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전문대학 진실공방 집중취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25 16: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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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총장 논란, 정치권 입김 작용?"

[일요시사=정치팀] 서울에 소재한 A전문대학이 지난해 부임한 신임총장과 일부 교수들과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고 신임총장의 성추문 의혹까지 불거졌다. 총장과 맞섰던 교직원들에겐 개교 이래 유례없는 무더기 징계가 내려지기도 했다. 이 사건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신임 B총장이 야권 거물정치인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전력 때문이다. 도대체 A전문대학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3월 서울에 소재한 A전문대학에 새로 부임한 B총장은 야권의 유력인사로 평가된다. B총장은 야권 거물급 정치인들의 후원회장을 역임했으며 모 언론매체의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B총장은 또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 각각 핵심 요직을 맡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수상한 투자

한편 B총장의 부임 이전까진 최우수대학으로 뽑히기도 했던 A전문대학은 B총장과 일부 교수들이 갈등을 빚으면서 교육부에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른바 '문제대학'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건의 발단은 B총장이 부임 두 달 만인 지난해 5월 등록금 교비적립금 213억원을 부동산펀드(PF)에 투자하면서 발생했다.

A전문대학 교수협의회는 이사회의 심의, 의결도 없이 총장 내부결재만으로 교비적립금을 원금 손실 우려가 큰 부동산펀드에 투자한 것은 횡령 및 배임죄에 해당한다며 즉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당시 A전문대학 C기획실장은 B총장을 횡령 및 배임죄로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후 C 전 기획실장은 해임됐으며 알 수 없는 이유로 소를 취하했다. 교수협의회 측은 이 과정에서 B총장 측이 기획실장을 매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C 전 기획실장이 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B총장 측이 1억원을 제시했다는 주장이다.


교수협의회 측은 이와 관련된 사실확인서와 문자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A전문대학 측은 문자에서 언급된 1억원은 C 전 기획실장을 매수하려던 돈이 아니라 C 전 기획실장이 해임됐기 때문에 퇴직금을 논의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교수협의회는 소가 취하되자 교수협의회 차원에서 지난 4월 B총장을 다시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7월 B총장이 부동산펀드로 매입한 지가가 상승했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교수협의회 측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B총장이 이사회의 결의 없이 독단적으로 교비를 부동산펀드에 투자한 것과 부동산펀드 투자 과정에서 일부 세력에 이익을 준 것인데 검찰이 이 같은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며 각종 기관에 탄원서 등을 제출하며 반발하고 있다.

교수협의회 측은 B총장과 관련한 성추문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B총장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적 행사인 통영음악제에 자신의 지인과 함께 여교수 2인을 1박2일로 동행시켜, 당일 밤 객실에서 블루스 춤 강요, 신체접촉, 성적 발언 등의 물의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피해 여교수 중 한 명은 각종 선거나 인사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유명인사의 여동생으로 알려져 더욱 눈길을 끈다. 해당 여교수는 사건 발생 후 교수협의회 측에 직접 제보를 해왔으나 사건이 커지면 본인을 비롯해 가족들도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현재는 증언을 꺼리고 있는 상태다.

취임 2개월 만에 수상한 펀드 투자
총장의 두 얼굴 또는 교내 알력다툼

이에 대해서도 B총장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B총장 측 한 인사는 "이 같은 문제를 총장에게 직접 물을 수는 없다"면서도 "교수협의회의 주장과는 달리 당시 행사에 참석한 인원이 무척 많아 도저히 신체접촉이나 성적 발언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교수협의회 측은 B총장의 성추문과 관련해 B총장이 여교수들과 와인바에 다녔다거나 업무 중 노래방을 전전했다는 의혹 등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벌써 1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어찌된 사연인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더욱 수상하다. 교수협의회 측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무려 7개 매체에서 취재요청을 받았다. 일부 방송사의 경우는 촬영까지 다 해가고도 방송이 되지 않았다. 왜 방송이 되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석연찮은 해명만 늘어놨다"고 말했다.

교수협의회 측은 그동안 이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들의 연락처를 일일이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수협의회 측은 보도를 막은 배후엔 B총장의 최측근인 A전문대학 D대외협력처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수협의회 측은 D처장을 B총장의 낙하산 인사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 감사 결과 처분에 따르면 D처장은 당시 총장의 제청과 이사회 심의·의결도 없이 법인 총무부 3급 직원으로 특별임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D처장은 B총장과 마찬가지로 정치권에서는 꽤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을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도 평가된다.

특히 그는 정보기관장 보좌관 출신으로 당시의 인맥을 활용해 보도를 철저히 막고 있다는 것이 교수협의회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D처장 측은 "지금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취재를 요청받은 경우는 단 한차례 밖에 없었다. 정보기관장 보좌관 출신이라는 이유로 나를 음해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A전문대학은 또 B총장이 취임한 후 불과 1년여 사이에 무려 30여명에 달하는 교직원과 교수를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파면, 해임, 정직 등도 남발해 벌써 6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는 학교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교수협의회 측은 사실상 B총장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입막음하기 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수협의회 회장이었던 E교수의 경우는 전체 166명의 교수 중 무려 132명의 교수가 징계철회 요청 서명을 했음에도 학교 측은 E교수를 직위해제 후 해임했다. B총장과 관련한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학교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진실은 어디에?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야권 관계자들도 긴장하고 있다. 교수협의회에서는 정치권 인사인 B총장이 신임총장으로 낙하산 인사 된 것이 사실상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B총장이 야권 거물급 정치인의 후원회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민감한 문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B총장 측은 "B총장은 이미 정치권을 떠난지 오래된 사람이다. 교수협의회 측에서 사건을 키우기 위해 악의적으로 과거 정치권 경력을 다시 들춰내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B총장 측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B총장에게 실제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교내 알력다툼의 성격이 짙다"며 "이번 사건을 자꾸 띄우려고 주도하는 세력들은 B총장을 몰아내고 교내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학교 이미지가 실추되고 교육부에서도 문제학교로 낙인찍혔다"며 하소연했다.


과연 A전문대학을 둘러싼 사건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양측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진실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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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