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설 나도는 '안철수신당 리스트' 총정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11 11: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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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민주호' 버리고 출항 앞둔 '철수호'로 우르르?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이 연이은 재보선 참패의 수렁에 빠지면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안세력을 찾는 야권 지지층들의 관심이 이른바 '안철수신당'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최근 신당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며 이달 말까지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야권의 권력 축을 뒤흔들 안철수신당에는 어떤 인사들이 참여하게 될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요즘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누가 안철수신당에 참여할 것인가?'이다. 이른바 안철수신당(이하 신당)의 출범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현재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신당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이미 각 지역 실행위원들에게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을 서두르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 연패
어부지리 안철수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광역단체장들의 경우는 2월 초부터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되는 만큼 안 의원으로서도 더 이상 창당을 미룰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본격 후보등록은 내년 5월15일과 16일 이틀 동안으로 아직 여유가 있지만 너무 선거일에 임박해 후보를 내보낼 경우 준비되지 않은 '급조 후보'라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신당행이 유력한 인사들의 이름이 쉴 새 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엔 민주당의 연이은 재보선 패배도 톡톡히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이후 치러진 두 차례 재보선에서 모두 참패했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는 '더 이상 민주당으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상태다. 비록 지난 4월과 10월 재보선 모두 새누리당 강세지역에서 선거가 치러져 선거 패배 그 자체만으로 민주당의 위기를 논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힘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패배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대한 차가운 민심이 반영된 선거였다는 분석이다.

자연스럽게 새누리당을 견제할 대안세력을 찾는 야권 지지층의 관심은 태동을 앞둔 신당으로 쏠리고 있고, 이 같은 분위기는 유력 정치인들의 신당행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 시·도지사 및 기초의회 의원들의 신당행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제1야당' 연이은 참패에 뜨는 안철수
민주당, 안철수신당 경계령 내부단속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신당 바람이 거센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광주시당의 경우는 신당행을 검토하는 당원을 징계하는 방침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구체적인 해당행위가 접수되면 시당 윤리위를 소집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징계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모 기초의회 의원의 경우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들에게까지 은밀하게 신당으로 이적할 것을 권유하다 당에 발각되기도 했다"며 "이런 사례가 생각보다 꽤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선 신당행 가능성이 점쳐지는 인사들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정치권에서는 호남의 현직 단체장 중 상당수가 신당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당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현재는 관망하고 있지만 아직 출범하지도 않은 신당에 민주당의 지지율이 밀리자 조금씩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광주시장 선거의 경우 지난 9월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백리서치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강운태 광주시장이 신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윤장현 아이안과 원장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무명에 가까운 윤 원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강 시장과 오차범위의 접전을 벌인 것은 신당의 저력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민주당 버리고
안철수 손잡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강 시장이 신당행을 물밑에서 타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강 시장은 올해 들어 두 차례나 안 의원의 핵심측근인 시골의사 박경철씨를 초청한 특강을 실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외에도 호남지역에선 지난 대선과정 안 의원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여온 박준영 전남도지사를 비롯해 정의당을 탈당한 무소속 강동원(전북 남원) 의원과 박주선(광주 동구) 의원 등이 신당행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지사 후보로 안 의원이 어떤 인물을 영입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모 지역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 안철수신당의 삼자대결 구도가 형성되면 신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현재 안 의원이 야권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어 안 의원 측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으면 민주당은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간접적 연대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의 경우 신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신당 경기지사 후보로는 민주당 손학규 고문이나 손 고문의 최측근인 정장선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은 현재 신당행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두 사람과 안 의원의 연대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선 이후 독일에서 생활하던 손 고문은 지난 9월말 재보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 귀국했다. 자연스럽게 재보선 출마설이 나왔지만 손 고문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삼고초려에도 불구하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신당행 가능성이 점쳐지기 시작했다.

당초 민주당은 손 고문 재보선 출마카드를 손 고문의 신당행을 막고 손 고문도 재기의 발판을 다지는 윈윈전략으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10월 재보선에서 수도권 출마 가능지역이 하필 민주당이 열세인 데다 새누리당의 거물 서청원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화성갑 지역이라 계획이 틀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일각에선 민주당 지도부가 손 고문에게 사실상 승리가능성이 희박한 화성갑 출마를 강요하면서 손 고문이 민주당에 더욱 섭섭함을 느끼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것이 사실상 신당행 결심을 굳히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주장이다.

안 의원과 손 고문은 작년 대선 때 비밀회동에서 친노세력이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실망스런 모습들에 대해 비판하며 공감대를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안 의원 측은 손 고문을 시작으로 현재 친노가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에 불만을 가진 비노계 인사들을 영입하는데 주력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민주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데다 과거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철새 이미지로 고생한 바 있는 손 고문이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에 합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현실적 어려움
극복할 수 있나?

현재 신당 인재영입과 관련,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 김성식 전 의원으로 평가되면서 김 전 의원과 관련된 인물들도 신당행 하마평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 안철수 대선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으로 활약했던 김 전 의원은 현재 신당의 인재영입 업무를 맡고 있다.

김 전 의원이 과거 한나라당 친이계 출신인 점을 감안한 탓인지 신당행에 오르내리고 있는 인물들 또한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친이계나 탈박계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김 전 의원이 몸담고 있는 '6인 모임'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6인 모임은 민주당 김영춘, 김부겸, 정장선 전 의원과 새누리당 홍정욱 전 의원,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성식, 정태근 전 의원 등이 지난해 4월 총선 후 만든 모임이다. 이들은 현재까지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당시 김 전 의원이 안철수캠프에 합류하면서 자연스럽게 6인 모임 멤버들과 접한 안 의원은 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지원과 조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6인 모임 멤버 중 일부나 대다수가 신당행으로 가닥을 잡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 인사도 꿈틀, 민주당 시대 끝? 
"찻잔 속 태풍 될 수도" 여전한 우려

가장 최근에는 한때 박근혜정부의 황태자로 불렸으나 항명사태로 새누리당 내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고 있는 진영 전 복지부장관이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이재오 의원과 함께 신당으로 갈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달 중순 출범을 앞두고 있는 '평화민주국민동행'과 신당과의 관계설정도 주목할 만하다. 평화민주국민동행은 상도동계와 동교동계 원로인 김덕룡, 권노갑 전 의원 등이 주축이 된 정치모임이다. 이 모임은 중도세력 정치인과 시민사회 원로, 청년진영 등이 참여하며 기존의 양당 구조를 뛰어넘는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무척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일단 원로들과의 연대가 '새정치'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원로들의 조언이 신생정당이 겪을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원로 참여?
의외의 인맥도

안 의원이 IT벤처 기업인 출신인 만큼 그의 IT 인맥도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안 의원의 후원자 역할을 해온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현 소풍 대표)나,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변대규 휴맥스 대표 등이 안 의원의 가장 든든한 IT 인맥들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현재 안 의원의 정책네트워크인 '내일'에 직간접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이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이들이 신당에 대거 합류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의 경우 비록 정치경험은 없지만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큰 파급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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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