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대권 도전 러시 숨겨진 노림수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3: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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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후 향해 뛰는 잠룡들의 합창 "나를 잊지 말아요!"

[일요시사=정치팀] 과거 대선이 끝나면 패배한 후보들은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 있는 것이 관례였다. 또 차기 유력 주자들도 정권 초반에는 최대한 몸을 낮추며 새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벌써부터 차기 대선 준비로 바쁜 모양새다. 차기 대선은 아직 4년이나 남았지만 유력 대권주자들이 앞다퉈 과속 페달을 밟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기 대선은 아직 4년이나 남았지만 유력 후보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선 준비로 분주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 후 얼마간은 차기 대권의 'ㅊ' 자도 거론하지 않던 관례와 비교하면 여야 유력 주자들이 때 이른 대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때 이른 경쟁
치열한 공방

가장 먼저 대권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그야말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행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 의원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선은 싸늘하다.

특히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근현대사역사모임' 등을 만든 것을 두고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물이 벌써 사조직을 만드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의 행보는 자칫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수도 있는 문제다. 게다가 김 의원은 지난 9월 김문수 경기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등과 함께 로스앤젤레스 한인축제에 참석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권 도전에 생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후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다"라며 의미를 축소했으나 "주위에서 하도 권유하는 사람이 많으니, 내가 자격이 있는지 고민 중"이라며 또 한번 여지를 남겼다.

김 의원과 같은 행사에 참석한 김문수 지사 역시 덩달아 대권도전을 시사했다. 김 지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회를 떠난 지 8년이 지나 여의도에 의원 조직이 사실상 없다"면서 "더 이상 지방에 있으면 중앙정치를 못한다"고 말했다.

"대권가도는 마라톤, 지금부터 뛰어야"
어쩌다보니 대권행보, 자천타천형

경기지사 불출마와 함께 중앙정치 무대 복귀의사를 밝힌 셈이다. 김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 때도 새누리당 내 상황 등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출마하지 않고 초선만 하고 끝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내년 경기지사 선거에 불출마 한 후 본격적으로 당내 세력확장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실제로 김 지사는 최근 여의도행이 잦아지고 있다. 통상적인 도정활동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을 위한 세 모으기가 아니겠냐고 의심하고 있다.

대선이 끝난 후 전국을 돌며 민생탐방을 하기도 했던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최근 대구를 찾아 지역 국회의원들과 김범일 대구시장을 만났다. 정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계열사 현대커민스는 대구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입주를 결정하기도 했다.

정 의원의 TK행보는 김 지사와도 겹치는 것이었다. 김 지사는 최근 경북도와 상생협약을 맺고 경북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지역정가에선 두 사람의 TK행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떠난 뒤 무주공산인 TK를 선점하려는 경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차후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서 TK 지지도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명 뛰니
따라 뛴다?

차기 대권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은 야권 내에서도 부단히 꿈틀대고 있다. 지난 11월29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기 대권 재도전 의사를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 의원은 "제가 꼭 (대선 후보를) 해야 한다고 집착하지는 않지만 회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후폭풍이 일자 문 의원은 "그건 정권교체에 저도 최대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원

론적 얘기"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는 않다. 이날 발언은 비록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문 의원은 이날 작심한 듯 거침없이 발언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또 문 의원이 마음만 먹었다면 "아직은 차기 대권에 대해 논하기는 이르다"며 넘어갈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결국 정황상 작심발언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 의원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 역시 최근 독자세력화에 나서며 활동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안 의원은 문 의원에게 대선 후보직을 양보하고 대선 당일인 지난해 12월19일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안 의원은 불과 82일 만인 지난 3월11일 서울 노원병 재보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계에 복귀했다. 이후 안 의원은 안철수신당 창당과 관련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당이 궁극적으로 2017년 대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별다른 이견을 나타내지 않으며 사실상 이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안 의원의 정치세력화는 결국 대선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잠룡마다 천차만별 각자의 사정
'살아있는 권력' 청와대는 심기불편

그렇다면 벌써부터 줄을 잇고 있는 유력 후보들의 대권행보에 숨겨진 노림수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존재감 확보다. 차기 대선까지 아직도 4년이나 남았지만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정권 초 유력주자로 손꼽혔던 인사들이 실제 대선에서도 유력주자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10년 전 노무현정부 출범 당시 정치권은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박근혜 의원, 정동영 의원 등을 차기 유력 대선후보로 꼽았고 실제 다음 대선은 이들 후보들의 각축장이 됐다. 5년 전 이명박정부 초에도 박 대통령은 이미 가장 유력한 차기 후보로 꼽혔었다.
유력 대선 후보군에 계속 이름을 올림으로써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 이는 여야 잠룡들이 때 이른 대권행보에 나선 공통된 이유라는 분석이다. 




물론 각자 나름의 사정도 있다. 김무성 의원의 광폭행보와 관련해서는 김 의원 측 내부 참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알려진다. 정권 초기에 이 같은 행동으로 자칫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의 견제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김 의원은 내년에 있을 전당대회를 노리고 있는 만큼 언제까지 숨죽인 행보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빨리 입장을 정리해야 자기 세력을 본격적으로 끌어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제대로 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 시점이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고 세력을 넓힐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김문수 지사의 경우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자천타천으로 대권행보를 공식화 하게 된 경우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김 지사가 언제까지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끝까지 달릴까?
중도 포기할까?

김 지사의 망설임으로 자칫 차기 후보군을 제대로 발굴해내지 못할 경우엔 책임론에 휩싸일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김 지사가 경기지사 불출마를 선택할 경우 가능성은 차기 대권 도전과 정계은퇴 두 가지뿐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김 지사의 대권 도전설이 기정사실화 됐고 김 지사 역시 이를 부인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또 이미 경쟁 후보군들이 세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지사 역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대권 도전 선언 러시에 의도적으로 동참하게 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안철수 의원도 비슷한 경우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차기 총선에 맞춰 창당을 준비한다면 그 과정이 지금보다는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자유선진당의 경우만 하더라도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그 해 2월에 창당을 했지만 인재를 모으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여야 대립으로 꽉 막힌 현 정국이야말로 신당 창당의 가장 큰 명분이고, 안 의원으로서는 이러한 시점을 놓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선후보였던 문 의원이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차기 대권 도전을 못 박고 나선 것은 최근 독자세력화에 나서며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안 의원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 내 최대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은 차기 대선에서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안 의원이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문 의원도 이에 대응해 자신의 존재감을 키울 승부수를 던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철수신당이 민주당 일부 세력까지 잠식해오는 상황에서 문 의원으로서는 친노세력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문 의원의 차기 대권 재도전 시사는 안 의원의 신당 창당 행보에 대한 힘 빼기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이다.

정치권 이목
벌써 4년 후로

게다가 야권이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문 의원이 차기 대권 출마를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이 여론의 관심을 끌고 야권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소수의견으로는 문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굳힘으로써 아직 끝나지 않은 NLL논란 등 여권이 문 의원을 공격할 때마다 차기 대권주자를 탄압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자기 방어용 자가발전이란 해석도 있다.

이처럼 여야 잠룡들은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박근혜정권 초부터 차기 대권을 향한 레이스를 시작한 모양새다. 하루하루 격동하는 정치권에서 벌써 4년 후를 준비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권으로 향하는 길은 마라톤과 같다. 지금부터 준비해야만 한다. 벌써 시작된 대권레이스의 승자는 누가 될까? 정치권의 이목은 벌써 4년 후로 쏠려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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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