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자리' 둘러싼 새누리 파워게임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03 10: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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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냐 국회의장이냐" 노땅실세 자리 놓고 김칫국 후루룩

[일요시사=정치팀] 서청원 의원의 당내 포지셔닝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서 의원이 향후 어느 곳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거물 인사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서 의원의 자리배치를 둘러싸고 은근한 파워게임까지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어찌된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서 의원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파워게임 내막을 살펴봤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지난 10월 재보선에서 승리함으로써 무려 7선의 고지에 오른 거물 중의 거물이다. 서 의원은 지난 1981년 국회의원 배지를 처음으로 달았다. 정치경력만 해도 30년이 넘는다.

서 의원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나 최경환 원내대표보다도 선수가 높고, 이른바 '왕실장'이라 불리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도 막역한 사이다. 현재 국회 최다선인 정몽준 의원이나 강창희 국회의장 등도 정치경력으로만 따지면 서 고문의 후배뻘이다.

서청원 어디로?
엇갈리는 희비

서 의원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기도 하다. 때문에 서 의원이 복귀한 후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였다. 특히 서 의원이 향후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느냐에 따라 당내 거물급 인사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문제다.

당초 서 의원은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차기 당권에 도전하게 될 것이란 설이 유력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의 일등공신이지만 박근혜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차기 대권을 노린 세 모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김 의원의 이런 움직임은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을 떨어뜨려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는 행위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 의원을 차기 당대표로 낙점해놓았다는 뒷말이 돌았다. 하지만 서 의원이 차기 당권에 도전하기에는 걸림돌이 너무나 많다. 우선 차기 당대표직을 노리고 있는 거물급 인사들이 너무나 많다.

위세등등 서청원, 막상 갈 곳 '애매'
"이쪽으론 오지마" 은근한 밀어내기

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는 임기를 채울 경우 20대 총선 공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당권을 장악한다면 차기 총선 공천권을 앞세워 당내 세력화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당대표가 되면 대선을 앞두고 인지도를 쌓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때문에 당내 거물급 인사들은 물론이고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사들까지 차기 당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김문수 경기지사다. 현재 김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 여부를 확실하게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3선 도전을 포기하고 내년 7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해 당권에 도전한 뒤 차기 대권도전의 기반을 다지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여의도 정치와 거리가 있는 도지사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며 하소연 한 바 있다.

치열한 경쟁
서청원 빠져라

최경환 원내대표, 이완구 의원 등도 차기 당대표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 의원이 차기 당권을 너무 고집할 경우 별다른 실익도 없이 당내 계파갈등만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선 서 의원이 벌써 11년 전인 지난 2002년 한나라당 대표를 맡은 바 있어 내년에 다시 당대표를 맡을 경우 당의 이미지가 너무 올드해질 수도 있는 데다 두 차례나 비리전력이 있어 당내 반발이 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특히 전당대회가 내년 지방선거 전에 치러지게 된다면 서 의원이 당권을 잡는 것이 박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지방선거를 치르는 데 있어서는 새누리당 이미지에 좋을 것이 없다는 평가다.




한편, 최근 친박 핵심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서 의원과 만나 "여야 소통이 가능한 서 의원이 국회의장이 돼야 경색된 정국을 풀어갈 수 있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최경환 원내대표와 홍문종 사무총장,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김태흠 원내대변인, 이장우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중 최 원내대표는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인물이고, 이장우 의원은 비리전력 등을 이유로 서 의원의 재보선 공천을 반대했던 소장파 4인 중 한 명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서 의원을 당권 경쟁에서 제외시키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서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선다고 해도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서 의원은 분명 최다선의 거물 정치인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원외에 머물렀다. 18대 총선에서 이른바 '친박 공천 대학살'이 이뤄졌고, 19대 총선에서는 역대 총선 중 손꼽힐 정도로 물갈이 폭이 컸던 만큼 원내에서 서 의원과 아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은 많지 않다는 평가다. 서 의원이 당권경쟁에서 패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만약 서 의원이 김무성 의원과의 대결에서 패한다면 김 의원에게 날개만 달아주는 격이 된다. 서 의원이 당권경쟁을 포기할 경우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회자된다. 서 의원이 2선으로 물러나는 대신 최 원내대표나 이완구 의원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거나, 김 의원에게 당권을 양보하는 대신 김 의원과 관계를 새롭게 정립함으로써 서로 협력해나가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는 이야기 등이다.

