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전문대학 진실공방 집중취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25 16: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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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총장 논란, 정치권 입김 작용?"

[일요시사=정치팀] 서울에 소재한 A전문대학이 지난해 부임한 신임총장과 일부 교수들과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고 신임총장의 성추문 의혹까지 불거졌다. 총장과 맞섰던 교직원들에겐 개교 이래 유례없는 무더기 징계가 내려지기도 했다. 이 사건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신임 B총장이 야권 거물정치인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전력 때문이다. 도대체 A전문대학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3월 서울에 소재한 A전문대학에 새로 부임한 B총장은 야권의 유력인사로 평가된다. B총장은 야권 거물급 정치인들의 후원회장을 역임했으며 모 언론매체의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B총장은 또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 각각 핵심 요직을 맡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수상한 투자

한편 B총장의 부임 이전까진 최우수대학으로 뽑히기도 했던 A전문대학은 B총장과 일부 교수들이 갈등을 빚으면서 교육부에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른바 '문제대학'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건의 발단은 B총장이 부임 두 달 만인 지난해 5월 등록금 교비적립금 213억원을 부동산펀드(PF)에 투자하면서 발생했다.

A전문대학 교수협의회는 이사회의 심의, 의결도 없이 총장 내부결재만으로 교비적립금을 원금 손실 우려가 큰 부동산펀드에 투자한 것은 횡령 및 배임죄에 해당한다며 즉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당시 A전문대학 C기획실장은 B총장을 횡령 및 배임죄로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후 C 전 기획실장은 해임됐으며 알 수 없는 이유로 소를 취하했다. 교수협의회 측은 이 과정에서 B총장 측이 기획실장을 매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C 전 기획실장이 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B총장 측이 1억원을 제시했다는 주장이다.


교수협의회 측은 이와 관련된 사실확인서와 문자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A전문대학 측은 문자에서 언급된 1억원은 C 전 기획실장을 매수하려던 돈이 아니라 C 전 기획실장이 해임됐기 때문에 퇴직금을 논의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교수협의회는 소가 취하되자 교수협의회 차원에서 지난 4월 B총장을 다시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7월 B총장이 부동산펀드로 매입한 지가가 상승했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교수협의회 측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B총장이 이사회의 결의 없이 독단적으로 교비를 부동산펀드에 투자한 것과 부동산펀드 투자 과정에서 일부 세력에 이익을 준 것인데 검찰이 이 같은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며 각종 기관에 탄원서 등을 제출하며 반발하고 있다.

교수협의회 측은 B총장과 관련한 성추문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B총장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적 행사인 통영음악제에 자신의 지인과 함께 여교수 2인을 1박2일로 동행시켜, 당일 밤 객실에서 블루스 춤 강요, 신체접촉, 성적 발언 등의 물의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피해 여교수 중 한 명은 각종 선거나 인사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유명인사의 여동생으로 알려져 더욱 눈길을 끈다. 해당 여교수는 사건 발생 후 교수협의회 측에 직접 제보를 해왔으나 사건이 커지면 본인을 비롯해 가족들도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현재는 증언을 꺼리고 있는 상태다.

취임 2개월 만에 수상한 펀드 투자
총장의 두 얼굴 또는 교내 알력다툼

이에 대해서도 B총장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B총장 측 한 인사는 "이 같은 문제를 총장에게 직접 물을 수는 없다"면서도 "교수협의회의 주장과는 달리 당시 행사에 참석한 인원이 무척 많아 도저히 신체접촉이나 성적 발언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교수협의회 측은 B총장의 성추문과 관련해 B총장이 여교수들과 와인바에 다녔다거나 업무 중 노래방을 전전했다는 의혹 등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벌써 1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어찌된 사연인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더욱 수상하다. 교수협의회 측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무려 7개 매체에서 취재요청을 받았다. 일부 방송사의 경우는 촬영까지 다 해가고도 방송이 되지 않았다. 왜 방송이 되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석연찮은 해명만 늘어놨다"고 말했다.

교수협의회 측은 그동안 이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들의 연락처를 일일이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수협의회 측은 보도를 막은 배후엔 B총장의 최측근인 A전문대학 D대외협력처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수협의회 측은 D처장을 B총장의 낙하산 인사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 감사 결과 처분에 따르면 D처장은 당시 총장의 제청과 이사회 심의·의결도 없이 법인 총무부 3급 직원으로 특별임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D처장은 B총장과 마찬가지로 정치권에서는 꽤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을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도 평가된다.

특히 그는 정보기관장 보좌관 출신으로 당시의 인맥을 활용해 보도를 철저히 막고 있다는 것이 교수협의회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D처장 측은 "지금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취재를 요청받은 경우는 단 한차례 밖에 없었다. 정보기관장 보좌관 출신이라는 이유로 나를 음해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A전문대학은 또 B총장이 취임한 후 불과 1년여 사이에 무려 30여명에 달하는 교직원과 교수를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파면, 해임, 정직 등도 남발해 벌써 6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는 학교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교수협의회 측은 사실상 B총장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입막음하기 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수협의회 회장이었던 E교수의 경우는 전체 166명의 교수 중 무려 132명의 교수가 징계철회 요청 서명을 했음에도 학교 측은 E교수를 직위해제 후 해임했다. B총장과 관련한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학교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진실은 어디에?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야권 관계자들도 긴장하고 있다. 교수협의회에서는 정치권 인사인 B총장이 신임총장으로 낙하산 인사 된 것이 사실상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B총장이 야권 거물급 정치인의 후원회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민감한 문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B총장 측은 "B총장은 이미 정치권을 떠난지 오래된 사람이다. 교수협의회 측에서 사건을 키우기 위해 악의적으로 과거 정치권 경력을 다시 들춰내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B총장 측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B총장에게 실제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교내 알력다툼의 성격이 짙다"며 "이번 사건을 자꾸 띄우려고 주도하는 세력들은 B총장을 몰아내고 교내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학교 이미지가 실추되고 교육부에서도 문제학교로 낙인찍혔다"며 하소연했다.


과연 A전문대학을 둘러싼 사건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양측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진실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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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