 수밖에 없고, 정부를 비판해야 하는 시민단체를 길들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민단체가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며 "지금부터라도 공정한 지원금 지원기준을 만들어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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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