한편 서 의원이 당권을 포기할 경우 다음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국회의장직 도전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동안 무난하게 당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황우여 대표(5선)와 국회부의장을 지낸 바 있는 정의화 의원(5선)도 의장직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역 최다선인 정몽준 의원(7선)과 이인제 의원(6선)은 가장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군이지만 이들은 국회의장직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의장을 맡을 경우 원로 이미지가 너무 강해져 향후 정치활동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 의원이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경우 국회의장은 다선(多選)과 연장자를 우선으로 한다는 관례에 따라 가장 유력한 후보다. 하지만 이 경우 야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각종 청문회에서 박근혜정부의 인사를 낙마시켜 온 야권이 무려 두 번의 비리전력을 가진 서 의원의 국회의장직 도전을 가만히 두고 볼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강창희 의장이 내정됐을 당시에도 강 의장이 하나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집단 성명을 내고 반대한 바 있다. 강 의장의 경우는 결국 의장직에 오르긴 했지만 서 의원의 경우는 비리전력이라는 점에서 명분이 좀 더 뚜렷한 만큼 민주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 해가며 반대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한 것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이 같은 논란이 불을 보듯 훤한 데도 불구하고 서 의원을 반드시 국회의장직에 앉히려 할지 의문이다.

비리전력 발목
막상 갈 곳 없네

서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서는 고작 당내 4명의 의원이 반기를 드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쳤지만 당 대표나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경우에는 당내에서 이보다 훨씬 거센 태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


때문에 아주 낮은 가능성이지만 서 의원이 당대표직이나 국회의장직에 매달리기보단 평범한 평의원으로 남아 '당대표 메이커'나 '야권과의 가교역할' 등 막후 역할에 치중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박근혜정부에서 필요한 인물은 공격수보다는 대야관계에 치중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 의원은 국회에 복귀한 후 대야 관계에 큰 정성을 쏟고 있다. 당초 재보선 기간 공언했던 것처럼 '야권과의 가교 역할'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서 의원은 최근 민주당의 정대철 상임고문, 박지원,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과 오찬회동을 가지는가 하면 문재인 의원과도 비밀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정대철 고문 등과 오찬회동을 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대화하면 길이 생긴다. 우리는 늘 그렇게 해왔다"며 "과거에도 여야가 대화하면 풀리고, 지금 어려운 정국이지만 (여야) 원내대표가 대화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갈 데 없이 평의원으로 남을까?
서청원 자리배치 정치권 이목집중

일각에선 서 의원이 정무장관직을 맡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서 의원의 최측근인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이 최근 대정부질의에서 정무장관의 부활을 주장하고 나선 때문이다.

노 의원은 친박연대 비례대표 8번을 받아 당선되며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친박연대 원내대표, 서 의원의 외곽조직인 청산회 중앙회장 등을 맡았던 인사다.


노 의원은 지난달 19일 대정부질의에서 "국민은 여야 간 소통 부재와 정치 실종의 상황을 두고 많이 안타까워한다"면서 "지금의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정국은 청와대의 대국회, 대정당, 대시민사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업무를 담당한 정무장관과 특임장관의 역할이 상실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박 대통령에게 정무장관 신설을 건의해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정무장관 신설은 야권에서도 찬성하고 있고,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지난 6월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무장관 부활을 제안한 바 있다. 의원직과 장관직은 겸임도 가능하다.

평의원?
정무장관?

서 의원은 이미 김영삼정부에서 정무장관을 지낸 경험이 있다. 서 의원은 그의 책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에 정무장관으로 일하던 시절의 무용담을 적어 놓았는데 "수습기자처럼 열심히 뛰었고, 정무장관 판공비도 모자라 지인들에게 받은 후원금까지 동원해 야당을 설득했다"며 자신의 뛰어난 협상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서 의원이 재보선을 통해 입성했다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정무장관직을 맡을 경우 자칫 지역주민들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도 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여진다.

새누리당 내에서 서 의원의 자리배치를 둘러싼 물밑싸움은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마지막에 웃게 될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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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