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창당 1주년 맞은 정의당 천호선 대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1: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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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야권연대, 내년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도 있다"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10월, 창당 1주년을 맞이한 정의당은 최근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신야권연대 등 굵직굵직한 정치이슈들이 정의당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대표적인 노무현의 사람으로 NLL대화록 사태와도 관계가 깊다. 천 대표는 쌓여있는 정국현안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천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정의당은 지난해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부정경선 사태가 벌어지자 통진당에서 국민참여계와 진보신당 탈당파, 민주노동당 비주류 등이 탈당해 만든 당이다. 정의당은 당초 '진보정의당'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출범했지만 지난 7월 천호선 대표를 새롭게 선출하고 당명을 정의당으로 바꾸며 제2의 창당을 단행했다.

지난 10월20일은 정의당이 창당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정의당은 여전히 낯설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정의당과 통진당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인지도가 낮다. 게다가 통진당 부정경선 사태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까지 터지면서 진보정당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진보정당은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 과연 정의당은 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대중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최근 정국현안들에 대해 천 대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다음은 천호선 대표와의 일문일답.

- 지난달 정의당이 창당 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정의당은 어떤 성과를 거뒀다고 보십니까?
▲ 제가 얼마 전 창당 1주년 기념사에서 '정의당이 가는 길이 진보의 미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을 정의당이 개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찬성과 같은 경우, 과거 진보정당이라면 기권하거나 반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의당은 과거와 같이 사상의 자유라는 원칙으로 일탈적 행동을 보호할 수 없으며, 어차피 우리 편이라는 진영논리로 감싸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것이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변화의 노력 이외에도, 정의당은 우리사회 서민과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대다수 의원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시민단체 선정 우수의원으로 선정되었고, 연일 정부의 잘못된 행정과 대기업, 특히 삼성의 불법과 불공정을 밝혀내는 데 큰일들을 해냈습니다. 정의당은 이제 앞으로 전진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정의당이 대중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천명하셨습니다.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지요?
▲ 당의 체질 자체를 바꾸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제가 대표가 되면서 중요한 당내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노동정치전략회의와 문화혁신TF입니다. 노동조합과 당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정규직 노동자만이 아니라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마련한 당내 기구죠. 문화혁신TF는 진보정치의 내용이 훌륭함에도 그간 운동권문화로 대표되어 시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점을 고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대표가 책임지고 하는 일이니, 조만간 정의당의 바뀐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정부여당이 헌법재판소에 통진당의 정당해산심판청구안을 제출해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과거 통진당과의 앙금으로 인해 관망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강력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의당으로서도 종북세력과 선 긋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요?
▲ 이석기 의원 사건과 통진당의 위헌성 문제는 별개입니다. 정당해산 문제는 통진당에 대한 호불호와 무관하다고 봅니다. 민주주의 기본원칙과 관련된 것이지요. 14년이나 별 문제없던 강령을 별안간 위헌이라고 하고, 그 정당의 법적 지위 자체를 박탈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정당의 존폐여부는 시민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합니다. 외국에도 정당해산제도가 있지만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는 원칙이 확립되어 가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결정하도록 하자는 취지이지요.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에도 부합한다고 봅니다.

- 창당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통진당과 정의당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매우 불리할 듯한데, 통진당과 정의당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통진당과의 차별성 문제라기보다는 정의당의 인지도 자체가 아직 높지 못하다고 봅니다. 정의당의 존재, 그리고 정의당의 사람들에 대해서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정의당이 다른 정당이라는 것을 국민들께서 알아가고 계시다고 봅니다. 믿고 지지할 수 있는 투명한 정당, 특정 사회세력을 적대하거나 타도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하는 정당, 실현 가능하고 합의 가능한 진보적 정책들을 가진 정당으로 거듭나고자 하고 이를 실현 중입니다.

"박근혜 지지율 철옹성 아냐, 태도 바꿔야" 
"통진당 해산, 시민이 투표로 선택해야 마땅"

- 우리나라에서 진보세력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종북문제 때문입니다. 통진당과 결별했지만 여전히 정의당도 종북문제와 관련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종북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우선 문제입니다. 이것은 집권세력을 반대하는 정당과 단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사악한 정치용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견을 가진 세력 전체를 매도하는 용어가 종북이 된 것이지요. 진보 내의 극소수가 시대착오적인 북한사회주의를 신봉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단언컨대 선거를 통해 그런 생각은 국민에 의해 배제될 것입니다. 북한 및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정의당의 입장은 평화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충실하는 등 진보적이며 동시에 상식적입니다.

