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안 먹히자 '주사'긴급처방

12·3 후속대책 대해부

4·1, 8·28 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가 나왔다. ‘약발’이 먹히지 않자 긴급 처방한 일종의 ‘주사’다. 이를 계기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을까. 국민적 기대가 커지고 있다.


4·1 ,8·28 시장 미지근 반응에 보완책
정부 자체적으로 추진 가능 조치 마련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4·1, 8·28 대책의 성과를 점검하고, 후속조치 추진계획을 밝혔다. 이번 후속조치는 기존 대책들의 성과 점검을 통해 성과가 큰 과제는 확대시행하고, 일부 부진한 과제는 보완방안을 마련함으로써 기존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국회의 입법처리 지연 등으로 시장 회복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가능한 후속조치들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 주택시장을 조속히 정상화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모기지 일원화
1.5만호 공급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주택시장 정상화와 서민 주거복지 강화를 위해 2차례(4·1, 8·28 대책)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2차례 대책은 이전 대책들과 달리 관계부처 간 협업을 통해 세제·금융·공급 등을 망라한 패키지 정책으로, 이를 통해 주택 시장은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시장회복세는 취득세·양도세 감면 등 세제지원과 공유형 모기지·생애최초 구입자금 지원 같은 금융지원 등이 시장의 호응을 얻으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취득세율 항구인하(지방세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소득세법), 분양가상한제 신축운영(주택법),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주택법) 등 핵심법률 국회통과 지연으로 전반적인 구매심리회복 확산에 한계가 있어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에는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또 집값 상승 기대감 저하, 저금리로 인한 월세 증가 등으로 전세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행복주택’은 지자체·주민 반대로 지구지정 등 일부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목돈 안드는 전세’도 시장환경 변화로 실적이 부진한 편이다. 이에 정부는 성과가 큰 과제를 중심으로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일부 부진과제에 대해서는 보완방안을 마련하는 등 국민의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후속조치 방안을 마련했다. 다음은 이번에 발표한 부동산 대책 확대 및 보완 방안이다.
▲정책 모기지 통합 = 정부는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등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그동안 국민주택기금과 주택금융공사(우대형 보금자리론)로 이원화돼 있는 정책 모기지를 내년 1월2일부터 통합 운영키로 했다. 정책 모기지는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생애최초구입자금’, ‘우대형 보금자리론’이 있었다. 지원대상과 대출조건이 상이해 주거복지 형평성 및 재정운용의 효율성 관점에서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 정책모기지 통합으로 주택기금 직접 융자분에서 발생하는 이차이익으로 주금공 유동화 방식의 이차손실을 보전함으로써,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정책모기지 공급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정책모기지 11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올해(11조원 집행예상)에 이어 사상 최대 수준이다. 


▲공유형 모기지 본사업 실시 = 주택기금이 위험을 공유하는 수익·손익공유형 모기지도 국민적 수요에 부응, 지원물량을 확대해 본사업을 추진한다. 지난 10월 추진된 시범사업에선 총 2276명이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이중 80%가 기존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되는 등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본사업은 물량을 대폭 확대해 2조원(1만5000호) 범위 내에서 12월9일부터 예산소진 시까지 한시상품으로 운용한다. 다만 위험 관리 차원에서 손익형은 공급물량의 20%로 제한한다. 공급대상(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및 금리·대상지역(수도권 및 지방광역시)·대상주택(아파트로 한정) 등은 시범사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하우스푸어주택 매입 확대 = 하우스푸어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희망임대주택리츠는 올해 2차례에 걸쳐 주택 1000호 매입을 추진한 바 있다. 1차로 508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 중이다. 2차 사업(500호)은 신청자격을 완화해 매입 신청접수를 완료(810호 신청)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 사업이 가계부채 절감과 하우스푸어의 주거비 부담 완화 등 성과가 큰 만큼, 내년에도 확대시행키로 했다. 내년에도 1000호 매입을 추진하되, 시장상황을 보아가며 추가 확대하고, 매입대상(현행:85㎡&9억 이하 아파트) 면적제한을 폐지키로 했다.
국토부는 “최근 중소형 주택 선호 현상으로 인해 처분이 곤란한 85㎡ 초과 주택을 보유한 하우스푸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 보완 = 정부는 렌트푸어 지원을 위해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 지원, 목돈 안드는 전세 도입, 전세금 반환보증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약 11만가구를 지원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는 전세대출을 담보대출화해 세입자들의 금리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집주인 우위의 전세시장 심화로 ‘목돈 안드는 전세Ⅰ(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경우 지원실적이 2건에 그치는 등 활성화되지 못했다.

무주택 서민들 저렴한 장기대출 활용
내집 마련 기회 확대…전셋값도 안정

공공임대 공급
합리적으로 조정 

정부는 시장선호를 반영해 ‘목돈 안드는 전세Ⅱ(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위주로 정책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먼저 목돈Ⅱ는 전세금 반환보증(대주보)과 연계해 이용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대주보-은행 간 협약을 통해 전세금반환보증을 은행에 위탁판매하고, 은행은 이와 연계해 채권양도 방식(목돈Ⅱ)의 전세대출을 취급(상품명: 전세금 안심대출)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경우 대출보증료를 부담해 전세대출을 받고 별도의 비용을 들여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해야 하지만 ‘전세금 안심대출’이용 시 전세대출과 전세금을 한번에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은행이 대출금의 90%까지만 보증 받는 기존 전세대출과 달리 대출금 전부를 보증 받을 수 있어 일반 전세대출보다 약 0.4%p 낮은 금리로 지원이 가능할 전망이다.
목돈Ⅰ은 집주인 우위 전세시장에서 이용활성화에 한계가 있는 만큼 올해 말까지 한시 적용됐던 LTV(60→70%), DTI(자율적용) 완화는 연장하지 않고 연말에 종료한다. 은행이 자율적으로 상품을 운영토록 해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틈새상품화할 계획이다. 현재 실적 2건 모두 자력으로 전세자금을 대출받기 어려운 70대 세입자를 위해 집주인이 대출을 받은 케이스다.

