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취재> 연예인 성매매 의혹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16 11: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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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재벌-톱스타 환각 섹스파티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유명 연예인이 억대 성매매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의 관심은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여자 연예인이 누구냐에 쏠렸다. 그러나 이번 연예인 성매매 수사의 방점은 따로 있다. 수십 명의 여성들과 섹스파티를 벌인 재력가 스폰서가 누구냐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뒤흔들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재벌의 돈과 연예인의 몸, 마약과 환락이 얽힌 추악한 연결 고리가 드러날까. 지난 4일 기자는 법조계 한 관계자로부터 충격적인 첩보를 접했다. 유명 여성 연예인 A씨와 B씨 등이 연루된 이른바 성접대 의혹이었다. 이 관계자는 "수사 단계라 아직 보도되진 않은 내용"이라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연예인 성접대
누가 컨트롤했나

관계자에 따르면 정보의 근원지는 공업단지로 유명한 수도권 한 도시였다. 그리고 이 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절대로 이 사건을 외부로 유출시켜선 안 된다"며 입단속을 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와 만난 관계자는 "(아무래도) 브로커가 연계된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추가 취재를 피했다. 관련한 내막이 궁금했다.

성접대가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관할 지역의 경찰 관계자와 접촉했다. 그러나 그는 "처음 듣는 일"이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때문에 경찰에서 내사를 벌이다가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것인지 아니면 검찰 단계에서 처음부터 기획수사가 진행된 것인지 분명치 않았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확실했던 건 이번 성매매 수사가 서울 밖에서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A씨와 B씨 모두 현시점에서 이른바 톱스타로 보긴 어려웠다. 업계 소문과 언론에 비친 이미지를 종합했을 때 이들의 성매매 의혹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복수 언론 관계자는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파다했던 얘기인데 이걸 왜 이제야 끄집어냈는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실제로 A씨와 B씨는 연예계 루머의 단골손님이었다.


30여명 여성 연예인 검찰 내사 중
루머 단골손님들 입방아 오르내려

A씨는 이번 성접대 의혹의 핵심 인물 중 1명으로 조심스레 거론된다. 공중파 드라마로 시작해 영화로까지 영역을 넓힌 A씨는 서구적인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미녀대회 출신 배우다. 나중에서야 밝혀진 일이지만 검찰이 첩보를 입수할 당시 A씨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여자 연예인의 이름이 나와 당국이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해당 연예인과 관련한 추문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다는 것이 사정기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B씨 역시 지상파 드라마로 이름을 알린 연기파 배우로 활동 당시엔 청순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연예계 블루칩이었다. 그러나 B씨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 등으로 곤욕을 치른 일이 많았고, 연기생활 내내 평탄치 못한 험로를 걸었다. 때문에 '이번 검찰 수사가 B씨에 대한 주홍글씨일 수 있다'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익명의 관계자는 B씨가 수사선상에 올라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러나 해당 사실을 기사화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번 성접대 의혹의 핵심 고리인 재벌과 관련한 단서가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예인 성매매의 키맨이자 브로커로 통칭된 C씨의 증언 확보가 필수였다.

브로커 C씨
구속영장 기각

그런데 C씨에겐 이미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였다. 이 무렵 관할 법조기관을 중심으로 "조만간 법정에서 연예인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소문이 돌았다. 즉 연예인 성접대 수사가 전혀 근거 없는 '카더라' 수준의 첩보는 아니었단 설명이다.

문제는 영장을 심사하는 법원이 수사기관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는 것에 있었다.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지만 검찰은 지난 8월 2차례에 걸쳐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검찰의 영장을 기각했다.


이는 C씨의 범죄 사실이 구속을 요할 만큼 중대하지 않거나 사건이 벌어진 시점이 증거 인멸을 계획할 만큼 가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장롱 안에 있는 사건을 끄집어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자문을 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성매매 사건을 전제로 한다면 성매수자나 성매매 여성 모두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법률상 중범죄가 아닌데) 영장이 몇 번 기각되면 재청구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시행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을 살펴보면 성을 매수하거나 매매한 행위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도록 명시돼있다.