-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신당, 민주당, 정의당이 참여하는 이른바 '신야권연대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야권연대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현재의 연대는 국정원과 군의 선거개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포인트 연대입니다. 이미 지난  12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범야권 연석회의'가 결성되었고 정치권만 아니라 주요 시민사회 단체 대표들 종교계, 재야의 어른들이 다 모이셨습니다. 소속, 정견, 종교가 달라도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해결해 보자는 취지의 연대입니다. 여기서 저와 정의당이 일찍부터 제기한 바 있는 특검을 야권의 3세력과 시민사회가 함께 추진하자고 뜻을 모았고, 이를 위한 TFT(태스크포스팀)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국정원 문제 원포인트 연대이지,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연대가 아닙니다. 국민들이 후보단일화 중심의 야권연대에 대해서 과거처럼 흔쾌히 동의해 줄지도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선거연대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한 요구가 있다면 연대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 만약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이 정의당과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연대를 원한다면 양 당이 충족시켜야 할 선제 조건은 무엇입니까?
▲ 아직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연대를 이야기할 단계는 아닙니다. 현재 야권연대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태에 대한 원포인트 연대일 뿐입니다.

- 하지만 앞에서 야권연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 측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고, 정의당은 정당공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같은 입장 차이가 야권 연대의 걸림돌은 아닙니까?
▲ 정당공천제가 폐지된다면 지역의 유지들이나 토호세력이 기득권을 차지하게 될 우려가 큽니다. 또 여성과 소수자의 정치 참여가 어려워지는 문제 등도 있습니다. 안 의원도 정당공천제의 폐지만이 정치쇄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천 대표께서는 대표적인 '노무현의 사람'으로 불립니다. 최근 NLL대화록 사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이명박정권과 박근혜정권이 처음부터 대단히 불순한 생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면 15년, 30년 동안 다음 대통령도 볼 수 없기 때문에, 일부러 국정원에 대화록을 남겨둔 것인데, 이것을 가지고 시비를 건겁니다. 결국 무단공개라는 엄청난 일을 벌였지만 NLL을 포기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이번에는 고의로 사초를 없앴다는 생억지를 부렸습니다. 하지만 찾아낸 회의록 어디에서도 노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증거는 없었고, 사초도 기록으로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못한 문제만 남았을 뿐이지요. 전임 대통령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은 새누리당은 반성해야 합니다.


"대중정당 거듭나기 위해 당 체질 바꾸는 중"
"NLL대화록 사태, 새누리당의 생억지"

- 국가기관 대선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좀처럼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왜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대통령의 지지율이 철옹성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밑바닥 민심은 바뀌고 있습니다. 우선 군의 선거개입이 드러났을 때부터 국민들은 반신반의하기 시작했고,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을 사실상 경질했을 때부터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현 정부가 스스로 대선불법을 은폐하고 축소하기 위한 불법의 당사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민심이반은 이제 곧 피부로 느낄 정도로 드러날 것입니다.

- 정의당에선 국가기관 대선개입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 진영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기관 대선개입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도 없는데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것 아니냐"며 "사과를 요구하려면 차라리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하라"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옳지 않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군, 보훈처가 누구를 도우려 했습니까? 바로 박근혜 후보였습니다. 당시 박근혜 후보가 알고 있었든 모르고 있었든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요. 원치 않았지만 불법행위의 수혜를 입게 되었다면 여기에 대해서는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지고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어야 합니다. 그것이 대통령다운 태도이지요.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대뜸 대선불복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야당이 한 번도 하야나 퇴진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도 그렇습니다. 이런 것은 대선과정에서 생긴 문제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통령의 그런 태도가 지금 정국 경색의 제일 큰 원인입니다.

- 민주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과 국정원 개혁 단일안을 추진하기로 하셨습니다. 어떤 개혁 방안을 구상하고 계신지요? 민주당, 안 의원 측과 이견은 없습니까?
▲ 이미 각자가 구체적 내용은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법안 형태로 제출까지 해 놓은 상황입니다. 큰 이견이 없으니 몇 가지 조정만 하면 금방 제출할 수 있고, 국민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더 속도를 내야 합니다.

- 벌써 연말입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 첫 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근혜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100% 대한민국은커녕 대한민국이 갈기갈기 찢기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문제입니다. 자신을 중심으로 통합하면 국민이 통합된다는 낡은 사고방식에, 대통령과 그들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빠져있습니다. 지금은 유신이나 군부독재 시대가 아닙니다. 대통령 1인을 중심으로 사회가 통합되는 일 같은 것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야당이나, 대통령에 대해서 찬성하지 않는 국민들도 함께 설득할 수 있는, 소통과 민주주의적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전부 국가의 적이라고 보는 그런 대결적인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사용하는, 대선불복세력이니 종북세력이니 하는 험한 말은 정치적 반대세력을 아예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어법으로 대결적 태도의 전형입니다. 낡은 권위주의적 리더십에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작년과 올해 진보정치가 국민들에게 보여드리지 말아야 할 모습도 보여드렸습니다. 정의당은 그러한 진보정치의 낡은 모습과는 철저히 결별하고, 진보의 아름다운 가치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실현하려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될 것입니다. 믿고 지지할 수 있는 투명한 정당,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 정당, 실현가능한 진보정책을 갖춘 정당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의당이 성장하는 것만큼 진보의 미래가 개척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천호선 대표 프로필>


▲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
▲ 제16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
▲ 국민참여당 최고위원
▲ 통합진보당 최고위원
▲ 진보정의당 최고위원
▲ 정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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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