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취재> 연예인 성매매 의혹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16 11: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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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재벌-톱스타 환각 섹스파티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유명 연예인이 억대 성매매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의 관심은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여자 연예인이 누구냐에 쏠렸다. 그러나 이번 연예인 성매매 수사의 방점은 따로 있다. 수십 명의 여성들과 섹스파티를 벌인 재력가 스폰서가 누구냐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뒤흔들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재벌의 돈과 연예인의 몸, 마약과 환락이 얽힌 추악한 연결 고리가 드러날까. 지난 4일 기자는 법조계 한 관계자로부터 충격적인 첩보를 접했다. 유명 여성 연예인 A씨와 B씨 등이 연루된 이른바 성접대 의혹이었다. 이 관계자는 "수사 단계라 아직 보도되진 않은 내용"이라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연예인 성접대
누가 컨트롤했나

관계자에 따르면 정보의 근원지는 공업단지로 유명한 수도권 한 도시였다. 그리고 이 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절대로 이 사건을 외부로 유출시켜선 안 된다"며 입단속을 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와 만난 관계자는 "(아무래도) 브로커가 연계된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추가 취재를 피했다. 관련한 내막이 궁금했다.

성접대가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관할 지역의 경찰 관계자와 접촉했다. 그러나 그는 "처음 듣는 일"이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때문에 경찰에서 내사를 벌이다가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것인지 아니면 검찰 단계에서 처음부터 기획수사가 진행된 것인지 분명치 않았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확실했던 건 이번 성매매 수사가 서울 밖에서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A씨와 B씨 모두 현시점에서 이른바 톱스타로 보긴 어려웠다. 업계 소문과 언론에 비친 이미지를 종합했을 때 이들의 성매매 의혹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복수 언론 관계자는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파다했던 얘기인데 이걸 왜 이제야 끄집어냈는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실제로 A씨와 B씨는 연예계 루머의 단골손님이었다.


30여명 여성 연예인 검찰 내사 중
루머 단골손님들 입방아 오르내려

A씨는 이번 성접대 의혹의 핵심 인물 중 1명으로 조심스레 거론된다. 공중파 드라마로 시작해 영화로까지 영역을 넓힌 A씨는 서구적인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미녀대회 출신 배우다. 나중에서야 밝혀진 일이지만 검찰이 첩보를 입수할 당시 A씨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여자 연예인의 이름이 나와 당국이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해당 연예인과 관련한 추문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다는 것이 사정기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B씨 역시 지상파 드라마로 이름을 알린 연기파 배우로 활동 당시엔 청순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연예계 블루칩이었다. 그러나 B씨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 등으로 곤욕을 치른 일이 많았고, 연기생활 내내 평탄치 못한 험로를 걸었다. 때문에 '이번 검찰 수사가 B씨에 대한 주홍글씨일 수 있다'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익명의 관계자는 B씨가 수사선상에 올라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러나 해당 사실을 기사화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번 성접대 의혹의 핵심 고리인 재벌과 관련한 단서가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예인 성매매의 키맨이자 브로커로 통칭된 C씨의 증언 확보가 필수였다.

브로커 C씨
구속영장 기각

그런데 C씨에겐 이미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였다. 이 무렵 관할 법조기관을 중심으로 "조만간 법정에서 연예인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소문이 돌았다. 즉 연예인 성접대 수사가 전혀 근거 없는 '카더라' 수준의 첩보는 아니었단 설명이다.

문제는 영장을 심사하는 법원이 수사기관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는 것에 있었다.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지만 검찰은 지난 8월 2차례에 걸쳐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검찰의 영장을 기각했다.


이는 C씨의 범죄 사실이 구속을 요할 만큼 중대하지 않거나 사건이 벌어진 시점이 증거 인멸을 계획할 만큼 가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장롱 안에 있는 사건을 끄집어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자문을 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성매매 사건을 전제로 한다면 성매수자나 성매매 여성 모두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법률상 중범죄가 아닌데) 영장이 몇 번 기각되면 재청구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시행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을 살펴보면 성을 매수하거나 매매한 행위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도록 명시돼있다.

