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의-철수 '신야권연대' 복잡한 속사정 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4:10:57
  • 댓글 0개

목소린 같이 생각은 따로 "아직은 아니다?"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범야권 연석회의'라는 이름으로 야당과 시민사회세력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정치권은 이날 모인 이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新)야권연대를 형성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신야권연대를 형성하기까지는 장애물이 많다. 겉으론 손을 잡았지만 안으론 치열한 아귀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신야권연대의 복잡한 속사정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민주당,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종교계 등 야권성향 인사 100여명이 동참하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범야권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지난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국가권력기관의 대선개입 진상규명과 특검도입을 요구하며 뜻을 모았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야당과 시민사회세력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지방선거 겨냥?
원포인트 연대?

이날 출범한 연석회의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지방선거를 겨냥한 신야권연대가 출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정치권 인사들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론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위한 원포인트 연대일 뿐"이라며 선 긋기가 바쁜 모양새다.

안 의원 측 대변인 격인 금태섭 변호사는 연석회의가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신야권연대라는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다음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연석회의는)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행위 문제에 대해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특검이 필요하다는 것 때문에 모인 것"이라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내년 지방선거가 고작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야권연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이들이 신야권연대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철수 가세한 신야권연대, 돌풍 일으킬까?
안철수-민주당 치열한 주도권 다툼

우선 범야권연대가 국정원 개혁을 내걸고 출범한 가운데 이들이 신야권연대로 발전하기에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너무나도 다르다는 문제점이 있다. 일단 손을 잡고 모였지만 조금만 흠집을 내도 뿔뿔이 흩어질 엉성한 조합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특검도입과 예산·민생 법안 처리를 연계하는 문제에 대해 각 세력별 이견이 너무나 크다. 민주당은 특검도입과 예산·민생 법안 처리 연계에 대해 내부적으로 아직 확실한 입장정리가 된 것은 아니지만 새누리당을 압박할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연계 쪽으로 당내 분위기가 쏠리고 있다.

반면 안 의원 측은 특검과 예산·민생 법안 처리를 연계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히고 나서며 민주당과 각을 세우고 있다. 정의당은 아직 당론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기초의원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입장도 서로 다르다. 신야권연대가 형성된다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각자의 입장은 매우 민감하다. 안 의원 측과 민주당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벌어진 입장차이
어떻게 봉합할까?


민주당은 지난 12일 정당공천제 폐지를 조속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여야 사무총장 회담을 제안했고, 다음날 안 의원은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세미나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는 정치가 국민들의 약속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리트머스시험지라고 생각한다"며 정당공천제 폐지를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안 의원은 평소에도 기초의원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수차례 밝혀온 바 있다.




반면 정의당에서는 정당공천제 폐지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때문에 정당공천제 폐지는 범야권 정책연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도 현재는 당론으로 정당공천제 폐지를 정해놓은 상태지만 새누리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선거 공천을 강행할 경우 이를 빌미로 공천을 시행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기초의원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여야의 공통된 대선공약이었지만 지난 4·24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공약을 어기고 정당공천을 강행했다가 정당공천을 하지 않은 새누리당 계열의 후보들에게 전패 당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과의 연대 문제도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다. 범야권연대에 포함된 재야 측에서 '통진당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자칫 야권성향의 시민사회세력과의 연대가 느슨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새누리당 진영에서는 '연석회의'에 이름을 올린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백승헌 변호사 등을 거론하며 통진당을 제도권 정치에 진입시킨 인물들이 또 다시 신야권연대에 참여하고 있다면 전방위로 공격에 나서고 있다.

비판적 여론
아름다운 연대

선거 때만 되면 되풀이되는 정치공학적 야권연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 또한 이들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지난 선거들에서 단일화의 약점은 이미 충분히 드러난 상태다. 야권이 연대할 경우 단일화 과정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단일화 과정에서 야권이 민생을 착실하게 챙기기보다는 단일화 자체에만 매진한다는 느낌을 유권자들에게 줄 수 있고, 단일화 과정에서 야권후보들 간의 이전투구가 벌어져 단일화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상대 지지층을 전부 흡수하기 힘들다는 약점도 있다.

내부적으로는 친노계(친노무현계)와 안 의원 사이의 앙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신야권연대 이야기가 진행되던 시점에 별안간 지난해 야권단일화 과정의 비화를 담은 비망록을 출간한 것도 사실상 안 의원을 향한 견제구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홍 의원의 비망록 출간을 두고 당내 비노계(비노무현계) 의원들은 "안 의원과 우리는 언젠가는 다시 힘을 합쳐 정권을 탈환해야 하는 동반자가 아닌가? 이런 식으로 물밑 협상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홍 의원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비노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안 의원의 편을 들고 나선 것이다.

신야권연대에 대한 친노의 경계심은 대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당내 비노 진영과 안 의원 측이 손을 잡고 내년 지방선거를 주도하면 공천 과정 등에서 친노계 사람들이 대거 탈락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민주당 내에서 친노세력의 영향력은 크게 꺾이게 된다.

너무 다른 입장, 완벽한 연합까진 가시밭길
과거 연대와는 전혀 다른 연대가 될 것
 

하지만 비노 진영에서도 안 의원 측과의 연대에 대한 우려는 있다. 자칫 민주당의 경쟁상대가 될 수밖에 없는 안철수신당(이하 신당)이 신야권연대로 날개를 달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잇단 선거 패배와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민주당이 신야권연대 과정에서 신당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민주당과 신당은 현재 신야권연대를 통해 서로 야권의 중심에 서고자 물밑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안 의원 측으로서도 민주당과의 연대가 탐탁치만은 않은 눈치다. 특히 섣부른 민주당과의 연대가 오히려 신당의 지지율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은 고작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를 맴돌고 있다. 새누리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두 배 가량이나 벌어졌다. 이런 민주당과 연대하는 것이 과연 신당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불만이 신당 내부에 쌓여있다는 것이다.

상당수 신당 관계자들은 민주당과의 전면적인 정책연대보단 민주당이 신당 유력지역에 후보를 안내기만 바란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신야권연대는 과거 연대와는 무척 다른 연대가 될 개연성이 크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전면적인 연대가 아닌 지역을 서로 나눠 출마하는 간접적 연대론이다.

간접 연대론
성공할까?

가장 대표적인 연대설은 바로 서울시장 선거에 신당 측이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민주당은 경기도지사 후보를 신당 측에 양보할 것이라는 설이다. 특히 호남지역의 경우는 민주당, 정의당, 신당이 양보 없는 전면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무척 농후하다. 호남에서의 승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차기 야권연대를 주도하는 세력이 누가 될 것인지 가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야권이 연대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실은 야권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 뜸을 들이는 것은 서로 연대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기싸움에 불과하다. 겉으론 손을 잡았지만 내부 속사정은 치열한 아귀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연대과정이 아름답지 못하다면 신야권연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