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취재> 연예인 성매매 의혹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16 11: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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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재벌-톱스타 환각 섹스파티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유명 연예인이 억대 성매매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의 관심은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여자 연예인이 누구냐에 쏠렸다. 그러나 이번 연예인 성매매 수사의 방점은 따로 있다. 수십 명의 여성들과 섹스파티를 벌인 재력가 스폰서가 누구냐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뒤흔들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재벌의 돈과 연예인의 몸, 마약과 환락이 얽힌 추악한 연결 고리가 드러날까. 지난 4일 기자는 법조계 한 관계자로부터 충격적인 첩보를 접했다. 유명 여성 연예인 A씨와 B씨 등이 연루된 이른바 성접대 의혹이었다. 이 관계자는 "수사 단계라 아직 보도되진 않은 내용"이라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연예인 성접대
누가 컨트롤했나

관계자에 따르면 정보의 근원지는 공업단지로 유명한 수도권 한 도시였다. 그리고 이 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절대로 이 사건을 외부로 유출시켜선 안 된다"며 입단속을 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와 만난 관계자는 "(아무래도) 브로커가 연계된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추가 취재를 피했다. 관련한 내막이 궁금했다.

성접대가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관할 지역의 경찰 관계자와 접촉했다. 그러나 그는 "처음 듣는 일"이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때문에 경찰에서 내사를 벌이다가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것인지 아니면 검찰 단계에서 처음부터 기획수사가 진행된 것인지 분명치 않았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확실했던 건 이번 성매매 수사가 서울 밖에서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A씨와 B씨 모두 현시점에서 이른바 톱스타로 보긴 어려웠다. 업계 소문과 언론에 비친 이미지를 종합했을 때 이들의 성매매 의혹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복수 언론 관계자는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파다했던 얘기인데 이걸 왜 이제야 끄집어냈는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실제로 A씨와 B씨는 연예계 루머의 단골손님이었다.

30여명 여성 연예인 검찰 내사 중
루머 단골손님들 입방아 오르내려

A씨는 이번 성접대 의혹의 핵심 인물 중 1명으로 조심스레 거론된다. 공중파 드라마로 시작해 영화로까지 영역을 넓힌 A씨는 서구적인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미녀대회 출신 배우다. 나중에서야 밝혀진 일이지만 검찰이 첩보를 입수할 당시 A씨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여자 연예인의 이름이 나와 당국이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해당 연예인과 관련한 추문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다는 것이 사정기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B씨 역시 지상파 드라마로 이름을 알린 연기파 배우로 활동 당시엔 청순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연예계 블루칩이었다. 그러나 B씨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 등으로 곤욕을 치른 일이 많았고, 연기생활 내내 평탄치 못한 험로를 걸었다. 때문에 '이번 검찰 수사가 B씨에 대한 주홍글씨일 수 있다'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익명의 관계자는 B씨가 수사선상에 올라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러나 해당 사실을 기사화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번 성접대 의혹의 핵심 고리인 재벌과 관련한 단서가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예인 성매매의 키맨이자 브로커로 통칭된 C씨의 증언 확보가 필수였다.

브로커 C씨
구속영장 기각

그런데 C씨에겐 이미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였다. 이 무렵 관할 법조기관을 중심으로 "조만간 법정에서 연예인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소문이 돌았다. 즉 연예인 성접대 수사가 전혀 근거 없는 '카더라' 수준의 첩보는 아니었단 설명이다.

문제는 영장을 심사하는 법원이 수사기관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는 것에 있었다.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지만 검찰은 지난 8월 2차례에 걸쳐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검찰의 영장을 기각했다.

이는 C씨의 범죄 사실이 구속을 요할 만큼 중대하지 않거나 사건이 벌어진 시점이 증거 인멸을 계획할 만큼 가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장롱 안에 있는 사건을 끄집어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자문을 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성매매 사건을 전제로 한다면 성매수자나 성매매 여성 모두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법률상 중범죄가 아닌데) 영장이 몇 번 기각되면 재청구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시행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을 살펴보면 성을 매수하거나 매매한 행위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도록 명시돼있다.

