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게임' 불씨 안고 돌아온 서청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05 09: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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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 남자' 새누리판 확 바꾼다 '느낌 아니까'

[일요시사=정치팀] 단 2곳에서 치러진 10·30재보선의 후폭풍이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10·30재보선은 초미니 선거였지만 그 후폭풍만큼은 메가톤급이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복귀한 인사가 다름 아닌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이기 때문이다. 서 고문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단숨에 7선의 고지에 올랐다. 서 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그가 몰고 올 거대한 '쓰나미'는 여권은 물론 전체 정치권의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새누리당 내부의 진짜 파워게임은 지금부터다.




10·30재보선이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당초 10곳 이상에서 재보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10·30재보선은 단 2곳에서 열린 초미니 선거였다. 게다가 2곳 모두 새누리당의 강세지역인 경북 포항 남·울릉과 경기 화성 갑 지역에서 치러졌기에 선거 결과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초미니 선거였던 10·30재보선은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이란 거물의 출마선언과 함께 덩치가 커졌고, 덩달아 민주당은 대선 부정선거 의혹과 함께 정권 심판론을 제기하며 여야 모두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가 됐다. 

힘 한번 못쓴 민주
힘 잔뜩 얻은 새누리

2곳 모두 민주당이 절대 열세지역인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선거의 승패가 아니라 양당 간의 지지율 격차였다.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참패였다. 2곳 모두 민주당이 단순히 열세지역이라서 졌다고 보기에는 지지율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 패배를 어느 정도 예상했던 민주당이었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

경기 화성 갑에 출마한 서청원 고문은 62.7%의 득표를 얻어 29.2%를 얻는 데 그친 민주당 오일용 후보를 30%가 넘는 격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며 7선 고지에 올랐다. 경북 포항 남·울릉에서도 새누리당 박명재 후보가 78.6%의 지지를 얻으며 18.5%의 지지를 얻는데 그친 민주당 허대만 후보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7선 고지 오른 친박 맏형, 단숨에 당 장악?
'박의 남자' 복귀에 새누리 '기대반 우려반'


사실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승리를 자신하면서도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던 쪽은 오히려 새누리당이었다. 특히 화성 갑에 출마한 서 고문의 경우는 공천 과정에서 '청와대 내정설'이 불거지는 등 잡음을 겪었기 때문이다. 당내 소장파의 집단반발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는 서 고문의 공천을 밀어 붙였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서 고문이 오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벌리지 못하고 고전하는 장면이 연출됐다면 새누리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청와대 역시 책임론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서 고문이 30%가 넘는 격차로 민주당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자 그제서야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무척 고무되어 있다. 새누리당 초강세 지역인 경북 포항 남·울릉은 물론이고 수도권인 경기 화성 갑에서도 압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서의 승리까지 이미 자신하고 있는 분위기다.

친박 장악
친무 반격

또 민주당이 제기한 대선 부정선거 논란으로 잔뜩 움츠려 있던 새누리당으로서는 민주당의 선거부정 논리가 일반 국민들에게는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기쁜 순간이었다.

하지만 마냥 기뻐만 하고 있을 처지가 못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새누리당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회로 복귀한 인사가 다름 아닌 서청원 고문이기 때문이다.

서 고문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7선의 고지에 올랐다. 지난 1981년 국회의원 배지를 처음으로 단 서 고문은 정치경력만 30년이 넘는 원로 중에 원로다.

서 고문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나 최경환 원내대표보다도 선수가 높고, 이른바 '왕실장'이라 불리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도 막역한 사이다. 현재 국회 최다선인 정몽준 의원이나 강창희 국회의장 등도 정치경력으로만 따지면 서 고문의 후배 뻘이다.


서 고문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따라서 서 고문의 국회 복귀는 당장 당내 정치역학구도를 통째로 뒤흔들어 놓을 메가톤급 후폭풍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서 고문이 국회 복귀와 동시에 새누리당의 실세로 떠오르며 사실상 당을 장악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차기 당권을 놓고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의 한판 대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 고문의 복귀와 함께 새누리당 내 파워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차기 대권을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 행위로 박 대통령으로서는 무척 불쾌하고 예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원조친박'인 서 고문을 통해 김 의원을 견제하려 한다는 설이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서 고문이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였다.

