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맞짱' 문재인 노림수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30 09: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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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은 감 찔러나 보고 '존재감' 띄워볼까

[일요시사=정치팀] 침묵을 지키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지난 23일 국가기관 대선개입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문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문 의원이 불공정 대선에 대해 직접 언급하고 나서자 정치권엔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그동안 불공정 대선 논란과 관련, 거리를 둬왔던 문 의원이 직접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지난 23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문 의원이 이날 발표한 성명의 내용은 무척 파격적이었다. 문 의원은 그동안 불공정 대선 논란과 관련해 거리를 둬왔다. 대선 직후 부정개표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민주당이 한 달 넘게 장외투쟁을 가질 때도 문 의원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재개표를 요구하는 국민들을 달래기도 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순 없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 문 의원의 이날 성명은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달라진 문재인

문 의원은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며 "박 대통령은 직시해야 한다.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난 대선의 불공정과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위기라고도 했다. 지난 대선을 불공정 대선으로 명확히 규정한 것과 다름없는 발언이었다. 대선에서 박 대통령과 경쟁했던 당사자가 직접 대선의 불공정성을 언급하는 것은 자칫 대선불복으로도 비춰질 수 있는 문제였다.

그 후폭풍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문 의원은 그동안 불공정 대선 논란과 관련해 거리를 두어왔던 게 사실이다. 문 의원이 박 대통령의 책임론까지 들먹이며 불공정 대선을 언급한 것은 그래서 큰 의미를 가진다.


문 의원은 이후 대선불복 논란이 거세지자 대선불복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지만 지난 대선에서 무려 1490만표를 얻었던 당사자가 불공정 대선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대선불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당장 여권은 문 의원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어느 대선에서도 선거사범은 있어왔지만 선거사범을 문제 삼아 대선불복 얘기한 예는 없었다"며 "민주주의 무너뜨리는 의심의 독사과, 의심의 독버섯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이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어제는 문재인 의원이 직접 이 부분을 거론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모든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는 보통 깨끗이 인정하고 선거의 패배는 자신의 부덕의 소치였다고 인정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물며 대선후보였는데 끊임없이 바깥에서 선거 패배의 이유를 찾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무책임한 태도는 사초실종 책임을 모면해보려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분을 선택하지 않은 국민들이 참으로 현명했다는 생각"이라고까지 말했다.

사초실종 극복하고 야권 구심점 우뚝 설까
문재인 자충수에 민주당 또 다시 위기?

민주당 내에서도 문 의원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문 의원의 성명발표가 친노와 비노계 간의 계파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비노계인 당 지도부는 문 의원이 직접 나서면서 한창 탄력을 받고 있던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의혹 정국이 '대선불복'으로 비화되며 스스로 물타기한 꼴이 됐다며 문 의원을 비판하고 있다.

또 문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을 주장하면서 당이 위기에 몰렸었는데 연이은 실책으로 당이 위기에 빠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선수로 뛰었던 사람이 직접 나서서 부정이라고 떠들면 국민 중에 누가 승복하겠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게다가 문 의원 측은 성명을 발표하기 전 당 지도부와 충분히 상의를 했다고 밝혔으나 당 지도부는 사실상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며 불쾌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당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 의원이 불공정 대선을 언급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국정원 수사를 둘러싼 검찰의 내분과 찍어내기 의혹,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의혹 등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지지층의 격앙된 감정을 방치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지난 대선의 유력한 대선후보로서 입장을 표명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비노계 진영에선 불공정 대선의 전모를 밝히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문 의원이 입장표명을 강행한 것을 두고 존재감 과시 등 자기 정치만을 생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490만표에 달하는 지지를 얻었던 문 의원이 직접 불공정 대선을 언급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정치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본인이 대여 투쟁의 구심점이 돼 정치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문 의원의 성명은 당 중진과 지도부의 잇따른 강경 발언과 함께 나왔는데, 이번 성명 발표를 통해 이들을 아우르며 정치세력화할 가능성도 있다. 문 의원의 성명 발표는 대선패배와 남북대화록 사건으로 궁지에 몰려있던 친노진영이 당 내에서 다시 정치재개 명분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다목적 포석이 된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반전시키고 지난 대선이 심각한 부정선거였음을 부각시켜 대선패배 책임론도 털고 가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박근혜정부의 검찰 찍어내기와 군 사령부 댓글 의혹 등으로 최근 여론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흐르자 문 의원이 타이밍 정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모 아니면 도?

지난 남북대화록 정국에서도 문 의원은 회의록 전문이 공개되고, 회의록에 나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이 NLL 포기가 아니라는 여론이 우세하단 설문조사가 나오자 원문 공개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었다. 이번 성명도 마찬가지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이 우세하다는 결과가 나오자 움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동안 국정원 개혁을 위한 촛불집회에도 나타나지 않던 문 의원이 갑자기 이렇게 강도 높은 성명을 낸 것은 너무나 쌩뚱맞다는 지적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성명 발표를 통해 문 의원이 얻을 것이 별로 없다며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문 의원이 던진 최후의 승부수는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 정치권의 이목의 집중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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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