단 성매매를 알선한 경우는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져 형벌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여기서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C씨는 해당 법률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영장 기각이 된 후 수사는 답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앞서 C씨를 소환조사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 기각 후 수사팀은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며 보완 수사를 해왔지만 관련한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기자는 수원지검 안산지청을 찾았다. 당시 기자는 수사와 관련한 첩보를 알고 있는 것으로 추측됐던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복수 관계자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고, 이 중 한 관계자는 "민원실을 통해 알아보라"고 얘기를 돌렸다. 어렵게 접촉한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안산에 정통한 마당발한테 물어봤는데도 모른다고 할 정도"라며 "워낙 민감한 사건이라 노출되는 것이 곤란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거짓말처럼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 연예매체의 보도 후 연예인 성매매와 관련한 기사들이 속속 게재됐다. 한편에선 정국 현안을 덮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고, 카카오톡 메신저를 비롯한 SNS에선 수사선상에 오른 연예인들을 추측한 '찌라시'가 유포됐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우후죽순 퍼지면서 '민영화'라는 가명의 연예인이 각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은밀히 벌이고 있던 수사가 언론에 노출되자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건이 재벌 쪽과 연루돼 있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 자세한 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와 B씨
빙산의 일각

대외적으로 이번 사건은 한 연예기획사 대표를 소환조사하면서 성매매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검찰 지근에선 다른 말이 들린다. 이번 수사의 시작이 마약 수사라는 전언이다.

일반적인 마약 수사는 외부 보안이 생명이다. 어떤 마약을 투여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투약 현장을 잡지 못한다면 피의자의 소변이나 모발, 체모검사를 통해 약물 반응을 체크해야 한다.

자연스레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은 검찰의 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약물 검사 반응이 음성으로 나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게 일반적이다. 더불어 피의자들은 증거 인멸을 위해 머리카락과 체모를 염색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한 경우 제모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와 B씨가 특정된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수사 초기 검찰은 내사 결과를 바탕으로 모두 30여명에 달하는 여성들을 수사망에 올렸는데 이중 A씨와 B씨는 소환조사에 불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C씨뿐만 아니라 A씨와 B씨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청구해 관련한 혐의를 입증하려 했다는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 확산
국면 전환용 '물타기' 의혹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와 복수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번 사건의 최종 포커스는 연예인이 아닌 재벌들의 환각파티 여부로 쏠린다.

벤처 사업가, 기업 고위 임원, 재벌 2·3세 등으로 알려진 이들은 C씨를 통해 연예인이나 연예인과 닮은 고급 유흥업소 종업원을 소개받고,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돈으로 성매수를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C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성매매 리스트를 바탕으로 관련한 인물들을 추궁하고 있지만 해당 의혹을 받고 있는 여성들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아 '진짜 몸통'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 조사에 응한 한 연예인은 성매매 사실을 극구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브로커 C씨의 통화내역을 추적해 그가 일부 연예인들과 접촉했으며, 만남을 주선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일부 유명 연예인과 거액을 지불할 수 있는 재력가가 실제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문제는 금품이 오간 정황이 아니다.  재력가와 연예인의 만남을 성매매로 규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예를 들어 성매수 남성과 성매매 여성이 상호 호감을 갖고 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하면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약해진다. 때문에 검찰 입장에선 여성들의 '입'에 기대를 거는 상황이다.

현재 검찰은 A씨와 B씨 등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성매수 남성들을 소환할 계획을 잡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결정적인 증언이 나오지 않아 재력가들이 실제 소환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연예인 관계맺은
재력가 드러날까

검찰 안팎에선 이번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핵심 키맨인 C씨를 구속하지 못한 데다 A씨와 B씨 역시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커 의혹만 남은 수사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수사팀은 여론의 촉각이 몰린 이상 대충 수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검찰에 정통한 한 인사는 "정·재계 인사 중 마약과 연루된 인물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의견을 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인 성매매 '설설설'

Y씨, L씨, K씨 진짜?

지난 11일 A급 연예인이 연루된 성매매 의혹이 복수 매체에 보도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혐의를 받고 있는 일부 연예인의 신원이 노출됐다. 관련한 보도에서 해당 연예인들은 모두 익명 처리됐다.

그러나 해당 연예인들의 실명을 기재한 일명 '증권가 찌라시'는 아무 근거 없이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최근 나돌고 있는 Y씨와 L씨에 대한 의혹은 13일을 기준으로 사실이 아니다. 설사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공표된 적은 없다.

또 K씨, S씨, J씨 등 유명 연예인들 역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카더라'에 가깝다. 특히 브로커로 지목된 J씨는 사건 당일 기사를 내면서 의심을 사게 된 경우다.

하지만 찌라시 중 검찰의 공표 사실이 일부 포함된 글이 있다. 통상 찌라시가 여러 정보를 조합해서 생성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당연한 것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면 "1990년대 미인대회에 입상한 뒤 연예계에 데뷔한 30대 탤런트 ㄱ씨"까지는 맞다. 그러나 실명이 다르다. 또 "지상파 방송의 유명 드라마에 여러 차례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높인 탤런트 L씨"도 맞다. 이 역시 실명이 다르다.

이처럼 연예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보니 소문을 막을 길은 없는 상황. 당분간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연예인 성매매를 둘러싼 루머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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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