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리다. 임기를 채울 경우 20대 총선 공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김 의원이 당권을 차지한다면 새누리당을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놓고 차기 대권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반면 청와대로서는 김 의원이 당권을 장악한다면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당내에서 김 의원에게 줄을 서려는 의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 약화로 이어져 후반기 국정운영에 크나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인 셈이다.

서 고문의 복귀는 현재 김 의원이 독주하는 차기 당권 경쟁 구도를 크게 흔들어 놓음으로써 멀게는 차기 대권 구도까지 바꿔놓을 초강력 후폭풍이다. 따라서 서 고문의 차기 당대표 선거 출마여부는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였다.

서 고문은 지난달 7일, 새누리당 공천 확정 후 언론사 최초로 <일요시사>와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차기 당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당선된 것도 아닌데) 저의 정치적 입지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라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서 고문이 재보선이 실시되는 지역이 훨씬 많아 국회 복귀과정이 좀 더 수월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7월 재보선을 고사하고 굳이 낙하산 논란까지 감수해가며 올해 10월 재보선을 고집한 것은 내년 5월 경에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후반기 국회의장 선출이나 내년 6·4지방선거를 전후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당대표 경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당사자인 서 고문은 현재까지도 당권 도전설에 대해 당선 되자마자 언급하기는 이르다며 입장표명을 미루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서 고문의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만약 서 고문이 당권에 도전하게 된다면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친박계(친박근혜계)와 친무계(친김무성계)로 갈라질 우려도 있다.

7선 서청원
왕실세 부상

또 서 고문이 당권 도전을 본격화할 경우 서 고문의 정치자금 비리전력은 새누리당을 다시 한 번 내홍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비록 이번 공천과정에서는 서 고문의 공천에 대해 소장파 의원 4명이 반발하는 수준으로 그쳤지만 서 고문이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이를 반대하는 소장파 의원들의 수가 크게 늘어나 당이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게다가 일부 친이계 의원들은 서 고문이 당에 복귀할 경우 자신을 정치적으로 억압했던 친이계에 대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서 고문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된 것에 대해 이명박정권의 정치적 억압이라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상당수의 친이계 의원들 역시 서 고문이 당내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것에 대해 꾸준히 견제구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서 고문의 복귀와 함께 가장 크게 변화하는 것은 당·청 간의 관계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은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수직적 관계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당권경쟁 본격화? 친박-친무 대립 절정
'원조친박' 간에도 세력 분화 시작될까?

하지만 서 고문은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인사인데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대등한 관계라는 점에서 수직적 당청관계가 수평적 당청관계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 전까지는 새누리당 내 중진 친박 인사들조차 박 대통령과 직접 소통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서 고문이라면 박 대통령과 직접 소통도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당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기대다.

물론 정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서 고문의 충성 스타일로 볼 때 오히려 당청 간의 수직적 관계가 더 심화될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강창희 국회의장,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 의장까지, 박 대통령은 그동안 원로정치인을 활용한 친위체제를 구축해왔다. 서 고문의 복귀는 이 같은 '올드보이' 친위체제의 일환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진짜 파워게임
최후의 승자는?


원로정치인의 경우 박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뿐만 아니라 충성도도 높아 박 대통령이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서 고문이 당을 대표해 박 대통령에 쓴 소리를 하는 역할보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당에 관철시키는 역할에 치중한다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당내 중진들로선 결국 청와대가 뽑아든 서청원카드가 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경우 당내 중진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박 대통령이 대선공신을 소홀히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청와대가 서 고문을 통해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의 활동반경을 더욱 좁혀버린다면 원조친박 간에도 분화가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당내 또 다른 파워게임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10월 재보선이 몰고 온 거대한 후폭풍은 정치권의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여야 내부의 진짜 파워게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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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