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한주의 국감스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31 08: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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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과 호통 대신 차분한 '정책국감' 이끈 4인방

[일요시사=정치팀] 한해 정부 및 각 부처의 국정 전반에 대한 감시 및 비판의 유일한 장인 국회 국정감사가 지난 14일부터 오는 11월2일까지 2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늘 그래왔듯이 국정감사장은 국회의원들에게 있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약속의 땅'으로도 불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상 국정감사 현장은 치열할 수밖에 없고 피감기관과 의원들 간에 피하지 못할 날선 공방전도 오간다. 올해는 박근혜정부의 첫 국정 농사에 대한 평가 성격이 짙은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해당 상임위원들은 '양명'에 기를 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요시사>는 한 주의 국감스타를 선정했다. <편집자 주>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
"10년간 더 걷은 국민연금 보험료 5048억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10년간 국민연금공단이 가입자로부터 더 거둬들인 보험료가 504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김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2013년 5월 공단이 가입자로부터 더 걷은 돈은 5048억원(343만건)이었다.

또 잘못 지급한 연금액은 같은 기간 1133억원(21만5000건)에 달했다. 이렇게 더 걷은 돈 중 국민연금법 제115조에 의해 소멸시효가 완성돼 가입자에게 영영 돌려주지 못하는 금액은 3억5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03년 301억원이던 과오납금은 10년 후인 2012년 766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올 들어 5월까지만 해도 378억원이나 됐다. 같은 기간 잘못 지급한 연금액은 1133억원(21만5000건)이었으며 이중 62억4500만원을 환수하지 못했다. 과오지급 미환수 규모도 2003년 1억4700만원(117건)에서 지난해 8억2700만원(400건)으로 10년새 6배 가량 늘었다.

김 의원은 "매년 과오납과 과다지급이 줄어들지 않고 증가하는 것은 가입자에게 불편함을 주고 행정적 비용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국민연금공단은 철저한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안전행정위원회)
"승차거부 신고된 서울택시 20%만 과태료"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경남 창원시성산구)은 올해 승차거부로 신고된 서울 택시 중 20%만 최대 20만원인 과태료 처분을 받아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이 지난 22일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시에 접수된 승차거부 신고는 총 1만1천165건이었지만 단속건수는 4천877건,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2천262건에 불과했다. 신고된 기사 중 20%만 과태료 처분을 받은 셈이다.

실제로 과태료를 징수한 건수는 이보다 더 적은 940건으로, 신고된 택시 건수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징수된 금액은 총 1억3908만6천원이었다. 자격이 정지된 경우는 8건, 자격이 취소된 것은 3건이었다. 자치구별로 승차거부 신고가 가장 많은 지역은 강서구로 총 1772건이었으며 이어 양천구(932건), 도봉구(842건) 순이었다.

반면 중구는 8건으로 신고가 가장 적었고, 종로구(12건), 용산구(36건)가 뒤를 이었다. 승차거부 택시에 과태료 부과 처분을 가장 많이 한 자치구는 강서구(392건)였으며 이어 은평구(224건), 송파구(179건) 순이었다.

강 의원은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집계된 교통불편 신고의 40%는 택시 승차거부"라며 "승객들의 법 감정에 눈높이를 맞춰 과감히 처벌을 내리지 않는 한 시가 아무리 해결책을 내놔도 승차거부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승차거부 단속인력이 25개 전 자치구를 통틀어 83명에 불과한 것도 문제"라며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정무위원회)
"행정안전부도 대선개입 의혹"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강기정 의원(광주북갑)은 지난 25일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도 대선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이날 "안전행정부, 국무총리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안보교육' 관련 일반자료 및 DVD자료를 제출받아 확인한 결과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같이 밝혔다.

강 의원은 "지난해 2월 행정안전부는 '2012년도 공직자 안보교육 지침'을 각 부처와 광역자치단체에 통보했는데 이 지침에 따르면 2012년부터 자치단체 정부합동평가 지표에 공직자 안보교육실적을 신규 지표로 반영한다고 돼 있다"며 "이 지침은 국가공무원 뿐만이 아니라, 지방공무원, 민방위대원, 공공기관, 국민운동단체가 포함되어 있고 6월 호국보훈의 달과 8월 을지연습 기간에 집중 홍보하도록 돼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이 지침에 따라 정부 부처와 기관들은 민간위탁교육 및 현장견학, 자체 교육 등을 실시했는데 확인해본 결과 종북세력의 실체, 한미동맹의 중요성 등 기존에 문제가 되었던 교육 주제로 교육을 진행했고,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 등에서 강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국발협, 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 강사가 총동원된 2012년 안보교육은 결국 국가기관인 국가보훈처, 국방부, 국정원, 행정안전부등이 교육비, 영상자료 등을 지원, 전방위 대선개입으로 치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산업통상자원위원회)
한수원 직원들, 내부 정보 이용해 부동산 투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정의당 김제남 의원(비례대표)는 지난 22일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이 신규 원전 부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수원이 김 의원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5월 한수원 2~4급 직원 10명은 울산 울주군에 있는 과수원(7492㎡)을 약 6억7000만원에 공동명의로 구매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부지에 일부(1260㎡) 포함된 이 과수원의 경매 개시가는 12억2400만원이었지만 두 차례 유찰되면서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한수원 직원들이 사들인 뒤 이 과수원의 시세는 4년 만에 4억5000만원 이상 올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한수원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지난 2009년 2월 열린 이사회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계획을 의결했다. 이 같은 정보는 기밀정보로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김 의원은 "신고리 건설소에서 근무했던 이들은 내부 정보와 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편입토지 규모와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해당 토지를 구입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수원은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2012년 9월 민원을 통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접수한 뒤 같은 해 12월 부패방지법과 농지법 위반행위로 울산지검에 수사 의뢰했다.

당시 울산지검은 기타 공공기관인 한수원의 직원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부패방지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그 후 한수원은 해당 직원들에 대해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았으며 일부 직원은 고위직(2급)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한수원 내부감사에 따른 징계와 검찰 수사는 별개며 업무 비밀을 이용해 비위행위를 할 경우 '해임'에 해당한다"며 "지난해 12월 시험성적서 위조 등으로 곤욕을 치르던 한수원이 더 큰 비난을 모면하려고 서둘러 덮은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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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