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보좌관 골프접대 파문 '건설근로자공제회' 실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30 08: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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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근로자 피 같은 돈으로 흥청망청"

[일요시사=정치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국정감사장에서 업무추진비를 국회 전현직 보좌관을 접대하는데 사용했다고 당당히 말한 기관이 있다. 바로 '건설근로자공제회'다. 여야 의원들로부터 '비리백화점'이라며 난타를 당한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는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건설근로자공제회(이하 공제회)는 소득수준이 열악한 건설근로자들의 상호부조 및 복리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1997년 설립됐다. 공제회는 이른바 막노동을 해서 하루하루 힘들게 사는 건설근로자들이 일당을 받을 때마다 4200원씩 적립한 돈으로 운영된다.

마이너스의 손

건설근로자들은 250일 정도를 뼈빠지게 일해야 고작 100만원 정도를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퇴직금 등이 전혀 없는 건설근로자들로서는 이마저도 정말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돈이다. 적립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우리나라에 건설근로자가 380여만명이나 되기 때문에 전체 기금 규모는 2조원이 넘는다.

공제회는 지난 1월 고용노동부의 정식 산하기관으로 지정됐고, 올해 처음으로 국정감사를 받게 됐다. 그런데 공제회는 국정감사 첫 데뷔무대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지난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공제회가 평일에 골프장 주변 식당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들이밀며 접대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증인으로 출석한 공제회 정병국 상임감사는 갑자기 "솔직히 말씀드리겠다"며 "업무추진비를 전현직 국회의원 보좌관을 접대하는 데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국감장은 일순간 술렁였다. 다음 질의에 나선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너무 떳떳하게 말해서 제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당연히 위원회는 발칵 뒤집혔다. 결정적인 증거가 제시된 것도 아닌데 국감장에서 로비 의혹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접대한 전현직 보좌관의 명단을 제출하라는 의원들의 요구가 빗발쳤고, 정 감사는 명단을 제출했지만 전현직이라는 최초 발언과는 달리 명단에는 현직 보좌관들의 이름은 모두 빠져 있었다. 결국 정 감사는 지난 18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19일 공제회가 이를 수리했다.

한편 국감을 통해 밝혀진 공제회의 민낯은 '비리백화점'이라 불리기 충분했다. 공제회는 그동안 '묻지마 황당투자'로 기금을 탕진해왔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에 따르면 공제회가 2007년 이후 현재까지 기금을 운영하면서 손실을 입은 금액은 무려 1130억원에 달한다.

이 돈이면 전국의 모든 건설근로노동자에게 300만원 가까이 챙겨줄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홍 의원은 공제회가 지난 2007년부터 골프장, 워터파크, 물류단지 등에 약 1500억원을 투자했으나 현재 잔액은 363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공제회는 충남 천안의 한 골프장에 담보도 없이 300억원을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을 봤다. 이 과정에서 4대 이사장인 손모씨는 브로커와 결탁해 돈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징역 3역8개월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된 상태다. 또 공제회 윤모 기금운용팀장은 단독 의사결정으로 51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가 이 가운데 395억원을 잃었다.

정기예금만도 못한 '묻지마 투자' 운용실적
최악 실적에도 억대 연봉 받으며 호의호식

이외에도 공제회는 경기 의정부의 대형 워터파크에 250억원을 투자했다가 3년 이상 분양이 안 되는 바람에 현재까지 150억원을 손해 본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연루된 의혹을 사고 있는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복합유통단지사업에 100억원을 투자해 40억 이상을 손해보기도 했고 두바이, 카자흐스탄, 인도, 미국 등지의 빌딩에 투자하면서 입은 손실액도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제회는 적립금을 투자해 운용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그러나 그동안 공제회는 묻지마 투자로 오히려 적립금을 깎아먹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묻지마 투자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공제회는 2조원대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산운용본부에는 10명도 안 되는 인력이 배치돼 있다. 자산을 운용하는 직원은 본부장 1명, 자산운용팀 3명, 투자개발팀 2명, 리스크관리팀 2명 등 총 7명(본부장이 개발팀 겸직)으로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하더라도 이를 견제할 세력이 사내에 전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제회 간부들의 도덕적 해이는 도를 넘는 수준이었다. 공제회 감사팀장과 자산운용팀장은 현재 해외 원정도박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회사에는 허위보고를 하고 마카오와 필리핀·태국을 총 8회에 걸쳐 동행 출국한 정황이 드러났다. 자산운용팀장은 결국 해외 원정도박 의혹으로 징계를 받고 전출됐다.

낙하산 의혹도 있다. 공제회 이진규 이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전 임명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고, 보좌관 접대를 폭로한 정 감사 역시 20년 동안 보좌관을 지낸 인물로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또 고용노동부와 국토해양부 공무원 총 10명이 2009년 이후 공제회로 '특별채용' 됐는데, 특히 자산운용 관련 업무는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비전문가가 자산운용본부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게다가 공제회 직원들은 건설근로자들의 피 같은 기금을 불리기는커녕 막대한 손실만 입히고도 그동안 억대 연봉을 받으며 호의호식한 것으로 알려져 더 공분을 샀다. 공제회는 매년 은행 정기예금 이자에도 못 미치는 수익을 내고 있지만 공제회 이사장의 연봉은 업무추진비를 빼고도 2억2천만원이 넘었고, 감사 이사 모두 2억원의 고액 연봉을 받고 있었다. 일반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도 8000만원이 넘고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4500만원으로 공공기관 중 1위를 기록했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공제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제회는 지난 4월 워크숍에 지급할 직원용 단체복 87벌을 구입하는 데 총 1925만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제회는 30만원짜리 여성용 13벌과 20만원짜리 남성용 74벌을 유명 백화점에서 구입했다.

여야 합심 질타

김 의원은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을 위해 사업주가 1명당 4200원씩 적립한 피 같은 돈을 아껴 써도 모자랄 판에 직원들 워크숍에 쓰는 단체복을 백화점에서, 그것도 고가의 제품을 구매한 것은 국민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며 공제회를 질타했다. 이외에도 공제회는 건설일용근로자가 적립한 공제부금을 일반회계로 끌어와 공제회 조직확대와 부실투자로 인한 소송비로 지출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공제회에 대한 국감을 마친 후 여야 의원들은 보기 드물게 합심하여 공제회에 대한 재감사와 검찰 수사까지 의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공제회의 도를 넘은 파렴치한 운영이 사사건건 대립하는 여야 의원들까지도 합심하게 만든 것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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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