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안 먹히자 '주사'긴급처방

12·3 후속대책 대해부

4·1, 8·28 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가 나왔다. ‘약발’이 먹히지 않자 긴급 처방한 일종의 ‘주사’다. 이를 계기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을까. 국민적 기대가 커지고 있다.


4·1 ,8·28 시장 미지근 반응에 보완책
정부 자체적으로 추진 가능 조치 마련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4·1, 8·28 대책의 성과를 점검하고, 후속조치 추진계획을 밝혔다. 이번 후속조치는 기존 대책들의 성과 점검을 통해 성과가 큰 과제는 확대시행하고, 일부 부진한 과제는 보완방안을 마련함으로써 기존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국회의 입법처리 지연 등으로 시장 회복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가능한 후속조치들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 주택시장을 조속히 정상화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모기지 일원화
1.5만호 공급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주택시장 정상화와 서민 주거복지 강화를 위해 2차례(4·1, 8·28 대책)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2차례 대책은 이전 대책들과 달리 관계부처 간 협업을 통해 세제·금융·공급 등을 망라한 패키지 정책으로, 이를 통해 주택 시장은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시장회복세는 취득세·양도세 감면 등 세제지원과 공유형 모기지·생애최초 구입자금 지원 같은 금융지원 등이 시장의 호응을 얻으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취득세율 항구인하(지방세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소득세법), 분양가상한제 신축운영(주택법),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주택법) 등 핵심법률 국회통과 지연으로 전반적인 구매심리회복 확산에 한계가 있어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에는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또 집값 상승 기대감 저하, 저금리로 인한 월세 증가 등으로 전세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행복주택’은 지자체·주민 반대로 지구지정 등 일부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목돈 안드는 전세’도 시장환경 변화로 실적이 부진한 편이다. 이에 정부는 성과가 큰 과제를 중심으로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일부 부진과제에 대해서는 보완방안을 마련하는 등 국민의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후속조치 방안을 마련했다. 다음은 이번에 발표한 부동산 대책 확대 및 보완 방안이다.
▲정책 모기지 통합 = 정부는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등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그동안 국민주택기금과 주택금융공사(우대형 보금자리론)로 이원화돼 있는 정책 모기지를 내년 1월2일부터 통합 운영키로 했다. 정책 모기지는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생애최초구입자금’, ‘우대형 보금자리론’이 있었다. 지원대상과 대출조건이 상이해 주거복지 형평성 및 재정운용의 효율성 관점에서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 정책모기지 통합으로 주택기금 직접 융자분에서 발생하는 이차이익으로 주금공 유동화 방식의 이차손실을 보전함으로써,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정책모기지 공급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정책모기지 11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올해(11조원 집행예상)에 이어 사상 최대 수준이다. 


▲공유형 모기지 본사업 실시 = 주택기금이 위험을 공유하는 수익·손익공유형 모기지도 국민적 수요에 부응, 지원물량을 확대해 본사업을 추진한다. 지난 10월 추진된 시범사업에선 총 2276명이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이중 80%가 기존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되는 등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본사업은 물량을 대폭 확대해 2조원(1만5000호) 범위 내에서 12월9일부터 예산소진 시까지 한시상품으로 운용한다. 다만 위험 관리 차원에서 손익형은 공급물량의 20%로 제한한다. 공급대상(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및 금리·대상지역(수도권 및 지방광역시)·대상주택(아파트로 한정) 등은 시범사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하우스푸어주택 매입 확대 = 하우스푸어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희망임대주택리츠는 올해 2차례에 걸쳐 주택 1000호 매입을 추진한 바 있다. 1차로 508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 중이다. 2차 사업(500호)은 신청자격을 완화해 매입 신청접수를 완료(810호 신청)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 사업이 가계부채 절감과 하우스푸어의 주거비 부담 완화 등 성과가 큰 만큼, 내년에도 확대시행키로 했다. 내년에도 1000호 매입을 추진하되, 시장상황을 보아가며 추가 확대하고, 매입대상(현행:85㎡&9억 이하 아파트) 면적제한을 폐지키로 했다.
국토부는 “최근 중소형 주택 선호 현상으로 인해 처분이 곤란한 85㎡ 초과 주택을 보유한 하우스푸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 보완 = 정부는 렌트푸어 지원을 위해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 지원, 목돈 안드는 전세 도입, 전세금 반환보증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약 11만가구를 지원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는 전세대출을 담보대출화해 세입자들의 금리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집주인 우위의 전세시장 심화로 ‘목돈 안드는 전세Ⅰ(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경우 지원실적이 2건에 그치는 등 활성화되지 못했다.

무주택 서민들 저렴한 장기대출 활용
내집 마련 기회 확대…전셋값도 안정

공공임대 공급
합리적으로 조정 

정부는 시장선호를 반영해 ‘목돈 안드는 전세Ⅱ(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위주로 정책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먼저 목돈Ⅱ는 전세금 반환보증(대주보)과 연계해 이용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대주보-은행 간 협약을 통해 전세금반환보증을 은행에 위탁판매하고, 은행은 이와 연계해 채권양도 방식(목돈Ⅱ)의 전세대출을 취급(상품명: 전세금 안심대출)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경우 대출보증료를 부담해 전세대출을 받고 별도의 비용을 들여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해야 하지만 ‘전세금 안심대출’이용 시 전세대출과 전세금을 한번에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은행이 대출금의 90%까지만 보증 받는 기존 전세대출과 달리 대출금 전부를 보증 받을 수 있어 일반 전세대출보다 약 0.4%p 낮은 금리로 지원이 가능할 전망이다.
목돈Ⅰ은 집주인 우위 전세시장에서 이용활성화에 한계가 있는 만큼 올해 말까지 한시 적용됐던 LTV(60→70%), DTI(자율적용) 완화는 연장하지 않고 연말에 종료한다. 은행이 자율적으로 상품을 운영토록 해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틈새상품화할 계획이다. 현재 실적 2건 모두 자력으로 전세자금을 대출받기 어려운 70대 세입자를 위해 집주인이 대출을 받은 케이스다.