단 성매매를 알선한 경우는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져 형벌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여기서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C씨는 해당 법률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영장 기각이 된 후 수사는 답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앞서 C씨를 소환조사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 기각 후 수사팀은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며 보완 수사를 해왔지만 관련한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기자는 수원지검 안산지청을 찾았다. 당시 기자는 수사와 관련한 첩보를 알고 있는 것으로 추측됐던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복수 관계자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고, 이 중 한 관계자는 "민원실을 통해 알아보라"고 얘기를 돌렸다. 어렵게 접촉한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안산에 정통한 마당발한테 물어봤는데도 모른다고 할 정도"라며 "워낙 민감한 사건이라 노출되는 것이 곤란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거짓말처럼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 연예매체의 보도 후 연예인 성매매와 관련한 기사들이 속속 게재됐다. 한편에선 정국 현안을 덮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고, 카카오톡 메신저를 비롯한 SNS에선 수사선상에 오른 연예인들을 추측한 '찌라시'가 유포됐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우후죽순 퍼지면서 '민영화'라는 가명의 연예인이 각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은밀히 벌이고 있던 수사가 언론에 노출되자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건이 재벌 쪽과 연루돼 있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 자세한 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와 B씨
빙산의 일각

대외적으로 이번 사건은 한 연예기획사 대표를 소환조사하면서 성매매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검찰 지근에선 다른 말이 들린다. 이번 수사의 시작이 마약 수사라는 전언이다.

일반적인 마약 수사는 외부 보안이 생명이다. 어떤 마약을 투여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투약 현장을 잡지 못한다면 피의자의 소변이나 모발, 체모검사를 통해 약물 반응을 체크해야 한다.

자연스레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은 검찰의 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약물 검사 반응이 음성으로 나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게 일반적이다. 더불어 피의자들은 증거 인멸을 위해 머리카락과 체모를 염색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한 경우 제모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와 B씨가 특정된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수사 초기 검찰은 내사 결과를 바탕으로 모두 30여명에 달하는 여성들을 수사망에 올렸는데 이중 A씨와 B씨는 소환조사에 불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C씨뿐만 아니라 A씨와 B씨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청구해 관련한 혐의를 입증하려 했다는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 확산
국면 전환용 '물타기' 의혹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와 복수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번 사건의 최종 포커스는 연예인이 아닌 재벌들의 환각파티 여부로 쏠린다.

벤처 사업가, 기업 고위 임원, 재벌 2·3세 등으로 알려진 이들은 C씨를 통해 연예인이나 연예인과 닮은 고급 유흥업소 종업원을 소개받고,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돈으로 성매수를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C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성매매 리스트를 바탕으로 관련한 인물들을 추궁하고 있지만 해당 의혹을 받고 있는 여성들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아 '진짜 몸통'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 조사에 응한 한 연예인은 성매매 사실을 극구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브로커 C씨의 통화내역을 추적해 그가 일부 연예인들과 접촉했으며, 만남을 주선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일부 유명 연예인과 거액을 지불할 수 있는 재력가가 실제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문제는 금품이 오간 정황이 아니다.  재력가와 연예인의 만남을 성매매로 규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예를 들어 성매수 남성과 성매매 여성이 상호 호감을 갖고 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하면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약해진다. 때문에 검찰 입장에선 여성들의 '입'에 기대를 거는 상황이다.

현재 검찰은 A씨와 B씨 등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성매수 남성들을 소환할 계획을 잡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결정적인 증언이 나오지 않아 재력가들이 실제 소환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연예인 관계맺은
재력가 드러날까

검찰 안팎에선 이번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핵심 키맨인 C씨를 구속하지 못한 데다 A씨와 B씨 역시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커 의혹만 남은 수사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수사팀은 여론의 촉각이 몰린 이상 대충 수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검찰에 정통한 한 인사는 "정·재계 인사 중 마약과 연루된 인물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의견을 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인 성매매 '설설설'

Y씨, L씨, K씨 진짜?

지난 11일 A급 연예인이 연루된 성매매 의혹이 복수 매체에 보도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혐의를 받고 있는 일부 연예인의 신원이 노출됐다. 관련한 보도에서 해당 연예인들은 모두 익명 처리됐다.

그러나 해당 연예인들의 실명을 기재한 일명 '증권가 찌라시'는 아무 근거 없이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최근 나돌고 있는 Y씨와 L씨에 대한 의혹은 13일을 기준으로 사실이 아니다. 설사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공표된 적은 없다.

또 K씨, S씨, J씨 등 유명 연예인들 역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카더라'에 가깝다. 특히 브로커로 지목된 J씨는 사건 당일 기사를 내면서 의심을 사게 된 경우다.

하지만 찌라시 중 검찰의 공표 사실이 일부 포함된 글이 있다. 통상 찌라시가 여러 정보를 조합해서 생성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당연한 것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면 "1990년대 미인대회에 입상한 뒤 연예계에 데뷔한 30대 탤런트 ㄱ씨"까지는 맞다. 그러나 실명이 다르다. 또 "지상파 방송의 유명 드라마에 여러 차례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높인 탤런트 L씨"도 맞다. 이 역시 실명이 다르다.

이처럼 연예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보니 소문을 막을 길은 없는 상황. 당분간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연예인 성매매를 둘러싼 루머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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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