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부실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2.10 11: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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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에…자금 돌려막기 ‘적신호’

[일요시사=경제1팀] 조현식 한국타이어 사장의 개인회사 3곳이 수상쩍다. 아노텐금산과 에이치투더블유티이, 아노텐더블유티이는 조 사장이 주요 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 이들 사이에서의 차입금 거래가 증가하면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운영자금지원이 목적이라지만, 적자가 누적된 부실계열사를 지원하고 있어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지적이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사장은 그룹 내 비주력계열사 몇 곳을 소유하고 있다. 이 중 증기 냉온수 및 공기조절 공급업체인 아노텐 금산과 기계장비 중개업체인 에이치투더블유티이는 기계장비 중개업체인 아노텐더블유티이로부터 운영자금을 빌려 회사를 꾸려 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차입규모가 2배 이상으로 증가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자본잠식서 자금대여

최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출자총액제한을 받는 51개 그룹 중 지난해 신규 진입한 한솔과 아모레퍼시픽을 제외한 49개 그룹의 계열사간 자금 차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국타이어그룹은 아노텐금산과 에이치투더블유티이가 올 상반기에 계열사로부터 50억3600만원을 차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3억6800만원에 비해 113%나 증가한 금액이다.

두 회사의 전체 차입금은 223억7600만원으로 이 가운데 계열사간 차입금은 23%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보다 5%p 오른 수치로, 이는 49개 기업집단의 평균치인 1.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계열사간 차입에 관여한 3개 회사 모두 조 사장이 최대주주 혹은 주요 주주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자금을 빌려간 두 회사는 모두 적자 누적으로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이에 운영 자금을 목적으로 계열사 간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아노텐더블유티이는 조 사장이 63.3%, 남매지간인 조희경 씨가 20.9%의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아노텐금산은 조 사장이 최대주주(97.1%)로 있는 회사로 올 상반기 그룹 계열사인 아노텐더블유티이로부터 49억 원을 차입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23억원 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체 차입금 중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4%p 상승한 23%에 달했다.

아노텐금산은 폐타이어를 재활용해 열에너지인 증기를 생산하는 업체로 2010년 7월에 설립돼 그룹으로 편입됐다.

조현식 사장 개인회사 3곳 수상쩍은 차입거래
매년 수십억 쏟아붓지만…갈수록 적자폭 커져

지난해 매출은 11억1292만원으로 100% 내부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그러나 영업 손실이 지속되며 2011년 33억468만원, 2012년은 42억8820만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기준 자본총계는 -55억1373억원으로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에이치투더블유티이 역시 아노텐더블유티이로부터 올 상반기 1억3600만원을 차입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0% 증가한 것으로 전체 차입금 중 차지하는 비중은 9%로 나타났다. 아노텐금산에 비해 낮지만 49개 기업집단 평균인 1.2%보다 높다.

2009년 11월 기계장비업으로 설립된 이 회사 역시 조 사장이 27.3%의 지분을 보유, 대표로 있는 김형태 최대주주(45.5%)에 이어 주요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500만원으로 모두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지난해 1억500만원의 영업 손실과 함께 자본총계도 -6억1400만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자 이들에게 자금을 수혈해주고 있는 아노텐더블유티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아노텐더블유티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같은 차입 거래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없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는 자금거래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자본잠식에 빠진 대기업 계열사가 낮은 이자로 계열사들에게 돈을 빌려 유동성을 해결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금감원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상반기까지 이뤄진 대기업 비상장 계열사들이 다른 계열사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2조3000억원이 넘었다. 이중 1조300억원가량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부실 계열사들의 거래였다.

또 완전 자본잠식 계열사가 국세청이 고시하는 당좌대출 평균금리보다 낮은 이자로 다른 계열사 자금을 끌어다 쓴 경우도 3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부실 계열사들이 돈을 빌릴 수 없는 은행권 대신 좋은 조건으로 우량 계열사에게 손을 벌리고 있는 셈이다.

황태자 뒤봐주기?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부실 계열사가 성장성이 있는 중소기업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시장이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며 “무분별한 대기업 계열사간 자금거래는 부실 계열사에 대한 시장 퇴출을 가로막아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만큼 부당 내부거래 기준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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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