▲행복주택 활성화 = 정부는 젊고 사회활동이 왕성한 계층을 위한 행복주택과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등을 균형 있게 공급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을 조정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와 예산정책처 등에서 제기해 온 행복주택 공급으로 국민임대주택 등의 물량이 감소해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복지 기회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2017년까지 공공임대주택 사업승인 물량 51만호는 유지하면서 행복주택은 당초 20만호에서 14만호로 줄인다. 줄어든 6만호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등으로 대체 공급함으로써 저소득층과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복지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행복주택 물량이 줄어도 직주근접이 절실한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 대학생 등의 입주비율을 상향 조정해 이들을 위한 행복주택 물량은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행복주택의 핵심 취지인 직주근접과 저렴한 임대료에 부합하는 다양한 용지를 활용해 행복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먼저 철도부지, 공영주차장, 미활용 공공시설용지 등 공공용지를 활용해 3만8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교통과 개발여건이 양호한 입지에서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이 가능한 부지를 선별해 중·소규모 개발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지자체 수요 등을 받아 가용지를 발굴해 물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도시 활력 차원에서 도시주거지 재생과 산업단지 주거지 개선과 연계하여 행복주택 3만6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도시주거지 재생과 관련해 주거환경개선사업 연계를 통해 사업부지 규모, 현황 등을 고려해 민간 분양주택과 혼합하거나 단독으로 행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또 뉴타운해제지역 등 노후불량 주거지의 주택·공가 등을 집단 매입·신축해 행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LH, 지자체, 지방공사가 매입대상 부지의 가격·입지 등을 고려한 매입계획 공고를 통해 대상지를 찾아 행복주택을 건설·공급하는 방식이나, 이미 공공이 보유한 노후불량 매입임대주택과 인근 주택을 집단화해 행복주택으로 재건축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정부는 “도심 슬럼화와 노후주거지 문제에 대한 지자체와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 도시주거지 재생과 연계해 지자체의 사업제안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시첨단산업단지 등 산업단지와 미니복합타운에도 근로자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행복주택을 건립할 계획이다. 미니복합타운은 산업단지가 여러 곳 있는 인근에 산단 근로자들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임대주택 등 주거시설과 문화·복지시설로 구성되는 소규모 복합타운으로 전국 12곳에서 추진 중이다. 정부는 향후 지자체 수요조사 등을 거쳐 공급방식별, 지역별 물량배분과 공급계획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지역여건 등을 고려해 지자체가 제안하는 공급방식도 사업모델 다양화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 반영할 방침이다.
아울러 도시주거지재생 연계형, 산업단지 직주근접형 행복주택 공급에 대해 지자체·주민 등의 참여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주거환경개선사업, 도시재생사업 선정 시 가점을 제공하거나,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 인하(2.7→1.0%) 등 행복주택 사업비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공기업(LH, SH 등)이 보유한 미활용 토지 중 역세권 또는 직주근접이 가능한 양호한 부지를 선별해 활용할 계획이다.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받고도 재무여건 등의 이유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부지를 활용하여 3만9000호를 공급하고, 공기업 토지 중 민간에게 매각할 부지에서도 2만7000호를 공급한다. 공기업 보유 토지 활용과 관련해 분양주택 용지 전환에 따른 공기업 재무부담, 미착공 부지의 중복 사업승인 등의 우려도 없지 않다.
국토부는 “미활용 분양주택 용지를 행복주택으로 공급함에 따라 사회활동 계층과 저소득층의 주거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고, 도시형성의 장애요인이 되어 온 미착공 나대지를 개발함에 따라 지역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지자체 협의, 주민 설득 등으로 지연됐던 7개 시범지구의 사업추진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부는 앞으로 지구계획이나 주택건설사업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자체·주민과 충분히 논의해 지역 요구사항을 합리적 수준에서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목동, 송파, 잠실, 공릉, 고잔 등 5개 지구는 지난 5일 중도위에 상정해 지구지정을 심의했다. 지난 8월 지구지정된 오류·가좌지구는 지자체와의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지구계획과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입지별 특성(인공데크, 소음·진동·방재시설 등), 지역별 요구사항(문화·보육·주차시설 등)을 적절히 수용한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되도록 전체적으로 기준 사업비(659만원/3.3㎡) 수준에서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국토부는 “지속가능한 사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으로 부지확보, 토지점용료 감면, 용적률·건폐율 등 건축특례 등을 담은 ‘공공주택법’개정(국토위 계류 중)을 추진하는 한편 입주기준, 임대료 등 행복주택 공급기준안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역 활성화와
일자리에 기여”

정부는 국회의 입법처리 지연으로 시장 회복세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가능한 후속조치를 조속히 시행해 주택시장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 모기지 일원화 및 공유형 모기지 확대시행으로 무주택 서민들이 저렴한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활용할 수 있어 내집 마련 기회가 크게 확대되고, 전세수요 감소로 전셋값 안정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정부는 “하우스·렌트푸어 대책도 시장선호를 반영해 집중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의 성과 확대가 기대된다”며 “이번 행복주택 활성화 방안을 통해 행복주택 정책을 조속히 정착시키고, 지속가능한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시범지구를 정상화시켜 행복주택에 대한 이미지가 제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행복주택 활성화를 위한 대상부지 확장과 추진체계를 새로이 정립한 만큼,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