▲행복주택 활성화 = 정부는 젊고 사회활동이 왕성한 계층을 위한 행복주택과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등을 균형 있게 공급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을 조정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와 예산정책처 등에서 제기해 온 행복주택 공급으로 국민임대주택 등의 물량이 감소해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복지 기회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2017년까지 공공임대주택 사업승인 물량 51만호는 유지하면서 행복주택은 당초 20만호에서 14만호로 줄인다. 줄어든 6만호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등으로 대체 공급함으로써 저소득층과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복지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행복주택 물량이 줄어도 직주근접이 절실한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 대학생 등의 입주비율을 상향 조정해 이들을 위한 행복주택 물량은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행복주택의 핵심 취지인 직주근접과 저렴한 임대료에 부합하는 다양한 용지를 활용해 행복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먼저 철도부지, 공영주차장, 미활용 공공시설용지 등 공공용지를 활용해 3만8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교통과 개발여건이 양호한 입지에서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이 가능한 부지를 선별해 중·소규모 개발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지자체 수요 등을 받아 가용지를 발굴해 물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도시 활력 차원에서 도시주거지 재생과 산업단지 주거지 개선과 연계하여 행복주택 3만6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도시주거지 재생과 관련해 주거환경개선사업 연계를 통해 사업부지 규모, 현황 등을 고려해 민간 분양주택과 혼합하거나 단독으로 행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또 뉴타운해제지역 등 노후불량 주거지의 주택·공가 등을 집단 매입·신축해 행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LH, 지자체, 지방공사가 매입대상 부지의 가격·입지 등을 고려한 매입계획 공고를 통해 대상지를 찾아 행복주택을 건설·공급하는 방식이나, 이미 공공이 보유한 노후불량 매입임대주택과 인근 주택을 집단화해 행복주택으로 재건축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정부는 “도심 슬럼화와 노후주거지 문제에 대한 지자체와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 도시주거지 재생과 연계해 지자체의 사업제안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시첨단산업단지 등 산업단지와 미니복합타운에도 근로자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행복주택을 건립할 계획이다. 미니복합타운은 산업단지가 여러 곳 있는 인근에 산단 근로자들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임대주택 등 주거시설과 문화·복지시설로 구성되는 소규모 복합타운으로 전국 12곳에서 추진 중이다. 정부는 향후 지자체 수요조사 등을 거쳐 공급방식별, 지역별 물량배분과 공급계획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지역여건 등을 고려해 지자체가 제안하는 공급방식도 사업모델 다양화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 반영할 방침이다.
아울러 도시주거지재생 연계형, 산업단지 직주근접형 행복주택 공급에 대해 지자체·주민 등의 참여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주거환경개선사업, 도시재생사업 선정 시 가점을 제공하거나,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 인하(2.7→1.0%) 등 행복주택 사업비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공기업(LH, SH 등)이 보유한 미활용 토지 중 역세권 또는 직주근접이 가능한 양호한 부지를 선별해 활용할 계획이다.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받고도 재무여건 등의 이유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부지를 활용하여 3만9000호를 공급하고, 공기업 토지 중 민간에게 매각할 부지에서도 2만7000호를 공급한다. 공기업 보유 토지 활용과 관련해 분양주택 용지 전환에 따른 공기업 재무부담, 미착공 부지의 중복 사업승인 등의 우려도 없지 않다.
국토부는 “미활용 분양주택 용지를 행복주택으로 공급함에 따라 사회활동 계층과 저소득층의 주거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고, 도시형성의 장애요인이 되어 온 미착공 나대지를 개발함에 따라 지역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지자체 협의, 주민 설득 등으로 지연됐던 7개 시범지구의 사업추진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부는 앞으로 지구계획이나 주택건설사업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자체·주민과 충분히 논의해 지역 요구사항을 합리적 수준에서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목동, 송파, 잠실, 공릉, 고잔 등 5개 지구는 지난 5일 중도위에 상정해 지구지정을 심의했다. 지난 8월 지구지정된 오류·가좌지구는 지자체와의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지구계획과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입지별 특성(인공데크, 소음·진동·방재시설 등), 지역별 요구사항(문화·보육·주차시설 등)을 적절히 수용한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되도록 전체적으로 기준 사업비(659만원/3.3㎡) 수준에서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국토부는 “지속가능한 사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으로 부지확보, 토지점용료 감면, 용적률·건폐율 등 건축특례 등을 담은 ‘공공주택법’개정(국토위 계류 중)을 추진하는 한편 입주기준, 임대료 등 행복주택 공급기준안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역 활성화와
일자리에 기여”

정부는 국회의 입법처리 지연으로 시장 회복세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가능한 후속조치를 조속히 시행해 주택시장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 모기지 일원화 및 공유형 모기지 확대시행으로 무주택 서민들이 저렴한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활용할 수 있어 내집 마련 기회가 크게 확대되고, 전세수요 감소로 전셋값 안정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정부는 “하우스·렌트푸어 대책도 시장선호를 반영해 집중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의 성과 확대가 기대된다”며 “이번 행복주택 활성화 방안을 통해 행복주택 정책을 조속히 정착시키고, 지속가능한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시범지구를 정상화시켜 행복주택에 대한 이미지가 제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행복주택 활성화를 위한 대상부지 확장과 추진체계를 새로이 정립한 만큼,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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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