단 성매매를 알선한 경우는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져 형벌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여기서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C씨는 해당 법률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영장 기각이 된 후 수사는 답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앞서 C씨를 소환조사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 기각 후 수사팀은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며 보완 수사를 해왔지만 관련한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기자는 수원지검 안산지청을 찾았다. 당시 기자는 수사와 관련한 첩보를 알고 있는 것으로 추측됐던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복수 관계자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고, 이 중 한 관계자는 "민원실을 통해 알아보라"고 얘기를 돌렸다. 어렵게 접촉한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안산에 정통한 마당발한테 물어봤는데도 모른다고 할 정도"라며 "워낙 민감한 사건이라 노출되는 것이 곤란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거짓말처럼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 연예매체의 보도 후 연예인 성매매와 관련한 기사들이 속속 게재됐다. 한편에선 정국 현안을 덮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고, 카카오톡 메신저를 비롯한 SNS에선 수사선상에 오른 연예인들을 추측한 '찌라시'가 유포됐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우후죽순 퍼지면서 '민영화'라는 가명의 연예인이 각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은밀히 벌이고 있던 수사가 언론에 노출되자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건이 재벌 쪽과 연루돼 있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 자세한 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와 B씨
빙산의 일각

대외적으로 이번 사건은 한 연예기획사 대표를 소환조사하면서 성매매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검찰 지근에선 다른 말이 들린다. 이번 수사의 시작이 마약 수사라는 전언이다.

일반적인 마약 수사는 외부 보안이 생명이다. 어떤 마약을 투여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투약 현장을 잡지 못한다면 피의자의 소변이나 모발, 체모검사를 통해 약물 반응을 체크해야 한다.

자연스레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은 검찰의 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약물 검사 반응이 음성으로 나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게 일반적이다. 더불어 피의자들은 증거 인멸을 위해 머리카락과 체모를 염색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한 경우 제모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와 B씨가 특정된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수사 초기 검찰은 내사 결과를 바탕으로 모두 30여명에 달하는 여성들을 수사망에 올렸는데 이중 A씨와 B씨는 소환조사에 불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C씨뿐만 아니라 A씨와 B씨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청구해 관련한 혐의를 입증하려 했다는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 확산
국면 전환용 '물타기' 의혹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와 복수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번 사건의 최종 포커스는 연예인이 아닌 재벌들의 환각파티 여부로 쏠린다.

벤처 사업가, 기업 고위 임원, 재벌 2·3세 등으로 알려진 이들은 C씨를 통해 연예인이나 연예인과 닮은 고급 유흥업소 종업원을 소개받고,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돈으로 성매수를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C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성매매 리스트를 바탕으로 관련한 인물들을 추궁하고 있지만 해당 의혹을 받고 있는 여성들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아 '진짜 몸통'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 조사에 응한 한 연예인은 성매매 사실을 극구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브로커 C씨의 통화내역을 추적해 그가 일부 연예인들과 접촉했으며, 만남을 주선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일부 유명 연예인과 거액을 지불할 수 있는 재력가가 실제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문제는 금품이 오간 정황이 아니다.  재력가와 연예인의 만남을 성매매로 규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예를 들어 성매수 남성과 성매매 여성이 상호 호감을 갖고 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하면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약해진다. 때문에 검찰 입장에선 여성들의 '입'에 기대를 거는 상황이다.

현재 검찰은 A씨와 B씨 등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성매수 남성들을 소환할 계획을 잡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결정적인 증언이 나오지 않아 재력가들이 실제 소환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연예인 관계맺은
재력가 드러날까

검찰 안팎에선 이번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핵심 키맨인 C씨를 구속하지 못한 데다 A씨와 B씨 역시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커 의혹만 남은 수사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수사팀은 여론의 촉각이 몰린 이상 대충 수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검찰에 정통한 한 인사는 "정·재계 인사 중 마약과 연루된 인물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의견을 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인 성매매 '설설설'

Y씨, L씨, K씨 진짜?

지난 11일 A급 연예인이 연루된 성매매 의혹이 복수 매체에 보도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혐의를 받고 있는 일부 연예인의 신원이 노출됐다. 관련한 보도에서 해당 연예인들은 모두 익명 처리됐다.

그러나 해당 연예인들의 실명을 기재한 일명 '증권가 찌라시'는 아무 근거 없이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최근 나돌고 있는 Y씨와 L씨에 대한 의혹은 13일을 기준으로 사실이 아니다. 설사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공표된 적은 없다.

또 K씨, S씨, J씨 등 유명 연예인들 역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카더라'에 가깝다. 특히 브로커로 지목된 J씨는 사건 당일 기사를 내면서 의심을 사게 된 경우다.

하지만 찌라시 중 검찰의 공표 사실이 일부 포함된 글이 있다. 통상 찌라시가 여러 정보를 조합해서 생성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당연한 것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면 "1990년대 미인대회에 입상한 뒤 연예계에 데뷔한 30대 탤런트 ㄱ씨"까지는 맞다. 그러나 실명이 다르다. 또 "지상파 방송의 유명 드라마에 여러 차례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높인 탤런트 L씨"도 맞다. 이 역시 실명이 다르다.

이처럼 연예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보니 소문을 막을 길은 없는 상황. 당분간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연예인 성매매를 둘러싼 루머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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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